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둔주
2023년 11월 18일 출간
국내도서 : 2023년 10월 18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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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933048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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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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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있는 자리는 어디이며
어떻게 살아왔고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가는 현대인들의 고통과
삶의 의미를 진지하게 탐색한 이효원 단편소설 10선
‘그 도시 위로 지폐 냄새를 쫓는 수많은 음모의 날개들이 퍼덕이고 있었다.’ 「마감」 中
이 단편소설 속의 내로라하는 인간군상과 남루하고 삶에 찌든 서민을 만나는 일은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어린 시절과 대면하는 일과 같다. 6.25동란과 산업화 시대를 거치며 치열하게 살아온 그들의 모습은 바로 나의 부모, 형제들의 삶과 닮아 있다. 그러기에 소설 속 그들을 만나는 일은 그것은 마음 떨리는 설렘이기도 하며, 다양한 삶의 체험이기도 하다.
10편의 단편소설 작품들 속 주인공들이 보여주는 삶의 편린들은 바로 우리의 삶이며 역사다. 저자는 좌우 이념 대립으로 발생한 우리의 아픈 상흔을 드러내면서도 산업화 과정 속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하층민들의 삶에도 시선을 주고 있다. 지난날 힘들게 살아온 주인공의 삶의 궤적과 눈물과 고통, 힘든 삶들을 제대로 들여다 보며 공감할 수 있어 이롭다.
은행 대부계의 부도처리 시한을 앞둔 숨막히는 ‘하루 전쟁’은 바로 눈앞에서 생생히 펼쳐지는듯하며, 지역 사투리를 잘 살려 읽는 재미를 더하는 문장 사이로 인간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주고 있다. 그 사이 사이를 헤엄치다 보면 내가 있는 자리는 어디이며, 어떻게 살아왔고, 또한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해답 하나쯤은 알려주는 듯하다. 작품 하나 하나를 읽을 때마다 내가 지금 이렇게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는 ‘실존’ 사실 하나만으로라도 가슴 뭉클해진다.
비록 소설이 산문이라지만 내용이 어떻게 표현되느냐에 따라 운문으로도 읽힐 수 있다. 책 속에 있는 문장들을 통해 저자가 언어조탁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그 한 단면을 엿볼 수 있다.
- “잘 들어봐요. 예까지도 들린다니까. 영원히 쉬지 않고, 지친 가슴들을 평화롭게 가라앉히는 저 종소리 말이오. 이 나이 되도록 하나도 이뤄놓은 것 없는 나를 그래도 품에 안아주겠다는 섬과 종소리였소.”
「섬」 中
살구나무와 오리나무 총
겨울, 등천동 산 101번지
잿빛 웃음
섬
선택과 둔주
풀
스타일論
내려갈 수 없는 계단
타인들
“그걸 말이라고 합니까? 같은 계원끼리 그래도 된다고 생각하는 거요?” 말하면서 김상철은 시선을 돌려버렸다. 코끝이 찡해왔다. 옛 전우라도 만난 기분이었다. 마지막 순간에 도장을 찍어버린 근본적인 이유를, 그는 그제야 알 것 같았다. 방금 자신이 한 말 바로, 그대로였다. 자신이 거부한다면 그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결국은 나머지 두 사람이 기어코 해내야만 할 일이니까.
p.15
그런데 그가 탄 버스는 고속버스터미널로 가는 차였다. 그는 그 차의 행선지를 알고부터 마치 도축장으로 가는 길목에서 버둥대는 소처럼 자신도 모르게 발을 뻗디디고 상체를 잔뜩 뒤로 젖혔다. 그러나 버스는 한적해진 도로 사정으로 평소보다 훨씬 빨리 달리고 있었다. 눈을 감아버렸다. 식은땀이 나고 미열과 흉통과 속 쓰림이 또다시 엄습하고 있었다.
p.73
녀석은 몇 년 후에는 그예 집을 나가버렸고, 녀석의 각다귀 같은 행적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녀석은 어머니의 울타리를 끝없이 짓부숴왔다. 그 울타리 안에 들어오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안의 모든 것을 파괴하기 위해서였으리라. 울타리가 아무리 망가져도 어머니는 더 이상 감출 것도 없었고, 내가 가장이 되어 새로운 담장을 쌓기 시작할 때도 녀석의 행위는 계속되었다.
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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