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라미나의 병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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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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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부 살라미나의 병사들
제3부 스톡턴에서의 만남
역자 해설 : 역사상 수많았던 무명용사들을 위한 진혼곡
하비에르 세르카스 연보
2001년 전 세계 베스트셀러
2001년 스페인 살람보상, 『케 레에르』지 독자상, 바르셀로나 시의 상
2003년 이탈리아 최고 외국 소설상
2004년 영국 「인디펜던트」 외국 소설상
2007년 콜롬비아 『세마나』지 선정 <25년간 스페인어권에서 출간된 100대 소설> 13위
2009년 스페인 「라 반과르디아」지 선정 <2000년대 최고의 책 50권> 5위
<b>이 소설로 하비에르 세르카스는 스페인 문학에서 소수의 선두 그룹에 속하게 된다.
- 로베르토 볼라뇨</b>
21세기 스페인 문학계에서 최초로 밀리언셀러를 기록하며 혜성처럼 등장한 하비에르 세르카스의 『살라미나의 병사들』이 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과 김창민 교수의 번역으로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1939년 내전 막바지 프랑스 국경 숲 속에서 집단 총살에서 살아남은 작가이자 팔랑헤당의 핵심 멤버였던 산체스 마사스를 추적하는 탐정 소설 형식을 띤 이 이야기는 읽는 내내 긴장감을 놓을 수가 없다. 조사 과정에서 산체스 마사스와 관련하여 등장하는 많은 문인과 정치인, 군인들은 스페인 근대사에서 중요한 인물들로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화자는 바로 작가 하비에르 세르카스 자신이며, 이 소설은 창작 동기에서부터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 소설 내용을 구성하는 과정 등 창작 과정 모두가 서술되고, 그 자체가 이 소설 작품이 되는 메타픽션의 형식을 띠고 있다.
<b>세 가지 이야기, 세 가지 진실 혹은 한 가지 진실</b>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것은 세 가지 축이다. 하나는 라파엘 산체스 마사스라고 하는 실존 인물에 대한 이야기다. 스페인 팔랑헤의 창립 핵심 인물이자 시인이고 소설가인 그는 내전 발발 후 공화파 정부군의 포로로 잡힌다. 내전 막바지 쿨옐 근처 숲 속에서의 집단 총살 집행에서 그는 필사적으로 도망쳐 살아남게 되고, 한 정부군 병사에 의해 기적적으로 살아남는다. 보수 반란군의 승리로 전쟁이 끝난 후 산체스 마사스는 프랑코 아래서 고위 공직을 수행하지만, 결국에는 공직을 떠나 자신이 좋아하는 문학과 취미 생활을 하면서 여생을 마친다.
두 번째 이야기는 일인칭 화자 하비에르 세르카스에 대한 이야기이다. 신문 기자인 그는 우연히 산체스 마사스의 아들 페를로시오로부터 그 총살 사건에 대해 들은 뒤, 내전과 그 사건에 관심을 갖게 된다. 특히 산체스 마사스를 발견하고도 살려 준 그 이름 모를 병사에게 이끌린다. 마침내 화자는 그 병사가 누구였는지 조사하기 시작하고, 그 조사 과정이 이 소설을 이어 가는 주된 얼개가 된다.
세 번째 이야기는 화자가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안토니오 미라예스라는 무명용사의 이야기다. 내전이 발발하자 그는 정부군에 입대하고 전쟁 내내 여러 부대에 소속되어 전선을 돌며 내전을 치른다. 마지막에는 반란군에 밀려 쿨옐에 잠시 머물고, 그때 바로 집단 총살 집행이 벌어진다. 미라예스는 그 후 국경을 너머 프랑스 지역의 난민 수용소에 있다가, 프랑스 용병에 자원하여 북아프리카로 간다. 거기서 제2차 세계 대전을 맞게 도고, 프랑스가 독일에 패배한 줄도 모르고 소수의 다른 용병들과 함께 프랑스 국기를 든 채 목숨을 걸고 사막을 수천 킬로미터 가로질러 이탈리아와 독일 점령지들을 공격한다. 노르망디 상륙 작전에 참여하고 파리로 개선한 뒤, 결혼해 딸 하나를 두었으나 먼저 세상을 떠나고, 프랑스 정부의 연금을 받으면서 디종의 어느 노인 복지 시설에서 쓸쓸하게 말년을 보내고 있다.
<b>실화일까, 허구일까? 그리고 무명용사는
왜 적의 핵심 인물이자, 자신과 스페인을 전쟁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은 전범을 용서해 주었을까?</b>
<제1부 숲 속의 친구들>에서는 젊은 기자인 화자가 처음 산체스 마사스에 대한 이야기를 접한 뒤 그에 대해 그 사건을 기억하는 실존 인물들과의 만남, 그리고 그 사건을 기록한 실제 문헌들에 대한 탐독을 통해 사건에 가까이 접근한다. 산체스 마사스 본인의 기고문, 문학 작품, 영상 기록물, 학위 논문 등을 활용한다. 사료를 통해 드러나지 않는 부분은 가족, 친구, 동료 등 주변 사람들의 증언과 기록을 통해 보완하면서 그의 내면까지 읽어 내려고 노력한다. <제2부 숲 속의 병사들>은 그 과정을 펼쳐 보이고 있다. 결국 화자는 역사적 진실을 재구성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작품 전체를 통해 암시한다. 동일한 사건에 대한 여러 사람의 다양한 이야기와 견해를 제시하기도 하고, 또 산체스 마사스가 직접 작성했다고 추측되는 일기조차도 주변 이해 당사자들에 의해 조작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언급한다. 이렇듯 사건의 조사 과정과 작품의 구상 과정을 낱낱이 드러냄으로써 작품에 객관성을 부여하면서도 내전의 책임을 따지는 부분과 산체스 마사스가 가졌던 이데올로기의 실체를 드러내는 부분, 프랑코 체제의 비윤리성, 그리고 과거 내란 유발의 책임을 밝히는 부분 등에서 보이는 화자의 어조는 이 작품의 의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팔랑헤당의 이념은 <뭔가 변화를 주되 실제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고안된 수단에 불과한 것>이고, 이 당의 이데올로기를 제공한 산체스 마사스에 대해서는 <자기 집단의 안정과 특권, 계급적 지위를 문명과 동일시하고, 팔랑헤 당원들을 슈펭글러가 말한 소수의 전사들과 동일시했다>며, <많은 자신의 동지들처럼, 부르주아적 행복을 꿈꾸는 자기 집단을 포위해 오는 실질적인 위협을 느끼지 않았더라면 그는 결코 천한 정치판에 발을 들여놓지도 않았을 테고, 문명을 구해 내는 책임을 진 한 줌의 용사들이 승리할 때까지 투쟁하도록 부추기는 격정적인 문장을 쓰는 일에 몰두하지도 않았을 것>이라 판단하면서, 그는 결국 <권력의 잔칫상에서 남은 최소한의 부스러기까지 열심히 주워 모으는 것>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1975년 프랑코의 사망으로 마침내 1인 독재 체제가 끝나고 1982년 사회당 정권이 들어설 때까지의 기간을 스페인 역사에서 <(민주화) 이행기Transicion>라고 한다. 이 시기에 좌, 우파 정치 지도자들은 내전과 독재 기간 중에 자행된 모든 폭력 행위에 대해 책임을 거론하지 말자는 이른바 <망각 협정>에 합의함으로써 스페인은 커다란 사회적 동요 없이 평화적으로 민주화를 달성한 바 있다. 그러나 작가는 이 망각 협정에 대해 작품 전체에서 단호히 비판하고 있다. 내전에서 승리한 자들의 논리가 일방적으로 지배해 온 스페인 사회에 대한 비판이자, 내전과 독재의 희생자들에 대한 책임을 감추려는 자들에 대한 전면적인 비판이다. 퇴역한 무명용사인 안토니오 미라예스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서 더 명확해진다.
<제3부 스톡턴에서의 만남>에서 화자는 칠레 작가 로베르토 볼라뇨를 통해 무명용사 미라예스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게 되고, 수소문 끝에 그를 만나면서 사건의 진실 가까이에 접근하게 된다. 소설가가 되기 전 생계 대책으로 캠핑장에서 쓰레기 치우는 일, 야간 순찰 등의 일을 했던 볼라뇨는 1978년 여름 카스텔데펠스에 에스트레야 델마르 캠핑장에서 안토니오 미라예스를 만나게 된다. 독특한 웃음, 해진 모자, 부처같이 튀어나온 배, 매년 여름 요란하게 인사를 하고 캠핑 사무실에서 등록을 한 뒤 지정된 장소에 즉시 자리를 잡던 그를 기억했다. 사실 왼쪽 옆모습을 보자면, 복숭아뼈에서부터 왼쪽 눈까지 - 그 눈으론 여전히 볼 수는 있었는데 - 완전히 흉터밖에 없었다. 아주 슬프고 오래된 파소 도블레 가락에 맞춰, 몸을 꼿꼿이 세우고, 아주 진지하고 조용하게, 신발도 신지 않고 풀 위에서 춤을 추던 미라예스도 기억한다. 화자는 볼라뇨를 통해 미라예스의 행적에 대해 들은 뒤 마침내 미라예스와 만나게 된다.
실화라고는 하지만 마지막까지 핵심 사건의 진실은 밝혀지지 않는다. 따라서 독자는 이 작품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가지고 스스로 진실 찾기 퍼즐 놀이를 해볼 수 있다.
공식적인 역사가 <망각 협정>을 통해 그 존재를 지우려 했던, 소수의 전사들, 문명을 구해 낸 무명용사들을 망각으로부터 기억 속으로 끄집어내려는 작가의 노력은 언론으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제목 <살라미나의 병사들>은 기원전 5세기경 지중해의 패권을 놓고 페르시아와 그리스 사이에 벌어졌던 해전 <살라미나 전투>에서 따온 것으로, 산체스 마사스가 <숲 속의 친구들>의 도움으로 살아남은 뒤 쓰고자 했던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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