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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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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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부
주
해설-혁명과 종교: 새로운 유토피아를 향하여
판본 소개
막심 고리키 연보
그들의 하루는 공장이 잡아먹었고 기계는 자기가 필요한 만큼의 힘을 사람들의 근육에서 빨아먹었다. 하루가 흔적 없이 삶에서 지워졌고 인간은 무덤을 향해 한 걸음 더 다가섰지만 눈앞에 보이는 것은 그저 휴식의 달콤함과 연기 자욱한 술집의 기쁨뿐이었다. 인간은 그것에 만족했다.
- 10쪽
“안드류샤, 설마 정말로 나를 가르칠 생각이에요?” 어머니가 자기도 모르게 미소 지으며 물었다.
“그게 왜요?” 그가 대꾸했다. “어머니가 읽으시는 걸 보니까 쉽게 기억하실 거예요. 기적이 일어나지 않으면 상황은 더 나빠진다고들 하지만, 기적이 일어나고 안 나빠질 거예요!”
- 162~163쪽
“그러면 말입니다, 파벨을 면회 가셨을 때 신문을 부탁했던 그 농민분들 주소를 한번 알아보실 수…….”
“저 알아요!” 어머니가 기쁘게 외쳤다. “찾아내서 말씀하시는 대로 다 할게요. 제가 금지된 걸 가지고 다닌다고 누가 생각이나 하겠어요? 공장에도 가지고 다녔어요 - 하느님께 감사할 일이지요!”
어머니는 갑자기, 어깨에 봇짐을 지고 손에는 지팡이를 들고 숲과 시골 마을을 지나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졌다.
“니콜라이 이바노비치, 부탁이니 날 그 일에 꼭 끼워 주세요, 부탁할게요!” 어머니가 말했다. “어디든 갈게요. 모든 지역으로, 모든 길을 찾아낼 거예요! 겨울이든 여름이든 갈게요 - 무덤에 들어갈 때까지 - 순례자처럼요, 그것도 나쁜 운명은 아니잖아요?”
- 310~311쪽
“나가!” 미하일이 으르렁거렸다.
어머니는 벌떡 일어서서 부엌으로 달려가 어깨에 카디건을 두르고 아이를 숄에 감싼 뒤 말없이, 소리 지르거나 불평하지도 않고 맨발인 채 몸에는 긴 상의와 카디건만 걸치고 거리로 나왔다. 5월이었고 밤은 신선했으며 거리의 먼지가 차갑게 발에 와 닿으며 발가락 사이로 파고들었다. 아이는 울며 버둥거렸다. 어머니는 아들을 자기 몸에 바짝 대고 겁에 질려 거리를 걸으면서 조용히 자장가를 불렀다.
- 327~328쪽
어머니는 땅에 소심하게 붙어 앉은 수많은 시골 마을에 대해서, 진실의 도래를 비밀스럽게 기다리는 사람들에 대해서, 그리고 평생 동안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고 말없이 무의미하게 일하는 수천 명의 사람에 대해서 생각했다.
삶은 언덕이 여기저기 솟은 경작하지 않은 들판처럼 보였고 그 들판은 긴장한 채 말없이 일꾼들을 기다리며 자유롭고 정직한 일손에 이렇게 약속하는 것 같았다.
‘이성과 진실의 씨앗으로 나를 꽃피워 주시오 - 내가 수백 배로 보답할 테니!’
어머니는 자신의 성공을 떠올리며 마음속 깊이 기쁨의 조용한 떨림을 느꼈다. 그리고 이내 부끄러워하며 그것을 억눌렀다.
- 497~498쪽
사회주의 리얼리즘 문학의 효시이자
당대의 여성주의 소설
문학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막심 고리키다. 그리고 고리키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어머니』다. 따라서 이 책은 문학사와 고리키의 개인사가 만나는 지점에 있는 중요한 작품이다. 하지만 그간 그의 작품들은 ‘사회주의 문학’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독자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가 소비에트 연방의 문학계 핵심 인사였고 사회주의 문학을 저술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작품의 의미가 퇴색되지는 않는다.
‘사회주의 리얼리즘’은 1934년 제1회 작가 대회에서 소비에트 연방의 문화 예술 기조로 선포되었다. 이 대회를 조직하고 주관한 사람이 막심 고리키다. 그리고 사회주의 리얼리즘 문학의 기반을 닦은 작품이 바로 『어머니』다. 즉, 이 작품은 사회주의 리얼리즘 문학의 효시이고, 고리키는 그 문학의 창시자인 것이다.
그런데 이에 그치지 않는다. 『어머니』는 오늘날 보아도 놀라울 정도로 여성주의적인 관점을 지녔다. 젊은 남성 노동자가 아니라 중노년의 주부이자 어머니인 여성을 주인공으로 삼았고, 남성보다 여성과 아이에게 강하게 공감하는 등 여성주의의 면모를 보인다. 고리키는 100년도 전에 당대의 남성 작가가 쓸 수 있는 최선의 여성주의 소설을 쓴 것이다.
섬세한 감정선이 돋보이는 이야기
흔히 사회주의 리얼리즘 소설은 상황이나 인물의 감정 묘사가 단순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 소설은 무엇보다 ‘섬세한 감정선’이 돋보인다. 아들을 따라 점차 하층민의 처지를 깨닫고, 삶을 바꿀 행동에 나서는 주인공 ‘어머니’는 매우 여린 성격을 지녔다. 소설이 진행됨에 따라 어머니는 더 많은 행동에 나서지만, 끝까지 두려워한다. 바꿔 말하면, 두려워하면서도 끝까지 행동에 나선다. 고리키는 어머니를 통해 천성이 여린 사람이 혁명 운동에 나서는 순간의 감정을 매우 잘 보여 준다. 이외에도 아들인 파벨, 아들의 연인 사셴카, 보일러공 르이빈 등 여러 등장인물의 각기 다른 성격과 심리를 설득력 있게 묘사한다. 『어머니』는 사회주의 리얼리즘 문학이며 여성주의 소설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 즐길 수 있는 하나의 풍부한 이야기다.
부커상 국제 부문 최종 후보
정보라의 전문적이고 독보적인 번역
번역에는 『저주토끼』로 2022년 부커상 국제 부문 최종 후보에 지명된 정보라 작가가 힘써 주었다. 그는 대학에서 노어노문학과 영어영문학을 공부하고, 인디애나대학교에서 슬라브어문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한 전문가다. 동시에 현재도 꾸준히 글을 쓰고 있는 소설가다. 이 독특한 이력 덕에 을유문화사의 『어머니』는 번역의 엄밀함과 소설의 개성이 모두 담긴 작품으로 재탄생할 수 있었다.
작가정보
Maksim Gor’kii
본명은 알렉세이 막시모비치 페시코프로, 1868년 니즈니노브고로드에서 철물공의 맏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일찍 사망해 외조부모 슬하에서 자랐다. 트빌리시, 아브하지아(현재 조지아)에서 짐꾼, 제빵사, 철물공 등으로 일하며 1892년 첫 작품인 단편 소설 「마카르 추드라」를 발표했다. 이때 ‘막심 고리키’라는 필명을 처음 사용했다. 이후 사마라로 이주해 ‘이에구디일 흘라미다’라는 필명으로 본격적인 저술 활동을 시작했다. 1898년 첫 작품집을 출간하며 이름을 알렸으나, 혁명 활동 혐의로 체포되어 감옥에 갔다.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이주한 고리키는 1902년 희곡 「밑바닥에서」를 발표하며 왕실 아카데미 문학부 명예 회원으로 위촉되었으나, 경찰의 감시를 받고 있다는 이유로 니콜라이 2세 행정부가 위촉을 취소했다. 이에 항의하는 뜻으로 안톤 체호프를 비롯한 다수의 문학계 인사가 왕실 아카데미 회원에서 탈퇴했고, 고리키는 고향으로 돌아갔다. 1905년 혁명이 발발하자 미국으로 망명했고, 이듬해인 1906년 『어머니』를 집필하기 시작해 1907년 발표했다. 1913년 러시아로 귀국해 다양한 잡지에서 편집자로 일하다, 1917년 공산혁명이 발발한 후에는 인민교역생산위원회 공동 위원장으로 복무했다. 1936년 모스크바 근교에서 호흡기 질환으로 사망하기 전까지 고리키는 제1회 소비에트 작가 대회 주최 및 기조연설을 맡는 등 문학계의 주축으로 활약했다. 특히 공산혁명도, ‘사회주의 리얼리즘’이라는 단어도 존재하지 않았던 시절 『어머니』를 집필해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창시자로 평가받는다.
연세대학교에서 노어노문학과 영어영문학 학사, 예일대학교에서 러시아동유럽지역학 석사, 인디애나대학교에서 슬라브어문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창백한 말』, 『안드로메다 성운』, 『거장과 마르가리타』, 『구덩이』, 『탐욕』, 『브루노 슐츠 작품집』 등 많은 작품을 우리말로 옮겼으며 『저주토끼』, 『붉은 칼』, 『죽은 자의 꿈』 등을 썼다. 중편 「호(狐)」로 2008년 제3회 디지털문학상 모바일 부문 우수상, 단편 「씨앗」으로 2014년 제1회 SF어워드 단편 부문 본상을 수상했다. 『저주토끼』로 2022년 부커상 국제 부문 최종 후보에 지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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