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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

기후위기와 패스트패션에 맞서는 제로웨이스트 의생활
이소연 지음
돌고래

2023년 11월 29일 출간

종이책 : 2023년 11월 01일 출간

(개의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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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24.78MB)
ISBN 979119838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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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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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내내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매일같이 옷을 사 모으던 저자는 어느 날 해외의 패스트패션 매장을 방문했다가 충격과 의아함을 느낀다. “마음에 쏙 드는 패딩을 하나 발견했다. 부드러운 솜털과 깃이 가득한 패딩. 가격표를 뒤집어 확인해보니 1.5달러였다. 우리나라 돈으로 2000원도 안 되는 가격이었다. [……] 넌 어떻게 지하철 요금보다 싼값으로 여기에 온 거니? 이게 가능한가?” 그는 이 사건을 계기로 새 옷 사기를 그만두기로 결심하고, 패션이라는 명분하에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착취적 현실을 탐구하기 시작한다.
5년째 제로웨이스트 의생활을 몸소 실천하며 해양환경단체 시셰퍼드 코리아에서도 활동 중인 저자는 옷이 생산·유통·폐기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갖가지 악영향을 여과 없이 고발한다. 하지만 자기 혼자 새 옷을 사지 않는다 한들 옷으로 인해 벌어지는 숱한 문제를 해결할 순 없음을 인정하며 자신은 여전히 예쁜 옷을 보면 시선을 빼앗기기 일쑤라고 고백한다. 이렇듯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에는 패션업계 안팎의 현실에 대한 고발뿐 아니라 저자의 딜레마와 노하우도 두루 담겨 있어, 스타일과 환경 보호를 나란히 추구하려는 독자들이 거창한 결심이나 배경지식 없이도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최근 동물권과 환경에 관심 있는 이들이 늘어나며 비건 식생활이나 제로웨이스트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정보와 노하우가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 환경에 가해지는 악영향이 그에 못지않음에도 우리의 의생활에 관한 이야기는 지금껏 자주 다뤄지지 않았다.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는 이와 비슷한 갈증을 느끼며 실천의 방도를 찾던 독자들에게 친절한 안내서가 되기에 충분하다.
ㆍ 프롤로그: 옷이라는 이름의 날개
ㆍ 1장: 옷을 산다는 것의 진짜 의미
ㆍ 2장: 당신은 단 한 번도 합리적으로 소비한 적 없다
ㆍ 3장: 유행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ㆍ 4장: 옷장 안에 사람 있어요
ㆍ 5장: 옷 안 사면 우리 경제 다 망한다?
ㆍ 6장: 죽겠다는 게 아니라 옷만 안 산다는 건데요
ㆍ 7장: 친환경처럼 보이지만 친환경이 아닌 것
ㆍ 8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ㆍ 9장: 새 옷을 사지 않고도 새 옷을 입는 법
ㆍ 에필로그: 자기만의 멋
ㆍ 부록: 제로웨이스트 옷장 실천에 도움이 되는 콘텐츠 추천

ㆍ 혼자서 쇼핑을 멈추는 것만으로는 기후위기와 재난으로 범벅이 된 세상을 바꾸지 못한다. 그 대신 모두가 열 벌씩 사던 옷을 한 벌이라도 줄인다면, 또 온라인 쇼핑 택배를 받아보는 대신 중고품에서 내 것을 찾는 기쁨을 알게 된다면, 우리는 스스로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전례 없이 커다란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23쪽)

ㆍ 옷을 입지 못하게 되는 건 대부분 시간의 문제다. 비유적 표현이 아니라 말 그대로 ‘시간’ 문제다. 패션 트렌드가 빨라도 너무 빠르게 변하기 때문이다. 이런 속도전의 주인공은 누굴까? 국내에서 여전히 패스트패션의 대명사로 통하는 H&M, 자라(Zara), 유니클로를 떠올렸다면 그마저도 과거지사가 됐다. 자라는 일주일에 두 번 신제품을 내놓지만, ‘울트라패스트패션(ultra-fast fashion)’의 선발주자로 2013년부터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난 영국 쇼핑몰 아소스(ASOS)는 매주 4500여 개의 신제품을 내놓는다. 중국 쇼핑몰 쉬인(Shein)은 2021년 하반기에만 최대 1만 개의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였다.(27쪽)

ㆍ 슬플 때는 슬퍼서, 기쁠 때는 기뻐서 옷을 샀다. 하지만 쇼핑센터에서 새 옷을 사 들고 집에 돌아와도 옷장 앞에 서면 나는 늘 작아졌고 불안했고 불행했다. 거울 앞에서 새 옷을 입은 내 모습을 둘러보는 순간에도 트렌드는 시시각각 바뀌고 있었다. 새 옷에 만족하는 유효기간은 턱없이 짧았다. 어쩌면 옷이 많을수록 더 화가 났는지도 모른다. 옷이 이렇게 많은데 입을 옷은 없다니? 쇼핑은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방식으로 내 삶을 고립시켰다.(26~27쪽)

ㆍ 케냐의 사례를 살펴보자. 케냐는 세계 5대 헌 옷 수입국 중 하나다. 수도 나이로비에 있는 기콤바시장에는 헌 옷이 쏟아져 들어온다. 그중 절반가량이 사용할 수 없거나 시장 가치가 없는 제품이다. ‘자원’이라는 이름이 무색하다. 처리하기 어려운 쓰레기에 더 가깝다. 매일 약 150~200톤의 섬유폐기물(트럭 60~75대 분량)이 쓰레기장으로 향한다.(49쪽)

ㆍ 하루는 섬유회사에 다니는 한 친구와 오랜만에 술자리를 가졌다. 친구는 내게 물었다. “너 시셰퍼드인가 뭔가 하지 않냐? 그런데 바다 환경 보호하려면 너희 단체 색부터 바꾸는 게 좋을걸. 검정 옷 만드는 데 폐수가 얼마나 많이 나오는데.” 그러고는 이내 농담처럼 덧붙였다. “얘들아, 똑같은 값이면 까만 옷 사. 검은색으로 만드는 게 돈이 많이 들거든. 여덟 배 비싸니까 여덟 배 이득이야.” 섬유를 검은색으로 염색하는 게 다른 색보다 훨씬 비싸고 오래 걸리니, 생산가가 비싼 검은색 옷을 사는 게 이득이라는 기적의 논리였다.(59쪽)

ㆍ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산업용수 폐수 중 20퍼센트가 직류 처리와 염색 과정에서 발생한다. 폐수가 얼마나 심각한지 의류 염색공장이 많은 동남아시아나 중국에서는 공장 인근의 강물이 그해 유행하는 색으로 물든다는 이야기도 있다.(61쪽)

ㆍ 합리적 쇼핑은 상상에만 존재하는 유니콘처럼 애초에 없는 개념인지도 모른다. 당장 필요한 것이 없는데 그저 싸다는 이유로 핫딜, 타임딜 메뉴를 들여다본 경험을 떠올려보자. 곧 소멸될 예정이라는 1~5만 원짜리 신규 가입 쿠폰과 정신없이 깜빡이는 ‘마감 임박’ 아이콘의 채찍질에 물건을 마구 집어 담진 않았는가?(95쪽)
ㆍ 한 디자이너는 “브랜드마다 매 시즌 출시되는 옷들에 뼈를 깎는 것 같은 창조의 고통이 들어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해”라고 밝혔다. [……] 2년차 디자이너 J가 전화로 공유해준 이야기도 비슷했다. 어떤 고객층을 타기팅할지, 브랜드 철학과 스타일을 어떻게 유지하거나 변화를 줄지 고민하긴 하지만, 회사가 보유한 기존 디자인의 틀 안에서 이런저런 요소를 섞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일이 주요 업무라고 했다. 새햐얀 도화지에 온전히 창조적인 디자인을 그려 넣는 일을 떠올린 내 상상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자기 브랜드를 만들지 않는 이상, 회사에 소속된 디자이너 대부분은 자기만의 디자인에 대한 꿈을 펼치지 못한다고 했다.(110~111쪽)

ㆍ “어머, 발렌티노네요.” “막스마라예요.” “이 구두는 프라다네요.” 명품관을 거닐다가 나온 말이 아니다. 밀라노에서 유학한 최초의 한국인이자 패션 컨설턴트로 40년 동안 일한 경력이 있는 유튜버 밀라논나가 처음 자라 매장을 찾았을 때 했던 이야기다.길을 걷다 마주친 두 사람이 꼼데가르송 반소매 티셔츠와 자라 반소매 티셔츠를 입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둘 중 어느 것이 꼼데가르송 제품인지 알아맞힐 수 있을까? 브랜드를 잘 알지 못하는 나는 그렇다 치자. 하지만 《보그》에서 최장기간 편집장을 지낸 알렉산드라 슐먼조차 둘을 구분하지 못한다면 어떨까? 잠깐, 《보그》 편집장도 못 알아본다고? 그렇다면 왜 우리는 명품을 사지 못해 그토록 안달이 났을까? 실제로 두 제품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119쪽)

ㆍ 낮에는 공장을 돌려 새로운 디자인과 컬러의 제품을 생산하며 패션 매거진과 각종 화보 등을 기획하고, 밤에는 안 팔린 제품들을 소각장에서 불태우는 것. 이것이 이른바 명품 브랜드들의 오랜 관행이다. 애써 송아지 가죽을 벗겨 신발을 만들어놓고 브랜드 가치 보호라는 명분하에 그걸 다시 태워버리는 심보를 개성과 예술로 받아들여야 할까?(123쪽)

ㆍ 모 패션 플랫폼 담당자 D는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쿠폰을 발급하고 마케팅 캠페인을 진행하다 보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기 일쑤라고 털어놨다. 옷을 중개해 잘 팔수록 플랫폼에게는 손해가 되는 것이다. 플랫폼은 이미 옷으로 돈을 벌고 있지 않다. 대신 셀러들에게 좋은 구좌를 비싼 가격에 판매해 수익을 낸다. 비싸고 잘 보이는 자리에 걸린 옷 광고를 본 소비자들은 또다시 소비하는 굴레에 빠진다. 소비자를 모아 판매자를 모으고, 판매자를 모아 소비하게 하는 플랫폼. 그 안에서 수요와 공급은 시작과 끝의 구분 없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영원히 순환한다. 또다시 물건이 존재해서 소비하는 게 아니라 소비를 해야 물건이 존재하는 구조가 갖춰지는 것이다.(135쪽)

ㆍ 2013년 4월쯤 내가 무얼 하고 있었나 잠깐 상상해본다. 한참 모든 게 설레는 대학교 1학년생이었다. [……] 한참 벚꽃이 휘날렸을 그 시절이 어렴풋이 기억났다면 당신이 그때 무슨 옷을 입고 있었는지 한번 상상해보자. 아마 생각도 나지 않을 그 옷, 혹은 높은 확률로 지금까지 가지고 있지 않을 그 옷. 바로 그 옷들을 위해 누군가는 무너질 게 뻔한 공장 안에 갇혀 일해야만 했다.2013년 4월 24일,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 외곽의 8층짜리 라나플라자 건물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최소 1138명이 죽고, 2500여 명이 다쳤다.(141~142쪽)

ㆍ 전 세계 의류 무역의 가치는 총 1조 3000억 달러다. 만약 ‘옷 만드는 나라’라는 국가가 존재한다면 전 세계 15위 수준의 경제 대국인 셈이다. 우리나라 경제 규모가 1조 6309억 달러로 세계 10위를 유지하고 있으니, 옷이 조금만 더 잘 팔리면 한국을 위협할 만큼의 자본 권력이 생긴다는 뜻이다. 이 어마어마한 자본의 힘 아래, 의류업계의 고질적 비극은 사라지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곳으로 숨어 들어갈 뿐이다.(149쪽)

ㆍ 패딩점퍼 생산에 동원되는 오리는 생후 10주부터 평생 동안 가슴털을 뽑히다가 죽음을 맞는다. 털을 뜯기는 고통과 충격 때문에 제 명을 채우기도 전에 죽기도 한다. 모자 장식을 만드는 데 쓰이는 라쿤은 오리와 달리 ‘식용’ 동물이 아니라서 사육과 도축 과정에 제재가 약해 더 열악한 환경에서 일생을 보낸다. 그런데 이 동물들의 잔혹한 생애 끝에 탄생한 외투의 생애조차 일시적이다. 유행이 지난 패딩점퍼는 팔리지 않은 버버리 코트와 에르메스 가방처럼 소각장으로 향한다.(152쪽)

ㆍ 2025년에는 동아시아가 전 세계 명품 소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존재한다. 하지만 아시아에 불어 닥친 명품 열병이 아시아 소비자 개개인의 허영심에 있다고 손가락질하는 게 온당한 판단일까? 그렇지 않다. 이 현상의 이면에는 명품기업의 시장 확대 전략이 숨어 있다. 유럽 명품기업들은 1990년대부터 생존과 확장을 위해 커다란 변화를 꾸준히 시도해왔다. 일부 소수의 최상류층 고객만을 고집하지 않고 대중화를 통한 ‘파이 키우기’에 나선 것이다. 그래서 세계 각국으로 매장을 늘리는 한편, 새롭고 젊은 고객층을 확보하기 위해 브랜드 전통의 이미지를 일신하는 시도도 병행했다.(188쪽)

ㆍ 우리나라에서 한 해 동안 수거되는 폐페트병은 약 30만 톤에 달한다. 이 무지막지한 양을 옷으로 재활용한다니 무척 고무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실상은 딱히 그렇지 않다. 재활용 업체에 수거된 폐페트병의 재활용률은 기존에도 80퍼센트에 달했다. [……] 그런데 최근 패스트패션 업계가 폐페트병을 활용하기 시작하며 폐페트병의 수요와 가격이 급등했다. [……] 그사이 옷은 해마다 1000억 벌 이상 만들어지고 330억 벌씩 버려진다. 생산하는 옷도, 출시되자마자 버려지는 옷도 이렇게나 많은데, 패스트패션 업계에서 이 문제를 외면한 채 ‘친환경’을 입에 올리는 건 어불성설이다.(217~218쪽)

ㆍ 옷은 해마다 1000억 벌 이상 만들어지고 330억 벌씩 버려진다. 생산하는 옷도, 출시되자마자 버려지는 옷도 이렇게나 많은데, 패스트패션 업계에서 이 문제를 외면한 채 ‘친환경’을 입에 올리는 건 어불성설이다. 생산 과정에서 원단 하나만 바꿨을 뿐 그렇게 만들어진 옷의 생애가 달라지는 건 아니다. 싼값에 팔려 옷장에 머물다가, 한 계절이 지나면 금세 버려져 소각장이나 개발도상국의 강산에 쌓이는 옷의 슬픈 여정은 매한가지다.(218쪽)

ㆍ 자원을 투입해 만들어낸 생산물이 수명이 다한 뒤 재생산에 이용되지 못한 채 폐기물로 버려지는 기존 방식과 달리, 순환경제는 쓸모를 다한 제품이 동일 품목을 만드는 데 재사용 · 재활용되도록 자원의 선순환을 구축한다. 개인이 옷을 사지 않거나 신중하게 구매하는 것으로 노력을 실천하는 동안, 기업들은 이렇듯 순환경제 모델에 접근해볼 수 있다. 쉽게 말하면 옷의 시작과 끝을 연결해야 한다는 뜻이다.(263~264쪽)

ㆍ 새 옷을 사지 말자는 것은 멋을 내지 말자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다. 옷을 단순한 물건 이상으로, 나 자신을 표현하는 가장 친밀하고 직관적인 수단으로 여기고 존중하자는 말이다. 옷은 우리 일상에 생기를 불러일으키고 타인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주요한 매체다. 그러므로 우린 분명 우리에게 맞는 옷을 더 잘 입어야 한다.(273쪽)

럭셔리 브랜드에서 패스트패션,
디자인 도용에서 소각장 폐기물까지
옷의 생태계와 경제에 관한 종합 보고서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는 원자재 제조 단계부터 의류 생산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종다양한 해악을 독자들 앞에 하나씩 펼쳐놓는다. 저자는 패션업계에 종사하는 이들을 인터뷰하고, 기업 및 단체에서 발표한 각종 자료와 보고서를 분석하고, 제로웨이스트와 재사용에 관한 참고서적을 읽으며 5년간 패션업계 안팎을 폭넓게 조사했다. 패션업계가 왜 속도와 물량 경쟁에 골몰할 수밖에 없는지, 패션업계와 물류업계가 어떻게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지, 비서구 개발도상국으로 떠넘긴 의류 폐기물이 어떻게 그곳의 환경과 사회를 파괴하는지, 패션 플랫폼이 어떻게 이 비정상적인 생산과 유통을 더 극단적으로 이용할 수밖에 없는지 등 이 책은 제로웨이스트 의생활 실천을 위해 그간 저자가 탐구한 내용을 총망라해 친절히 설명한다.
가령 전 세계 섬유 생산량의 85퍼센트를 차지하는 면은 식물에서 직접 재배하다 보니 흔히 친환경 섬유로 여겨지지만, 전 세계 농약 사용량의 10퍼센트가 목화 생산에 남용되며 이로부터 심대한 피해가 발생한다. 이렇듯 저자는 패션업계의 잔혹한 실태를 독자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조목조목 전달한다. 하지만 그저 폭로에 그치기보다 그 이면에 숨겨진 거대 자본의 야욕과 산업 전반의 착취적 구조를 드러내는 데까지 나아간다. 가령 인도에서는 1990년대부터 20여 년에 걸쳐 목화 농민 20만 명이 자살을 선택했는데, 이 문제의 진상은 다국적 기업 몬산토가 일삼아온 횡포와 결부돼 있다. 몬산토는 살충제가 필요치 않다며 신종 유전자조작 목화 종자를 인도 농민들에게 판매했지만, 해충은 감소하기는커녕 종자에 내성이 생겨 나날이 창궐했다. 결국 농민들은 살충제(심지어 예전보다 강력한 살충제)를 쓸 수밖에 없었는데, 이런 약품을 판매하는 회사는 다름 아닌 몬산토였다. 결국 인도 농민들은 해마다 종자와 살충제를 구입하다가 부채를 견디지 못해 연이어 죽음을 택했다.
한편 최근에는 비판을 의식한 기업들이 동물 윤리에 관심을 보이고, 친환경 행보를 내세우는 경우도 늘어났지만 이런 방책이 전혀 친환경적이지 않을 때가 많다는 것도 문제다. 가령 패딩점퍼 생산을 위해 생후 10주부터 일평생 털을 뽑히다가 죽음을 맞는 오리들의 사연이 알려지며 ‘윤리적 다운 인증(RDS, responsible down standard)’ 제품이 각광을 받았지만, 전 세계 오리털 생산량의 80퍼센트는 동물보호법이 부재한 중국에서 오는 것이어서 인증 제도가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또 주요 패스트패션 브랜드에서는 고객들이 입지 않는 옷을 수거해 개발도상국에 기부하는 정책을 홍보하며 자사 이미지를 개선하려 한다. 그러나 이는 섬유폐기물을 비서구 국가에 떠넘기는 행위에 지나지 않을 때가 많다. 이렇듯 저자는 패션기업의 표면적 변화 뒤에 은폐된 문제를 하나하나 들춰내며 궁극적으로 순환경제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 다방면의 논의를 통해 독자들은 옷 때문에 벌어지는 환경오염과 인권침해의 실상을 전 세계 패션산업의 거시적 맥락 속에서 파악하게 된다.

우리의 소비 심리를 끊임없이 자극하는 패션업계의 계략
그 함정을 피해 새 옷 없이도 자기표현과 행복을 실현하는 법

그렇다면 패션 플랫폼은 왜 종종 우리에게 공짜로 덤을 얹어주고, 환불도 무료로 할 수 있게 해줄까? 우리는 본인이 옷을 사는 이유를 스스로 명쾌히 이해하고 있을까?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는 우리가 영위하는 의생활과 매우 밀접함에도 그간 우리가 따져 묻기를 망각해온 물음들을 파고들기도 한다. 저자는 소비자 심리학을 아우르는 접근을 통해 오늘날 패션업계의 경영 전략이 어떻게 소비자 개개인을 옭아매는지, 또 그런 행태가 어떻게 환경파괴를 부채질하는지를 입체적으로 분석해낸다. 이를테면 사람들은 한번 물건을 소유하고 나면 이전보다 그 물건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소유 효과’의 심리와 무료반품 혜택을 활용해 패션기업은 소비를 유도한다.
20~30대 젊은 소비자들은 왜 자꾸 의류 소비에 빠지게 되는 걸까? 저자는 쇼핑중독에 시달리던 시절을 회고하며 그 심리적 메커니즘에 대해서도 솔직하고 깊이 있는 탐구를 이어간다. “난 ‘언제나’ 옷을 샀다. 길을 걷다 껌 한 통을 사는 것만큼 옷을 사는 게 쉬웠다. 하지만 끝내 행복해지지 못했다. [……] 그저 하루살이처럼 매일 업데이트되는 쇼핑몰의 저렴한 물건을 근근이 주워 담을 뿐이었다. 갈수록 빨라지는 패션을 따라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사이, 내 행복은 옷장 속 어딘가에 파묻혀 가쁘게 숨을 몰아쉬며 생명을 잃어갔다.” 그는 옷을 산다고 해서 행복해지는 게 아니며 옷을 사지 않다고 해서 자기표현을 억압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는 진실을 일깨우며 우리가 간과한 새로운 선택지, 다시 말해 제로웨이스트 의생활의 가능성을 독자 앞에 제시한다.

5년째 지속 중인 ‘쇼핑 없는 삶’과 변화하는 세계
저자가 몸소 축적한 제로웨이스트 패션 팁 대방출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는 무엇보다 저자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독자 개개인이 일상에서 시도하고 도전해볼 수 있는 제로웨이스트 패션 팁을 제안한다는 점에서 실용적이다. 사계절의 구분, 각종 패션 앱과 당일 배송의 유혹, 유행의 압력 등이 굳건히 존재하는 사회에서 벌써 5년째 새 옷 구매 없이 생활 중인 저자는 그간의 시행착오를 통해 몸소 축적한 요령과 주의 사항을 이 책에 가감 없이 담았다. 이를테면 신제품 구매 없이도 옷장에 변주를 줄 수 있는 방식, 불필요한 소비를 막기 위한 정리 팁, 더는 손이 가지 않는 옷을 진정 친환경적으로 정리하는 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어 독자들이 실생활에 직접 참고하고 응용할 수 있다. 또 중고 의류 교환을 도와주는 공간과 매장, 제로웨이스트 의생활과 관련해 이 책과 더불어 보기 좋은 콘텐츠에 관한 정보도 두루 정리해 수록했다.
저자는 기업 차원에서 벌어지는 긍정적 변화도 함께 언급한다. 패스트패션의 폐해가 지적되기 시작한 것이 벌써 20여 년 전인 만큼 개개인뿐 아니라 참된 의미의 친환경을 실천하는 패션기업도 분명 새로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탄소배출을 줄이는 중고거래와 의류 대여 등을 전문적으로 매개하는 플랫폼, 순환경제 모델을 실천하려 애쓰는 패션기업 등도 등장하고 있다. 저자는 사람들의 의생활을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바꿔나가는 여러 주체의 사례를 고루 소개함으로써 독자들이 긍정적 미래를 함께 그려보도록 한다.

작가정보

저자(글) 이소연

지역 생활 커뮤니티 당근에서 콘텐츠 에디터로 일하고 있다. 싼 가격에 ‘득템’하는 재미에 푹 빠져 기쁘나 슬프나 옷을 사다, 2019년부터 새 옷을 사지 않는 삶을 실천하고 있다. 미디어 스타트업 뉴닉에서 3년간 에디터로 일하며 기후위기, 환경, 포스트팬데믹 뉴노멀에 대한 글을 썼다. 바닷속과 바닷가의 쓰레기를 보고만 있을 수 없어 해양환경단체 시셰퍼드 코리아 활동가가 됐고, 스쿠버다이빙을 통해 바다 깊은 곳에 버려진 폐어구를 수거하는 정화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생태전환 매거진 《바람과물》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릿터》 《코스모폴리탄》 《1.5도씨매거진》 등 다수의 매체에 기후위기에 관한 글을 기고했다. 2019년 아산정책연구원 영펠로로 선발돼 워싱턴에서 미국의 분리배출 및 폐기물 정책 디자인을 연구했고, 2020년 제2회 아야프(아시아 청년 액티비스트 리서처 펠로십)에서 국내 재활용 정책 및 현황을 연구했다. 그 밖에 스브스뉴스 「뉴띵」, 모비딕 「밀레니얼 연구소」, EBS FM 「전효성의 공존일기」, KBS 라디오 환경의 날 특집 같은 예능·교양 콘텐츠에 출연하거나 환경 교육 및 특강을 진행하는 등 일상적인 방식으로 기후위기, 그린워싱, 패스트패션의 허와 실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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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
    기후위기와 패스트패션에 맞서는 제로웨이스트 의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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