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들
2023년 11월 20일 출간
국내도서 : 2023년 02월 2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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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일 정보 ePUB (22.02MB)
- ISBN 9791188974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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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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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너 혹시 나 하룻밤 재워 줄 수 있냐?”
친한 적도, 친해질 일도 없는 공진을 향한 승우의 한마디로 두 사람의 동행은 시작된다. 공진의 집에 도착한 승우는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환경에 놀라지만 이내 적응한다. 제대로 먹지도, 씻지도, 놀 수도 없는 환경은 오히려 승우에게 새로운 자극이 된다. 공진과 지낸 며칠간 승우는 집으로 돌아갈 생각은커녕, 공진과 함께한 모든 시간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즐거움을 알게 된다. 결국 승우의 부모님은 실종 신고를 하게 되는데…….
제1장 늑대, 집을 나오다 21
제2장 또 다른 늑대와 만나다 38
# 또 다른 늑대 이야기: 하나 51
제3장 가출한 늑대 59
제4장 늑대들, 물속으로 뛰어들다 74
제5장 늑대의 진심 88
# 또 다른 늑대 이야기: 둘 95
제6장 뜻밖의 여행 103
제7장 늑대, 집으로 돌아가다 117
# 또 다른 늑대 이야기: 셋 135
제8장 떠도는 늑대 146
에필로그 늑대들 159
작가의 말 165
내 편. 승우에게는 언제나 곁에 있어 줄 내 편이 필요했다. 승우는 그 내 편이 엄마, 아빠가 되어 주었으면 좋겠다고 늘 바랐다.
열네 살은 외로운 나이였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적어도 승우에겐 그랬다. 엄마와 아빠는 승우가 중학교에 들어간 이후로, 기다렸다는 듯 최소한의 부모 역할을 내려놓았다.
_ p.25
“야, 너 혹시 나 하룻밤 재워 줄 수 있냐?”
승우는 깜짝 놀랐다. 제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승우와 공진은 같은 반일 뿐 서로에게 말을 걸지도, 걸 일도 없는 관계였다. 승우는 자신이 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 없다는 걸 곧 깨닫고 후회했다. 공진의 입에서는 당연히 거절의 대답이 나올 것이었다.
휴대폰에서 눈을 떼고 잠깐 고개를 든 공진이 한 번 더 승우를 쳐다보더니, 이내 다시 휴대폰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래.”
_ p.44
이미 다 알고 왔으니, 빨리 털어놓으라며 협박하는 듯한 형사들과 왜 다른 아이도 아닌 네가 여기에 있는 거냐며 의아한 듯 쳐다보는 담임선생님의 표정을 보고, 천천히 세 사람을 응시하던 공진은 결국 입을 다물기로 했다.
“……별 이야기 안 했어요. 그냥 걔가 먼저 아는 척해서 저도 인사만 한 거예요.”
“인사”
“네. 저 걔랑 하나도 안 친해요. 그래도 그 정도는 할 수 있잖아요. 크리스마스였으니까.”
_ p.100
승우의 마음에 잔잔한 파도가 쳤다. 가슴 깊은 곳까지 밀려 들어와 온통 바닥을 적신 외로움의 물결은 언제 밀려들어 왔느냐는 듯 제 흔적만 남기고 순식간에 빠져나갔다. 공허한 승우의 마음이 축축하게 젖었다.
이제는 집으로 돌아가야 할 때가 되었다고, 승우는 생각했다.
_ p.118
승우가 공진을 보았다. 공진도 승우를 보았다.
온갖 형용할 수 없는 감정들이 서로의 눈빛을 통해 각자의 마음으로 전해졌다. 무언가 뜨겁고, 울컥하고, 치밀어 오르는 감정들이 승우 안에서 휘몰아쳤다. 그것들은 승우의 속을 한바탕 휩쓸더니 점점 가슴으로 모여들었다.
감정은 커지고, 커지고, 커졌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랗게 변한 덩어리는 끝내 승우의 가슴 안에서 터지고 말았다.
“제발 그만 좀 하라고요!”
_ p.133
공진은 도망가고 싶었다. 누군가 기다렸다는 듯 공진을 향해 활을 겨누었다. 수십 개의 날카로운 화살촉이 공진을 에워쌌다.
공진은 그대로 주저앉고 싶었다. 끔찍하게도 공진을 향해 활을 겨누고 시위를 당기고 있는 사람은 바로 공진 자신이었다. 수십 명의 공진이 자신을 에워싸고 당장이라도 활을 쏠 것처럼 시위를 당기고 있었다.
_ p.141
의외로 외로웠던 아이들
『늑대들』은 평생 모자람 없이 자란 김승우가 친한 적도, 친해질 만한 일도 없는 오공진과의 만남에서부터 시작된다. 혼자 보내게 된 크리스마스 저녁, 승우는 편의점에서 공진과 우연히 만나 며칠간 동행한다. 사실 승우는 부모님의 무관심과 어릴 적 겪은 어떤 일로 외로움을 느끼던 와중이었다. 먹을 것이 없어 편의점에 들른 승우의 눈에 혼자 도시락을 먹는 공진이 들어오면서 승우는 우발적으로 집에 들어가지 않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공진의 집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승우에게 공진의 집은 하나하나 낯설고 불편했다. 하지만 혼자보다 둘이 사소한 걸 하면서 보내는 시간은 지금껏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행복으로 다가왔다.
공진은 아빠와 둘이 살았다. 공진의 아빠는 몸이 불편해 직장을 잃고 방 안에 틀어박혔고 자연스럽게 공진은 모든 생활을 혼자 도맡아 했다. 그래서 늘 꾀죄죄한 모습으로 다니는 공진에겐 친구가 없었다. 그런 공진과 친해진다는 건 승우로서는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함께 게임을 하고 시간을 보내며 둘은 누구보다 서로의 외로움을 보듬어 줄 수 있는 사이가 되었는 걸 깨닫는다. 그러던 중 승우의 실종 신고를 받은 경찰이 공진을 찾아오고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진다. 과연 겨우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게 된 승우와 공진의 관계는 어떻게 변할까.
사춘기라는 사각지대
승우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학교 1학년 열네 살의 나는 어땠는지 떠올려 봐야 한다. 이제 막 초등학교를 졸업했지만 당장 선배들처럼 시험 성적에 연연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그만큼 낯선 환경, 새로운 친구들과 적절한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더 이상 초등학생이 아닌, 그렇다고 중학생이라고 하기에도 어설픈 시기에 승우처럼 자신의 의지를 확실하게 표현해 보려고 노력하지만 열네 살의 의견이 세상에 받아들여지기란 매우 힘들다는 사실만 깨닫는다.
부모님에 대한 서운함을 가출이라는 도발적인 방법으로 표현한 승우는 우연히 마주친 공진에게서 묘한 동질감을 느낀다. 자신과 전혀 다른 삶을 사는 공진이지만 어째서인지 자신의 속내를 가장 잘 알아 줄 것 같다는 확신이 든 것이다. 승우는 공진과 지내면서 분명 다 컸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한참 아이였던 자신의 현실을 깨닫고, 동시에 자신에게 공진과 같은 친구가 필요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럴수록 승우와 공진의 사이는 끈끈해진다.
학교라는 굴레에 얽매여 모두가 같은 템포로 모나지 않게 살아야 하는 무리에서 승우와 공진은 마치 무리에서 이탈한 늑대와 같다. 그렇다면 이 늑대들이 잘못한 건 무엇인가? 누구도 쉽게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스스로 성장하다 아파하는 것이 잘못일 리 없다. 승우와 공진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은 어른들이 편의에 의해 만든 세상에 불과하다. 그래서 한 마리의 늑대가 또 다른 한 마리의 늑대와 만나 기어이 함께 울어 젖히는 이야기 하나쯤은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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