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을 넘은 소녀
2023년 05월 31일 출간
국내도서 : 2022년 10월 3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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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일 정보 ePUB (29.75MB)
- ISBN 9791156335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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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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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금강산 여행기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에도 금세 날아갈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불과 한 세대 전인 1980년대까지만 해도 관광 목적의 여권 발급 자체가 불가능했다. 여행에 대한 온전한 자유가 주어진 지 지금으로부터 고작 30년 정도 된 셈이다.
지금부터 약 200년 전, 자유로운 여행을 꿈꾸고 실행에 옮긴 한 소녀가 있었으니, 바로 여성 시인 김금원(금원당 김씨)이다. 조선 땅을 벗어난 것은 아니었지만 원주에서 출발해 제천, 단양, 금강산을 거쳐 한양까지 무려 1,000킬로미터에 이르는 여정을 두 발로 걸었다. 여성이라는 성별의 제약을 뛰어넘은 이 여행을 떠나던 당시 금원이 고작 열네 살이었다는 사실은 더욱 큰 놀라움을 자아낸다. 금원은 훗날 《호동서락기》라는 책으로 자신의 발자취를 기록했다. 《담장을 넘은 소녀》는 바로 이 여정을 그린 역사소설이다.
열다섯이 되면 양반의 소실이 되거나 기생이 되어야 하는 얼녀의 운명을 타고 난 금원은 금강산을 그린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를 우연히 보고 금강산 유람을 결심한다. 그리고 남장을 한 채 길을 떠난다. 이 책은 금원이 여행길에서 어쩌면 정말 만났을지도 모르는 인물들을 재기발랄한 상상력으로 그려 낸다. 불의의 상황에 처한 약자를 지혜로운 임기응변으로 돕는 등짐장수, 백성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호숫가에서 물고기 정보 책을 쓰는 실학자 노인, 삿갓을 쓴 의문의 시인 등 많은 사람들이 등장해 저마다 삶의 지혜와 시인으로서의 예술관을 금원의 가슴속에 심어 준다.
여행기이자 성장기,
담장을 짚고 선 청소년을 위하여
산천을 유람하는 여인은 곤장 100대에 처한다는 법이 있던 시절이었으므로, 금원의 여행은 사실상 죽음까지도 각오한 도전이자 자유를 향한 갈망이었다. 무엇이 열네 살 소녀가 죽기까지 각오하게 만들었을까 질문하며 한 뼘씩 자라나는 금원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여행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금원은 그저 멋진 풍광을 감상하기 위해서 떠난 것이 아니었다. 집을 나서기 전부터, 그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도 금원은 계속해서 질문한다. 나는 무엇인지, 제한된 운명 속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금원이 찾고 싶었고, 결국 찾아낸 건 ‘나’였다. 어찌 보면 여행이란 ‘나의 생활’ 가운데에서 ‘나’만 빼고 모든 것을 바꿔 결국 자신을 생생하게 마주하고 찾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그렇다면 이 유쾌하고 산뜻한 여행기는 곧 금원의 성장기가 되고, 청소년 독자 각자의 성장기가 된다.
이제 여행은 얼마든지 할 수 있게 되었지만, 또 터무니없는 성차별이나 신분제는 사라졌지만 오늘날에도 세상에는 또 다른 담장이 수없이 존재한다. 금원이 여행을 떠났던 열네 살 즈음이 되면 청소년들은 그 담장의 존재를 실감하게 된다. 신분, 그리고 성별이라는 담장 앞에서도 어떻게든 자기 길을 가고자 노력했던 금원처럼 그들도 담벼락을 기어오르고 문과 길을 찾아 달리며 무럭무럭 자라나기를 《담장을 넘은 소녀》는 응원하고 있다.
담장 밖으로
이상한 노인
꿈속의 꿈
오르고 또 오르면
위기
보고 느끼는 대로
여인을 닮은 산
생선 도둑
득음의 길
시를 꿈꾸는 사람들
허물을 벗어 던지고
작가의 말
여자도 공부해서 과거를 볼 수 있고, 신분 차별이 없는 세상이 올까? 신선들도 이 시대의 여자들이 불쌍해서 그런 꿈을 꾸게 했나. 금원은 피식 웃었다.
“턱없는 소리!”
금원은 자신이 뱉은 말에 깜짝 놀랐다. 그 말이 왠지 목에 걸린 가시처럼 기억 속에서 움찔거렸다.
_68쪽, 꿈속의 꿈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허투루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고 했어. 길가에 구르는 돌멩이도 그 쓰임이 있다는데, 나는 왜 여자로 태어났을까? 왜 내 인생을 내가 선택할 수 없을까? 나는 진짜 나일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이 끝없이 이어졌다. 질문은 일만 이천 개의 봉우리만큼이나 많은데 돌아오는 답은 한 가지였다.
‘불공평해.’
_107쪽, 보고 느끼는 대로
“예, 죽을힘을 다해 용기를 냈지요. 내년에 계례를 앞두고 있어서, 흡!”
금원은 자기도 모르게 ‘계례’라는 말을 내뱉고는 아연실색했다. 긴장이 풀린 모양인지 남장한 것을 잊고 관례라고 해야 할 것을, 계례라고 말하고 말았다. 금원은 두 사람이 흘려들었기를 바랐지만, 두 사람의 눈이 동시에 커다래졌다.
_128쪽, 여인을 닮은 산
어느 길목에서 만나 함께 걷다가 또 어느 길목에 다다라 헤어지는 길동무들, 통성명도 없이 어울렸다가 헤어지곤 했지만 낯선 곳을 걷는 금원에게는 힘이 되어 주었다. 서로 신분도 목적지도 다르지만 길 위에서는 모두 동무였다.
_167쪽, 시를 꿈꾸는 사람들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깊은 눈으로 바라보고 그 속에서 일어나는 불합리한 일을 지적하고, 아픈 이들을 위로하는 시가 좋은 시’라면, 그건 분명 사람살이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고 쓰는 것일 터.
_179쪽, 시를 꿈꾸는 사람들
남장한 껍데기 속에 단단히 숨겨 놓은 열네 살 소녀의 몸이 고함을 치는 것 같았다. 칭칭 동여맨 가슴과 꽉 쪼인 발목의 대님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그래, 이제 허물을 벗어 버리자. 오래전부터 품어 온 소원을 이루었고, 진짜 나를 찾았으니 이제 그만 허물을 벗고 나비가 되어 날아오르자!’
_189쪽, 허물을 벗어 던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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