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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프리카 원조는 작동하지 않는가

초록비책공방

2023년 11월 10일 출간

국내도서 : 2023년 05월 2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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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17.49MB)
ISBN 9791193296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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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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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는 수십 년간 세계의 대외원조가 꾸준히 이뤄진 곳임에도 계속해서 기아와 빈곤, 불평등의 대명사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제는 미국, 중국 등의 열강은 물론 유럽, 아시아의 여러 국가가 앞다투어 개발협력을 하려는 대상으로 변모 중이다. 이는 아프리카가 새로운 시장과 국제정치 세력으로 성장할 큰 잠재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도 이런 세계적 움직임의 예외가 아니라서, 지금까지는 그리 활발하지 않았던 아프리카 개발협력을 최근 들어 활력 있게, 그리고 대규모로 개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실 과거 몇십 년 동안의 역사를 돌이켜봤을 때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이뤄지는 아프리카 대외원조는 그리 성공적이라 할 수 없었다. 그 대표적인 원인으로 지적된 것이 아프리카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한 원조 규모였다. 이것이 맞다면 규모를 키우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겠으나, 아프리카 전문가의 시각으로 보면 이는 오히려 아프리카의 문제들을 키울 뿐 아니라 향후의 원조를 비효율·비효과적으로 낭비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이 책은 세계의 대표적 국제개발협력 기구인 세계은행에서 아프리카 담당자로 오래 일한 로버트 칼데리시가 아프리카 대외원조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예리하게 파헤치고 앞으로의 아프리카 개발협력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점들을 제안한 책이다. 아프리카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대외원조는 그곳을 발전시킬 수도, 그곳과 새로운 정치적·경제적 우방의 관계를 맺을 수도 없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아프리카와의 관계를 본격적으로 다져나가려는 이 시점에 반드시 탐독해야 할, 나침반과도 같은 책이 될 것이다.
2023년, 한국의 독자에게
2015년판 서문
2006년판 서문

1부_ 아프리카는 무엇이 다른가
1장. 변명거리 찾기
2장. 다양한 시각에서 본 아프리카
3장. 권력을 가진 악당들
4장. 문화, 부패, 정당성

2부_ 최전방 이야기
5장. 탄자니아: 아프리카식 사회주의
6장. 코트디부아르: 기적의 종말
7장. 중앙아프리카의 불화

3부_ 사실과 마주하기
8장. 경제학의 실패
9장. 국제원조의 험난함
10장. 차드-카메룬 송유관
11장. 가치의 충돌

4부_ 미래를 향해
12장. 아프리카를 바꾸는 열 가지 방법
13장. 새로운 시대

해제
옮긴이의 글
출처
참고문헌

내 이상을 공유하는 북미 및 유럽 사람의 대부분은 거버넌스를 강조하며 더 많은 원조가 아프리카를 도울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나는 그런 환상을 깨뜨리고 싶다. 아프리카인들은 돈보다 숨 쉴 수 있 는 공간을 더 필요로 한다. 마셜 플랜이 필요한 게 아니라 빈곤과 싸우는 몇 안 되는 정부에 대한 진정한 지원, 그에 더해 아프리카 대륙의 나머지 지역에서 억압과 폭력에 저항하는 수백만 아프리카인에 대한 정치적 지지가 필요한 것이다. 그저 형식적인 민주주의가 아니라 “정부나 이웃이 뭐라 말할지 두려워하지 않고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자유롭게 영위할 수 있는 사회” 말이다. - 「2006년판 서문」 중에서

내 책이 출판된 후로 아프리카가 변한 게 없다는 뜻은 아니다. 아프리카의 일부 국가들은 지난 10년간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였고, 정치적 담론들은 대륙 전체에 권리의식을 불러일으켰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르완다는 이제 이탈리아보다 사업을 하기에 좋은 여건을 갖춘 국가가 되었다. 그리고 아프리카인들은 무능한 정부에 대해 보다 큰 반감을 표출하고 있다. (중략) 그러나 이러한 진전을 과대평가해서는 안 된다. 아프리카의 경제성장은 대부분 유가와 원자재가의 상승 때문이며 절대다수의 아프리카인의 삶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 「2015년판 서문」 중에서

아프리카 정부들은 왜 정부가 국제기구와 협상하고 있는지를 대중에게 절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물론 그들에겐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음이 분명했지만 말이다. 그 정부들, 그리고 때로는 일부 민간기업 들은 개혁에 믿음이 없거나, 대충 동의했거나, 혹은 원조 관계자들이 방심할 경우 개혁을 깎아내렸다. 그 결과 ‘위기’는 그들 자신이 아닌 타인 탓에 초래된 것으로 보였다.
전체 개혁 과정이 틀어진 것도 대개는 아프리카 정부들이 국민들에게 상황을 전혀 공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프리카가 세계시장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 국가예산이 필수 자재와 물자 확보는커녕 공무원들의 급여 지급도 간신히 감당하는 수준임을 아는 아프리카인은 거의 없었다. 아프리카인들이 목격한 것은 사회기반시설과 공공 서비스의 붕괴뿐이었다. 그들은 자국 정부에 대한 불신이 깊었으며, 빈곤을 줄이고자 말하지만 매번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듯한 외부기구들은 더욱 신뢰하지 않았다. 아프리카의 생산 및 유통 비용이 높고 투자환경이 열악하다는 근본적 문제는 아프리카를 지원하려는 서구의 서툰 노력에 가려졌다. - 「1장. 변명거리 찾기」 중에서

아프리카의 도를 넘는 행위, 그리고 그에 대한 변명은 이미 충분히 나빠져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아프리카의 행위들을 설명하려 애쓴 옹호자들의 변명은 오히려 사태를 더 악화시켰다. 유럽인들은 아프리카 의 국가형성 과정을 자신들의 그것에 비유해왔다. 아프리카의 잦은 전쟁과 철권통치를 15세기 영국의 장미전쟁 및 16세기 프랑스의 가톨릭과 개신교 간의 투쟁과 비교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얼핏 그럴듯해 보이는 이 비교에는 모순이 있다. 사람들은 아프리카가 기술발전에 있어 특정 단계를 거치지 않고 다음 단계로 진입함으로써 경제 또한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만약그렇다면 아프리카 대륙은 타 대륙 국가들의 경제적 발전뿐 아니라 정치적 실패에서도 반면교사로 삼을 부분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 - 「3장. 권력을 가진 악당들」 중에서

네 번째로, 정치적 교정이 필요한 시각은 세계화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국제무역이 어떻게 가난하고 무방비 상태에 있는 국가를 도울 수 있는지 궁금해한다. 그들은 ‘밀물이 들어오면 모든 배가 들어올려질 것’이라는 경제 이론가들의 주장을 의심하고, 번영이 세계에 퍼지고 있다는 증거를 거의 보지 못하며, 여전히 크게 나타나는 국가 간 소득격차를 더 우려한다. 그들의 우려는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깊고 널리 공유된다. 다른 사람들은 더 나아가 세계 경제를 도덕적 전쟁터로 묘사한다. 그들에 따르면 기업의 이윤은 ‘피 묻은 돈’이고, 세계무역기구는 ‘전쟁 기계’이며, 부유한 국가는 ‘가난한 사람들과의 세계 전쟁’을 벌이고 있다. 표현 형태가 세속적이든 극단적이든, 서구의 이러한 감수성은 아프리카 지식인들이 자신의 문제에 대한 책임을 다른 이들에게 전가하도록 허용한다.
- 「4장. 문화, 부패, 정당성」 중에서

개발기구들은 민주주의와 인권 문제를 오랫동안 기피해왔다. 그러다 드디어 1980년대 후반부터, 그리고 상황이 최악이었던 아프리카에서 원조 관계자들은 '거버넌스'에 대한 우려를 공개적으로 나타냈다.
그러나 이 예민한 표현은 핵심 문제를 비껴갔다. '거버넌스'라는 전문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서방 정부는 정부의 책임과 정보, 권한의 분산, 사법 제도, 공무원 개혁, 군비 지출, 부패, 비정부기구와의 관계와 같은 정부 내부 사안에 대해 논평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알맹이 없는 담론은 법치와 시민들 간의 개방 및 평등 문화를 강화하는 데 도움 되는 바가 거의 없었다. (중략)
지난 5년간 세계 기구들의 공식 성명은 더욱 거세졌다. 일례로 2002년 3월 멕시코 몬테레이에서 열린 유엔 개발자금 조성에 관한 국제회의는 원조 수준을 명시적인 정치적 개혁과 연결하는 데 근접했다. 그 러나 실제로 변경된 것은 거의 없었다. EU는 민주적으로 보이려는 시도조차 더 이상 하지 않는 토고 같은 작은 나라들, 그리고 코트디부아르와 짐바브웨처럼 내전 직전에 있는 큰 나라들에 대한 지원을 중단했다.
 - 「9장. 국제원조의 험난한 길」 중에서

기존의 권고들과 달리, 아프리카 국가 대부분에 대한 직접적 해외원조는 늘리지 말고 오히려 줄여야 한다. 예산이 적을수록 필연적으로 더 잘 관리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원조를 둘러싼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고, 엄격한 기준들을 충족시키는 몇 안 되는 나라에서의 프로젝트를 선택, 준비 및 감독할 시간도 늘어날 것이다.
직접적 원조의 축소로 절감된 재원의 일부는 지역대학 설립, 다 국적 인프라 프로젝트, 농업 연구 및 국가 간 에이즈 관련 계획 등 보다 보편적인 목적을 위해 전환시킬 수 있다. 이런 지원은 여러 국가에게 동시에, 또는 아프리카 전 대륙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풍부한 원조는 헛된 희망을 갖게 하고, 인적 자원을 포함한 대륙 내 자원의 개발계획을 무력화하며, 서양의 양심을 달래줌과 동시에 향후 닥칠 더 큰 공포에는 둔감해지게 만든다. 전문인력의 지속적 이탈과 나쁜 정책들은 질병과 기근, 실업 및 자포자기를 더욱 확산시킬 것이 다. 그런 환경에서는 오직 정치적 변화만이 상황 변화에 대한 희망을 심어줄 수 있다. - 「12장. 아프리카를 바꾸는 열 가지 방법」 중에서

가난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는 더 나은 미래를 건설할 수 있는 엄청난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중략) 현재 해외에 보유된 아프리카 저축액의 40퍼센트는 잠재적으로 자국 내 투자가 가능하다. 또한 해외에는 아프리카의 정치적·경제적 전망이 밝아지면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 재능 있고 경험 많은 아프리카 인재들 수천 명이 있다. 더불어 아프리카에서는 돈과 아이디어를 통해 보다 직접적으로 아프리카인들을 지원하려는 많은 정부와 민간 자선단체들의 선한 행동들이 계속되고 있다.
아직 붕괴되지 않은 한 가지는 바로 아프리카의 정신이다. 아프리카가 가진 고집의 일부는 단순한 인간의 생존본능에서, 또 다른 일부는 진실과 마주하는 것을 꺼리는 데서 비롯된다. (중략) 지금, 아프리카는 잠시 희망이 멈춘 상황이다. 아프리카의 인간적 아름다움, 잠재력, 고통에 익숙한 이들만이 향후 10년 안에 돌파구를 희망할 수 있다. 오직 아프리카인들만이 자신들을 억압하는 테11러, 가난, 평범함의 순환을 끊을 수 있음을 그들은 다른 어떤 이들보다 잘 알고 있다. - 「13장. 새로운 시대」 중에서

아프리카 대륙은 발전하고 있을까, 퇴보하고 있을까?
국제원조는 아프리카의 발전에 정말 도움이 될까?

바싹 마른 몸의 아이들, 빈곤과 기아가 일상인 환경, 피비린내 나는 내전, 위정자들의 독재와 폭정, 목숨을 걸고 외국행 보트를 타는 난민들……. 지난 몇십 년간 ‘아프리카’ 하면 우리가 흔히 떠올려온 것들이다. 그리고 이렇듯 ‘열악하고 빈곤한’ 지역의 대명사인 아프리카를 위해 그간 세계 각국과 기구들은 지속적으로, 때로는 대규모의 대외원조를 시행해왔다.
그러나 최근 이뤄지는 대(對)아프리카 원조는 단순한 인도주의적 차원의 목적을 넘어서고 있다. 경제가 전반적으로 과거보다 침체되어 강대국들의 패권경쟁이 심화하는 세계적 상황에서 아프리카는 새로운 시장이자 지구촌 마지막 성장동력, 그리고 정치적 아군으로서의 잠재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미국 재무장관 재닛 옐런(Janet Yellen)과 중국 외교부장 친강(秦剛)은 2023년이 시작되자마자 각각 아프리카 순방에 나서 향후 아프리카의 발전을 위한 투자를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거대한 아프리카 대륙을 강력한 우군으로 만들어 유지하겠다는 것이 양국의 속내다.
한국도 이런 세계적 움직임에 가세했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와 플랜트산업협회는 아프리카 21개국을 초청해 ‘한-아프리카 통상산업협력 포럼’을 개최, 양측의 교역 및 산업협력 수요 확대의 모색에 나섰다. 이 포럼에서 한국 측은 산업·에너지 분야에서의 공적개발원조를 적극 추진해나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또한 이와 별개로 한국 정부는 대아프리카 지원 규모를 2019년 대비 2030년까지 2배 이상 확대해 아프리카의 지속가능발전 목표 달성을 지원할 계획임을 공개하기도 했다
여기서 몇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최근의 이런 움직임이 있기 전까지 아프리카에 이뤄졌던 세계적 대외원조는 충분히 효과적이었을까? 수십 년간의 대외원조가 있었음에도 여전히 아프리카가 빈곤과 기아, 낙후 지역의 대명사인 것은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그런 문제들이 아직도 그대로인 이유는 지금까지의 원조 규모가 턱없이 작았기 때문일까? 대외원조 규모를 확대하면 아프리카의 발전을 이끌어낼 것이 분명할까? 아프리카에 대한 원조금을 효율적으로 투자해 최대의 효과를 이끌어내려면 어떤 점들을 고려해야 할까? 이 책은 바로 이런 질문들에 답하는 책이다.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에서 성공적이었던 원조가
아프리카에서는 불가능했던 이유

저자인 로버트 칼데리시는 세계 최대의 원조기구인 세계은행에서 경력의 대부분을 쌓았고, 선진국들의 원조 관행을 조정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일했다. 또한 세계은행에서 아프리카 대변인으로 일하는 동안엔 아프리카 대륙에서 변화를 잉태시키고자 하는 많은 이들과 함께 머리를 맞댔고, 탄자니아와 코트니부아르에 세계은행 지부장으로 부임해 현장 경험을 축적했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치는 동안 그는 소농부터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이념과 문화의 차이가 매우 큰 수천 명의 아프리카인들과 접촉하고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 속에서 아프리카에 대해 이뤄지는 국제원조가 그간 실패했던 이유 및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안들에 대한 인사이트를 갖기에 이르렀다.
앞서의 질문에 대한 그의 대답을 먼저 밝히자면 이렇다. “원조 규모를 키우는 것만으로는 아프리카를 구할 수 없다.” 과거에 있었던 아프리카 국제원조들의 상당수가 실패한 것은 규모가 작았기 때문이 아니라는 뜻이다.
칼데리시가 지적하는 실패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가장 큰 것은 ‘필요에 따라 개발 정책의 우선순위를 설정 및 시행하고 그에 필수적인 기관을 설립하는 정부가 아프리카엔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아프리카의 현실과 대비시켜 저자가 대표적 예로 드는 나라가 한국이다. 1960년대의 한국은 가나만큼 가난했지만 30년 후엔 아프리카에 원조를 제공할 만큼 부강해졌다.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작은 국가들에서 이런 변화가 가능했던 것은 우수한 경제 정책, 견고한 공공재정, 낮은 인플레이션, 명료한 투자 규정 덕분이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더불어 아프리카에서 자생한 독재정치, 아프리카의 잘못된 정치적·행정적 관행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은 채 원조의 목표에 대해서만 논의하려 하는 서방국들, 아프리카 대륙 내 국가들이 경제에 대해 갖는 경시적 시각, 이 모든 문제에 맞서는 데 필요한 힘과 동기를 잃어버린 아프리카인들의 현실 등이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모두 하나같이 아프리카의 대내외적 상황과 객관적 진실을 정확히 파악한 이가 아니라면 결코 이야기할 수 없는 것들이다. 전문 보고서처럼 딱딱하지 않고 무게도 잡지 않은, 그저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듯 풀어놓았는데도 날카롭고 예리한 시각을 실로 이 책의 많은 곳에서 느낄 수 있는 이유다.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그러면서도 집약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국제원조와 관련된 아프리카의 대내외적 문제들

저자는 이젠 아프리카에 대한 담론 대부분을 지배하는 과도한 절망이나 우아함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또 아프리카의 인재와 기업들을 해방시켜줄 수 있는 구체적 대책을 아프리카인들과 전 세계가 제안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를 위해선 그간 외면받아왔던 몇몇 불쾌한 진실이 공유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고, 이 책은 그 생각을 보다 구체적으로 풀어놓았다.
〈1부. 아프리카는 무엇이 다른가〉에서는 현재의 아프리카가 겪는 문제들의 원인이라 여겨온 요인, 즉 노예무역, 식민주의 냉전, 높은 부채, 국제기구의 조치 등을 회의적 시각에서 점검하고, 아프리카에서 자생한 독재정치가 각 국가에 얼마나 해악적이었는지를 여러 나라의 예로 보여준다. 아울러 아프리카 고유의 문화와 가치가 오히려 그 대륙에 대한 탄압을 묵인하기 위해 어떻게 왜곡되었는지도 함께 살펴본다.
〈2부. 최전방 이야기〉는 일련의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발생한 만성적 문제들을 직접적으로 다룬다. 그러한 국가들 중 저자가 특별히 주목하여 자세히 기술한 두 나라는 탄자니아와 코트디부아르다.
줄리어스 니에레레 대통령의 주도하에 아프리카식 사회주의를 표방한 탄자니아는 역설적이게도 ‘자립’을 강조한 덕에 매우 많은 국제원조를 받았다. 그러나 부를 창출하기보다는 흡수하는 국영기업들, 경제성장의 속도보다 빠른 정부 조직 확대로 야기된 예산 부족, 처음에는 억제되는 듯했으나 점차 퍼지기 시작한 부정부패, 실질적인 경제적 인센티브보다는 국가적 자부심에 호소해 농업을 발전시키려 했던 오판 등으로 비전의 현실화에 실패했다. 코트디부아르의 경우는 국민의 노력, 비옥한 토양, 좋은 입지에 힘입어 기적과도 같은 경제적 성공을 이뤘고,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는 번영과 안정을 누릴 수 있었으나 국부(國父)였던 펠릭스 우푸에부아니의 지나친 반대 세력 통제, 부정한 방식을 통한 엄청난 사유재산 축적 등으로 인해 1999년 12월 군부의 정부 전복이 일어나며 기적도 끝나버렸다. 이 두 나라와 관련된 내용은 각국의 개별적 역사뿐 아니라 아프리카 대륙이 대외원조와 관련해 고질적으로 겪어온 갖가지 문제들을 집약해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3부. 사실과 마주하기〉에서는 서방국들이 아프리카를 지원할 때 당면하는 어려움, 그리고 아프리카 정부들과의 개별적인 정책 추진에 걸림돌이 되었던 요인들을 살펴본다. 특히 세계적 이슈가 되었던 차드-카메룬 송유관 프로젝트 진행과 관련한 스토리는 아프리카의 미래에 투자할 경우에는 좀 더 적극적인 개입이 효과적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더불어 아프리카의 문제를 바라보고 인식하는 데 있어 세계와 아프리카 지도자들 사이의 크나큰 간극을 보여주는 실례들도 함께 제시한다.
이 책의 실질적 가치는 아프리카의 문제들을 적나라하게 파헤치는 데 있지 않다. 〈4부 미래를 향해〉에서는 개발협력 전문가인 저자가 아프리카의 진정한 발전을 바라며 애정 어린 시각으로 역설한 아프리카 대외원조 정책 변화의 필요성과 아프리카를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시킬 대외원조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10가지 제안을 통해 제시한다.

리스크와 가능성 모두를 품은 아프리카 개발협력,
아프리카 전문가의 현실적이고 냉철한 제언이 필요한 이유

이런 점에서 아프리카 대외원조엔 우리가 아직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리스크가 여럿 존재한다. 그러나 이 책의 실질적 가치는 아프리카의 문제들을 적나라하게 파헤치는 데만 있지 않다. 아프리카의 진정한 발전을 바란다는, 그리고 아프리카인들에게 내재된 강인한 미덕과 문화가 건설적으로 발현하길 바란다는 사실은 책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이러한 애정 어린 시각으로 저자는 현재까지의 아프리카 대외원조 정책이 변화해야 할 필요성을 역설하며, 아프리카를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시킬 대외원조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를 열 가지 제안을 통해 제시한다.
저자가 내놓은 제안들 가운데 어떤 것들은 급진적이고, 어떤 것은 전통적 시각과 정면으로 배치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각 국가에 대한 직접적 원조의 50퍼센트 축소’다. 직접적으로 이뤄지는 아프리카 대외원조는 오히려 그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예산이 적을수록 필연적으로 더 잘 관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의 대외원조 관련 예산이 축소되면 아프리카 국가들은 원조금을 둘러싸고 국가 간에 건설적 경쟁을 치열하게 벌일 테고, 엄격한 원조지원 조건들을 충족시키는 소수 국가들의 프로젝트가 원조 대상으로 선정될 수 있다.
제안 중에는 ‘공개적 정치토론과 공정한 선거’라는, 기존의 아프리카 정치지도자들이 암묵적 혹은 노골적으로 외면해왔던 정치적 사항들을 국제사회가 원조와 관련시켜야 한다는 것도 있다. 수년간 원조기구들은 아프리카 국가들의 정부 자체보다는 ‘거버넌스’에 대해 논하고, 또 정치와 경제 사이엔 직접적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회피하며 원조를 진행해왔다. 아프리카 국가들에게도 ‘사생활’을 가질 권리가 있다고 여긴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아프리카에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스스로 일으키는 대대적 개혁이기에, 이러한 ‘무개입’ 원칙은 더 이상 고려되어선 안 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초판이 2006년에 나왔다는 점에서 혹자는 이 책이 시의적으로 상당히 뒤떨어졌을지 모른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저자는 2023년 한국의 독자들에게 띄우는 글을 통해, 책을 처음 집필했을 당시와 현재의 아프리카 상황이 근본적으로는 크게 달라진 바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한다. 아프리카 대외원조에 대한 국가와 정부 차원의 관심과 규모가 늘어난 지금, 이 책은 향후 이뤄질 원조에 따르는 리스크는 줄이고 효율과 효과의 가능성은 높일 것이란 점, 그래서 아프리카를 한국의 또 다른 우방으로 구축해나갈 가능성도 열어준다는 점에서 반드시 참고해야 할 필독서다.

작가정보

전 세계은행 중앙아프리카 지부장, 경제학자.
1968년 로즈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캐나다 몬트리올 대학에서 역사,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경제학, 서섹스 대학에서 아프리카 역사를 공부했다. OECD 및 캐나다 국제개발청 근무 후 세계은행의 여러 수석직을 맡으며 30년간 국제개발 분야에 종사했고, 특히 1997년부터 2000년까지 아프리카 국제 대변인을 역임했다. 프랑스, 코트디부아르, 탄자니아, 영국, 미국에 거주했고 현재는 몬트리올과 파리를 오가며 컨설턴트 및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가 쓴 『The Trouble with Africa: Why Foreign Aid Isn't Working』은 2006년에 「이코노미스트」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어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았다.

1995년 수출입은행에 입사하여 근무하던 중 2017년 탄자니아 대외경제협력기금 사무소장으로 부임한 후 개발협력 현장을 오가며 아프리카 개발협력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2020년 초 한국으로 귀국한 후 EDCF 사업부서에서 근무하다가 다시 2022년 초 가나 EDCF 사무소장으로 부임해 현재 가나에서 근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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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왜 아프리카 원조는 작동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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