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보호하라
2022년 10월 31일 출간
국내도서 : 2021년 12월 29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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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88976968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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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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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조선과 한국, 중국과 영국, 오스트레일리아까지
전염병과의 전쟁을 통해 탄생한 세계의 도시들을 만나다
우리 일상에서 이토록 ‘전염병’의 공포를 실감해본 시절이 있었을까? 사스, 조류독감, 메르스 등 이른바 신종 감염병이 5~6년 단위로 재발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상대적으로 피해는 미미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달랐다. 발생 초기만 해도 사스와 같은 다른 감염병처럼 예상치 않게 사라질지 모른다는 기대도 했지만, 지금은 이른바 돌파감염을 통해 백신마저 무력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만 이런 기분을 느낀 것은 아니다. 사실 과거의 세계는 지금 우리보다 더 큰 불안과 고통을 겪었다. 질병사에 이름을 올린 두창(천연두), 페스트, 콜레라의 피해 규모와 정도는 코로나19보다 오히려 더 크고 강했다. 두창은 얼굴을 얽게 만들었고 페스트는 온 몸을 멍들였다. 설사와 구토로 상징되는 콜레라의 증상은 보는 사람의 고개를 돌리게 만들었다. 사망에 이르는 속도와 사망자 규모 역시 코로나19와 비교가 되지 않았다. 이런 감염병의 공포가 위생을 낳았다. 검역이 이루어지고 청결이 추구되었다. 도시는 위생이 이루어지는 실질적인 공간이었다. 사람들이 밀집해서 살다 보니 밀착할 수밖에 없었고, 소위 사회적 거리두기는 힘들었다. 감염병은 도시를 중심으로 확산했다. 도시위생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추구해야 할 목표가 되었다. 그 노력이 축적되면서 인류는 서서히 감염병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도시를 보호하라』가 찾고자 한 것이 그 궤적이다. 동서양에서, 특히 근현대에서 이루어진 도시위생의 궤적이다.
근현대 도시위생사 연구 동향과 전망 / 염운옥 김영수 조정은 박윤재
1부 도시위생의 이론-식민지, 근대를 열다
병은 어디에서 오는가-장기설에서 세균설로 병인론의 전환 / 박윤재
1920년대 의사 주택을 통해 본 근대 주택의 위생 담론 / 이연경
방역과 인종분리-영국 열대의학과 식민지 도시위생 / 염운옥
2부 ‘체제’가 된 도시위생-근대 도시를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손
식민지 시기 경성 하수도 정비의 한계와 위생의 ‘좌절’ / 염복규
도시위생의 수호자, 상수도 / 이연경
1950년대 이후 전염병 감시 체계의 역사 / 권오영
위생이냐 이윤이냐-근대 상하이 도시위생과 상수도 / 조정은
3부 ‘위생’의 이름으로-근현대 도시위생의 문화와 정치
때를 밀자-식민지 시기 목욕 문화의 형성과 때에 대한 인식 / 박윤재
한국의 결핵 관리와 보건소-해방 후부터 1970년대 후반까지 / 권오영
일본 점령기 상하이 도시위생과 콜레라 백신접종 / 조정은
‘국민’을 만드는 ‘의학’-오스트레일리아 열대의학과 인종위생 / 염운옥
비교와 융합의 방법론으로 학문의 경계선을 넘다
-역사학, 의학, 공학 등 다양한 연구자들의 협업
도시위생의 궤적을 추적하면서 이 책은 크게 두 가지 방법론을 활용했다. 하나는 ‘비교’였다. 위생은 서양에서 만들어져 일본을 거쳐 중국과 한국에 도달했다. 지향은 동일할지 모르지만 각 공간에서 이루어진 구현은 달랐다. 각 공간의 사회적, 역사적 조건이 달랐기 때문이다. 도시위생에서 나타난 차이는 각 공간을 규정하는 정체성과 연결되었다. 이 책은 동서양의 도시에서 구현된 위생이라는 보편적 가치와 함께 각 공간에서 구현된 실제의 모습을 비교 고찰하고자 했다. 다른 하나는 ‘융합’이었다. 위생은 현실에서 의료와 공학 등 여러 분야가 합쳐져 풀어야 할 문제였다. 공학은 초기 도시위생을 주도했다. 비록 이 책의 연구 대상이 과거이기는 했지만, 의사와 공학자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유였다. 상하수도의 역사를 놓고 역사학자와 공학자의 시선은 다른 곳에서 출발하여 한 곳으로 엮여들었다. 전염병 방역의 역사에 대한 의사와 역사학자의 시선도 섬세하게 교차하며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든다. 이 책의 저자들은 보지 못한 지점을 다른 전공을 통해 볼 수 있었다. 이것은 여전히 미진하지만 확실한 융합학문의 작은 시도이자 첫 걸음이다.
도시위생의 이론
-식민지, 근대를 열다
1부에서는 ‘병은 어디에서 오는가’, ‘어떻게 막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근대 초입의 인류가 대답을 찾아 나가는 과정에서 이론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폈다. 현미경이 발명되기 전까지 인류는 ‘질병’의 근원을 ‘나쁜 공기(장기)’에서 찾았다. 그것은 도로를 닦고 더러운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등의 실천을 통해 극복될 수 있으리라 믿었다. 현미경 렌즈를 통해 ‘세균’이 발견된 이후, 전염병을 막기 위한 ‘방역’의 실현 방법에 관심이 쏠렸다. 세균을 박멸하고 병자를 격리하는 ‘위생’의 전략이 근대 도시의 일상에 스며들게 되었다.
‘체제’가 된 도시위생
-근대 도시를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손
2부에서는 도시위생을 지탱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했던 국가와 사회의 노력이 제도로 정비되는 과정을 살폈다. 그러나 이는 진공상태에서 순수하게 추구되는 ‘위생’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도시위생을 추구하는 모든 선택과 실천의 행간에서는 식민지 시대 제국의 논리, 자본의 논리가 어김없이 관철되고 있었다. 누가 누구보다 더 우선하여 위생의 혜택을 받아야 할 것인가, 제한된 비용을 어디에 먼저 투자하고 무엇을 뒤로 미루어야 할 것인가. 식민지 조선에서도, 해방 한국에서도, 서구열강이 치열한 이권다툼을 벌이던 상하이 조계지에서도, ‘위생’ 그 자체의 발전과 함께 ‘위생’을 주도하는 권력의 논리가 발전하고 있었다.
‘위생’의 이름으로
-근현대 도시위생의 문화와 정치
위생개혁으로 탄생한 도시는 결코 중립적인 공간이 아니었다. 깨끗한 물이 도시에 공급되고 거리가 말끔해지면서 위생은 개인이 챙겨야 하는 몸의 규율로 내면화되었다. 도시에 상하수도 시설을 갖추고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함으로써 사회적 몸으로서 인구는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믿음의 도래, 이것이야말로 위생개혁의 계급정치와 공간정치가 도달한 지점이었다. 3부에서는 근대적 ‘위생 규율’을 내면화하는 과정이 우리 안에 만들어낸 새로운 ‘감정’과 ‘인식’을 섬세하게 살펴보고자 했다. 특히 식민지 백성으로서 더럽고 열등한 존재라는 자기인식을 ‘때’를 벗고 청결해지는 것으로 극복하고자 했던 일제강점기 목욕문화에 대한 검토는 매우 흥미롭다. 또한 상하이 콜레라 백신접종을 둘러싼 권력과 시민공동체의 갈등은 오늘의 우리를 비춰보는 것 같아 오히려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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