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수 없는 사람 (장애인 접근성 전자도서)
2023년 11월 11일 출간
국내도서 : 2023년 06월 15일 출간
- eBook 상품 정보
- 파일 정보 ePUB (6.24MB)
- ISBN 97911611520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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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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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수 작가는 지금 이 땅의 소설가들이 대다수 건드리지 않거나 손을 놓고 있는 탈북자 관련 이야기를 연작소설로 썼다. 특히 북한 여러 곳을 둘러본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사람이 북한에 불시착했을 때 겪을 법한 일을 경험 반 상상력 반으로 썼는데 7편의 소설이 모두 아주 극적인 상황으로 치닫는다. 주제의 깊이도 만만치 않지만 이야기의 재미도 놓치지 않는 김미수 작가의 장기가 이번에 아주 제대로 발휘되었다고 본다.
독자는 이 소설집을 일단 손에 들면 순식간에 읽을 것이다. 그리고 북한 사회가 어떤 곳인가를 대충은 알게 될 것이고 왜 탈북민이 3만 5천 명을 넘어섰는지 알게 될 것이다.
- 이승하(시인・중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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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수의 강
두 남자
벽
내일의 노래
작품 해설 | 국경을 넘어 동토에 뛰어들다 … 이승하
* * *
붙잡히면 어쩌려고 여자를 떠민 겁니까! 내가 소리치자 사람들이 모두 뒤돌아본다. 아니, 각자 잘살면 된다더니 왜 소리 지르고 지랄이야. 분명히 그 말을 한 것은 천이다. 순간 나는 천이 앉아 있는 곳까지 단숨에 내닫는다. 내가 휘두른 주먹에 천의 머리가 옆으로 휙 돌아가고 코피가 주르르 흘러내린다. 청바지와 분홍셔츠가 나를 천에게서 떼어내려고 애쓴다.
이런 나쁜 새끼. 기도는 뭐고 인권은 얻다 삶아 먹었어? 천은 손수건으로 코피를 닦더니 나를 보고 씨익 웃는다. 그 웃음이 이상하게 내 뜨겁던 피를 한순간 서늘하게 만들어놓는다.
- 「음모가 있을 수 있습니다」 중에서
* * *
빵 한 조각을 먹으면서도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구나. 그러니 지금 행복하다. 그렇게 시철에게 보란 듯 말해 주고 싶었다. 아무리 인간을 네 벽에 가둬도 자유란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자유를 상상할 수 있고 그 상상으로도 자유를 얻을 수 있다고. 그런 말이 네 벽에 가두고 자신을 이용할 말을 하도록 강요하는 그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저항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네 벽에 갇혔지만, 이곳에서도 행복하다고, 자유를 누려 본 자는 빵 한 조각을 씹으면서 네 벽에 갇혀 지내도 자유를 상상하면서 행복할 수 있다고, 그런 말을 시철에게 들려주고 싶은 욕망을 느끼기도 했다. 다만 그런 말을 시철이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시철은 단칼에 자르듯 말할 것이다. 헛소리 집어치우라고.
- 「벽」 중에서
* * *
“한국 가면 시를 실컷 써야지.”
려철이 노인의 말을 끊으며 말머리를 돌렸다.
“난 한국에 돌아가면 시 따윈 쳐다보지도 않을 거야. 시를 써서 돈이 되나, 밥이 되나. 한국 가서 시 쓰겠단 시시한 말은 뭘 모르니까 하는 소리지.”
“그래도 한국 가면 제일 해보고 싶은 게 바로 시시하기 짝이 없게 사는 거야. 누구 간섭도 받지 않고, 시를 쓰면서 그렇게 살 수 있다면 뭘 바라겠어?”
자본주의사회가 얼마나 아등바등 살아야 되는 곳인지 모르고 하는 말이라고 충고해 주고 싶었지만 나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하긴 아등바등 살다 가는 것이 인생인지도 모를 일이니까. 더군다나 시를 쓰겠다고 말하는 려철의 얼굴에는 모처럼 붉은 생기가 피어나고 있었으니까.
- 「내일의 노래」 중에서
작가정보
201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미로」가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소설직지』로 2013년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을 수상하였다. 이듬해에 단편 「내일의 노래」로 북한인권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소설직지』와 소설집 『모래인간』이 세종도서 문학나눔에 선정되었다. 결핍감으로 요동치는 청춘의 방황을 그린 장편 『재이』와 분노와 폭력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장편 『아빠 살고 싶다』가 있다. 최근작으로 장편 『바람이 불어오는 날』을 발간하였다. 사라진 탈북자 출신 사업가를 찾아 휴전선 넘어 북한으로 잠입한 진보적 언론사의 북한 전문 기자가 그 금지된 땅에서 맞닥뜨리는 일들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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