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주 평전
2022년 12월 16일 출간
국내도서 : 2022년 12월 16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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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30696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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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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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자 소설가인 저자 김형수는 김남주 시인의 고향 해남 땅끝에서부터 학생운동의 도시였던 광주를 거쳐 서울에 이르기까지 시간적 지리적 변화를 따라가며 김남주를 지탱했던 정신적 원형이 무엇이었는지 밝힌다. 또한 최초의 반유신 지하신문 ‘함성’을 발간하는 내밀한 과정과 옥중에서 우유갑과 은박지에 꾹꾹 눌러 쓴 시를 비밀리에 내어 옥중시집으로 출간한 일 등 자신의 안위 대신 오직 국가와 민중을 위해 헌신하고자 했던 순수한 영혼 김남주의 족적을 선명하게 펼쳐낸다.
앞 이야기
1장 나는 해방둥이입니다
2장 보리밭을 흔드는 북소리
3장 광주의 빈털터리들
4장 저 푸른 소나무처럼 더 푸른 대나무처럼
5장 파도는 가고
6장 카프카서점을 떠난 뒤
7장 전사
8장 무등산은 옷자락을 말아 올려 하늘을 가려버렸다
9장 마지막으로 별들이 눈을 감는가
뒤에 남기는 이야기
사진 자료
김남주 연보
참고 자료
나는 김남주가 광주에서 청춘을 보내지 않았다면 인생의 궤도가 과연 얼마나 달라졌을까 하는 터무니없는 상상을 해보고는 한다. 그는 일찍부터 침묵을 견디는 일에 달통한 소년이었다. 음지에서 그가 풍기는 내면의 고요함은 이웃들에게 매우 안정감을 주지만, 그의 눈빛에는 수시로 불꽃이 너울대고 있었다. 이는 한없이 고요하게 타오르는 무등산 숯불 같은 인상을 준다. 불꽃의 정체는 무엇일까? 인간이 탐내는, 저마다의 욕망을 자극하는 모든 감정을 삭이면서도 소외된 자의 연민과 존엄에 가해지는 모욕 앞에서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히 응대하고 마는, 이 한없이 겸손하고 한없이 격렬한 특이자의 정신적 원형은 무엇일까? 나는 그 이야기를 하자면 우선 무등산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_98쪽
어떻게 해야 박정희에게 뼈아픈 한 방을 날릴 수 있을까? 두 사람은 좀처럼 해법을 찾을 수가 없었다. 궁리 끝에 박석무 선배를 찾아갔으나 그 또한 뾰족한 답이 없었다. 박 선배는 오히려 1년 전에 ‘녹두지’라는 유인물을 제작해서 배포한 이야기를 꺼내더니, 갑자기 신이 올라서 녹두장군 이야기를 밤늦도록 멈추지 않았다. (…) 김남주와 이강은 어떤 수단으로든지 저항해야 한다고 단단히 작정한 터에 역시 역사를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이 필요했고, 그를 위해 가장 적절한 행위가 동학농민혁명 전적지를 걷는 일 같았다. _164쪽
사람들은 시인의 체온이 담긴 심리학적 매개물, 그 차가운 종이쪽을 만지면서 시인의 형상을 가깝게 호흡하고 친밀감을 느낀다. 하지만 그것이 폭력적인 세계의 비천함과 싸우는 행위는 아니다. 김남주는 그러한 행각이 자신을 자기기만의 세계로 휩쓸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늘 경계해 온 사람이었다. 그래서 다름 아닌 자신의 아버지 같은 사람들이 마주하고 있는 세계를 이탈하지 않으려고 최대한 노력해 왔으며, 또한 그래서 그의 강한 의지력은 의식적으로 시를 제쳐두었다. 하지만 그것이 시에 대한 조심스러운 태도라는 것을 사람들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자기 시대의 낭만적인 감정과 문학 취향을 업신여기는 김남주의 교만은 얼마나 당당한가? _229~230쪽
20세기는 군주와 제국이 몰락하고, 명목상으로나마 민주주의가 발전한 시기이며, 동시에 수많은 이데올로기와 군사독재가 발흥했던 시기임을 고려할 때 김남주의 시는 그 한복판을 관통한 매우 역사적인 정신유산임이 틀림없다. 특히 지구의 광범한 영역에서 출현한 저항시의 유산을 가장 폭넓게 소화했으면서도 자신의 대지가 낳은 고유의 어문구조를 가장 실감 나는 시적 성취로 바꾼 매우 보기 드문 기념비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열악한 장소, 즉 광주교도소의 특별 사동에서 이루어진 사실을 명기하지 않을 수 없다. 놀라운 일이다. _446~447쪽
어떤 예술이든 작가가 이념이나 기교적 습성을 잊어버리고, 자신의 현 존재를 현실 그 자체로 대체할 수 있을 때에야 비로소 최고의 단계에 도달할 수 있다. 그것이 가능하려면 우선 시인의 언어가 당대의 심장에서 솟아야 하고, 또한 그로써 수많은 사람을 역사의 광장으로 부르는 힘을 가지려면, 시인의 자리가 정치적 내전의 시대라고 할 만큼 격렬한 폭발 현장에 육박해 있어야 한다. 20세기를 통틀어 1억 5000만 개의 영혼이 전쟁과 국가 지도자들의 직접 명령으로 살해되었다. 김남주의 시는 그 치열한 지대의 한복판을 포복하였고, 그래서 얻은 ‘백열’하는 정신으로 시대적 관능의 정점에 이르렀음을 당대에 증명했다. _541쪽
“그대는 타오르는 불길에 영혼을 던져보았는가”
만인을 위해 싸울 때 나는 자유라고 외친 순수한 영혼
작가 김형수의 통찰로 재조명한 김남주 생의 철학과 유산
온 생애를 민중의 자유와 평등을 위해 헌신하였고 자기 시대를 누구보다도 사랑했던 순수한 시인 김남주(1945~1994)의 생애를 올올이 살려낸 『김남주 평전』이 출간됐다. 김남주 시인의 문단 후배이자 민주화운동의 산실에서 함께한 저자 김형수는 “그의 시에 빚을 진 한 사람으로서” “미천해 보이는 지상에 김남주라는 영혼이 다녀간 사실을 증언”하고자 김남주의 생애를 복원하는 데 오랜 시간 열정을 쏟았다. 군사독재가 사라지고 30년이 흐른 세월에도 우리가 지금 김남주의 불꽃같은 삶과 문학사적 자취를 다시 살펴보아야 하는 까닭을, 작가 김형수는 여전히 대한민국에 ‘촛불’ 같은 영혼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시인의 곁에서 경험한 일화들과 출간되었던 산문, 가까운 지인들의 취재를 망라해 완성된 『김남주 평전』은 김남주 문학의 토대가 된 생애 전반부는 물론이고 삶의 치열한 현장에서 자유의 깃발을 위해 민중 문학으로 투쟁하였던 후반부까지 생생하게 그려낸다. 편편이 흩어진 문학사적ㆍ역사적 사건의 조각들을 그러모아 김남주의 삶과 문학, 민주화 투쟁이 어떻게 하나일 수밖에 없었는지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낸 이번 작업은 지금까지 시인의 생애 경로와 유산을 정리한 결과물 중 가장 결정체라 평할 만하다.
김남주를 기억하는 일은 ‘허황된 미래’에 대한
저항의 서사를 놓치지 않으려는 한 수단이다
김남주의 삶을 논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그의 시인 만큼, 작가는 김남주가 남긴 작품들 중 한국시사에 커다란 족적으로 남은 시들을 중심으로 서사를 펼친다. 《창작과비평》에 투고하여 문단에 등단함과 동시에 지식인 사회는 물론 민주화운동권에서도 화제가 된 「잿더미」를 비롯해 김남주의 자기 기반이었던 농촌 사회와 해결 과제로서의 계급 감정이 드러나는 「종과 주인」, 대학 재학 중에 반(反)유신 지하신문 《함성》을 만들었던 김남주의 독보적 정체성을 드러내면서 1980년대 민주화운동 현장에서 불린 명곡 〈죽창가〉의 노랫말이 된 「노래」 등을 통해 한국 현대사와 시인의 생애 전반에 제기되는 문학적 정치적 주제들을 빠짐없이 살핀다.
1974년 시인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면서부터 1994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김남주의 시는 세상에 스스로 던져져 거대한 힘을 만들어 낸 혁명의 산물이었다. 작가는 다중이면서도 하나의 목소리로 민중의 함성이 되었던 그의 시세계가 태동할 수 있었던 경로를 밝히는 한편, 김남주의 생애가 시대의 위대한 유산으로서 후대에 온전히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당대 민주화 운동의 구심점이었던 시인의 업적을 현재 시점에서 새롭게 정의하고자 하였다.
인간에 대한 폭력에 저항하며 시와 혁명을 하나로 이룩하고자 했던 시인의 순결한 고투는 여전히 힘을 잃지 않고 더 나은 세상을 꿈꾸게 만든다. 그리고 스스로를 불태워 민주 정신의 빛을 밝히려 했던 시인의 양심이 『김남주 평전』으로 되살아나 지금의 촛불 세대에 귀감이 되어줄 것이다. 김남주의 시와 삶이 하나의 역사로 박제되지 않고, 여전히 우리 가슴속에 살아 노래로 불릴 수 있을 때 우리가 찾는 진정한 자유와 평등의 길을 밝히어 나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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