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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부

딴딴 시리즈 6
천혜빈 지음
인디고(글담)

2023년 07월 05일 출간

종이책 : 2023년 07월 05일 출간

(개의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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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67.86MB)
ISBN 979115935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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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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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담출판사의 에세이 브랜드 인디고에서 선보이는 ‘딴딴’ 시리즈는 취미 이상의 ‘썸띵’을 가지고 단단하고 튼튼하게 인생을 꾸려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나눠보고 싶다는 마음에서 출발했다.
먹고사는 일 이외에 시간에 딴짓, 딴생각도 하며 살고 있는지? 다른 사람들은 아직 그 진가를 잘 모르지만  “난 이게 정말 좋은데 말이야.”라고 할 말이 넘치는 사람들의 이야기, 자신을 좀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준 ‘반려 딴짓’에 대해 마음껏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그냥 좋아서 시작한 일이지만 가볍지 않은 삶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썸띵에 대한 개성 넘치는 이야기들이 펼쳐질 예정이다.
언제 어디서든 가벼운 마음으로 책장을 열어 다른 사람들의 딴짓 라이프를 즐겁게 들여다보면 좋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아하는 것에 진심인 밀도 높은 일상을 보내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시리즈가 좋은 친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직장인 농부가 전하는 텃밭 농사의 슬픔과 기쁨
‘딴딴’ 시리즈의 여섯 번째 책 『도시농부: 주중엔 매거진 에디터, 주말엔 텃밭 농부』가 출간되었다. 저자는 월간지 기자라는 본캐와 도시농부 소셜클럽 화장이라는 부캐를 가지고 삶의 균형을 찾아가는 중이다. 책에는 매달 마감에 쫓기는 빡빡한 일상 속에도 주말이면 텃밭으로 달려가 농사를 짓는 게 취미가 되어버린 직장인 농부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코로나 유행을 계기로 탁 트인 야외에서 하기 좋은 취미를 찾던 그의 레이더 포착된 것은 도시 텃밭 농사! 도심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가볍게 시작한 주말 한정 농부 생활은 그의 일상을 조금씩 바꾸어놓기 시작했다. 허리를 굽힌 채 텃밭을 정리하는 동안 머릿속을 채웠던 잡념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고, 심어놓기만 무섭도록 무성하게 자라는 고추나 깻잎 같은 작물에게는 신기함과 고마움을, 노심초사하며 마음을 다해 길렀지만 손에 쥐기도 아까운 아담한 크기로 혹은 못난이로 자란 메론과 당근 같은 작물에게는 미안함과 아련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농사를 짓기 전엔 알지 못했던 자연의 미세한 변화를 피부로 느끼며 계절이 주는 귀한 선물들을 제대로 누릴 수 있게 되었다.
텃밭 농사를 지으며 때론 익숙한 트랙에서 벗어나야 비로소 삶의 다른 모습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는 저자의 이야기처럼 이 책이 지금과는 조금은 다른 삶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프로롤그 │ 팬데믹에 생긴 일

│농사의 근본 1│ 씨앗에 담긴 거대한 우주
│농사의 근본 2│ 지구의 두피를 지켜주세요
│도시농부 필수 장비│ 농사도 템빨이랍니다
│농사는 패션│ 멋 내기에 진심인 도시농부들
│농사의 이득│ 농사를 지어서 뭐가 좋으냐고 물으신다면
│도시농부 소셜클럽 결성기│ 도시락 대신 호미를 쥐게 된 사연
│농장의 생명들│ 벌레는 무섭지만 농사는 짓고 싶어
│MBTI 농사이론│ INFJ 농부의 희로애락
│애착 채소│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채소는 무엇인가요?
│농사 초보 비권장 작물│ 난이도 ‘상’ 내공을 쌓고 오십시오
│농사 초보 권장 작물│ 난이도 ‘하’ 농사 초보에게 희망을 주는 채소들
│과일 농사의 꿈│ 메롱이와 메룽이가 되찾아 준 설렘
│성찰의 농사│ 텃밭에서 세상의 이치를 깨닫습니다
│도시의 농부들│ 우리 채소 예쁜 것 좀 보세요
│농한기│ 풋호박의 소리 없는 응원

에필로그 | 사랑하는 나의 텃밭 친구들에게
딴딴+ | 주말마다 하는 설레는 일이 있나요?

첫 새싹을 발견한 날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열무와 시금치의 새싹들이 한꺼번에 뿅뿅뿅뿅 태어나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농사 첫해의 어느 봄날. 초보 농부라면 잊지 못할 순간이다. 열무의 새싹은 하트 모양의 쌍떡잎, 그리고 시금치의 새싹은 잔디처럼 길고 가느다랗게 생겼다. 씨앗 껍질을 뚫고 나온 이 새싹들 중에는 잎 끄트머리에 아직 벗겨지지 않은 씨앗 껍질 모자를 쓰고 있는 것들도 있었다. 이 모습이 너무 귀엽고 신기하고 경이로워서, 입을 벌린 채 한참 밭에 쭈그리고 앉아 새싹을 구경했다. 아무런 미동도 없이 새싹을 구경하고 있으니 옆 고랑에서 농사를 지으시는 베테랑 아저씨 한 분이 “새싹 처음 봐요?” 하고 껄껄 웃으셨다. 이윽고 본인의 일행들을 불러 모은 뒤 “농사 처음 짓나 봐! 신기한가 보네.” 하고 새싹을 구경하는 나를 구경하셨다. 음…… 어쩐지 동물원 원숭이 취급을 받고 있는 것 같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이 경이로운 광경을 조금 더 눈에 담아두고 싶었다. 그렇게 다리가 저려올 때까지, 그리고 베테랑 아저씨들이 초보 농부 구경을 마치고 떠나실 때까지, 이제 막 세상에 태어난 새싹들을 하나하나 눈에 담았다. _ 〈농사의 근본 1: 씨앗에 담긴 거대한 우주〉 중에서

모발 건강의 근원이 두피에 있는 것처럼 농사의 근본이 그 땅에 있음을 배우고 난 뒤부터는 매년 봄, 주말농장의 개장 날이 더욱 설렌다. 올해는 농장의 어떤 구역에 내 밭이 배정됐는지, 그 밭의 흙은 어떤지, 밭고랑에 쭈그리고 앉아 눈으로 훑어보고 손으로 한번 만져본다. 김매기를 하고 나면 흙이 좀 더 편하게 숨 쉬는 것 같아 기쁘고, 흙을 드러낼 때 불현듯 마주치는 지렁이도 전처럼 징그럽게만 보이지는 않는다. 땅속을 돌아다니며 흙이 숨 쉴 수 있는 구멍을 만들어주고 배설물을 통해 양분을 공급하는 지렁이들은 오히려 손발이 야무지지 못한 도시농부가 고마워해야 할 존재다. _ 〈농사의 근본 2: 지구의 두피를 지켜주세요〉 중에서

작물들이 왕성하게 자라나는 여름에 몇 시간씩 가지치기를 하다 보면 뜻하지 않게 ‘태닝’이라는 걸 하게 된다. 이른바 농사 태닝농사 태닝이라고, 햇빛이 닿은 부분은 잘 구운 식빵처럼 적당하게 갈색으로 그을리지만 햇빛이 닿지 않은 부분은 그냥 누렇기 때문에 상당히 창피해진다. 이러나저러나 돈 쓰지 않고 태닝을 한 것 자체로는 이득일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팔뚝을 이렇게 그라데이션해 굽고 싶지 않다면 팔토시를 구입하는 게 좋겠다. 우리 농부들이 사용하는 것은 어릴 때 미술 시간에 착용했던 그런 귀여운 팔토시다. 초록색과 핑크색 체크무늬로 앞뒤에 고무줄이 들어가 있어 착용하기 간편하다. 인터넷에서 몇천 원이면 살 수 있는 농사용 팔토시나 운전할 때 쓰는 햇빛 차단용 팔토시를 사도 무방하다. 물론 용이 똬리를 튼 그림 같은 게 잔뜩 그려진 문신 프린트의 팔토시를 착용한다 해도 농장에선 그 누구도 뭐라 하지 않으니 취향대로 고르도록. _ 〈도시농부 필수 장비: 농사도 템빨이랍니다〉 중에서

올해는 멤버들 각자 마음에 드는 점프슈트를 구입하고 등에 우리 클럽 이름인 ‘urbanfarmer socialclub’을 자수로 새겨 단복을 맞춰 입기로 결정했다. 어디서든 각자 열심히 농사를 지으면 된다고 생각했던 우리가 어디서든 함께 농사를 짓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게 된 건 그간 함께 농사를 지으며 싹튼 동료 의식 덕분일 것이다. 우리는 한 팀이니까, 도시농부 소셜클럽만의 단복으로 더욱 단단하고 끈끈하게 함께라는 마음을 느끼고 싶다. 이런 게 바로, 말이 길어질까 봐 앞서 설명하지 않았던 유니폼의 존재 이유다. _ 〈농사는 패션: 멋 내기에 진심인 도시농부들〉 중에서

많은 사람이 ‘벌레를 그렇게 무서워하면서 어떻게 농사를 짓냐?’고 묻는다. 글쎄, 벌레는 여전히 무섭고 혐오스러운 존재지만 밭에서 마주칠 땐 어쩐지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채소를 심고 가꾸면 채소의 삶뿐만이 아니라 그 땅을 터전으로 살아가고 있는 모든 생명의 삶이 보인다. 농부의 눈으로 벌레들의 삶을 들여다보니 내가 그들의 터전에 불쑥 나타난 불청객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아무리 벌레가 징그럽다 해도 펄쩍펄쩍 뛸 일이 아니다. 불청객에게 소작할 땅 한 켠을 내어준 것만 해도 고마운 셈이다. 이제는 웬만하면 벌레들이 다치지 않게 호미질도 조심조심, 가지치기도 조심조심, 그리고 농작물에 섞여 갑자기 고향 땅을 떠날 일 없도록 수확한 작물에 벌레가 있는지 없는지도 잘 살펴보고 있다. _ 〈농장의 생명들: 벌레는 무섭지만 농사는 짓고 싶어〉 중에서

애플 참외의 성공과 메론의 실패가 남긴 잔상은 ‘과일 농사는 꿈도 꾸지 말자’나 ‘메론은 키우기 어렵다’는 트라우마가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내 공은 없고 욕망만 가득한 농사 2년 차 도시농부가 잃어버렸던 설렘이었던 것 같다. 번듯한 채소를 키워 처음 수확한 날의 기쁨을 어느덧 잊고 있었던 도시농부에게, 애플 참외와 메론은 그때의 설렘을 기억하게 해준 고마운 존재다. _ 〈과일 농사의 꿈: 메롱이와 메룽이가 되찾아 준 설렘〉 중에서

농사를 짓고 나서야 비로소 눈에 보이는 것들이 생겼다. 이를테면 도심 속에서 자라고 있는 채소 같은 것들이다. 단독주택들이 모여 있는 서울의 오래된 동네에 들르면 대문 앞에 화분을 줄줄이 내놓은 집들을 볼 수 있다. 지나가는 행인의 눈에는 어떠한 질서도 조형미도 없어 보이는 그냥 아무 화분일지 몰라도, 이 화분 디스플레이에는 집주인의 취향과 의도와 애정이 분명히 담겨 있다. 이런 동네를 산책할 때면 장소 불문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을 좋아하는 INFJ답게 뜸을 많이 들여 동네 구경을 하는 편이다. 집안을 들여다보기는 어려우니 보통 집 앞에 놓인 화분이나 담벼락 너머 심은 나무들의 종류, 건축물의 스타일 등으로 집주인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에 대해 상상하곤 한다. _ 〈도시의 농부들: 우리 채소 예쁜 것 좀 보세요〉 중에서

어지러움이 좀체 사라지지 않았던 봄과 여름에는 집 밖으로 한 발자국 내딛는 것조차 큰 용기가 필요했다. 몸을 많이 써야 하는 농사는 마음에 큰 짐이 되었고, 농사를 계속 이어갈지 말지 결단을 내려야 했다. 결국 그해 농사를 포기하기로 결심했지만 이상하게 마음의 짐은 조금도 가벼워지지 않았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밭을 정리하기 위해 오랜만에 텃밭에 방문한 날 너무나도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아무것도 해주지 않아서 이미 다 죽었을 거라 생각했던 작물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잘 자라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처음으로 모종을 사다 심어본 풋호박의 성장은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모종을 정식한 지 한 달여 만에 열매를 맺고 주먹만 한 과실을 네 개나 키워내고 있는 게 아닌가? 줄기를 솎아주지도, 넝쿨에 올려 예쁘게 정리해 주지도 못했고 하물며 물도 주지도 못했는데…… 자연의 도움만으로 쑥쑥 자라고 있는 풋호박이 기특해서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마치 ‘모든 걸 다 해주지 않아도 돼. 우리는 알아서 잘 자라고 있을 테니 몸과 마음이 가뿐할 때 수확하러 와.’ 하고 토닥거려 주는 것 같았다. 무겁고 쓰라린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언젠가 괜찮아질 것이란 희망을 준 것은 이곳저곳 찾아가 만난 명의의 소견도, 그가 조제해 준 비싼 약도 아닌, 풋호박의 소리 없는 응원이었다. _ 〈농한기: 풋호박의 소리 없는 응원〉 중에서

눈물을 퇴비 삼아 텃밭 농사, 도시농부 성장기
‘농사’하면 어떤 것부터 떠오르는지? 영화 〈리틀 포레스트〉 속 주인공처럼 자연 속에서 얻은 작물들을 수확해서 가지고 정갈하고 맛있게 요리해서 먹는 낭만적인 장면이 떠오를 수도 있고, 새벽부터 저녁까지 까맣게 탄 얼굴로 작물을 키우는 고단한 농부의 모습이 떠오를 수도 있다.

여기 농사가 취미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주중 닷새는 인터뷰를 하고 사진을 찍고 글을 쓰는 매거진 에디터지만 주말이 되면 챙이 넓은 밀짚모자를 쓰고 핏이 좋은 점프슈트를 입고 자신의 텃밭으로 출근하는 도시농부. 농사의 낭만은 물론 고단함까지 모두 경험했기에 농사에 더욱 진심이 된 저자는 농사의 좋은 점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농사가 스트레스를 풀고, 치유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준 것이다. 텃밭은 몸과 마음을 충전할 수 있는 휴식의 장소가 되어주었다.

농부가 되어서 좋은 점은 농사에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 보일지 모르는 일상에도 분명히 있다. 과실이 한창 풍성하게 열리는 어느 무더운 여름날에 있었던 일이다. 여름에는 해가 늦게 지니까 볕이 덜 뜨거운 4~5시쯤 밭에 가곤 한다. 평소처럼 4시쯤 농장에 가서 5평 밭에 열린 채소들을 모두 수확하고 무성하게 자란 잔가지를 농사 유튜브와 텃밭 농사 책에서 본대로 열심히 정리했다. ‘1시간쯤 지났겠지.’라고 생각하며 정리가 다 끝나갈 때쯤 시계를 보았는데 앗, 이럴 수가. 어느새 7시가 넘어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한 번도 쉬지 않고 무려 3시간이나 그 자리에 서서 무념무상,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밭일을 했던 것이다. 살면서 3시간 동안이나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던 적이 있을까? 하물며 매일 밤 꿈을 꾸느라 잠을 자면서도 끊임없이 생각을 해야 했던 나는 마치 3시간 동안 숙면을 한 듯한 이 개운함에 꽤 큰 충격을 받았다. _ 〈농사의 이득: 농사를 지어서 뭐가 좋으냐고 물으신다면〉 중에서

농사를 지으며 조급한 마음도 내려놓게 되었다. 새싹만 나도 신기해하고 감동에 젖었던 초보 농부 시절을 지나 다양한 작물을 키우며 성공과 실패를 맛보면서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 것들이다. 그리고 수확의 기쁨을 소중한 사람들과 나누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내가 좋아하는 채소를 마음껏 키우는 것은 물론 물론 주변 사람들이 좋아하는 애착 채소를 알고 선물하는 뿌듯함은 농사를 짓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햇수로 3년 남짓 농사를 지어보니 농사는 농부와 자연의 합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농작물은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하지만, 농사의 대부분은 이렇게 농부의 의지만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자연의 뜻에 따라 흘러가게 되니 말이다. 작물이 자라고 죽어 다시 흙이 되는 것이 자연의 섭리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그저 최선을 다해 보살펴 주는 것이야말로 농부의 미덕이자 운명이 아닐까? 그러니 식물살인마들이여, 두려워하거나 주눅 들지 말고 오늘의 작물에게 마음껏 정을 주길. 생명을 다한 작물들도 온 마음을 다해 보살핀 당신의 마음을 기억할지도 모른다. _ 〈농사 초오 비권장 작물: 난이도 ‘상’ 내공을 쌓고 오십시오〉 중에서

채소를 키우며 이렇게 누구에게나 애착 채소가 있다는 사실을 새삼 발견한다. 밥 한 술에 상추를 두 장씩 겹쳐 싸 먹는 상추 마니아, 방울토마토 한 통을 앉은 자리에서 다 먹어 치우는 방토 마니아, 고깃집에 가서 고기보다 오이를 더 많이 먹는 오이 마니아 등등. 소중한 사람들을 떠올리면 그 사람의 애착 채소가 자연스레 생각나는, 그리고 그 채소들의 수확 시기가 되면 자연스레 소중한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르는 나는, 어쩔 수 없는 도시농부인가 보다. _ 〈애착 채소: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채소는 무엇인가요?〉 중에서

텃밭에서 받은 위로와 기쁨이 담긴 이 책이 주말농장에 대한 꿈은 있지만 미래의 일로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이제 정말 텃밭 농사를 시작해볼까?’하는 용기의 시작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나는 언제든 관둬도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던 농사를 팬데믹이 종식된 지금까지도 꾸준히 해오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시간이 이만큼이나 쌓였으니 어딜 가서도 “저는 도시농부예요.”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많은 친구가 게스트 농부로 밭을 방문했고, 나와 함께 도시농부의 삶을 살게 된 친구들도 몇 명 생겼다. 도시농부가 되어 가장 뿌듯한 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농사를 짓는 나의 삶이 다른 사람의 삶에 작은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작은 영향력이 도시농부인 우리로부터 시작된 것임을 스스로 발견하는 순간. _ 〈프롤로그 _ 팬데믹에 생긴 일〉 중에서

작가정보

저자(글) 천혜빈

매거진 피처 에디터 그리고 도시농부 소셜클럽 회장.
주중엔 미디어 기업인 두산매거진에서 피처 에디터로, 주말엔 텃밭에서 땀 흘려 농사짓는 농부로 산다. 몇 년 전 우연히 주말농장을 신청하게 되면서 농사에 빠져들었는데, 더 많은 도시농부들과 함께 농사를 짓고 싶다는 마음으로 ‘도시농부 소셜클럽’이라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하고 있다. 종종 패션지 기자의 직업병이 튀어나와 ‘점프슈트’를 구매해 도시농부룩을 완성하기도 하고, 농작물에 이름을 붙여주기도 하며 농사의 슬픔과 기쁨을 만끽하는 중이다.

작가의 말

아직은 도시농부의 삶이 요원하게만 느껴지는 누군가에게, 그리고 다르게 살고 싶은 누군가에게, 나와 우리 농부들의 이야기가 담긴 이 책이 그들을 다른 삶으로 인도할 특별한 계기가 될 수 있길. 그리고 우리가 도시농부가 되고 나서야 알게 된 삶의 또 다른 부분을 독자들 역시 발견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우리의 이야기로 단 한 명의 도시농부가 탄생하더라도 나와 우리 농부들은 진심으로 기뻐할 것이다. _ 〈프롤로그 _ 팬데믹에 생긴 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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