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학교는 역량을 가르친다
2023년 11월 01일 출간
국내도서 : 2023년 01월 04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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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64251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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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개정 교육과정을 다시 개정하기 위한 교육부의 움직임이 2022년에 이루어졌다. 이는 2025년부터 고교학점제를 도입하기 위해 교육과정을 전면 개편해야 하는 이유가 가장 컸지만 그동안 학교 현장에서 이루어진 교사들의 국가교육과정에 대한 비판과 문제 제기 그리고 국가교육과정만이 아니라 지역교육과정과 학교교육과정의 중요성에 대한 논의 등이 이루어지면서 국가교육과정을 새롭게 개편해야 할 필요성도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국가교육과정에 대해 꾸준히 발전해왔지만 최근에는 국가교육과정만이 아니라 시도 차원의 지역교육과정과 학교 차원의 학교교육과정도 국가교육과정만큼 중요하다는 인식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국가교육과정이지만 국민과 교사들과 같이 만들어가는 교육과정이라는 목표를 갖고 많은 국민과 교사들이 참여하였다. 나아가 지역교육과정과 학교교육과정이 앞으로 더욱 중요하게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혁규, 온정덕, 장경원, 김희수, 황석수, 박재휘, 권향례
서문 : 역량을 키우는 ‘6년의 배움’을 만들기까지
1부_왜 역량을 가르쳐야 하는가
1. 미래 사회와 역량
2. 역량 교육 동향
3. 역량 교육을 바라보는 시선
4. 역량 교육이 어려운 까닭
5. 학교에서 역량을 교육하려면
2부_역량 교육을 어떻게 설계할까
1. ‘6년의 배움’의 준비
2. ‘6년의 배움’ 설계
3. ‘6년의 배움’ 교수학습 방법
4. 함께 만들어가는 학교교육과정 ‘6년의 배움’
3부_기초소양을 어떻게 키울까?
1. 삶을 바꾸는 힘, 문해력
2. 수학의 진짜 힘, 수리력
3. 사고와 도구의 힘, 디지털 소양
4부_핵심역량을 어떻게 키울까?
1. 스스로를 키우는 힘, 자기 관리 역량
2. 생각하는 힘, 고차적 사고 역량
3. 마음의 힘, 심미적 감성 역량
4. 함께 하는 힘, 공동체 역량
부록
1. 구미봉곡초등학교 역량 배움 지도(기초소양)
2. 기초소양별 역량 잣대
3. 구미봉곡초등학교 역량 배움 지도(핵심역량)
4. 핵심역량별 역량 잣대
구미봉곡초등학교는 경북에 소재한 경북미래학교이다. 이 학교 교사들의 실천은 지난 10여 년 동안 혁신 교육으로 불려온 전국의 많은 학교가 이루어낸 성과들을 이어받고 있다. 민주적이고 소통적인 리더십, 교사의 전문학습공동체, 교육과정 중심 학교 문화, 프로젝트 수업을 통한 수업 혁신, 업무지원팀을 통한 행정 업무 경감 등이 그런 모습이다. 이것은 문화적 맥락의 차이는 있지만,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의 공교육 혁신이 나아가고 있는 방향이기도 하다._ 4쪽
학교가 무엇을 가르칠 것인지는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 수준에서 성취기준을 통해 정하고 있다. 문제는 가르쳐야 할 성취기준이 교과별로 분절되어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가르치는 세상이 분절되어 있지 않은데 교육과정은 세상을 가르치기 위해서 학생들의 배움을 쪼개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학생들의 배움은 세상과 다르게 교과별로 분절된 결과를 낳게 된다. 어떤 사람은 교육과정을 재구성한 융합수업으로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융합수업의 성취기준 또한 교과를 벗어나지 못한다. 학생들이 교과의 개별적인 지식이나 기능, 가치를 습득하는 것만으로 예측 불가능하고 급변하는 미래사회를 살아갈 수 있을까? 당장 눈앞의 시험 결과를 넘어서 이후의 삶을 준비할 힘을 갖게 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_ 20쪽
교육부는 최근 2022 개정 교육과정을 고시하였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역량 함양이 가능한 교육과정’을 교육과정 개정의 가장 우선적인 중점으로 정하였다. 이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제시된 역량 교육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여러 교과를 학습하는 데 기반이 되는 언어, 수리, 디지털 소양 등을 기초소양으로 정하고 교과에 반영하도록 강조한 점이나, 교과 교육 방향과 성격에 대한 개념적 틀에 기초하여 핵심역량을 체계화한 점은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선언적인 역량 제시 방식에서 진일보하였고 볼 수 있다._ 43쪽
학교의 개인주의, 고립주의 문화는 상호 소통이 필요 없는 표준화된 업무를 요구하는 교육 환경과 전문직으로서의 교직 특성, 그리고 최근 워라밸을 중시하는 문화가 더해져 고착되고 있다. 이는 역량 교육의 실현에 있어 방해 요소로 작동한다. 역량 교육은 학교 구성원 모두가 학습공동체가 될 때 가능하다. 자발적인 역량 연구를 통해 우리 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이 졸업할 때까지 어떤 역량을 갖게 할지 설계하고 이를 학교교육과정에 반영할 때 역량 교육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_ 58쪽
역량 교육의 측면에서 보면 교과 중심의 학교 교육은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 교과에서 배우는 내용이 분절적이다. 역량은 복잡한 삶의 맥락에서 요구되는 문제를 지식, 기능, 가치·태도를 총동원하여 해결하는 능력이다. 우리는 실제 삶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학문을 탐구할 때 특정 교과역량만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기본적으로 해당 문제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관련 지식이 있어야 하고 이를 응용하거나 적용할 줄 알아야 한다. 또한 문제 해결에 필요한 기능을 가져야 하고, 주체적으로 해결하거나 협력하는 태도 등을 갖고 있어야 한다. 즉 다양한 교과에서 배운 것을 총동원할 수밖에 없다._ 59쪽
결국 역량 함양을 위한 학교교육과정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학교 구성원 간의 공통된 이해와 학교 구성원의 요구가 반영된 역량 선정이 우선이었다. ‘6년의 배움’ T/F모임은 한 달간 다섯 번의 모임을 통해 우리 학교의 역량을 정의할 수 있었다. 기존의 학교 철학에서 학습자의 주도성을 중요시하고 학습의 과정에서 경쟁보다 협력을 강조했기 때문에 자기 관리 역량과 공동체 역량은 그대로 가져가기로 하였다. 또 미래사회에서 요구되는 다양한 사고 능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고차적 사고 역량, 인지적인 부분에만 중점을 두는 것을 경계하고 균형 있는 역량 발달을 도모하기 위한 심미적 감성 역량까지 네 가지 역량을 핵심역량으로 설정하였다._ 85쪽
‘6년의 배움’ 도입으로 우리 학교 교육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 것은 확실했다. 다만 구체적인 자료도, 사례도 살펴보기 힘든 역량 교육에 대하여 학교 구성원들이 많이 어려워했다. 우선 역량이 너무 추상적인 개념이다 보니 역량이 무엇인지, 역량 교육과정은 기존의 교육과정과 무엇이 달라야 하는지 혼란스러워했다. 역량을 중점으로 하는 프로젝트 수업을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 기존의 프로젝트 수업과 무엇이 달라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지 못했다. 역량 함양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평가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참고할 수 있는 사례가 딱히 없어 더욱 명확한 지침을 주길 바라는 선생님이 많았다. 역량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된 다음 역량 교육과정을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이 계속 나왔고 심지어 보여주기 위한 형식적인 교육과정이라는 비판도 있었다._ 97쪽
학습자 경험의 총체를 생각하는 교육과정 역량은 단시간에 길러지는 것이 아니다. 역량의 발달이 긴 시간 동안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지도해야 함을 고려한다면 역량 교육에서 학년 간의 연계성은 반드시 담보되어야 한다. 4~5년마다 근무지를 옮기고 매년 다른 학년, 다른 교과 지도를 맡아야 하는 공교육 교사는 해당 학년도의 교육과정을 넘어선 고민을 하기 어렵다. 이는 학년 간의 교육 중점이나 방법을 분절적으로 만든다._ 109쪽
사실적 이해, 추론적 이해, 평가적 이해. 2009, 2015 개정 교육과정의 국어과 내용 체계표 및 각종 연구 자료에서 정의한 읽기 과정을 기반으로 다시 교육과정 성취기준과 교과서를 분석하였다. 성취기준의 세부 내용, 교과서에 드러난 구체적인 활동과 질문을 정리하여 사실적-추론적-평가적 이해의 3수준으로 분류하였다. 다음으로 각 수준에서 활동의 공통점을 중심으로 사실적-추론적-평가적 이해의 하위 요소를 설정하였고, 하위 요소 간 위계를 세워나갔다._ 118쪽
우리만의 문해력 교육을 만들다. 문해력 교육은 사고의 기능을 학습하는 것이므로 체계적, 명시적, 반복적인 교육이 중요하다. 체계적인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Dick & Carey의 체제적 교수 설계를 적용했다. 체제적 교수 설계는 학습 목표 및 관련 하위 기능들을 분석하여 교수·학습 방법을 구안하는 데 최적의 방법이다._ 122쪽
수업 평가 및 반성. 우리는 학생을 ‘서툰 독자’라는 출발점에서 ‘진실한 작가’라는 도착점에 이르도록 촘촘한 디딤돌을 놓았다. 학습 내용을 교육과정에 기반을 두고 재구성하여 가장 적합한 텍스트를 찾아 이해의 디딤돌을 단단하게 만드는 게 우리 수업 구성의 제일 중요한 지점이었다. 그동안 가르친다고 말하면서 늘 소홀했던 부분부터 하나하나 짚어가며 다시 시작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은 참으로 의미 있었다. 수업 실천에서 이론이 모든 것을 좌우하지는 않지만, 교수 설계 이론을 공부하면서 이론의 중요성을 느꼈고, 그동안의 수업 실천에 적지 않은 오류들이 있었음을 반성하게 되었다._ 140쪽
우리 학교에서도 수리력은 문해력과 마찬가지로 교과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였다. 수업 중 학생들을 관찰해보면 학습지 계산은 곧잘 하지만 실제 수학을 이용해야 하는 문제 상황은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우리는 학생들이 수학적인 개념을 이해하고 계산을 잘하는 능력을 넘어서 일상생활의 문제를 수학적으로 사고하고 해결할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의 생각과 기존의 수리력에 대한 정의를 바탕으로 구미봉곡초등학교의 수리력을 ‘수나 양에 대한 정보를 적절하게 이해하고 주변 사람들과 오해 없이 소통하며 자신의 삶에 활용할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하였다._ 146쪽
역량 교육과정이 도입되면서 각 학년에서는 역량 요소를 적용하는 수업을 구성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모든 역량을 이해하고 하나하나 수업에 반영하기에는 아직 연구나 이해가 부족해 어려움이 많았다. 특히, 연구 시작 단계인 수리력은 더욱더 어려웠다. 지금 상황에서 수리력을 위한 다른 어떤 새로운 수업을 구상하기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수학 기초학습 결손이 심각했기에 이를 채워주는 것이 급한 문제였다. 그래서 각 학년에서는 수리력 필수 학습 요소를 중심으로 학생들이 기본적인 개념과 원리를 충분히 이해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고 이를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기본적인 수학 수업에 집중하기로 하였다. 다만, 가능하다면 각 학년에서 수학 학습에서 배운 것들을 실제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적절한 문제 상황을 제공하거나 프로젝트 수업에 수학을 일부 도입하는 방법으로 수리력을 풀어가기로 하였다._148쪽
수리력 향상을 위해서는 단순 교과서 중심 수업이 아닌 좀 더 확장된 수업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수학이 실제 생활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상황 속에서 문제를 도입하고, 원리와 개념을 이해하는 수업을 목표로 삼았다. 또 배운 개념을 수학 시간뿐만 아니라 실제 문제 상황 속에서 활용할 수 있는 활동을 교육과정에 반영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아직 시작하는 단계라 구체적 실천 사례나 이론적 소양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다. 수리력이 일반 학교에서 기초소양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수학과의 교육 내용과 수리력의 구성 요소 간의 관계를 명료히 하고, 수학 교과와 수리력이 각각 어떻게 관계를 맺어 상호 발전되어 나가야 할 것인가 연구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것은 당장 우리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국가나 사회적으로 힘써야 할 부분이다._ 163쪽
우리 학교는 디지털 소양을 ‘윤리적 태도를 바탕으로 디지털 기술을 이해, 활용하여 정보의 탐색 및 관리, 창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으로 정의하고, 학교교육과정인 ‘6년의 배움’의 기초소양 중 하나로 적용하였다._ 168쪽
학생의 디지털 소양을 교육하기 위해서 무엇부터 준비해야 할까? 우리 학교는 전국 단위 무선 인터넷망 구축 사업이 시작되기 전에 프로젝트 수업을 위해 2학급당 하나의 무선공유기를 설치하고 학교 내 무선 인터넷망을 이미 사용하였다. 그러나 준비된 디지털 기기들은 모두 태블릿이었다. 디지털 소양을 키운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학생이 콘텐츠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콘텐츠 생산자로서 역할을 수행하는데 터치 입력 방식의 태블릿은 디지털 소양 향상 목적에 적합하지 않았다._ 172쪽
2022 개정 교육과정을 준비하며. 개정 중점을 살펴보면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역량 함양이 가능한 교육과 정으로 디지털 기초소양 강화를 포함하고 있다. 모든 교과교육을 통해서 디지털 기초소양 함양 기반을 마련하고 이와 연계하여 정보 교육과정 재구조화를 통해 자율적인 학교별 정보 교과목을 편제하도록 제안하고 있다. 구체적 실행 방법으로 초등학교는 학교장 개설 과목으로 편성이 가능하다._ 179쪽
자기 관리 역량의 재정의. 국가교육과정에 제시된 자기 관리 역량에 관한 서술을 좀 더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우리 학교에서는 자기 관리 역량을 ‘자기 자신을 지속해서 계발, 관리하는 역량’이라고 재정의했다. 그리고 총론 해설서에 제시된 자기 관리 역량 하위 요소들을 비슷한 성격끼리 통합하여 ‘자기 조절’, ‘자기주도적학습력’, ‘자아정체성’의 3가지로 간소화했다._ 185쪽
학년별 자기 관리 역량 프로젝트. 그동안 우리 학교는 프로젝트 수업을 해오면서 학년 간 주제와 수준의 차이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수업 다모임’을 통해 각 학년의 프로젝트 수업 사례를 공유하다 보면, 2개 이상의 학년에서 비슷한 주제로 프로젝트를 운영했는데 종종 그 내용과 수준이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고민을 해결하는 데 역량 배움 지도는 많은 도움이 되었다. 어떤 역량을 길러주기 위한 프로젝트를 계획할 때, 학년 간에 연계성을 갖추면서도 그 내용과 수준을 다르게 할 수 있는 기준이 생긴 것이다. 현재 각 학년에서는 ‘6년의 배움’이라는 이름의 이 역량 배움 지도를 참고하여 학년별 수준과 연계성을 고려한 프로젝트학습을 설계하고 있다._ 187쪽
자기 관리 역량과 공동체 역량의 관련성. 자기 관리 역량과 공동체 역량은 관련성이 많다. 개인과 공동체는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다. 개개인의 자기 조절 모습은 집단의 문화에 영향을 끼치고, 집단의 문화가 소속된 개인의 행동 의지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공동체 생활을 통해 새로운 자아를 발견하기도 하지만, 기존의 자아에 대한 인식이 공동체 속에서 흔들리기도 한다. 또한 규칙을 마련하거나 갈등을 해결하려는 상황처럼 개인의 영역과 공동체의 영역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을 때도 많다. 이런 이유로 프로젝트의 중점은 자기 관리 역량이었지만, 공동체 역량도 같이 고려하여 설계할 필요가 있었다._ 191쪽
사실 교사들이 가장 필요하다고 느꼈던 부분은 제대로 된 탐구를 학생들이 경험하게 하는 부분이었다. 과학 교과서의 흐름을 따라 그대로 수업하다보면 학생들이 가설을 설정하고 근거의 타당성을 검증할 경험을 갖기 어렵다는 것을 느낀다. 과학자의 과학 지식 생성 과정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과학자들은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검증 방법을 고안하고, 그 방법에 따른 결과를 예상한 후 실제 실험을 한다. 이렇게 얻은 결과와 예상한 결과를 비교함으로써 가설을 검증하는 흐름을 따르고 있다._ 217쪽
고차적 사고 역량이라는 차원 높은 사고의 신장은 한 두 번의 이벤트로는 기를 수 없는 역량이다. 사고의 흐름을 배운다는 것은 지속적이고 꾸준한 습관의 결과일 것이다. 따라서 고차적 사고 역량 프로젝트는 최소 한 학기의 흐름을 갖고 이어갈 수밖에 없다. 교과를 통합하여 다채롭게 활동을 구성하는 것도 좋겠지만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제대로 된 탐구의 방법을 익히는 것이기에 다양성보다는 깊이에 초점을 두었다. 그래서 프로젝트를 과학 교과와 창의적 체험활동만으로 구성하였다. 차후 탐구의 과정에 학생들이 익숙해지면 다른 교과와 통합하여 프로젝트를 구성해도 좋을 것이다._ 218쪽
우리 학교 심미적 감성 역량의 하위 역량 중 하나는 ‘문화적 소양’이다. 이것은 흔히 미적인 것과 관련된 것으로 예술 작품의 수용과 관련한 역량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사물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발견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이런 개념에서 더 나아가 나와 타인, 사회 현상들, 삶의 의미 등이 두루 포함된 확장된 개념이 ‘문화적 소양’이라 할 수 있다._ 242쪽
학습은 구체적이고, 즉각적이며 실생활의 문제들과 직결되어야 한다. 실생활과 관련된 프로젝트 활동을 해야 공동체 역량이 길러질 수 있다. 학생들이 이미 알고 있는 것으로부터 혹은 그것과의 적극적인 연계를 통해서 새로운 시도가 이루어져야 한다. 프로젝트학습은 학생들이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다른 학생들에게 설명하고, 가설을 함께 검증하고, 다른 학생들로부터 무언가를 배운다는 측면에서 경쟁보다는 협동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협력 과정에서 동료 의식, 갈등 상황을 겪으며 공동체 역량이 길러지게 된다._ 280쪽
2000년 이후 진행되는 학교혁신의 역사적 흐름을 배경으로 하면서, 그 학교혁신이 바로 학교 단위 교육과정의 혁신을 중심으로 진행된 혁신학교들이 전국적으로 많이 있다. 하지만 가장 보수적인 지역이라고 보통 거론되는 경상북도 구미에서 초등학교 교사들이 교육과정 논의에서도 가장 혁신적인 역량 교육과정을 학교교육과정으로 스스로 만들어 실천하고 이렇게 기록한 경우는 정말 귀한 기록물이 아닐 수 없다. 미래학교가 가야 할 길을 학교혁신이 가장 쉽지 않다고 예상했던 경상북도에서 보석처럼 나타난 것이다. 그것도 미래학교에 가장 걸맞은 역량을 고민의 핵심 지점으로 잡은 것이다.
이들이 이렇게 보석처럼 귀한 실천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다.
첫째, 학생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이다. 진보와 보수의 이념도 아니고 교육계의 유행에 민감해서도 아니다. 교사들이 학생들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학교가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 같이 진지하게 고민한 결과가 오히려 가장 미래에 맞는 학교의 모습을 만든 것이다.
둘째, 이런 학생들에 대한 애정을 교사들 각각 개인적 노력에 그치지 않고 학교 내에서 전문적학습공동체를 만들고 공동작업을 했다는 것이다. 특히 ‘6년의 배움’이라는 학교교육과정을 완결성 있게 만들어낸 것은 보석같이 빛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여기에 기초소양으로 문해력, 수리력, 디지털 소양을 정하고, 핵심역량으로 자기 관리 역량, 고차적 사고 역량, 심미적 감성 역량, 공동체 역량을 정한 것은 단위 학교에서 교사들이 현장에 기반한 고민을 정확히 정리한 것이다.
셋째, 이런 학교교육과정을 만드는 노력이 2015 개정 교육과정, 2022 개정 교육과정 등 국내의 교육계 흐름만이 아니라 OECD, UNESCO 등 국제적 교육 흐름에 맞는 역량을 키우는 교육과정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것이다. 결코 쉽지 않은 것임에도 지식 위주의 배움에만 그치지 않고 학생들이 미래의 주인공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초적인 역량과 핵심역량을 찾아 정리하고 이를 6년간 어떻게 배울 수 있도록 할지를 지도처럼 만들었다는 것이다.
물론 아직 충분한 실천이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일부에서는 문제점도 드러나고 고민되는 지점들도 있다. 하지만 봉곡초등학교 교사들은 외친다. 다른 학교들도 같이 해보자고. 그래서 이런 실천들을 같이 나누자고. 그 실천의 기록을 모으고 쌓아서 진짜 제대로 된 학교혁신을 이루고 모든 학교가 자기들의 교육과정을 만들어보자고. 그래서 미래를 대비하는 역량 교육과정이 우리 학교에 자리 내리고 결국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미래를 만들자고.
이 책은 경상북도 구미의 한 초등학교에서 몇 년에 걸쳐 교사들이 같이 전문적학습공동체를 운영하면서 역량에 기반한 학교교육과정을 ‘6년의 배움’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내고 실천한 기록들이다.
이런 기록들은 학교와 교사들에 대한 국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 속에서 아이들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6년간 학생들의 배움을 기획하고 교수활동의 방향을 같이 설정한 드문 경우에 대한 이야기이다.
특히 지식 위주의 학교 교육 속에서 역량을 중심에 두고 교사들이 공동으로 연구하고 실천한 뒤 이를 정리하여 구체적으로 교육과정으로 엮어낸 결코 쉽게 찾아보기 힘든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1부는 ‘왜 역량을 가르쳐야 하는가?’라는 제목으로 봉곡초등학교에서 교사들의 연구와 실천을 전체적으로 이끈 장계영 교감선생님의 글이 들어 있다. 일반적으로 학교혁신을 이루기 위한 혁신학교들은 학교의 비전과 핵심적인 가치를 중심으로 학교교육과정이 이루어지고 이어서 학년별 추상적 가치를 앞세우는 교육과정과 달리 역량을 중심에 두고 6년간의 통합적 배움을 기획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밝히고 있다.
1부에서 우리는 역량을 기반으로 하는 학교교육과정이 왜 미래교육에 필요하며, 어떤 어려움을 극복했고, 결국 봉곡초등학교에서는 어떤 생각으로 이런 노력이 이루어졌는지를 자세히 밝히고 있다. 아마도 다른 혁신학교들과는 다르게 봉곡초등학교 교사들이 무슨 생각을 했으며 어떤 노력을 하려고 했는지 자세히 알 수 있게 정리되어 있다.
2부는 ‘역량 교육을 어떻게 설계할까?’라는 제목으로 ‘6년의 배움’을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설계한 도영록 교무부장의 글이 실려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이 졸업하기까지 6년 동안 학교에서 일관된 목표와 흐름을 바탕으로 교사 전체의 도움을 받아 성장하도록 돕는 학교교육과정인 ‘6년의 배움’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밝히고 있다. 다른 학교들도 크게 도움이 되는 내용이 될 것이다.
3부는 ‘기초소양을 어떻게 키울까?’라는 제목으로 봉곡초등학교에서 같이 설정한 3개의 기초소양에 대해 구체적인 실천 경험을 기록하고 있다. 문해력, 수리력, 디지털 소양에 대해 3명의 교사가 자기 학년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한 것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어 다른 학교의 교사들에게도 실천적 참고가 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교수학습 방법보다는 기초소양을 3가지로 설정한 이유와 그렇게 단위 학교에서 이를 교사들이 토론을 통해 결정한 과정도 중요하다. 그 뒤 이를 실천하는 구체적인 과정들이 있어야 할 것인데 이를 설명하면서 나아가 다른 학교 교사들과 같이 이런 경험을 나누고 토론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4부는 ‘핵심역량을 어떻게 키울까?’라는 제목으로 역시 봉곡초등학교에서 같이 설정한 4개의 핵심역량에 대해 구체적인 실천 경험을 기록하고 있다. 자기 관리 역량, 고차적 사고 역량, 심미적 감성 역량, 공동체 역량에 대해 4명의 교사들이 자기 학년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한 것을 역시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들은 학생들의 학년별 성장 과정을 참고하면서 각 학년별 교육과정이 학년별로 연계되도록 하면서도 학생별 성장에 맞추어 교수학습을 하는 구체적인 사례들을 설명하고 있다. 다른 학교 교사들도 참고하면서 같이 토론할 거리를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이제 교육과정은 국가교육과정만 있는 시대는 지났다. 학교 단위에서 교사들이 전문적학습공동체를 통해 같이 토론하면서 학교교육과정을 스스로 만들어갈 시대가 된 것이다. 특히 지식 위주에만 머물지 않고 역량을 키우는 새로운 미래형 교육과정을 학교 단위에서 만들어가는 것이 더 일반화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많은 학교들이 서로 같이 이에 대해 토론하고 더 발전시켜나감으로써 현장에 기반한 진정한 의미의 올바른 교육과정들이 자리 잡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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