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 연대기
2022년 12월 26일 출간
국내도서 : 2018년 05월 2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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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88901268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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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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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서론: 인간은 무엇에 적응되어 있는가?
<b>1부 유인원과 인간</b>
1장 직립 유인원: 우리는 어떻게 두 발 동물이 되었는가
2장 모든 것이 먹는 것에 달렸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어떻게 과일에서 벗어났는가
3장 최초의 수렵채집인: 어떻게 호미닌에서 현생 인류가 진화했는가
4장 빙하기의 에너지: 큰 뇌, 통통한 몸, 긴 성숙 기간
5장 매우 문화적인 종: 현생 인류는 어떻게 세계를 차지했는가
<b>2부 농업과 산업혁명</b>
6장 진보, 불일치, 역진화: 구석기 시대의 몸으로 이후 세계를 산다는 것
7장 실낙원?: 농업 생활의 이익과 손해
8장 현대와 우리의 몸: 산업 시대가 초래한 건강의 역설
<b>제3부 현재와 미래</b>
9장 과잉의 악순환: 너무 많은 에너지가 병들게 한다
10장 쓰지 않아서 생기는 병: 너무 적은 사용과 자극이 쇠퇴를 가속화하다
11장 새로움과 안락함 속 보이지 않는 위험: 일상적인 혁신이 몸에 해로운 이유
12장 더 적합한 자의 생존: 진화적 논리는 더 건강한 몸을 일구는 데 도움이 되는가
감사의 말
주석
많은 사람들이 인간의 몸 이야기를 하는 (그리고 검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왜 우리가 지금의 방식으로 존재하는지를 밝히기 위해서다. 왜 우리는 큰 뇌, 긴 다리, 눈에 띄는 배꼽 등의 특이한 점들을 갖고 있을까? 왜 우리는 두 다리로 걷고 언어로 의사소통할까? 왜 우리는 협력을 하고 요리를 할까? 인간의 몸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살펴봐야 하는 긴급하고 실용적인 또 하나의 이유는 우리 종이 어 떤 존재이며 무엇에 적응되어 있는지를 알아내 왜 우리가 병에 걸리는지 밝히기 위해서다.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해서는 우리 종이 병에 걸리는 이유를 알아내야 한다. (35쪽)
당신의 몸에는 문화와 생물학적 형질이 수십만 년간 상호작용 함으로써 진화한 특징들이 가득하다. 그중 일부는 현생 인류가 기원하기 전부터 있던 것이다. 예를 들어 석기와 발사 무기의 발명은 정교한 도구를 만드는 손재주와 정확하고 세게 던지는 능력에 대 한 자연선택을 일으켰다. 전기 구석기 시대에 석기가 만들어진 이래로는 더 작은 치아에 대한 자연선택이 일어났다. 요리가 널리 퍼 진 뒤로는 요리 없이 살 수 없을 정도로 우리 소화계가 너무 많이 변했다. 20만 년 전에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한 이래로 인간의 생물학적 형질이 거의 바뀌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우리의 끊임없는 혁신 욕구가 몸에 대한 자연선택을 일으켰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219쪽)
우리 종이 최근에 거둔 성공이 생각하고 학습하고 소통하고 협력하고 혁신하는 놀라운 능력 덕분이기는 하지만, 나는 현생 인류의 진화를 순전히 몸에 대한 두뇌의 승리로 보는 것은 부정확할 뿐 아니라 위험한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후기 구석기 혁명과 여타 문화적 혁신이 있었기에 현생 인류가 지구를 지배하고 다른 사촌 종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렵채집인 이 일을 할 필요가 없게 된 것은 아니며, 생존하기 위해 몸을 쓸 필요가 없게 된 것도 아니다.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수렵채집인은 기본적으로 몸을 능숙하게 쓰는 사람들로, 몸을 부지런히 움직여야 생계를 이어나갈 수 있다. (223쪽)
우리 몸의 적응들은 오래전에 우리 조상들이 자식을 많이 남기는 것을 도왔다는 이유만으로 진화했다. 따라서 우리가 때때로 병에 걸리는 것은 자연선택의 우선순위가 일반적으로 건강보다 번식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건강하도록 진화하지 않았다. (242쪽)
이 세계가 가능한 모든 세계 중에서 최선이 아니듯이, 우리 몸도 가능한 모든 몸 중에서 최선이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유일한 몸이고, 따라서 우리는 그 몸을 즐기고 돌보고 보호해야 한다. 우리 몸의 과거는 더 적합한 자의 생존이라는 과정이 만들었지만, 그 몸의 미래는 우리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511쪽)
인간사와 문명사를 통합하며 우리 종의 기원과 한계를 밝힌 600만 년의 대서사
일반적으로 인류 역사는 야만에서 문명으로 나아가는 진보의 역사로 이해되었다. 600만 년 전 아프리카 숲속 나무에서 내려와 서서 걷기 시작한 유인원이 진화를 거듭해 호모 사피엔스가 되었다. 사피엔스 무리는 전 세계로 퍼져나가 소통하고 협력하고 생각하고 혁신하는 문화적 능력을 발휘해 다른 인간 종들과의 경쟁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최후의 승자가 되었다. 이후 그들은 석기 문명, 농업 문명, 산업 문명을 차례로 일으키고 마을, 도시, 국가, 제국을 건설하며 지구의 지배자가 되었다.
하지만 우리 몸의 관점에서 보면 이처럼 호모 사피엔스의 진화적, 문화적 성공을 그린 이야기에 의구심이 생긴다. 과거 생명을 위협했던 전염병, 기아, 영양실조는 과학기술의 혁신으로 대부분 해결되었고 영유아 사망률이 낮아졌으며 인간 수명은 길어졌지만, 전에는 없거나 드물었던 비감염성 만성질환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기하급수로 늘고 있다. 알레르기, 근시, 불면증, 평발과 같은 기능장애 패턴도 심상치 않은데,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50년에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정도인 50억 명이 근시가 된다고 한다. 그렇다고 인공지능, 빅데이터, 크리스퍼가위 등의 정보기술과 생명공학에 힘입어 인간이 질병과 고통에서 해방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에 희망을 걸기에는 윤리적 문제와 기술적 한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우리 몸 연대기(The Story of the Human Body)』는 오늘날 비감염성 만성질환과 기능장애가 전 세계적으로 만연한 이유를 진화적 관점에서 폭넓게 탐구하는 책이다. 저자인 대니얼 리버먼(Daniel Lieberman) 하버드대 교수는 직접 고인류의 뼈를 만지며 인간 몸의 구조와 기능이 왜 그리고 어떻게 진화했는지 연구하는 세계적인 진화생물학자이다. 그는 우리가 직면한 건강 문제가 일종의 진화적 산물로, 혹독한 환경 아래서 생존과 번식에 적합하게 진화한 우리 몸이 풍요롭고 안락한 현대 문명과 만나 벌어지는 부적응 때문이라는 것을 이 책에서 흥미진진하게 밝힌다. 화려한 수사와 현학적 개념 대신 인류학, 생물학, 유전학 연구에서 얻은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데이터와 과학적이고 치밀한 논증을 바탕으로 인간 몸과 문명의 공진화(共進化)를 서술한 이 책은 인류의 역사를 이해하는 새로운 시각과 더불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한 믿음직한 조언을 제공한다.
우리 몸은 ‘무엇에’ 적응해왔는가?
진보의 오해를 걷어낸 복잡다단한 진화의 모습들
『우리 몸 연대기』는 오늘날 유행하는 비감염성 만성질환과 기능장애가 현대의 특정 행동과 조건에 충분히 적응되어 있지 않은 구석기 시대의 몸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구석기 시대 우리 조상들처럼 수렵채집 생활로 회귀하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실제로 이러한 맥락에서 구석기 식단이나 맨발 달리기 같은 것들이 한때 인기를 끌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저자는 북극 툰드라에서 열대우림과 사막에 이르기까지 우리 조상들이 적응한 환경은 너무도 다양해서 일반화시켜 적용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혹시 특정 유전자나 인구 증가, 노화 때문에 이러한 질병이 흔해진 것은 아닐까? 실제 여러 연구 결과들에 따르면 유전자와 인구 집단의 크기, 나이가 질병과 강한 상관관계를 갖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형 당뇨병이 미국보다 아시아에서 더 빠르게 퍼지는 이유는 유전자 빈도의 변화 때문이라기보다 서구의 생활 방식이 과거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던 오래된 유전자들과 상호작용한 결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또한 인구수의 증가폭에 비해 만성질환의 확산 속도나 규모의 증가폭이 훨씬 크며 그 발생률이 노년층 외에 청년층과 중년층 사이에서 치솟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늘어난 수명만큼 병에 걸려 고통받는 현대인의 역설적인 상황에 현명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우리 몸이 ‘무엇에’ 적응되어 있으며 왜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되었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에서 출발해 인간 몸과 문명의 역동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과정을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 저자는 구체적인 연대와 전문용어에 연연하는 대신 인간 몸을 빚은 핵심적인 일곱 가지 진화적 사건을 이정표로 내세우며 600만 년의 인류 역사를 다시 써내려간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 몸은 강수량, 기온, 식량이 끊임없이 바뀌는 환경에서 번식과 생존의 이득을 꾀하기 위해 두 발로 먼 거리를 효율적으로 이동하며, 자연에서 나는 건강한 음식을 다양하게 섭취하고, 큰 뇌와 자녀 양육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지방을 축적하도록 수백만 년에 걸쳐 진화했다. 이러한 몸은 문화적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훌륭한 생물학적 기반을 제공하며 호모 사피엔스의 성공을 이끌었지만 동시에 그 문화적 힘이 창조한 환경과 부조화를 일으키며 기근과 질병 같은 불행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더욱이 과학과 의학의 발전으로 증상을 효과적으로 완화시켜주는 치료법과 약물, 보조기구 들이 성행하는 가운데 우리는 진화적 불일치 질환을 촉진하는 환경조건과 행동방식을 후대에 물려주는 ‘역진화(dysevolution)’ 메커니즘을 확대, 재생산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우리 몸과 문명의 진화 이야기는 기존의 상식과 통념에 반하는 새로운 사실을 알려주기도 한다. 예컨대 자연선택은 오래 건강하게 사는 생명체가 아니라 치열한 생존투쟁에서 악착같이 살아남아 왕성하게 번식하는 생명체를 만든다. 문명은 인간의 가장 위대한 창조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환경을 급속도로 바꾸며 우리 몸에 근본적인 변화를 야기하는 또 다른 진화적 원동력이기도 하다. 결국 인간이 병에 걸리는 이유는 우리 종의 기원과 한계 때문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역진화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낼 수 있을까?
급부상하는 진화의학의 통찰과 역진화의 문제
『우리 몸 연대기』는 진화적 관점을 건강과 질병 문제에 적용한 ‘진화의학’에 학문적 기반을 두고 있다. 진화의학은 생리학과 해부학을 바탕으로 하는 현대 임상의학이나 유전자, 세포, 분자 단위에서 연구하는 생물학과 달리 역사적 관점에서 인간이 왜 병에 걸리는지를 연구하는 학문으로 1990년대 초 미시건대 의대 교수였던 랜덜프 네스(Randolph Nesse)와 세계적 진화생물학자 조지 윌리엄스(George Williams)가 창시했다. 세계 인구가 증가하고 고령화되면서 개인과 국가 모두에서 만성질환의 예방과 관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에 진화의학에 대한 관심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진화의학은 오늘날 흔히 보이는 2형 당뇨병, 심장병, 생식기 암과 같은 만성질환과 매복사랑니, 근시, 평발, 골다공증, 요통과 같은 기능장애의 원인이 무엇이며 그 질병들을 어떻게 치료하고 예방할 수 있는지에 대해 기존의 건강상식과 다른 설명과 대안을 내놓는다. 예를 들어 2형 당뇨병에 걸린 사람은 인슐린 민감성을 개선하거나 포도당의 흡수를 저해하는 약을 평생 먹을 수도 있겠지만 대신 수백만 년 동안 여분의 에너지를 축적하도록 진화한 우리 몸이 다량의 당이 빠르게 흡수되는 것에 잘 적응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전제로 신체 활동을 늘리고 탄산음료나 사탕 같은 가공식품을 피하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다.
게다가 갈고 으깨고 부드럽게 만들어진 음식을 섭취하는 오늘날의 인간은 과거보다 덜 씹기 때문에 턱이 모든 치아가 들어설 만큼 크게 성장하지 못해 매복 사랑니와 부정교합 같은 문제를 겪는다. 물론 사후에 치과 치료를 받을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진화적 메커니즘을 이해한다면 뼈가 성장하는 시기에 껌을 씹어서 부족한 자극을 보충할 수 있다. 또한 맨발로 다니던 우리 조상들의 발을 물려받았지만 쿠션이 장착된 신발을 신는 것에 더 익숙해진 결과 발바닥활을 지탱하는 근육들이 오히려 약해져 평발이나 발바닥근막염 같은 문제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최소한의 기능을 가진 신발을 신으려고 노력해볼 수 있다.
이처럼 우리 몸과 문명, 건강과 질병에 대해 진화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진화의학은 건강한 삶을 일구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기존의 건강과 질병 패러다임을 뒤집는 진화의학의 통찰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환경조건과 행동방식을 바꿔나감으로써 역진화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낼 때 우리는 건강한 몸과 지속 가능한 문명을 기대할 수 있다.
작가정보
옮긴이 김명주는 성균관대학교 생물학과,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인류세의 모험』, 『호모 데우스』, 『나는 과학이 말하는 성차별이 불편합니다』, 『생명, 최초의 30억 년』, 『다윈 평전』, 『잃어버린 게놈을 찾아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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