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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운전

신예희 지음
애플북스

2023년 05월 03일 출간

국내도서 : 2023년 05월 03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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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11.82MB)
ISBN 9791198305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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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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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롱면허 15년 경력 신예희 작가의 본격 운전 에세이. 운전면허는 오래전 취득했지만 운전을 해야 할 이유보다 하지 않을 이유가 더 많아 주위의 보챔에도 귀 닫고 지내던 어느 날, 막다른 골목이자 벼랑 끝에 내몰려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용인 어드메 난개발 지역에 조성된 아파트 단지의 초기 입주자로 이사하게 된 것이다.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가게 3종 세트, 즉 편의점과 프랜차이즈 빵집, 저가 커피점도 없는 불모지에서 2년 넘게 지내던 어느 날 문득 심리 상태가 상당히 아슬아슬함을 자각한다.

그래서 찾아간 신경정신과에서 의사의 한마디가 묵직하게 날아와 가슴에 꽂혔다. “지금 상황이 그러하니, 운전을 하는 것도 도움될 겁니다.” 저자는 병원에서 나오는 그 길로 당장 자동차를 계약하고 운전 연수를 시작하며 도로로 나선다! 식은땀이 흐르고 비명이 끊이지 않는 우당탕탕 초보 시절을 거쳐 어엿한 8년 차 운전자가 되기까지, 심각하지만 웃지 않을 수 없는 그의 에피소드와 운전으로 넓어진 세상, 차오른 자신감의 이야기.
prologue

<b>Part 1 액셀 페달은 어느 것인가요?</b>
결심, 전설의 시작
연수, 공포의 시작
서툴러서 설레고
안전, 안전, 안전
말해 뭐 해, 방향치의 아픔

<b>Part 2 좌충우돌, 모든 것이 험난한 도전</b>
슬슬 의문이 생기는데
백일잔치는 강릉에서
슬슬 화가 나는데
하이패스, 패스해도 되나요?

<b>Part 3 서서히 느끼는 도로의 민낯</b>
옵션의 늪
긁고 긁히고, 박고 박히고
성취감은 셀프
영원한 숙제, 주차
깜빡깜빡, 굽신굽신
조수석에 존재의 이유를 묻다
비 오는 날의 낭만 따위

<b>Part 4 작은 공간이 선물한 나의 세상</b>
가자, 시내로
나, 좀 하는 거 같은데?
1인 가구 운전자의 소망
운전의 기쁨과 슬픔

epilogue

그저, 새로 이사한 동네에서 고립감을 느끼다 못해 탈출하고 싶은 마음에 눈 딱 감고 시작했을 뿐인걸. 이렇게 심장이 떨릴 줄 몰랐고, 이렇게 즐거울 줄 몰랐다. 일상의 우선순위가 바뀌게 될 줄도 몰랐다.
-p5

어쩌면 놀림거리가 될지도 모르겠다. 운전이 뭐 대단한 거라고 호들갑이야. 그러게요. 그런데 제 마음이 이렇게 좋네요. 불안감과 초조함이, 고립감이 어느새 무척 줄어들었다. 그렇다고 멘탈 관리를 위해 운전을 시작한 건 아니다. 그냥 해야 하니까 눈 질끈 감고 덤볐을 뿐인데, 이제 와서 지난 몇 년을 돌아보니 놀랍고 즐겁다. 운전이 나에게 숨 쉴 구멍을 만들어주었구나. 하길 정말 잘했어.
-p7

운전 연수를 받는 날이면 하염없이 땀을 흘렸다. 3월 초라 여전히 꽤 쌀쌀했는데도 그렇게나 땀이 났고, 귀에선 ‘삐이-’ 하는 소리가 났다. 매번 수업을 마친 후엔 어깨와 목에서부터 시작해 온몸이 다 쑤셨다. 크로스핏 체육관에서 한 시간 정도 뒹군 거랑 비슷했다. 특히 오른쪽 발이 많이 아팠는데, 언제든 브레이크를 밟을 준비를 하느라 잔뜩 긴장해 발등과 종아리가 뻐근하게 땅겼다.
-p26

신기하게도, 오히려 머릿속이 단순해지고 맑아졌다. 8차선 도로 위에서, 터널 안에서, 나 좀 끼워달라며 방향지시등을 켜고 애절하게 손을 팔랑팔랑 흔들면서, 내 고민의 우선순위가 재정렬되기 시작했다. 대출 이자고 마감 일정이고, 인간관계고 노후 걱정이고 뭐고 알 게 뭐야. 당장 살아서 집에 가는 게 먼저지, 이 사람아!
-p28

서툴고 정신없지만, 서툴러서 설레기도 한다. 희한하게도 그렇다. 40대의 어른은, 특히 나처럼 20년 넘게 프리랜서로 혼자 일해온 사람은 ‘저 이거 할 줄 몰라요’라는 말을 쉽게 할 수 없다. 몰라도 아는 척, 없어도 있는 척, 시치미 뚝 떼고 표정을 관리해야 클라이언트님께서 일을 내려주신다. 궁지에 몰릴 때면 보는 사람 없는 곳에서 머리를 쥐어뜯으며 울고, 다시 시치미 뚝. 그러다 아주 오랜만에 완 전한 초보자가 되니 마음이 무척 편해진 것이다. 몰라요, 못해요, 소리를 맘 놓고 하는 게 대체 얼마 만인지. 이젠 새로울 것도 신기할 것도 없는 나이가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운전을 할 때마다 배울 거리가 끊임없이 굴러 나왔다. 이 긴장감과 압박감, 두렵지만 싫지 않아. 오히려 설레.
-p34

그나저나 운전 첫해에 배운 실로 다양한 것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걸 꼽아보자면, 역시 클랙슨 소리의 단계별 차이겠다. 빵과 빠앙, 빠아앙의 그 미묘한 차이. 하해와 같이 자비로우신 선배 운전자님들께선 이 미천한 초보자의 간이 혹시라도 배 밖으로 나올까 봐 쉴 새 없이 빵, 빠앙, 빠아앙을 날리시어 엄히 꾸짖으신다. 처음엔 가벼운 소리에도 가슴이 마구 떨렸지만, 자주 듣다 보니 익숙해져 그 속에 담긴 꾸짖음의 강도도 금세 파악하게 되었다.
-p35

<b>전국의 모든 (늦깎이) 초보 운전자를 응원합니다!</b>

초보 운전자가 도로에서 맞닥뜨리는 진땀 나는 위기의 순간들……. 웃으면 안 되는데 신예희 작가의 유쾌한 필력에 웃음이 새어 나온다. ‘비보호 좌회전’이 비
오는 날엔 조심해서 좌회전하라는 뜻인 줄 알았다는 참신한 상상력과, 하이패스를 시원하게 그냥 패스해버리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호기심 해결은 덤이다. 클랙슨 소리의 단계별 차이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는지? 빵과 빠앙, 빠아앙의 미묘한 차이와 더불어 이런 소리가 가능할까 싶을 정도의 ‘쁘억!’까지, 섬세한 고찰을 읽다 보면 비운전자는 그저 재미있을 것이고 운전자는 ‘나도 저런 때가 있었지’ 하며 아련한 추억에 젖어들 것이다. 자칭 월방연(월드와이드 방향치 연합회) 한국 지부장인 작가가 ‘어서오세요 화성시입니다’의 무한궤도에 빠져드는 모습은 마치 시트콤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b>력 중의 력, 기동력,
운전으로 넓어진 세상</b>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원할 때 원하는 곳으로 이동할 수 있는 기동력을 가진다는 것은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 운전은, 조용하다 못해 고요한 동네에 살며 느끼게 된 고립감에서 탈출하게 도와주는 동아줄이 되기도 한다. 집에 틀어박혀 일만 하다가 마음이 답답해져도 언제든 주차장에 내려가 액셀을 밟고 누군가 만나러 갈 수 있고, 마트나 커피숍에 가서 맛있는 것을 사 먹으며 기분전환 할 수 있다. 혼자 훌쩍 떠나는 당일치기 근교 여행도 가능해진다. 프리랜서라는 장점까지 더해지면 도로가 한가할 때 길을 나서 호젓하게 자연을 즐기다가 맛있는 밥 사 먹고 길 막히기 전에 돌아오는 일이 더 이상 어렵지 않다.
때로는 힘의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도 한다. 이동할 때마다 누군가에게 부탁해서 차를 얻어 타야 한다면, 상대가 아무리 호의적이고 친절해도 힘의 균형이 한쪽으로 기울 것이다. 력 중의 력, 기동력을 얻게 되면 남에게 아쉬운 소리 할 일이 없어지고,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하나 더 늘어난다. 마침내 운전을 해냈다는 성취감은 때로 일상을 견고하게 살아내는 자신감이 되기도 한다.

작가정보

저자(글) 신예희

마흔 살에 운전을 시작했다. 살 떨리는 초보 시절을 거쳐 간이 배 밖으로 나오는 시기까지 무사히 통과한 후 이제는 조심조심 안전운전 하는 중이다. ≪돈지랄의 기쁨과 슬픔≫, ≪지속가능한 반백수 생활을 위하여≫, ≪이렇게 오랫동안 못 갈 줄 몰랐습니다≫를 썼다. 당장의 목표는 차를 몰고 부산 여행을 가보는 것. 언젠간 갖고 싶은 차는 쉐보레 카마로와 벤츠 G바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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