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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미술관

김선지 지음
브라이트

2023년 05월 15일 출간

종이책 : 2023년 05월 1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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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pdf (35.34MB)
ISBN 97911306426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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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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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가 김선지 작가를 만난 것은 행운이다!”
★★★ 이성철 《한국일보》 대표 ★★★

“세상을 깊고 넓게 보길 원하는 독자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 30만 유튜브채널 ‘널 위한 문화예술’ 오대우 대표 ★★★

《한국일보》에서 인기리에 연재되고 있는 김선지의 ‘뜻밖의 미술사’가 책으로 독자들을 만난다. 『싸우는 여성들의 미술사』, 『그림 속 천문학』, 『그림 속 별자리 신화』 의 저자인 김선지 작가는 독자들이 믿고 읽는 예술 칼럼니스트다. 그는 이 책에서 오랫동안 명화와 거장으로 불리운 작품과 화가들을 소개하며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중세 화가들은 왜 기괴하고 못생긴 사람들을 쫓아다니며 그림을 그렸을까?’ ‘원시적 아름다움을 표현한 거장으로 칭송받는 고갱의 작품은 지금도 위대한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속 키 크고 흰 얼굴을 한 예수는 과연 진짜 예수의 모습이 맞을까?’ 이렇듯 작가가 건네는 질문들을 따라 그림을 뒤집어 보고 비틀어 보고 깨뜨려 보면 뜻밖의 관점으로 그림을 다시 보게 된다. 이 뜻밖의 관점은 곧 새로운 세계의 발견이다.
프롤로그 | 세상의 겉껍질을 벗겨내고 그 이면을 들여다보는 그림 이야기

PART1. 명화 거꾸로 보기

명화 속 ‘하얀 예수’의 진짜 얼굴은?
레오나르도 다빈치, 「최후의 만찬」
고대 조각, 백색 신화가 깨지다!
작자 미상, 「트로이의 궁수」
피그말리온은 오래오래 행복했을까?
에드워드 번존스, 「피그말리온」
ㆍ더 알아보기ㆍ라파엘전파의 그림 속 판타지아
고다이바는 정말 나체로 마을을 돌았을까?
존 콜리어, 「고다이바 부인」
‘황금비’는 거짓말이다!
작자 미상, 「밀로의 비너스」
‘암흑의 시대’라고? 중세는 억울하다
대 피터르 브뤼헐, 「혼인식에서의 춤」
우리가 알고 있는 비너스가 매춘부라면?
티치아노 베첼리오, 「우르비노의 비너스」
ㆍ더 알아보기ㆍ티치아노의 그림 시 ‘포에지’
‘못생김’은 악하고 열등한가?
캉탱 마시, 「추한 공작부인」
ㆍ더 알아보기ㆍ플랑드르의 숨겨진 대가, 캉탱 마시
그때는 명예로웠지만 지금은 이상한 직업, 헨리 8세의 변기 보좌관
한스 홀바인, 「헨리 8세 초상화」
가면 뒤의 여왕 엘리자베스 1세
아이작 올리버, 「무지개 초상화」
이토록 잔혹한 사디스트 그림!
주세페 데 리베라, 「아폴론과 마르시아스」
아들을 죽인 폭군 아버지, 아버지를 살해한 아들
프란시스코 고야, 「아들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
젊은 금수저 부부 초상화의 비밀
토머스 게인즈버러, 「앤드루스 부부」
ㆍ미술사의 라이벌 1ㆍ토머스 게인즈버러 vs 조슈아 레이놀즈
PART2. 화가 다시 보기

르네상스의 빛,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또 다른 얼굴
레오나르도 다빈치, 「대홍수」
미켈란젤로는 왜 여성의 몸을 남성처럼 그렸을까?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리비아의 무녀」
ㆍ미술사의 라이벌 2ㆍ레오나르도 다빈치 vs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경건한 기독교인이 그린 기괴한 판타지 세계
히에로니무스 보스, 「세속적인 쾌락의 동산」
조르조네, 지워진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
조르조네, 「다윗으로 분한 자화상」
젠틸레스키는 복수를 위해 붓을 들었을까?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
ㆍ더 알아보기ㆍ젠틸레스키는 왜 미술사에서 사라졌을까?
벨라스케스의 눈에 비친 스페인 궁정의 ‘난쟁이’는?
알론소 산체스 코엘료, 「이사벨 클라라 에우헤니아 왕녀와 막달레나 루이스」
미술사에서 사라진 여성 거장 마담 르브룅
마담 르브룅, 「장미를 들고 있는 마리 앙투아네트」
ㆍ더 알아보기ㆍ마리 앙투아네트와 마담 르브룅의 우정
인간의 무지와 광신을 꿰뚫었던 고야가 코로나 시대에 주는 메시지
프란시스코 고야, 「이성이 잠들면 괴물이 눈뜬다」
고갱의 그림을 아름답게만 볼 수 없는 이유
폴 고갱, 「아레오이의 씨앗」
ㆍ미술사의 라이벌 3ㆍ폴 고갱 vs 빈센트 반 고흐
뭉크가 남긴 100년 전 팬데믹의 기록
에드바르트 뭉크, 「스페인 독감에 걸린 자화상」
남성 종교를 깨부순 발칙하고 통쾌한 여자들
메리 베스 에델슨, 「현존하는 미국 여성 예술가들」

사람들이 떠올리는 전형적인 예수의 모습은 우리가 원하고 보고 싶은 형상이며, 이것이 미술에 반영되어 왜곡된 이미지로 만들어진 것에 불과하다. 신의 아들 예수도 집요한 외모지상주의를 피해갈 수는 없었던 것일까? 아름다운 외모에 대한 욕망은 물욕, 권력욕, 명예욕과 함께 인간이 가장 버리기 힘든 우상숭배의 한 유형인지도 모른다.
_27쪽 〈명화 속 ‘하얀 예수’의 진짜 얼굴은?〉

그렇다면 리얼돌은 현대 남녀 피그말리온들의 꿈을 실현해준 것일까? 그리스 신화의 피그말리온은 일단 환상적인 아내를 얻었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의 결말이 백설공주나 신데렐라처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Happily Ever After’였을까? 아니다. 갈라테이아는 고대 그리스의 가부장제 사회 가치를 투영한 창조물일 뿐이다. 피그말리온의 조각상은 아름답지만 자아가 없다. 주인을 만족시키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갈라테이아가 진짜로 인간이 되었다면, 피그말리온의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사랑을 달가워하지 않았을 것이다. 번존스 그림 속 갈라테이아의 공허한 눈빛이
말해주듯이.
_49쪽 〈피그말리온은 오래오래 행복했을까?〉

우리는 중세라는 단어에서 대체로 어둠, 야만, 비위생, 흑사병, 마녀사냥 등 온갖 부정적 이미지를 떠올린다. 이런 인식은 고대 문명을 계승한다는 기치 아래 중세를 전면 부정한 르네상스 인본주의와 중세를 미신과 비합리의 시대로 폄하한 18세기 계몽주의 역사관의 영향이다. 그러나 현대의 역사가들은 더 이상 서양 중세를 암흑의 시대로 생각하지 않는다. 중세 시대의 건축물과 미술품, 문헌 자료들은 중세가 어둠의 시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중세에는 찬란한 기독교 문화가 꽃피었고, 교회와 수도원을 중심으로 신학·고전·법학·문학·의학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졌으며, 볼로냐대학과 파리대학 등 최초의 대학들도 등장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여유롭고 활기가 넘친 시대였다. 사람들의 생활 수준 또한 높았다.
_77~78쪽〈‘암흑의 시대라고? 중세는 억울하다〉

인간의 역사는 차별과 불평등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늘 힘과 권력, 재산상의 불평등이 있었고, 그로 인한 갈등과 투쟁이 있었다. 여기서 우리는 ‘불평등’에 대한 질문을 하게 된다. 불평등은 인간 사회의 보편적 속성인가? 불평등의 원인은 무엇인가? 모든 사회가 원래 불평등하다면 근본적으로 피할 수 없는 것인가? 이 작품을 둘러싼 앤드루스 부부와 게인즈버러의 관계에서 볼 수 있듯이, 불평등은 사람들의 행복과 불행을 가르며 자만이나 분노의 원천이 된다. 이제 그림 속 인물들과 그들을 그린 화가는 사라졌다. 그러나 예술 작품은 남아 그들 모두의 감정과 생각을 우리에게 조용히 건넨다. 그 의미는 무엇일까?
_167쪽 〈젊은 금수저 초상화의 비밀〉

레오나르도는 최고의 예술가이자 과학자, 건축가, 엔지니어, 발명가, 음악가였고 도시 계획가, 무대 세트 디자이너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는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식뿐 아니라 육체적 건강과 도덕을 두루 갖춘 르네상스의 이상적 인간형인 ‘만능인uomo universale’이었다. 하지만 그의 미술 작품은 미완성으로 남은 것이 많다. 미켈란젤로 역시 화가이자 조각가, 건축가였고 바티칸 경비대 복장을 만든 디자이너, 피렌체의 요새와 방어 시설을 건설한 엔지니어, 훌륭한 소네트를 쓴 시인으로서, 레오나르도와 같은 ‘르네상스적 인간’이었다. 더구나 그는 레오나르도와는 달리 세밀하고 끈기 있는 장인 정신으로 수많은 걸작들을 남겼다.
_203쪽 〈미술사의 라이벌2. 레오나르도 다빈치 vs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마담 르브룅은 여성이 미술계에서 성공하기 힘든 시대적 상황에서 순전히 개인적인 재능과 도전적인 태도로 엄청난 예술적 성취를 이룬 화가였다. 게다가 조국과 남편을 떠나 12년간 타국을 방랑하며 당시의 여성으로서는 드문, 혹은 불가능에 가까웠던 강인하고 독립적인 삶을 살았다. 모성애를 표현하는 그림을 그렸다고 해서, 현대 페미니즘의 패러다임으로 18세기 여성의 삶을 비판할 수 있을까? 마담 르브룅은 치열하고 주체적인 삶을 살며 예술혼을 보여준 위대한 작가였다.
-281쪽, 〈미술사에서 사라진 여성 거장 마담 르브룅〉

미술 평론가 앨리스터 수케는 고갱을 ‘19세기 하비 와인스타인’으로 지목한다. 그는 프랑스 식민지에서 많은 여성을 성 착취한, 괴물 같은 성욕을 가진 포식자였다. 오늘날의 윤리적 가치로는 아름답고 예술적이지만 성 착취적인 타히티 여성들을 그린 고갱의 초상화에 무조건 탐닉하기 어렵다. 당시 유럽 남성의 원주민 소녀들에 대한 부도덕한 성 착취 범죄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고갱의 작품을 감상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_311쪽, 〈고갱의 그림을 아름답게만 볼 수 없는 이유〉

미술 작품 속에는 역사가 들어 있다. 중세 유럽 예술가들은 종교적 사고의 틀에서 전염병을 이해하려고 했다. 흑사병이 신의 징벌이라고 여겼던 그들은 작품을 통해 인간의 삶이 얼마나 깨지기 쉽고 일시적이며 덧없는가를 상기시키려고 했다. 삶의 취약성에 대해 말하는 이러한 그림들은 코로나19의 시간을 살아내야 하는 우리에게도 삶의 본질과 의미에 대해 숙고하게 한다. 우리 자신에게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우리 시대와 가장 가까운 시간에, 가장 비슷했던 팬데믹을 겪은 뭉크가 남긴 그림은 코로나19를 사는 현대인에게 어떤 느낌과 공감으로 다가올까?
_329쪽, 〈뭉크가 남긴 100년 전 팬데믹의 기록〉

생각의 프레임을 깨부수는 희대의 명화 거꾸로 보기

미술이 대중에게 훌쩍 다가선 시대다. 그동안 책이나 TV를 통해 명화를 접했다면 이제는 사람들이 직접 전시회나 미술관을 찾아가 그림을 감상한다. 인기 있는 작품이 걸린 전시회장이나 미술관 앞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그러나 우리는 막상 전시회장이나 미술관에 가면 어떻게 그림을 감상할지 방법을 잘 모른다. 도록을 사들고 그림을 감상하거나, 끌리는 작품 앞에서 조금 더 시간을 보내다가 인증샷을 남긴다. 물론 작품 앞, 그 순간 강렬하게 받는 미적 자극은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 하지만 미술이 교양이 된 시대에 우리는 한 층 더 깊이 그림을 이해하고 또 나름의 관점으로 사유할 힘을 길러야 한다. 그래서 『뜻밖의 미술관』의 김선지 작가는 독자들에게 명화라 칭송받는 작품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서 그 작품의 숨겨진 뒷이야기를 들려주고 질문을 던진다. ‘명화의 기준은 무엇인가? ‘그때는 명화였던 그림이 지금도 명화인가?’ ‘예술성은 화가의 면책 특권이 될 수 있을까?’하는 근본적인 질문에서부터 ‘그림 속 고다이바 부인이 정말로 벌거벗고 마을을 돌았을까?’ ‘「우르비노의 비너스」 속 비너스는 정말 비너스의 현신이 맞을까?’하는 우리가 알고 있는 명화 상식을 뒤집는 질문까지.
존 콜리어의 「고다이바 부인」은 중세 시대, 고다이바라는 귀족 부인이 백성들의 세금을 감면해주기 위해 벌거벗은 채로 마을을 한 바퀴 돌았다는 설화를 기반으로 그려졌다. 사실 존 콜리어뿐만이 아니라 많은 화가들이 고다이바 부인을 그렸다. 그림들은 한결같이 고다이바 부인을 관능적이며 선정적으로 묘사했다. 고다이바 부인의 숭고한 희생 정신을 보여주기 위해 그렸다기엔 지나치게 에로틱한 누드에만 초점을 맞추었고, 관람자들의 관음증을 유도한다. 고다이바 부인을 그린 수많은 그림들이 아름답긴 하지만, 우리는 이 그림을 볼 때 그녀의 벗은 몸보다 미덕을 먼저 떠올릴 수 있을까?
우피치 미술관의 인기 작품, 「우르비노의 비너스」는 르네상스 시대에 귀족 사회에서 결혼과 사랑의 의미를 환기시키는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작품 속 비너스의 모델은 사랑의 여신 비너스가 아닌 매춘부로 추정된다. 티치아노 베첼리오는 자신에게 작품을 의뢰한 상류층 고객을 위해 밀실 감상용으로 이 작품을 그렸고 당시 유명세를 떨쳤던 고급 매춘부 안젤라 델 모로를 모델로 했다. 그래서 원래 제목도 ‘나체의 여인’이었다. 그러나 기존 소유주가 사망하고 그림 소유권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는 과정에서 16세기 미술사가 조르조 바사리가 여인의 정체성을 비너스로 규정함으로써 ‘우르비노의 비너스’라는 새로운 이름이 붙었고 그것이 지금까지 우리가 몰랐던 그림 속 여인의 실체였다. 그러니 「우르비노의 비너스」는 비너스의 몸을 빌려 신화로 포장한 음란한 포르노그래피이며 그림 속 여인은 당시 상류층 남성의 눈요기를 위한 일종의 핀업걸이었던 것이다.


화가를 다시 보면 명화의 기준이 바뀐다

한편 작가는 새로운 시대, 새로운 화가를 소개한다. 1970년대 여성 예술가였던 메리 베스 에델슨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속 예수와 12사도 자리에 여성 예술가들의 사진을 콜라주한 작품 「현존하는 미국 여성 예술가들」로 유명하다. 기독교는 물론이고 현존하는 모든 종교가 남성 중심적인 것을 비판한 에델슨은 ‘왜 예수의 12사도가 모두 남자였을까?’ ‘최후의 만찬이 여자들의 최후의 만찬이 되어서는 안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을 그림을 통해 제기한다. 그는 예술가이기도 했지만 사회운동가로서 주요 미술관에서 여성 미술가들이 배제되는 현실에 맞서 싸운 사회운동가이기도 했다. 평생 페미니즘 사상과 휴머니즘을 담은 작품을 그려낸 메리 베스 에델슨은 우리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거장이 될 자격을 갖춘 것이 아닐까?
17세기 이탈리아의 여성 거장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나 18세기 프랑스의 여성 화가 마담 르 브룅은 미술사에서 사라졌다가 최근 재조명되는 화가들이다. 젠틸레스키의 경우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라는 잔인하고 폭력적인 작품은 물론이고 「다나에」, 「비너스와 큐피드」 같은 요염하고 관능적인 그림으로 당대 이름을 날렸지만 사후 아버지의 이름 아래 미술사에서 빠르게 사라졌다. 마담 르 브룅은 마리 앙투아네트의 초상화를 전담한 궁정화가로서 유럽 전역에서 명성을 얻었지만 그 또한 역사에서 이름이 지워졌다. 이들뿐만 아니라 많은 재능 있는 여성 화가들이 오랜 성차별의 역사 속에서 사라졌을 것이다. 여전히 미술 시장에서 성차별은 존재하지만 좀 더 평등한 사회를 지향하는 지금, 우리는 다시금 이들을 소환하고 재조명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 맥락에서 거장의 자리에서 내려와야 할 화가도 있다. 프랑스 후기인상파의 화가로 잘 알려진 폴 고갱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19세기 화가인 그는 여전히 미술계에서 흥행보증 수표다. 화려한 색채로 이국적인 정취를 생생히 그린 그의 그림들은 시대를 넘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그러나 사실 고갱은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타히티섬에서 10대 아동 청소년들을 성적으로 착취한 범죄자에 가깝다. 그는 식민주의와 인종우월주의로 가득찬 인물이었고, 자신의 그림 속 인물들을 ‘야만인’으로 부르며 멸시하고 혐오했다. 말년에는 자신이 심각한 매독에 걸린 것을 알고서도 13,14세의 소녀들과 성관계를 맺어 병을 옮겼다. 과연 고갱의 예술적 성취가 그의 행동에 면죄부를 줄 수 있을까? 미성년 여성을 성 착취한 개인으로서의 고갱과 미술사에 큰 업적을 남긴 위대한 예술가 사이에서 우리는 그의 자리와 작품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한편 레오나르도 다빈치나 미켈란젤로는 물론이고 캉탱 마시와 같은 르네상스 의 거장들은 「최후의 만찬」이나 「천지창조」 와 같은 걸작 외에도 못생기거나 기괴한 형상을 한 사람들을 그린 작품을 남겼다. 그 당시 사람들에게 ‘못생김’은 하늘이 내린 벌이나 악의 표상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그들을 혐오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캉탱 마시의 「추한 공작부인」은 늙고 못생긴 여자의 허영심을 풍자한 그림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신 연구에 따르면 그림 속 기괴한 여성의 모습은 질환으로 인한 얼굴의 변형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추한 공작부인」은 여전히 ‘추한’ 공작부인을 담은 그림인가? 레오나르도 다빈치 또한 못생긴 사람들을 하루종일 쫓아다니며 그들의 얼굴을 화폭에 담았다고 한다. 그리고 붙인 그림의 이름은 「그로테스크한 머리」다. 오늘날의 시선으로 봤을 때 레오나르도가 그린 「그로테스크한 머리」는 명화가 될 수 있을까?

명화의 이면을 보고 얻는 생각의 확장, 사고의 전환, 그리고 삶의 변화
이것이 바로 예술의 존재 이유다

사실 미술 작품은 예술가의 개성과 미학의 산출물이지만 화가가 살았던 시대의 투영이기도 하다. 그림 역시 사회의 프레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세상이 바뀌었는데 그림을 보는 관점이 고정되어 있을 수 없다. 이제는 내가 발 딛고 있는 세상에서 다시 한번 그림을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 그때는 칭송받았지만 지금은 비판받아 마땅한 그림들, 한때는 추앙되었으나 지금은 비난받아 마땅한 화가들. 물론 현재 시점에서 몇천 년 혹은 몇백 년 전 의 작품이나 화가를 판단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 시대에 따라 가치관이나 중요하게 여기는 것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인간의 본성이나 삶의 본질, 시대를 막론하고 지켜져야 할 가치 같은 것들. ‘인간의 욕망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가?’ ‘불평등은 정당한가?’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이렇듯 다양한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미술 작품은 결국 우리가 세상을 더 넓게, 다르게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것이 바로 예술의 존재 이유이며 미술의 쓸모일 것이다. 그림을 발견하고 생각을 확장하고 궁극적으로 삶까지 변화시킬 수 있는 이 일련의 과정이 바로 지금,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된다.

작가정보

저자(글) 김선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역사를, 동대학원에서 미술사와 현대 미술을 공부했다. 미술 작품 속에서 우리가 사는 세상을 들여다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을 독자들과 함께 공유하는 글쓰기를 좋아한다. 저서로는 역사에서 지워진 여성 예술가들의 이야기인 . 『싸우는 여성들의 미술사』, 그림과 천문학을 융복합적으로 서술한 『그림 속 천문학』, 『그림 속 별자리 신화』가 있고 번역서로 『조지아 오키프』가 있다. 2020년부터 《한국일보》에 우리가 미처 몰랐던 뜻밖의 미술 이야기와 예술가들의 숨은 일화를 소개하는‘ 김선지의 뜻밖의 미술사’를 연재하며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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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뜻밖의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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