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으로 열 문장

294인의 작가 지음

글팜(GEULFARM) 2023년 05월 24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이 책에는 ‘삶’이 담겨 있다. 친구의 삶, 딸의 삶, 아버지의 삶… 혹은 그 무엇도 아닌 사람의 삶이 담겨 있다. 출근길 당신 옆을 스쳐 지나간 타인의 삶이 담겨 있으며, 매일 마주치는 카페 사장님의 삶이 담겨 있다.
누군가 문득, 삶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무엇이라 답하겠는가? 이 질문에 대한 수많은 이들의 열 문장짜리 답을 엮어 《삶으로 열 문장》을 펴냈다. 모두에게 열린 글쓰기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시작된 글팜의 ‘열 문장 프로젝트’, 그 첫 번째 책이다.
삶이 평생에 걸쳐 경험하는 무언가라면, 이 책은 삶에 대한 수많은 이들의 시각을 담아냄으로써 그 본질에 가장 가까운 것을 담아내었다고, 감히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목차

열 문장으로 열리는 세계
소회 sentiméntum
사랑 amor
희망 spes
회상 reminisce
후회 paenitentia
마지막 페이지를 닫으며

책 속으로

그렇다, 삶은 먹고 싸고 후세를 남기는 것이니라!
박유빈, 「40억 년 세포 선배님들의 삶」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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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우주에서 보면 한낱 먼지일 뿐이야."
그땐 웃고 넘겼던 그 말이 자기 전에야 별안간 자꾸 재생되었다. 너무 맞는 말이어서 그랬나.
그러나 나를 하찮은 존재로 깎아내리는 그 문장은, 참 모순적이게도, 내 무거운 고민조차 가벼운 먼지로 만들었다.
박하, 「우주 먼지 같은 존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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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을 재우고 나는 아직 잠들지 않은 이 밤, 내 귀에 나붓이 앉는 너희의 숨소리.
어제보다 자라고, 오늘보다 잘할 너희들의 내일을 기대하며 사는 요즘.
엄마는 오늘도 너희와 살았다.
미니위, 「삶으로」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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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건 계속해서 타인을 나의 삶에 초대하는 일. 켜켜이 쌓인 여러 경험으로 구성된 나의 삶에 계속하여 타인을 초대하는 일. 이전에 내가 했던 경험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경험이, 앞으로 내가 할 경험이 어떤 방식으로 바뀌게 될지 모르는 채로, 나의 삶을 어떠한 방식으로 변형시킬지도 모르는 타인을 초대하는 일. 때로는 나의 무언가를 지키고 싶을지도, 잃어버린 무언가를 되찾고 싶을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우연에 나를 내맡기는 일. 그렇게 천천히 여러 타인에 의해 변해가는 일. 동시에 타인의 삶에 녹아들어 그를 변화시키는 일. 서로와의 교류 속에서 때로는 의식하고, 때로는 의식하지 못한 채로 서로를 변형하는 일. 변화하는 나를 느끼고, 변화하는 너를 느끼는 일. 그렇게 수백 수천만 명의 타인들과 함께하는 과정 속에서 빚어지고 빚어내는 삶. 타인을 기꺼이 초대하고 타인의 초대에 즐거이 응하는 나의 삶.
한별, 「타인을 초대하는 일」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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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직 꿈에서 너를 봐. 나를 원망하며 죽어가던 너. 난 아직 그 순간에 머물러있어. 무성영화의 장면처럼 네 추락은 반복돼. 널 참 많이 사랑했어. 무엇을 보던 너가 생각나. 차에치인비둘기총맞은고라니돋보기에타버린개미익사한들개굳어버린시궁쥐. 네가 그 곳에서는 행복하길. 덕분에 나는 남들이 볼 수 없는걸 보니깐. 행복하길 바라.
유주연, 「오늘도」 中

출판사 서평

삶이 무엇이냐고 어느 날 내게 묻는다면

바쁜 일상을 살다가도 문득 서늘한 허무를 느낄 때가 있습니다. 언어라는 매개를 써서 서로 소통하는 이상 우리 인간들은 서로가 이야기하는 본질에 영원히 가닿을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익숙한 외로움, 친근한 고독은 바로 여기, 두 인간의 영원한 분리가 시작되는 지점에서 온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비관적으로 말하자면 우리는 절대 서로의 영역 안으로 파고들 수 없을 겁니다. 우리는 서로의 고통과 기쁨을 영원히 이해할 수 없을 테니까요.

그러나 이런 메울 수 없는 간극을 어떻게든 메꿔보려 시도하는 용감한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쓰는 사람’, 작가입니다. 작가란 문장을 빚어 자신이 경험한 바를 있는 그대로 담아내고야 말겠다고 결심한 사람들입니다.

그 발버둥의 결과로 책이 탄생합니다. 심지어 이 책은 더 특별합니다. ‘삶’이라는 모호한 개념을 통해, 한 인간이 세계 안에서 겪는 모든 경험을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글을 통해 우리는 잠시나마 렌즈 너머 서로를 마주보게 됩니다. 타인과 시선을 교환하는 데에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면, 그건 단단한 성채의 외벽 사이 허물어진 틈 사이로, 고대하던 비밀 속에 얼굴을 디미는 데에서 오는 기쁨과 다르지 않을 겁니다. 동일한 시간대와 유사한 공간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앓고 있는 삶에 대한 열망과 고뇌가 이 책에 압축되어 담겨 있습니다. 타인의 삶을 건너볼 드문 기회를 전달해 드릴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작가정보

저자(글) 294인의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