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의 언덕
2023년 09월 25일 출간
국내도서 : 2023년 09월 0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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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일 정보 ePUB (16.22MB)
- ISBN 97911907106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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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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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소설가 백온유, 「추천의 글」 중에서
영국의 한 벽촌에서 나고 자라 서른의 짧은 생을 살다 간 비운의 작가 에밀리 브론테가 남긴 유일한 소설 『폭풍의 언덕』. 이 소설은 폭풍 같은 바람이 휘몰아치는 요크셔 황야에 자리한 한 저택에서 벌어지는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에밀리 브론테는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을 잔인한 복수로 대갚음하려는 히스클리프의 광기 어린 집착을 작품에서 강렬한 필치로 담아낸다.
『폭풍의 언덕』은 야만적이고 비도덕적인 인물 묘사로 당시에는 혹평이 이어졌으나, 이후 작품의 비극성과 시성을 인정받으며 서머싯 몸과 버지니아 울프의 극찬을 받았고, 세계 10대 소설은 물론 영문학 3대 비극으로 손꼽히게 되었다! 또한 지난 170년간 수많은 연극과 영화, 오페라 등으로 끊임없이 재생산되며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사랑받는 고전 중 하나임을 증명해 왔다.
특별히 ‘앤의서재 여성작가 클래식’에서는 국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여성 문학가의 추천의 글을 함께 실었다. 추천의 글을 통해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위험한 시대에 글을 쓰며 창조적 삶을 살았던 그녀들의 작품’이 지금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와 삶의 영감을 한층 생생하게 전한다.
제1권
제2권
작가 연보
“지하 감옥에 갇힌 사람이 집에서 흔히 보던 거미보다 그곳에서 만난 거미를 더 특별히 여기듯이 내게는 도시 사람들보다 이곳 사람들이 더 가치 있어요. 난 원래 어떠한 사랑도 1년을 넘길 수 없다고 철석같이 믿었던 사람인데 여기서라면 평생을 가는 사랑도 가능할 것 같아. 시골은 배고픈 사람이 한 가지 요리를 놓고 집중해서 참맛을 음미하는 격인 반면 도시는 프랑스 요리사들이 차린 식탁에 앉는 격이랄까. 주린 배를 채우기야 매한가지겠지만 요리 하나하나에 할애하는 관심과 기억은 미미할 뿐이지.”
_110~111쪽
“저기 저 사악한 인간이 히스클리프를 비천한 신세로 끌어내리지만 않았어도 난 이런 혼인은 할 생각조차 안 했을 거야. 그렇다고 지금 상태로 히스클리프랑 혼인하면 내 격이 떨어지고. 그러니까 내가 걜 얼마나 사랑하는지 걔는 절대 알면 안 돼. 걔가 잘생겨서가 아니야, 넬리. 나보다 더 나 자신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거야. 무엇으로 만들어졌건 간에 걔와 나의 영혼은 같아.”
_142~143쪽
“내 삶의 중대한 생각은 그 애 자체야. 만일 다른 모든 게 소멸하고 그 애만 남는다면 난 그래도 계속 존재할 수 있어. 만일 다른 모든 게 남고 그 애만 사라진다면 이 우주는 지극히 낯설어질 거야. 내가 그 일부라는 느낌이 없겠지. 린턴을 향한 내 사랑은 숲속 나뭇잎 같아서, 겨울이 되면 나무들이 변모하듯 시간이 흐르면 그 사랑은 변하리란 걸 난 잘 알고 있어. 히스클리프를 향한 사랑은 나무들 아래 영원한 바위와 같아. 눈에 보이는 행복의 근원은 아니어도, 필연적인 거라고. 넬리, 내가 곧 히스클리프야! 그 애는 언제나, 언제까지나 내 마음속에 있어. 고작 내게 기쁨을 주는 존재가 아니라, 나 그 자체로 내 안에 있단 말이야.”
_145~146쪽
“내가 널 죽였다고? 그럼 귀신이 돼서 날 찾아와! 살해당한 망자는 자길 죽인 사람을 반드시 찾는다지. 난 믿어 - 유령들이 지상을 떠돌아다닌다는 걸 알아. 나한테 와. 귀신이든 사람이든 어떤 모양으로든 나한테 들러붙어서…… 날 미치게 하라고! 떠나지만 마. 네가 없는 이 나락에 나만 두고 가버리지 마! 오, 제길! 이건 말도 안 돼! 내 생명인 네가 없는데 내가 어떻게 살아! 내 영혼 없이 어찌 사냐고!”
_292쪽
“자, 요 귀여운 녀석, 이제 네놈은 내 거다! 똑같이 호된 바람을 맞고도 한 나무는 다른 나무처럼 휘지 않고 자라나 어디 두고 보자꾸나!”
_325쪽
“히스클리프 씨 당신을 사랑할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아무리 당신이 우릴 비참한 지경에 빠뜨린대도, 우리는 당신이 더 비참하기 때문에 그토록 잔인하게 구는 거란 생각으로 대갚음하겠어요. 당신 정말 비참하잖아, 안 그래요? 악마같이 외롭고 악마같이 시기하고. 아무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 당신이 죽을 때 울어줄 이도 하나 없겠지! 나더러 당신이 되라면 곧 죽어도 싫다 할 거야!”
_498쪽
“내게 그 애와 연관되지 않은 게 있을까? 내가 뭘 본들 그 애를 안 떠올리겠어? 바닥만 내려다봐도 판석마다 그 애의 형상이 보이는데! 모든 구름, 모든 나무에 그 애가 있어. 밤이면 날 에워싼 공기 속에, 낮이면 눈길 닿는 모든 것에 걔가 있단 말이야! 지극히 평범한 남자와 여자의 얼굴에서 - 심지어 내 얼굴에서도 - 어딘가 꼭 닮은 데가 나타나 날 조롱해. 온 세상이 한때 그녀가 존재했고 이제 내 곁에 없다는 사실을 기록해 놓은 끔찍한 비망록이야!”
_560쪽
영혼을 잠식하는 광기 어린 사랑에서 그려낸 인간의 본성과 심연,
에밀리 브론테를 위대한 작가 반열에 올려준, 시대를 앞서간 걸작!
1850년판 『폭풍의 언덕』서문에서 에밀리 브론테의 언니이자 『제인 에어』의 저자인 샬럿 브론테는 당시 자매에게 책과 글쓰기가 어떤 의미였는지를 이렇게 회고한다.
‘우리는 전적으로 서로에게 의존했고, 책과 공부만이 삶의 낙이요 업이었다. 어릴 적부터 우리가 알았던 가장 큰 자극제이자 가장 생생한 즐거움은 문학 창작이었다.’
영국의 한 시골구석에서 지독히도 고독한 삶을 영위하던 에밀리 브론테에게도 오로지 문학 창작만이 삶의 기쁨이자 자극제였을 터. 그런 그녀가 『폭풍의 언덕』에서 창조해 낸 세상은 ‘현실보다 더 현실적이고’ ‘실재하는 인간의 세상보다 더 본능적이고 격정적이고 진실된 세상’이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듯한 등장인물들의 야만적 감정, 인간 내면의 극한을 낱낱이 후벼 파는 듯한 광적인 사랑 이야기가 수백 년의 시공간을 뛰어넘어 지속적으로 재생산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폭풍의 언덕』에서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건 결국 파국으로 치닫는 잔혹한 사랑과 복수가 아니라, 우리 내면 깊은 곳에 웅크리고 있는 인간의 본성과 심연이기 때문이다. 에밀리 브론테가 소설에서 그려낸 것은 ‘정념에 사로잡혀 거칠고 메마른 황야 한가운데서 끊임없이 휘청대는, 실재하는 우리의 삶’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작가는 고통으로 가득 찬 광기 어린 사랑마저 껴안는 또 하나의 사랑을 말미에 암시함으로써 폭풍이 휘몰아치는 삶에도 필히 희망이 존재함을, 독자들에게 분명히 각인시킨다.
***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위험한 시대에 글을 썼던 여성들,
앤의서재 여성작가 클래식!
‘앤의서재 여성작가 클래식’은 고전 작품 중 여성이 자신의 생각을 글로 옮기는 행위만으로도 ‘용감하다’, ‘무모하다’ 평가받았던 시대에 펜을 들어, 수많은 독자들에게 영감을 준 여성 문학가의 책들만을 엄선해 소개합니다. 그저 욕망에 충실하고 자유로운 삶을 꿈꾸던 평범한 사람 중 하나였을 그들의 글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 용기가 필요한 독자들, 꿈꾸는 삶을 향해 오늘도 도전을 주저하지 않는 독자들에게 시대를 초월하여 큰 울림을 줄 것입니다.
작가정보
1818년 영국 요크셔주 손턴에서 태어났다. 2년 후 아버지 패트릭 브론테가 브래드퍼드 근교 하워스 교구의 종신 목사로 임명되었다. 1821년 어머니, 1825년 두 언니 사망 후 남은 네 남매(샬럿, 브란웰, 에밀리, 앤)는 하워스의 황량한 목사관에서 이모 엘리자베스 브란웰 손에 자라며 자기들만의 끈끈한 사회를 형성했다.
『폭풍의 언덕』의 1850년판 서문에서 언니 샬럿은 쓰기의 유혹을 설명한다. ‘우리는 전적으로 서로에게 의존했고, 책과 공부만이 삶의 낙이요 업이었다. 어릴 적부터 우리가 알았던 가장 큰 자극제이자 가장 생생한 즐거움은 문학 창작이었다.’ 브론테 남매는 이야기, 판타지, 시, 일기, 소설을 써서 월간지로 만들었다. 특히 에밀리가 앤과 합작한 ‘곤달 이야기’는 이후 그녀가 지은 시들에 영감을 주었다. 에밀리의 시 노트를 발견한 샬럿이 출간을 제안했고, 에밀리 본인은 내켜하지 않았으나 결국 브론테 자매는 1846년 필명으로 『커러, 엘리스, 액턴 벨의 시집』을 펴냈다. 그러나 에밀리 브론테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것은 그녀가 남긴 유일한 소설 『폭풍의 언덕』이다. 작가가 결핵으로 사망하기 1년 전인 1847년에 출간된 이 소설은 아마 영어로 나온 가장 격정적인 고전 소설일 것이다.
영미권 도서 번역가. 원저자의 문체와 의도를 최대한 살리면서 한국 독자들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번역을 추구한다. 옮긴 책으로는 『오만과 편견』, 『모든 순간의 클래식』, 『두 사람 다 죽는다』, 『열기구가 사라졌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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