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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도 사랑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장혜진 지음
책구름

2023년 03월 03일 출간

종이책 : 2023년 02월 21일 출간

(개의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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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9.68MB)
ISBN 9791192858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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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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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에 성폭력을 당해 아빠가 누군지 모를 아이를 임신하고, 낙태하고, 결혼식 없이 결혼 생활을 시작했다가 가정 폭력을 겪고 싱글맘이 되었다. 그래도 열심히만 살면 될 줄 알았는데, 유방암에 이어 갑상선암에 걸렸다. 그는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걸까. “너무 아파서 글을 썼다. 너무나 아파서, 그래서 글을 써야만 했다. 누군가 나처럼 너무나 아픈 사람이 있다면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전부였다.”

사랑하라는 책은 도처에 있다. 《하루도 사랑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는 무엇이 다른가.
이 책을 읽은 우리가 달라질 것이다. 거대한 파고에 부닥칠 때마다, 우울하고 지치고, 더는 감당하기 어렵다고 느껴질 때마다 저자의 시리고 척박했던 삶 자체가 강력한 처방전이 되어 줄 것이다. 쓰러지고 내동댕이쳐져도 매번 다시 몸을 일으켜 어둠뿐이던 삶에 색을 입혀갔던 그녀의 글을 등불 삼아 다시 살아갈 용기를 낼 것이다. 울면서도 웃을 수 있을 것이다. 스스로를 발가벗기며, 진실과 마주하며 써 내려간 글과 책의 힘이다.
프롤로그 / 9

#1. 사랑받을 자격이 없었던 걸까

그리고 삶이 시작되었다 / 15
결혼, 천당과 지옥의 기괴한 결합 / 18
거꾸로 흐르는 시간 / 22
절망이 앉아 있었다 / 26
과거에서 날아온 신호 / 31
어두컴컴한 계단 아래로 / 34
사랑받지 못할까봐 버려질까봐 / 38
가난은 비누에 새겨진 쥐 이빨 자국처럼 / 43
흔들리던 시절 / 47
하늘이의 개똥 사건 전말 / 50

#2. 그때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랑

깊숙이 뻗은 운명이라는 뿌리 / 59
때로는 맞닥뜨려야 할 때가 있다 / 65
너에게서 나를 본다 / 68
엄마도 처음엔 아이였단다 / 71
슬픔이 너를 만질 수 없게 / 77
눈물이 많은 아이 / 80
하늘이의 숨겨둔 ‘무기’ / 85
삶의 기준이 되는 존재 / 89
살고 싶다, 여기에서 / 94
한 아이의 엄마, 그 엄마의 엄마 / 100

#3. 당신의 친절에 감사합니다

‘출장 가능한’ 엄마는 가능할까 / 107
휩쓸리고 떠밀리고 장단에 맞춰 춤추고 / 111
엄마라는 슬픈 짐승 / 116
공원 앞 타로 카페 / 120
당신을 이해합니다 / 124
왜, 굳이, 지금, 하필이면 / 130
어느 특별한 날의 동물원 / 133
드라마와 현실은 달라 / 138
토닥토닥 다독다독 처방전 / 142
냉정하게 물러서야 할 때 / 146
당신의 친절에 감사합니다 / 149

#4. 하루도 사랑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꽁꽁 싸맸던 포장지를 뜯어내면 / 157
버티고 참아내는 사람들 / 163
왜 잠자코 있지를 못하니? / 167
나의 해방 일지 / 172
순진하니까 그런 거잖아 / 177
하루도 사랑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 181
싸우는 사람들의 코골이 삼중주 / 186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 190
이제야 비로소 내 진심이 이해가 된다 / 194

에필로그 / 201

이 책에는 한 사람의 인생이 담겨 있다. 하나도 거창하거나 대단할 것 없는, 아니면 그 반대일지도 모르는. 이 이야기가 조금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가 있다면 자기 안에 숨어 있던 사랑을 발견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 프롤로그

“죽어야만 해.”
그 짧고 단호한 소리와 함께 곧 몸의 구체적인 감각들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모든 감각과 감정마저도 고통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태어나 처음 느껴보는 끔찍한 고통이었다. 귓가에 속삭이는 죽음의 손짓만이 나를 구원해줄 해답처럼 느껴졌다. 가까스로 몸을 일으켰을 때 머릿속에는 온통 죽음에 대한 생각만이 가득했다. 내가 죽으면 슬퍼할 가족들 얼굴이 아득하게 떠올랐지만 영혼을 짓누르고 있는 끔찍한 고통의 무게 저 밑바닥에서 희미할 뿐이었다.
- 그리고 삶이 시작되었다

누구나 평범하게 살고 있을 때는 이혼녀가 된다거나 배우자 없이 혼자 아이를 키운다거나 셀 수도 없이 이직을 경험한다거나 불치병 걸린다거나 하는 일들이 자신에게는 일어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나도 그랬다.
- 결혼, 천당과 지옥의 기괴한 결합

다정하게 서로를 끌어안던 우리는 어디에 있을까……. 함께 있는 것만으로 소중했던 시간들은 왜 다시 돌아올 수 없을까……. 사랑만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았던 모든 것들이 한낮의 모래성처럼 맥없이 허물어져갔다. 나는 나로 꽉 차 있었고, 그는 그로 꽉 차 있었다.
- 거꾸로 흐르는 시간

순간 커다란 손이 거세게 내 뺨을 내리쳤다. 마르고 구부정한 몸이 날아가 바닥에 내팽개쳐졌다. 다시 몸을 일으켰을 때 그는 더 세게 또 한 번 뺨을 내리쳤다. 귓속에서 삐~ 하는 기계 소리가 들렸다. 정신이 몽롱해졌다. 바닥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 나에게 그는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괴성을 지르며 몸을 밟고 다시 목을 조르다가 바닥에 내던졌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나는 소리도 내지 못하고 바닥에서 신음하며 뒹굴고 있었다. 잠들어 있던 아이가 깨어나 울음을 터트렸다. 울음소리에 깜짝 놀라 본능적으로 아이를 안으려고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충격과 공포로 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
- 절망이 앉아 있었다

“나를 팔아서 가져가라.”
“소풍 가는데 돈이 왜 필요하냐.”
“밥 먹었으면 됐지 뭘 더 먹으려고 하느냐.”
정당하게 요구해야 할 것조차 입도 뻥긋하지 못했다. 엄마는 이런 내가 짜증이 났던지 ‘등신 같은 년’이라고 불렀다. 나는 진짜 엄마 말대로 되어갔다. 엄마가 심부름이나 집안일을 시키면 언니와 여동생은 못 들은 척했지만 나는 눈치를 보다가 엄마 목소리가 커지면 벌떡 일어났다. 일을 도맡아 했고 엄마가 시키기도 전에 눈치껏 상황을 파악하고는 움직였다.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하는 아이, 말 잘 듣는 아이, 착한 아이.
나는 이 세상에서 사랑받지 못할까봐 버려질까봐 두려운, 그런 아이였다.
- 사랑받지 못할까봐 버려질까봐

“아니, 당신은 도대체 뭘 먹었길래 그 모양이야? 아무거나 막 먹으니까 그렇지!”
저녁 반찬으로 먹은 고추 부각이 위경련을 일으킨 것이었다. 아빠의 한마디는 엄마를 사경을 헤매다 겨우 살아난 사람에서 퉁명스럽고 화난 사람으로 원상 복귀시켜버렸다.
아빠는 어디에 있었을까? 아빠는 왜, 언제나 중요한 순간엔 거기에 없었을까? 그 자리에 있었더라면 아빠는 엄마를 다르게 대하지 않았을까? 이웃집 아주머니가 바닥에 쓰러져 신음하는 엄마를 직접 보았다면, 그랬더라면 다른 방식으로라도 우리를 도와주었을까? 인생의 많은 순간들은 왜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듯, 그렇게 버젓이, 우연인 듯, 운명처럼 일어날까?
- 가난은 비누에 새겨진 쥐 이빨 자국처럼

낙태 수술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된 자괴감과 아이를 지웠다는 죄책감에 몹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냈다. 스무 살에 만난 세상은 너무 아프고 외로운 곳이었다. 시간이 흘러 새살이 돋아났지만 내 여성성의 시작은 언제나 차가웠던 그날 새벽, 쾌쾌한 냄새가 나는 여인숙에 머물러 있었다.
성인이 된 이후로도 나는 누구와도 진실하고 안정적인 관계로 발전하지 못했다. 버려지는 데 대한 두려움이 늘 앞섰다. 상대에게 맞추기 위해 연기를 했다. 내 마음이나 몸은 관심 밖이었다. 가장 아름답고 빛나야 할 젊은 날들을 도돌이표처럼 무한 반복하며 누군가에게 받은 상처를 다른 누군가에게 갚아주며 살았다. 그 과정에서 상처를 받는 것은 정작 나 자신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 흔들리던 시절

나는 생명을 지닌 인간으로서, 부모님의 자랑스러운 딸로서, 나라는 고유한 인격체로서 인정받고 싶었다. 나를 상처 입힌 것은 가난이 아니었다. ‘무엇도 가질 자격이 없는 존재’라는 존재 자체의 무시였다.
나도 먹고 싶은 것을 먹어도 되고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고 누릴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존재라는 것을 알려줬다면, 세상을 살아갈 힘을 얻었을 것이다. 당장 원하는 것을 사 주지 못하더라도 그것을 원하는 아이에게 ‘미안해’라고 말했다면, 나도 그걸 먹을 자격이 되지만 지금은 다만 형편이 되지 않을 뿐이라고 받아들였을 것이다. 가난이라는 이름 뒤에 ‘불행, 수치, 실패, 무기력, 좌절’ 등을 끌어다가 붙이며 나 자신을 어둠으로 몰아넣지는 않았을 것이다.
- 엄마도 처음엔 아이였단다

문득 시선이 닿은 곳에 끈도 다 낡아버린 빛바랜 족자가 보였다. 바람이 일기 시작했는지 족자가 천천히 움직였다. 이내 바람이 돌풍으로 변했고, 족자는 떨어질 듯 말 듯 위태롭게 흔들리더니 하늘을 향해 자유로이 펄럭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맙소사! 세상의 빛깔이 달라져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멈춰선 듯 세상이 고요해졌다. 족자는 달라진 세상 속에서 자기만의 빛깔로 뽐내고 있었다. 그 신비스러운 빛이 사라질까봐 재빨리 주변을 둘러보았다. 세상은 언제나 이렇게 아름다웠다는 듯 고유한 빛깔로 빛나고 있었다.
“세상이 이렇게 아름다웠구나! 살고 싶다, 여기에서!”
- 살고 싶다, 여기에서

홍보관을 나온 이후 수차례 이직을 경험하며 내가 알지 못했던 수많은 나를 만났다. 겹겹이 싸인 자아의 껍질은 조금씩 균열이 생기다가 떨어져 나갔다. 나를 만들어낸 어린 시절의 경험이 고통과 함께 떠올랐다. 돈에 집착하는 엄마가 싫어서 나는 다른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나는 엄마보다 더한 속물이었다. 돈이 무서웠다. 나와 가족의 불행이, 거의 유일한 친구였던 강아지 루루의 죽음이 모두 돈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돈은 모든 불행의 근원이면서 무고한 생명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돈 많은 사람이 우월해 보였다. 맹목적으로 돈에 집착했다. 돈으로 나와 타인의 가치를 판단했다.
엄마는 루루를 팔아 쌀을 샀다. 엄마가 된 나도 그렇게 했을지 모른다. 루루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우리를 위해서만 존재했다.
- 엄마라는 슬픈 짐승

“엄마, 나 아빠 만날 생각 하니까 너무 기대돼!”
어느 가을날, 하늘이는 기억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만으로도 그리운 아빠를 만나게 되었다. 동물원에 가려고 집 앞으로 데리러 오는 아빠를 기다리며 아이는 내내 들떠 있었다.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온 차가 멈추고 그가 우리 쪽으로 걸어왔다. 하늘이는 내가 아빠라고 알려주기 전까지 전혀 알아보지 못하고 멀뚱히 서 있었다. 햇살이 뜨거운 날이었는데도 그는 정장 차림이었다. 그 역시 하늘이에게 번듯한 인상을 주고 싶었을 것이다.
- 어느 특별한 날의 동물원

사람들은 타로의 결과보다 자신의 느낌으로 이미 답을 알고 있을 때가 많았다. 나 역시 내 안의 어떤 느낌을 따라서 갔다. 그리고 점점 그 느낌에 귀를 기울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모든 길이 최선의 선택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내 삶을 어떤 힘이 이끄는 것만 같았다.
카페에서의 마지막 날 저녁에 연인으로부터 받았던 라그라스의 꽃말은 이랬다.
‘당신의 친절에 감사합니다.’
- 당신의 친절에 감사합니다

“엄마, 나한테 왜 그랬어? 왜, 날 그렇게 살게 했어?”
엄마는 온몸을 떨며 노모를 향해 서러움을 토해냈다.​
“엄마, 엄마, 엄마!” 목 놓아 울부짖는 소녀는 오빠를 위해 학교도 포기하고 돈을 벌어야 했다. 살림밑천 역할을 톡톡히 해냈음에도 사랑받지 못했던 소녀였다. 그 소녀는 엄마의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다. 그리고 생명이 꺼져가는 엄마를 이제는 용서해야만 했다. 더는 시간이 없었다.
​“엄마, 나한테 사과해. 미안하다고 하란 말이야!”
​소녀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엄마에게 말했다. 미안하다는 말……, 그 말 한마디가 그렇게 듣고 싶어서……. 그것이면 충분해서…….
“엄마, 내가 다 용서할게. 잘 가, 엄마. 미안해. 편히 가, 엄마.”
엄마는 그렇게 할머니를 보내드렸다. 내가 그랬듯이 엄마도 그랬다. 가장 사랑했던 만큼 가장 미웠다.
-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너무 아파서 글을 썼다. 너무나 아파서, 그래서 글을 써야만 했다. 누군가 나처럼 너무나 아픈 사람이 있다면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전부였다. 내가 글을 쓴 진짜 이유였다.
껍질 하나를 벗기고 또 벗길 때마다 글을 쓰는 이유는 달라졌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았다. 진심이라는 마음 한줄기에 자아는 형태를 바꿔가며 껍질과 모양새를 바꾸어버린다. 나를 안다는 것이 이리도 어려울 수가!
이제야 비로소 내 진심이 이해가 된다. 내가 써놓은 그 모든 이야기들도…….
이제야 비로소 내 진심이 이해가 된다

때때로 책은, 삶은 참으로 기만적이다. 저마다의 명분과 정의가 있지만 진실을 제대로 드러내기가 두렵고, 하려고 마음을 먹었어도 막상 그 지점에 서면 머뭇거려진다. 진실한 척은 할 수 있어도 그에 대한 죄책감은 남아 있기 마련인데, 이젠 그마저도 능수능란하게 포장하는 시대다. 그런데도 그런 책이 있다. 발가벗기며 써야만 하는 글이 있다. 그렇게 하지 않고는 이야기를 꺼내기가 불가능한 삶이라서 그렇다. 《하루도 사랑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의 저자 장혜진 작가의 일상은 드라마 같고 소설 같다. 하지만 실화다.

낮에도 컴컴하고, 장마철엔 물이 새고, 밤엔 천장에서 쥐와 고양이가 부스럭거리는 비닐하우스 집은 많은 것이 부재했다. 준비물이 없고, 우산이 없고, 부모의 사랑도, 희망도 없었다. 엄마에게 혼이 나서 자주 울던 아이는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하고, 말 잘 듣는 착한 아이가 되었으나, 돌아온 건 ‘등신 같은 년’이라는 절망과 무엇도 가질 자격이 없는 존재라는 상처뿐이었다.

자기를 아끼는 법을 배우지 못한 무력한 아이는 무력한 어른이 되었다. 스무 살에 성폭력을 당해 아빠가 누군지 모를 아이를 임신하고, 낙태하고, 결혼식 없이 결혼 생활을 시작했다가 가정 폭력을 겪고 싱글맘이 되었다. 그래도 열심히만 살면 될 줄 알았는데, 유방암에 이어 갑상선암에 걸렸다.

“나는 삶과 사랑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내 삶을 발가벗기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이유 역시 사랑 때문이었다.”

사랑. 그녀는 사랑을 말했다. 이토록 가혹하고 척박한 삶에 사랑이 무슨 힘이 있었을까. 그녀에게 사랑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책에는 막다른 지점이라고 여길 때마다 그녀를 일으켜준 존재들이 등장한다. 가정 폭력 속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졌을 때, 오직 죽음밖에 남지 않았다고 믿었던 순간, 갓 난 딸아이의 울음소리가 그녀의 빛이었다. 애완견 루루는 엄마에게 혼나서 밖으로 쫓겨나 울고 있던 어린 저자의 곁에 있던 유일한 친구였다.

야심차게 시작했던 카페 문을 닫던 날, ‘당신의 친절에 감사합니다’라는 뜻의 꽃다발을 선물해준 손님들과 잦은 이직 속에서도 마음을 주고받았던 동료들, 그리고 싱글맘이 된 자식과 손녀를 받아준 늙은 아빠와 엄마가 있었다.

그녀가 새롭게 발견한 사랑, 그 자리에 있던 사랑
“하루도 사랑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그녀의 사랑이 특별한 이유는 그녀가 자기의 삶을 객관적인 시선에서 바라보고 사유하며 발견한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소설에서나 일어날 법한 혹독한 현실과 격정적인 감정 속으로 독자를 휘몰아 가면서도 상황을 바라보는 객관적인 거리를 유지한다.

이혼한 남편이 재혼하는 날, 그제야 저자는 자신으로 인해 상처받았던 한 남자가 보였다. 그가 용기를 내어 화해를 위한 꽃다발을 사 왔던 밤, 그녀는 거실 구석 자리로 꽃다발을 팽개쳤고, 그는 그걸 보며 울었다. 자신에게 가시가 있는 줄 몰랐기에 다른 이가 상처를 입는 줄도 몰랐다. 불화의 탓이 오직 상대에게 있다고 생각했다. “홀로 아이를 키우면서 그에 대한 미움이 들 때마다 마지막 그날 밤이 떠올라 비참했다. 그에 대한 미움을 버리고 그를 용서하고 싶었다. 하지만 용서해야 할 대상도 용서받아야 할 대상도 없음을 알아버렸다. 나를 진짜 아프게 했던 것은 그가 아니라 내 지독한 결핍이라는 것을.”

어린 시절 고유한 인격체로 인정받지 못했던 아픔을 직시하면서도 그 당시 젊은 부모에게 닥쳤던 가난과 그로 인한 분노와 슬픔, 삶의 무기력함을 외면하지도 않는다. “어쩌면 어린 시절 구박했다는 이유로 엄마를 평생 원망하고 미워하면서 모든 불행을 엄마의 탓으로 여기며 사는 것이 훨씬 편할지도 몰랐다. 좋은 엄마가 된다는 것은 달라져야 한다는 것, 그동안 경험하고 배우지 못한 것들을 배우고 회복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엄마로서의 삶이 펼쳐지지 않았다면 영영 내 안의 많은 결핍을 꺼내 들여다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녀에겐 자기를 닮은 딸, 하늘이가 있다. 하늘이를 통해 자신을 본다. 유난히 눈물이 많아 눈치를 많이 보는 아이,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떼를 쓰다가 할머니에게 이끌려 서러운 발걸음을 돌리는 아이의 뒷모습에 자신의 어린 시절이 있다. 서러운 생이라도, 좀 더 잘살아 보겠다고 분투하며 새벽녘 혼자 눈물을 삼키면서 젊은 시절의 엄마의 날들을 이해했다. 루루를 팔아버린 인정머리 없는 엄마가 아니라, 어떻게든 자식들 먹일 쌀을 사야 했던 엄마와 매일 묵묵히 고단한 삶을 이어가는 아버지도 그렇게 만났다.

저자는 딸을 자주 업었다. 아이가 엄마인 저자에게 바라는 행위 속에 어린 시절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관계와 사랑이 들어 있다. 아이의 심장과 그녀의 등이 맞닿았던 시간이 어둠뿐이던 날들에 색을 더해주었을까. 그녀는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 머무르지 않고 나아가고 싶다. 지금 여기에서, 행복하게 살고 싶다.

사랑하라는 책은 도처에 있다.
《하루도 사랑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는 무엇이 다른가.
죽어야만 끝날 것 같은 처절한 고통과
살아감이 곧 절망인 이들을 위해 쓰인 책

저자는 쓰면서 알았다. 이토록 아픈 이야기를 왜 하고 있는지. “너무 아파서 글을 썼다. 너무나 아파서, 그래서 글을 써야만 했다. 누군가 나처럼 너무나 아픈 사람이 있다면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전부였다. 내가 글을 쓴 진짜 이유였다.”

읽는 내내 그리고 책을 덮고 나서 한참 먹먹해질 것이다. 분노가 일고, 슬픔과 눈물이 차오를 것이다. 그것이 한차례 지나가고 나면 그녀가 남긴 질문이 가슴에 들어온다. 내 곁에 있는 사랑은 무엇인가. 내가 받았던 사랑, 무엇보다 내가 주었던 사랑을 수긍하고 긍정할 것, 그리고 포기하지 않고 살아갈 것. 그녀의 사랑은 단순하다. 포기하지 않고 일어서는 것. 좌절하고, 넘어지고, 낭떠러지에서 떨어진 데도 다시 추스르고 일어나는 것. 그런 저자가 발견한 사랑의 아포리즘, 돌아보면 단 하루도 사랑하지 않은 날이 없고, 사랑받지 않은 날이 없었다.

사랑하라는 책은 도처에 있다. 《하루도 사랑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는 무엇이 다른가.
이 책을 읽은 우리가 달라질 것이다. 거대한 파고에 부닥칠 때마다, 우울하고 지치고, 더는 감당하기 어렵다고 느껴질 때마다 저자의 시리고 척박했던 삶 자체가 강력한 처방전이 되어 줄 것이다. 쓰러지고 내동댕이쳐져도 매번 다시 몸을 일으켜 어둠뿐이던 삶에 색을 입혀갔던 그녀의 글을 등불 삼아 다시 살아갈 용기를 낼 것이다. 울면서도 웃을 수 있을 것이다. 스스로를 발가벗기며, 진실과 마주하며 써 내려간 글과 책의 힘이다.

북 트레일러

작가정보

저자(글) 장혜진

마흔 여섯의 회사원이자 한 여자아이 엄마. 딸아이에게 아빠까지 되어 주고픈 욕심 많은 싱글맘으로 13년째 살고 있다.
사랑과 행복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내 아이에게만은 반드시 주고 싶었다. 이혼을 하고, 스무 번도 넘게 이직을 감행하고, 겁도 없이 장사를 시작하고 또 칼같이 접고, 두 번의 암을 맞이하고 견디며 자타공인 적응의 달인이 되었다.
한 존재를 사랑하는 일이 나를 살렸다. 내 삶의 모양이 어떻든 있는 그대로 끌어안으며 고통 속에서도 웃는 법을 배웠다. 어둠뿐이었던 삶이 비로소 색채를 입기 시작했다. 과거의 나처럼 상처받은 누군가의 마음에 닿기 위해 글을 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고 싶은 사람. 슬플 때 울고 기쁠 때 웃는 일이 자연스러운 사람이고 싶다.

intagram/mamiya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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