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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문제와 마주하는 법

정답이 없는 시대 지성을 구하는 독학자를 위한 공부 철학
야마노 히로키 지음 | 전선영 옮김
머스트리드북

2023년 03월 24일 출간

종이책 : 2023년 02월 24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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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15.16MB)
ISBN 9791197693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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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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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지 않는 시대라고 하지만 저마다의 방식으로 진지하게 공부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팬데믹 이후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고 사회적 불안감이 커지면서 자기계발의 필요성이 높아진 것이다. 그렇게 공부를 열심히 하면 결실도 거두고 그만큼 삶도 좋아져야 할 텐데,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현대인의 공부는 그 방향과 우선순위에 대해 고민하고 가다듬는 과정이 생략된 채 무턱대고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도쿄대에서 철학을 연구하는 야마노 히로키는 이 책 『삶의 문제와 마주하는 법』에서 우리가 살면서 맞닥뜨리는 공부에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말한다. 곧바로 답이 나오는 문제를 다루는 ‘성취를 위한 공부’와 곧바로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를 다루는 ‘탐구를 위한 공부’가 그것이다. 전자가 시험 합격이나 자격증 취득 같은 목표가 명확한 실리적 공부라면, 후자는 ‘행복이란 무엇인가’와 같은 삶의 본질적인 문제를 탐구하는 추상적 공부다.
불확실성은 우리 시대의 일반적 특성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지금처럼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시대에는 스스로 사고하고 답을 찾아가는 힘을 키우는 ‘탐구를 위한 공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제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절대적인 정답은 없다. 주어진 답에 만족하기보다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사고를 발전시키며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에서 납득할 만한 답을 찾아내는 힘을 길러야 한다. 저자는 탐구를 위한 공부에서 절대적인 효력을 발휘하는 것이 ‘철학’이라 말한다. 철학적 사고방식은 상식 속에 묻힌 질문을 찾아내고 그것을 언어로 표현하여 독창적 사고에 이르는 자기 공부를 위한 최고의 도구다.
이 책은 생존의 지혜를 구하는 현대인에게 단편적인 정보나 지식을 취하는 ‘성취를 위한 공부’에서 벗어나 삶의 본질적인 문제를 고민하는 ‘탐구를 위한 공부’에 매진하라고 독려한다. ‘탐구를 위한 공부’의 토대가 되는 스스로 사고하는 힘을 키우는 다섯 가지 사고법과 생산적 사고로 이어지는 세 가지 대화법을 실생활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사례와 함께 소개한다. ‘생각하기는 달리기와 같다’라는 비유를 실마리로 독서와 사색의 차이, 깊이 읽기와 논리 잡기, 균형 잡힌 시각과 정연한 논리 전개, 나아가 철학 대화와 호의적 해석까지 철학적 사고방식을 일상에 접목하는 법을 알려준다. 시대와 세상을 꿰뚫어 보는 혜안은 스스로 사고하는 힘을 기를 때 비로소 열린다는 진리를 담담히 웅변해주는 책이다.
시작하며 | 문자의 바닷속에서 균형을 잃지 않으려면

1부 원리 편
- 스스로 생각하고 답을 찾아가는 힘
인트로 | 생각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1장 질문을 끌어내는 힘
- 사고의 출발점 정하기
좋은 질문과 나쁜 질문
보편성을 둘러싼 질문 | 주장의 근거, 논리의 비약, 사물의 본질 찾기
구체성을 둘러싼 질문 | 상상하는 장면, 단어의 의미, 이해의 차이 밝히기
가치관을 둘러싼 질문 | 공감의 이유, 공존의 길 모색하기
달릴 준비 마치기

2장 분절하는 힘
- 정보의 질 가려내기
세 가지 논리의 기술
정보 덩어리 정리하기 | 무엇이 중요한 정보인가
형태로 분절하기 | 주제와 연관된 키워드 뽑기
색으로 분절하기 | 긍정적 주장, 부정적 주장 찾기
부분과 전체의 순환 | 단어의 의미, 문장의 의미 서로 잇기
메모로 분절하기 | 막힌 문장, 동의 표현, 연결고리 적기

3장 요약하는 힘
- 이해의 깊이 더하기
요약이란 무엇인가
시작 단어 찾기 | 요약의 시작은 분절하기
단어 배열하기 | 양적으로, 질적으로 압축하기
구멍 찾기 | 미처 짚어내지 못한 서술 보태기

4장 논증하는 힘
- 논리를 이어 생각 다지기
태초에 질문이 있었다
첫 질문 정하기 | 표면적 질문, 본질적 질문 가려내기
논거 짜기 | 논증하는 글쓰기
로직 연결하기 | 질문과 답변의 순환
논증을 뒷받침하는 힘

5장 이야기화하는 힘
- 이야기로 만들어 전하기
추상적인 것을 현실에 드러내 보이기
개념의 의인화 | 수형도 그리기
문장의 영상화 | 강약과 장단 조절하기
이야기화하는 힘의 두 얼굴

2부 응용 편
- 배움의 깊이를 더하는 대화적 사고
인트로 | 왜 철학 대화가 필요한가

6장 질의하는 법
- 질문으로 타자에게 다가가기
대화란 부하를 거는 행위
진의 확인하기 | 어떤 이미지를 상상하는가
본심 간파하기 | 어디에나 두루 적용되는가
질문이 되지 않는 질문 피하기 | 말투 하나 바꿨을 뿐인데
어떤 사람과도 대화하는 법

7장 논의하는 법
- 타자 입장에서 호의적으로 해석하기
호의적 해석이란 무엇인가
사전 준비하기 | 분절력과 요약력은 필수
구문 해석하기 | 누락된 논점 보강하기
혼자서는 불가능한 생각

8장 설명하고 공감하는 법
-타자에게 적합한 이미지 사용하기
타자와의 간극 좁히기
은유란 무엇인가
은유 만들기 | 아리스토텔레스의 관점에서
은유로 전달하기 | 동굴 탐험과 철학 연구의 공통점
유추로 공감하기 | 궁지에 내몰린 타자를 향한 상상력

마치며 | 지금 우리에게 탐구를 위한 공부가 필요한 이유

중요한 것은 스스로 달리는 것이지 모래 위에 남은 발자취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말하면 자칫 ‘이제 책을 읽을 필요는 없는 걸까’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책은 우리에게 늘 필요한 존재다. 선인의 발자취를 돌아보지 않은 채 달린다면 길 없는 곳에서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할 수 있다. 예컨대 육아로 고민하는 사람이 갑자기 ‘교육이란 무엇인가’라는 문제를 생각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회가 지금 이대로 가면 안 된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갑자기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문제를 생각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자기 다리로 달린다고 하더라도 어디서부터 달려야 할지(무엇부터 생각해야 할지) 생각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려면 발자취(책)와 함께 달리는(생각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40-41쪽)

‘앞으로의 비즈니스에는 철학이 필요하다’라는 주장에 대하여 A라는 사람과 B라는 사람이 모두 공감할 때 우리는 서로 합의에 이르렀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논의 자리에서 이것은 목표 지점이라기보다 출발 지점이라 할 수 있다. 이 주장은 아직 추상적인 것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주장에 대하여 ‘그것은 예를 들어 어떤 상황을 상정하고 있는가’라는 사례의 구체성을 둘러싼 질문을 던져 보자. 어쩌면 A는 ‘자신의 사상을 가진다’라는 상황을, B는 ‘옛 철학자의 사고방식을 빌린다’라는 상황을 염두에 두었을지도 모른다. 이때 A와 B는 서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서로 전혀 다른 상황을 머릿속에 그리는 것이다. 논의 자리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이런 겉치레식 합의다. 겉으로 드러난 글의 의미가 일치하더라도 글에서 연상되는 장면이 다르면 이후 논의 과정에서 의견 불일치가 잇달아 나타나기도 한다. (62-64쪽)

책 내용을 분절하는 목적은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 번째 목적은 ‘정보를 하나로 정리하는 것’이다. 책을 읽다 보면 같은 말을 반복하거나, 한 가지 사실에 관한 사례를 장황하게 늘어놓을 때가 있다. 그런 부분은 저자가 특히 신경 쓰는 점이 반영되었겠지만, ‘분절’의 관점에서 볼 때 하나로 정리해도 된다. 성질이 같은 정보는 하나로 정리하는 것이 분절의 첫 번째 목적이다. 두 번째 목적은 ‘정보의 관계성을 따져보는 것’이다. 무언가를 논증하는 책은 대개 ‘A와 B라는 두 개가 있는데, A(혹은 B) 쪽이 뛰어나다’라는 주장의 형식을 취한다. 개중에는 복수의 선택지를 제시한 뒤 ‘이 중 ○번째 것이 가장 좋다. 왜냐하면~’이라고 논하는 책도 있다. 어느 방향이든 무언가를 논증하는 책은 선택지 중 뛰어난 것에 ‘우수’라는 가치를 확실히 매긴다. 저자가 중시하는 관점과 그 근거가 되는 주장을 찾는 것이 분절의 두 번째 목적이다. 세 번째 목적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을 밝혀내는 것’이다. 정보를 수집하다 보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에 맞닥뜨리게 된다. 이해를 가로막는 것은 대개 잘 모르는 단어와 표현, 흐름이 이상한 접속사다. 내용이 너무 추상적이어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알 수 없는 부분도 있고, 반대로 너무 구체적이어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알 수 없는 부분도 있다. (78-80쪽)

요약은 매우 섬세한 지적 작업이다. 저자의 주장을 구성하는 단어나 어구를 모두 수집하여 그대로 이어 붙인다면 원래 문장이 될 뿐이다. 그것은 요약이 아니라 단순한 ‘동어 반복’으로, 상대 이야기를 알기 쉽게 설명하지 않은 상태다. 그렇다고 저자의 문장을 모두 빼고 자기만의 언어로 그의 주장을 표현한다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그것은 요약이 아니라 ‘창작’으로, 상대 이야기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 상태다. 요약이란 어디까지나 저자의 주장을 구성하는 주요 골자를 짚어낸 뒤 거기서 전개되는 로직을 가장 간결한 형태로 재구성하는 지적 작업을 말한다. ‘주요 골자를 짚어낸다’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는 앞서 설명한 ‘분절’ 작업을 가리킨다. 요약을 하려면 사전에 분절 작업을 마쳐야 한다. 요약에 서툰 사람은 그 기초가 되는 분절력 훈련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100쪽)

타자의 의견을 요약하는 것만으로는 독창적인 논의를 전개할 수 없으므로 자신만의 추론을 통하여 도출한 판단을 곳곳에 끼워 넣어야 한다. 논거를 짤 때 중요한 것은 타자 관점에서 뽑아낸 요약과 자기 관점에서 뽑아낸 추론을 균형 있게 조합하는 일이다. 타자 관점에서 뽑아낸 요약이 전혀 없으면 독선적인 논거로 전락하고, 반대로 자기 관점에서 뽑아낸 추론이 전혀 없으면 타자의 의견을 제 생각인 듯 받아쓴 논거로 전락하고 만다. 분절력, 요약력, 그리고 논증력이 균형을 이룰 때 우리는 논리적 사고를 펼칠 수 있다. (113-115쪽)

이야기화하는 힘은 ‘자기반성적인’ 측면과 ‘타자 지향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다. 자기반성적인 측면이란 이야기의 흐름을 문자나 그림으로 풀어냄으로써 사고의 누락이나 중복을 발견하는 특성을 일컫는다. 예를 들어 추상적인 개념을 의인화할 때, 각각의 개념이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정리하지 못하거나 개념이 맡은 ‘일’이나 ‘역할’을 설명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애초 논리의 흐름을 구체적으로 이해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또 추상적인 문장을 영상화할 때, 절정을 절정답게 연출하지 못하거나 이야기의 길이를 변경하는 데 실패한다면 그것도 역시 애초 논리의 골자를 이해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이야기화하는 힘은 타자 지향적인 측면도 가지고 있다. 타자 지향적인 측면이란 듣는 사람을 의식하면서 문자나 그림의 변용을 취사선택하는 태도를 가리킨다. 추상적인 화제를 영상화하는 것은 사고의 깊이를 측정하는 것뿐 아니라 화제의 매력을 타자에게 전달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말하자면 듣는 사람의 반응을 짐작하며 수행하는 의인화와 영상화 작업은 자기 사고를 타자에게 열어 보이기 위한 중요한 과정이다. (149-150쪽)

타자와 대화를 나누는 일은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하나는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에서 타자와 윤리적인 관계를 맺기 위해서다. 여기서 ‘윤리적’이란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상대에게 경의를 표하고 배려하며 마음을 쓰는 태도를 의미한다. 타자와 윤리적인 관계를 맺으려면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데 필요한 지적 토양을 다져야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대화적 사고 기술이다. 대화는 다른 의견을 접하고 다양성을 지키는 데 필요한 윤리적 행동이다. 다른 하나는 ‘불확실성의 시대’라고 불리는 오늘날, 유연한 사고방식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독단적이고 독선적인 사고 습관을 고집하면 끊임없이 새로운 상식과 교양을 흡수해야 하는 시대 흐름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없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시대이기에 더욱 타자의 시각을 흡수하여 유연하게 사고를 확장해나가야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대화적 사고 기술이다. 대화는 독단적이고 독선적인 사고의 틀을 깨고 독창적인 시각과 통찰력을 발휘하는 데 필요한 논리적 행동이다. (157-158쪽)

호의적 해석은 많은 철학 연구자가 문헌을 읽을 때 실제로 사용하는 독해 방법이다. 철학 연구 영역에서는 비교적 주류에 해당하는 사고방식이지만, 명확하게 정해진 방법은 없다. 드물게도 교토대학 다나카 잇코(田中一孝) 선생이 일본국립교육정책연구소에서 열린 강연에서 ‘호의적 해석’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밝힌 바 있다. “호의적 해석이라 하면 단번에 개념이 와 닿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우리 철학자가 텍스트를 읽을 때 중시하는 자세를 일컫는 말입니다. 우리는 종종 텍스트를 비판적으로 읽는다고 하지만, 꼭 비판하기 위해 읽는 것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상대의 주장에 결점이 있다면 그 결점을 보완하고, 이점이 있다면 그 이점을 배가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읽습니다. 상대의 논의가 더욱 완전한 것이 될 수 있도록, 그리고 논의를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읽는 방법이 호의적 해석입니다.” (188쪽)

단순히 다독을 하는 건 사고력과 통찰력을 잃는 지름길

세상에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근거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 편견이 넘쳐난다. 편견은 우리의 눈을 가리고 통찰이 나올 수 있는 길을 막아버린다. 저자는 학창 시절 지식에 대해 잘못된 편견을 품고 있었다고 고백한다. 이는 저자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편견이기도 하다.
저자는 지식은 누적되는 것이며, 책을 많이 읽으면 그만큼 지식이 차곡차곡 쌓인다고 믿었다. 또한 지식이란 사고의 정확성과 응용성을 키워주는 도구이며, 지식이 풍부하면 그만큼 사고가 단단해진다고 보았다. 마지막으로 지식을 수집하는 행위 자체가 사고력을 키우며,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폭넓게 쌓으면 그만큼 넓은 식견을 가질 수 있다고 여겼다. 저자는 이런 지식에 대한 편견에 사로잡혀 책에 적힌 내용을 전혀 의심하지 않고 고스란히 머릿속에 집어넣는 독서를 오랫동안 고수했다. 그 결과 그는 자기 생각을 잃고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게 되었다고 한탄한다.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명저 『문장론』은 저자에게 독서법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그 책에서 쇼펜하우어는 독서를 타인의 사색 흔적을 추적하는 일에 빗대며, 다독은 다양한 사람의 생각을 단편적으로 이어 붙이는 행위에 불과하다고 통렬하게 비판한다. 책은 누군가 모래 위에 남긴 발자취로, 발자취를 따라가는 독서를 계속하면 타인의 사고에 함몰되어 스스로 사고하는 힘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스스로 사고하는 것은 단순히 타인의 사상을 되뇌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사색을 전개하는 일이다. 저자는 지식이란 누군가 남긴 사색의 흔적이고, 그 흔적을 긁어모은다고 해서 스스로 사고하는 힘이 생기는 것은 아니라고 단언한다. 그런 까닭에 단순히 책에 담긴 지식을 머릿속에 집어넣는 독서는 우리를 사고가 지식에 지배되는 예속적인 상태에 빠뜨려 스스로 사고하는 힘을 잃게 할 수 있다. 사색하는 정신에는 책을 읽고 그 속에 담긴 지식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일방향의 독서가 아니라 질문을 던지면서 책에 담긴 저자의 사색을 새롭게 더듬어가는 쌍방향의 독서가 필요하다. 저자는 지식을 수집하는 독서와 지식을 창조하는 사색은 별개로 다루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성을 단련하는 과정에서 가장 본질적인 행위는 다독을 하며 지식을 수집하는 것이 아니라 사색을 하며 스스로 지식을 창조하는 것이다.

탐구를 위한 공부의 힘을 키우는 다섯 가지 사고법과 세 가지 대화법

이 책은 원리 편과 응용 편으로 나뉜다. 원리 편에서는 스스로 사고하는 힘을 ‘질문을 끌어내는 힘·분절하는 힘·요약하는 힘·논증하는 힘·이야기화하는 힘’의 다섯 가지로 분류하고 각각의 힘을 키우는 방법을 제시한다. ‘어디서부터 생각을 시작할 것인가’, 즉 사고의 출발점을 정하기 위해서는 ‘질문을 끌어내는 힘’이 필요하다. 출발점을 착각한다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없다. ‘무엇이 중요한 정보 덩어리인가’를 가려내기 위해서는 ‘분절하는 힘’이 필요하다. 분절에 실패하면 다양한 정보를 난삽하게 늘어놓아 핵심을 한눈에 알아볼 수 없다. ‘어떤 논리를 재현하고 구성할 수 있는가’를 점검하기 위해서는 ‘요약하는 힘’이 필요하다. 요약에 실패하면 애초에 근거로 제시된 데이터나 텍스트를 잘못 이해한 것이다. ‘누락과 중복 없는 추론으로 논거를 짤 수 있는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논증하는 힘’이 필요하다. 논증에 실패하면 이야기가 두서없게 된다. ‘사고 과정을 투명하고 유려하게 전달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기 위해서는 ‘이야기화하는 힘’이 필요하다. 자기 생각을 타인에게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은 자기 자신도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응용 편에서는 다섯 가지 사고법을 응용하여 생산적 사고로 이어지는 대화법을 세 단계로 나누어 설명한다. 첫 번째 단계는 질문으로 타자에게 다가간다. 타자와 대화할 때 처음부터 서로 의견이 일치하는 일은 드물다. 질문은 타자를 처음부터 부정하는 것도, 그렇다고 무턱대고 긍정하는 것도 아니다. 질문이란 가능성을 열어두고 타자와의 대화를 유도하는 중요한 언어 작용이다. 두 번째 단계는 타자 입장에서 호의적으로 해석한다. 대화 자리에서 자신과 다른 의견을 접할 때 우리는 둘 중 하나는 틀렸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호의적 해석’이라는 철학 현장에서 널리 알려진 독해 방법을 적용하여 상대의 처지에서 생각하면 새로운 관점을 발견할 수 있다. 세 번째 단계는 타자에게 적합한 이미지를 사용한다. 무언가를 설명할 때 그 내용이 추상적으로 흐르거나, 반대로 구체적으로 흐르지 않도록 적절한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 이때 활용할 수 있는 강력한 말의 기법이 은유와 유추다. 은유는 더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기술이고, 유추는 상대의 감정을 자기 일처럼 공감하는 기술이다.

탐구를 위한 공부는 삶을 살아가는 힘

굶주린 사람에게 물고기를 주는 것보다는 물고기를 잡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 좋다. 저자는 시중에 나와 있는 공부법이나 사고법 책은 대부분 곧바로 실천에 옮기는 방법을 담고 있으며,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방법을 제대로 다루고 있는 책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철학적 사고에 관한 책이라면 ‘본래 생각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어떻게 해야 생각했다고 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부터 짚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의 초점을 ‘탐구를 위한 공부’의 실천 방법이 아니라 ‘탐구를 위한 공부’의 힘을 키우는 사고법에 맞춘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더 큰 시각에서 볼 때 ‘탐구를 위한 공부’는 삶을 살아가는 힘이 된다고 말한다. 스스로 사고하는 힘을 키우는 ‘탐구를 위한 공부’는 우리가 풍요로운 삶을 일구는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본질적인 문제를 고민하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행복하게 살려면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답하려면 ‘애초에 행복이란 무엇인가’, ‘도대체 무엇이 내 행복을 방해하고 있는가’와 같은 큰 질문에 답해야 한다. 이 문제를 고민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행복한 삶을 자율적으로 바라거나 스스로 일구지 못할 수 있다. 철학적으로 사고하고 문제 해결하는 법을 알려주는 이 책은 삶을 대하는 자세와 현상을 인지하는 태도를 새로이 가다듬게 해줄 것이다.

작가정보

山野弘樹
조치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도쿄대학교 종합문화연구과에서 초역문화과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도쿄대학교에서 박사 과정을 공부하면서 일본학술진흥연구회 특별연구원 DC1, ‘도쿄대 공생을 위한 국제철학연구센터’(UTCP) 리서치 어시스턴트로 활동 중이다.
전공은 철학으로 현대 프랑스 철학을 대표하는 철학자의 한 사람인 폴 리쾨르의 사상을 연구한다. 특히 리쾨르의 후기 주요 저작인 『시간과 이야기』 『타자로서 자기 자신』 『기억, 역사, 망각』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여기서 얻은 식견을 바탕으로 연구 범위를 넓혀 ‘타자와 윤리의 철학자’ 에마뉘엘 레비나스, ‘해체주의 철학자’ 자크 데리다의 철학까지 살핌으로써 현대 프랑스 철학 전반을 정리하는 작업을 계획 중이다.
2019년 일본철학회 우수논문상, 2021년 일본·프랑스철학회 젊은 연구자 장려상을 받았다. ‘철학 지식과 현실 사회를 잇는다’라는 신념을 품고 철학의 의의와 매력을 세상에 널리 알리는 일을 평생의 과업으로 삼고 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어과를 졸업하고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번역가로서 모국어가 서로 다른 저자와 독자 사이를 잇는 튼튼한 다리가 되는 것이 소박한 꿈이다. 옮긴 책으로 『도쿄대 교수가 제자들에게 주는 쓴소리』 『철학 비타민』 『데이터 프라이버시』 『말버릇 마음 버릇 몸 버릇』 『식사가 잘못됐습니다』 등 40여 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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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삶의 문제와 마주하는 법
    정답이 없는 시대 지성을 구하는 독학자를 위한 공부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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