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인간
2023년 05월 31일 출간
국내도서 : 2023년 05월 27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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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일 정보 ePUB (24.78MB)
- ISBN 979117080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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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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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였다.”
영어를 영어로 번역해낼 수 있다는 생각은 이제껏 해본 적이 없다. 예컨대 한국어로 쓰여진 소설을 한국어로 다시 번역한다? 있을 수 없는 얘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투명인간』을 읽으며, 영어를 영어로, 한국어를 한국어로 번역할 수 있다고 이해하게 되었다. 북한에서 출간된 서적을 한국에서 출간하려면 문화적 배경이 다르기에 번역에 버금가는 작업이 필요하겠기 때문이다.
『투명인간』도 그러했다. 19세기, 영국과 미국의 문화는 상당 부분 달랐기 때문에, 미국에서 출간된 『투명인간』은 영국 오리지널 판과 여러 부분이 달랐다. 편집자 주인지 역자 주인지 모르겠지만, 영국 오리지널 판에는 전혀 없는 각주가 미국 판에는 53개가 달려 있었다.
각주는 그렇다 치더라도, 미국 펭귄북스 판은 원작의 많은 구절을 임의로 삭제했다. 그래서 ‘투명인간’을 바라보는 관점까지도 곡해하게 만들었다. 같은 편집자로서 편집자의 역할(번역자도 마찬가지)을 생각해보게 만드는 부분이었다.
특히 소설의 마지막 부분은 현저하게 달랐다. 소설의 전체 맥락을 왜곡할 만큼 심각했다.
누군가 〈유쾌한 크리켓 선수들〉에서 침대 시트 한 장을 가져왔다. 사람들은 그를 시트로 덮고 그 집으로 운반했다. 그리고 어두컴컴한 불이 켜진 그 집 침실의 낡은 침대 위에서 투명인간의 기묘한 실험은 막을 내렸다.
(김석희 옮김, 『투명인간』, 열린책들. 248쪽)
누군가가 〈즐거운 크리켓터스〉에서 시트 하나를 가져와서 그를 덮었고, 사람들은 가게 안으로 그를 옮겼다. 그리고 거기엔 모든 인간 중 처음으로 자신을 눈에 보이지 않게 만들었던 그리핀이, 불도 켜지 않은 침실의 지저분하고 허름한 침대 위에, 무지하고 흥분한 사람들 무리에 둘러싸여, 깨어지고 상처 입고, 배신당하고 동정받지 못한 채로 놓여 있었다. 세상에 둘도 없는 가장 재능 있는 물리학자 그리핀은 자신의 낯설고 가공할 생애를 끝없는 참사로 끝마쳤던 것이다.
(본서, 이정서 번역, 286쪽)
미국 판과 영국 오리지널 판의 차이를 명시하지 않은 국내의 기존 번역서에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젊은 시절, 투명인간 ‘그리핀’의 파멸을 내심 기대하며 조마조마하게 책을 읽은 기억이 있다. ‘욕심에 눈이 먼 미치광이 과학자’ 정도로 읽었던 것 같다. 나 또한 기존 책의 독자였기 때문이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책을 만드는 사람이 되어 비로소, 『투명인간』이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는 과학 철학소설’에 더욱 가깝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독자들도 알게 되길 바란다.
Chapter 1 이방인의 도착 13 / Chapter 2 테디 헨프리 씨가 받은 첫인상 24
Chapter 3 1,001개의 병들 34 / Chapter 4 커스 씨가 이방인을 대면하다 44
Chapter 5 목사관의 절도범 56 / Chapter 6 미쳐버린 가구 60
Chapter 7 베일을 벗은 이방인 68 / Chapter 8 변환한 가운데 84
Chapter 9 토머스 마블 씨 86 / Chapter 10 마블 씨의 아이핑 방문 97
Chapter 11 〈역마차〉에서 103 / Chapter 12 투명인간이 이성을 잃다 110
Chapter 13 마블씨가 그만둘 것을 토로하다 120 / Chapter 14 포트스토에서 125
Chapter 15 도망치고 있던 사내 136 / Chapter 16 〈즐거운 크리켓터스〉에서 140
Chapter 17 켐프 박사의 방문객 148 / Chapter 18 투명인간이 잠든다 163
Chapter 19 특정한 기본 원칙들 171 /Chapter 20 그레이트 포틀랜드가街 집에서182
Chapter 21 옥스퍼드가街에서 200 / Chapter 22 백화점에서 209
Chapter 23 드루리레인에서 220 / Chapter 24 실패한 계획 238
Chapter 25 투명인간에 대한 사냥 246 / Chapter 26 윅스티드 살인사건 251
Chapter 27 켐프의 집을 공격하다 259 / Chapter 28 사냥당한 사냥꾼 276
The Epilogue 후기 287
역자 해설
영국의『투명인간』과 미국의 『투명인간』 291
“문들 닫아, 창문도 닫아, 전부 닫아라! 투명인간이 오고 있다.”
그의 푸른 안경 위 이마 전체가 흰 붕대로 덮여 있었고, 다른 것이 귀를 덮고 있었는데, 핑크빛 뾰족한 코를 제외하곤 얼굴이 전혀 드러난 곳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그것은 마치 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밝은 분홍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는 높고 검은 리넨 깃이 목까지 접혀 올려진 어두운 갈색 벨벳재킷을 입고 있었다. 그 두꺼운 검은 머리칼은, 가로지른 붕대 사이로 빠져나와, 마치 이상한 꼬리와 뿔의 이미지를 가진,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기이한 모습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17쪽)
그녀가 그러고 있는 사이, 정말이지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이불이 스스로 한데 뭉치더니, 갑자기 봉우리처럼 솟구쳐 올랐다가는, 침대 가로대 너머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졌다. 연이어, 이방인의 모자가 침대 기둥에서 떠오르더니, 공중에서 원을 그리며 빙글빙글 돌며 나는 모습을 보이더니, 홀 부인의 얼굴을 향해 달려들었다. 다음엔 세면대로부터 스펀지가 빠르게 날아왔다. 그러고는 의자가, 이방인의 외투와 바지를 아무렇게나 한쪽으로 내팽개쳤고, 이방인의 것 같은 기이한 목소리가 건조하게 웃는 중에, 의자의 네 발이 홀 부인에게로 돌아서서, 잠시 그녀를 노리는가 싶더니 그대로 달려들었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돌아섰고, 의자 다리가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그녀의 등을 찔러대며 그녀와 홀을 그 방 밖으로 내몰았다. 문이 쾅 하고 세차게 닫히고는 잠겼다. 의자와 침대가 잠시 승리의 춤을 추는 듯했고, 그러고는 갑자기 모든 것이 조용해졌다. (63쪽)
사람들이 비명을 질러댔다. 사람들은 거리로 뛰어나와 소리를 질러댔고, 그것은 본능적으로 언덕 아래로 전해졌다. 마블이 얼마 가지 못해 거리에서 비명 소리가 터져나왔다. 그 소식과 함께 사람들은 집 안으로 뛰어들어 문을 꽝 소리가나게 닫고는 걸쇠를 걸어 잠갔다. 마블은 필사적으로 마지막 박차를 가했다. 그를 앞질러 돌진해온 공포는 성큼성큼 다가와 순식간에 마을을 점령했다.
“투명인간이 오고 있다! 투명인간이다!” (139쪽)
“고통은 지나갔소. 자살행위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신경 쓰지 않았소. 나는 그 새벽을 영원히 잊지 못할 거요. 내손이 흐린 유리처럼 되어가는 것을 보고, 시간이 지날수록더 맑고 옅어져 마침내 투명해진 눈꺼풀을 감았음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을 통해 엉망으로 어지럽혀진 내 방을 볼 수 있는그 이상한 전율을. 내 팔다리가 유리처럼 되었고, 뼈와 동맥이 흐릿해지다 사라졌고, 작고 하얀 신경이 마지막으로 사라졌소. 나는 이를 앙다물고 끝까지 남아 있었소. 마침내 죽은 손톱 끝이 창백하고 하얗게 남았고, 내 손가락에 묻은 약간의 산酸이 갈색 반점처럼 남아 있었소. (195쪽)
“문들 닫아, 창문도 닫아, 전부 닫아라! 투명인간이 오고 있다.” 즉시 그 집은 비명과 지시하는 소리, 당황해서 내달리는 발소리로 가득 찼다. 그는 스스로 열려 있는 프랑스식 창문을 닫기 위해 베란다로 달려갔다. 그가 그러고 있는 동안 켐프의 머리와 어깨, 그리고 무릎이 정원 울타리 가장자리에 나타났다. 다음 순간 켐프가 아스파라거스를 헤집고, 그 집 테니스장을 가로질러 달려오고 있었다.
“당신은 들어올 수 없소.” 힐러스 씨가 빗장을 채우면서 말했다, “정말 미안하지만, 저자가 당신을 쫓는 거라면 당신은 들어올 수 없소.” (278쪽)
그의 손은 움켜쥐어 있었고, 눈은 크게 떠져 있었으며, 표정은 분노와 낙담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얼굴을 덮어요!” 한 사내가 말했다. “제발, 그 얼굴 덮어!” 그리고 세 명의 작은 아이들이, 군중들 속을 헤치며 밀고 들어오다가는 갑자기 몸이 돌려져서 다시 내보내졌다.
누군가가 〈즐거운 크리켓터스〉에서 시트 하나를 가져와서 그를 덮었고, 사람들은 가게 안으로 그를 옮겼다. 그리고 거기엔 모든 인간 중 처음으로 자신을 눈에 보이지 않게 만들었던 그리핀이, 불도 켜지 않은 침실의 지저분하고 허름한 침대 위에, 무지하고 흥분한 사람들 무리에 둘러싸여, 깨어지고 상처입고, 배신당하고 동정받지 못한 채로 놓여 있었다. 세상에 둘도 없는 가장 재능 있는 물리학자 그리핀은 자신의 이상하고 가공할 생애를 끝없는 참사로 끝마쳤던 것이다. (286쪽)
“웰스가 없었더라면 우리의 세계와 사상은 달라졌을 것이다.”
『1984』를 쓴 조지 오웰의 이 말에는 『투명인간』의 저자 허버트 조지 웰스를 향한 감탄과 존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SF 소설의 창시자’라 불리며 문학은 물론, 과학과 정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커다란 발자취를 남긴 웰스는 무한한 상상력 속에서 인류가 가야 할 길을 깊이 고민하는 당대 최고의 지식인이었다.
『투명인간』은 그가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한 상상력을 과학적 이론에 근거하여 풀어낸 작품으로, 주인공 그리핀은 근현대 들어 창작물에 등장하는 최초의 ‘투명인간’이다. 1897년에 출간된 이 작품은 영국에서 출간되자마자 독자들의 호기심을 단숨에 사로잡으며 엄청난 판매 성과를 올렸고, 네 번이나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를 정도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상상력을 극대화한 SF 소설이라는 단순한 평가를 넘어, 억압된 욕망을 분출하고자 하는 인간의 이중성, 소외된 인간의 고독과 공포, 나와는 다른 존재를 ‘사냥’하는 인간의 잔인성을 은유적으로 그려낸 희대의 문제작이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못된 짓을 하다 궁지에 몰려 죽은 사나이” 인가
“세상에 둘도 없는 재능 있는 물리학자”인가?
그 동안 우리나라에 소개된 『투명인간』은 미국 펭귄북스 판본인데, 미국 판본은 영국 오리지널 판본과 여러 곳에서 차이를 보인다. 여기에는 같은 영어라 해도 두 나라간 문화적 차이에서 달라진 고어古語에 대한 잘못된 해석이 있었고, 미국 편집자의 과도한 개입으로 인한 전개의 오류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눈에 띄는 것은 작품의 마지막 부분이다. 조지 웰스는 내레이터의 입을 통해 ‘세계에 둘도 없는 가장 재능 있는 물리학자’ 그리핀(투명인간)의 죽음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애도하는 뉘앙스로 작품을 끝냈다. 하지만 미국 판에서는 이 부분을 절반으로 뚝 잘라, 마치 한 못된 사내의 광란의 소동이었던 것처럼 작품을 끝내고 있다.
결국 대부분 미국 판을 원저로 알고 번역한 국내 번역본은 미국판의 오류까지 고스란히 답습한 셈이 되었다. 또한 이러한 차이가 결국 『투명인간』이라는 책에 대한 기본 소개마저 다르게 나타나는 결과로 이어졌던 셈이다. 이에 대한 자세한 분석은 역자 해설에 소개되어 있다.
‘재능있는 물리학자 그리핀’의 이야기로 되돌릴 시간
영국 오리지널 판본 뒤표지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실려 있다.
『투명인간』은 과학 소설의 철학적 측면을 살펴보고
오직 상상력을 통해서만 가능할 것처럼 여겨지는 주제에 대한
문화적 비판을 제공한다.
어린 시절, 흥미 위주의 요약본으로 더 많이 읽혔던 『투명인간』을 본래의 모습으로 돌려놓을 시간이다.
● 역자의 말
미국식 영어와 영국식 영어의 차이,
그것은 우리가 아는 것처럼 간단하지 않다
그냥 눈으로 원서를 읽는 것과 정확한 문장을 만들어 번역하는 일은 큰 차이가 있다. 웰스의 문장은 여전히 어려웠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번역을 끝냈는데, 정말이지 갈수록 이 독특한 내용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번역을 끝내고 무심코 비교해본 마지막 문장에서 나는 기이한 발견을 하게 되었다. 혹시 몰라서 비교해본 결과 내가 원본으로 삼은 책과 처음 영국에서 출판된 원본의 결말 문단이 현저히 달랐다. 나는 그날로 미국 판과 영국 오리지널 판의 대조를 시작했고, 전체를 대조한 끝에 많은 곳이 달라진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미국식 영어와 영국식 영어의 차이, 그것은 우리가 아는 것처럼 간단한 게 아니었다. 그 차이를 이 자리에서 다 말할 수는 없지만, 이 번역서를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그 차이가 얼마나 현격한가를 독자들은 알게 되리라 믿는다.
작가정보
Herbert George Wells, 1866. 9. 21. ~ 1946. 8. 13.
1866년 영국 켄트주에서 태어나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여러 차례 학업을 중단하고 생계를 위해 다양한 일을 했지만, 뒤늦게 학업에 정진하여 런던대학 생물학과를 졸업했다. 졸업 후 과학교사로 일하는 한편, 대중잡지에 과학소설을 연재하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1895년 발표한 『타임머신』으로 큰 인기를 누렸고, ‘과학소설의 창시자’로 불리게 되었다. 이후 『우주전쟁』 『투명인간』 『모로 박사의 섬』 등 공상과학소설이라 일컫는 작품을 많이 남겼다. 지금까지도 세계사 입문 도서로 호평받는 『세계사 대계』(전3권), 이를 더욱 간결하고 쉽게 풀어쓴 『세계사 산책』을 출간하여 스테디셀러 작가로서 입지를 굳혔다. 정치·사회 문제를 비롯하여 다양한 주제와 장르를 아우르는 글을 남겨 당대 최고의 지식인으로 불렸다. 100권이 넘는 작품을 남기고 1946년 8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소설가이며 번역가이다. 의역이 오랜 관행이 된 번역의 문제점을 깊이 인식하여, 2014년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직역했다. 쉼표, 마침표까지 원문장 구조를 그대로 살린 번역이 원작과 원저자의 생각을 바르게 전달할 수 있다는 신념에서였다. 그의 주장은 의역에 익숙해 있는 기존 번역관에는 낯선 것이었다.
이후 그는 여전히 직역을 주장하며 『어린 왕자』를 불어·영어·한국어로 비교하고, 그간 통념에 사로잡혀 있던 여러 개념들, 즉 『어린 왕자』에서의 ‘시간 개념’, ‘존칭 개념’ 등을 바로잡아 ‘어린 왕자’를 새로 번역해냈다.
그간 지은 책으로는 『카뮈로부터 온 편지』, 『당신들의 감동은 위험하다』, 『어린 왕자로부터 온 편지』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이방인』, 『어린 왕자』, 『노인과 바다』, 『헤밍웨이』, 『1984』, 『위대한 개츠비』, 『투명인간』, 『동물농장』, 『킬리만자로의 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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