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많은 요리점

미야자와 겐지 지음 | 강영혜 , 옮김

왓북 2022년 03월 29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주문이 많은 요리점』은 동화 단편집이기도 하고 단편집 속에 수록된 단편 동화의 제목이기도 하다. 단편집으로서의 『주문이 많은 요리점』은 같은 해 간행된 시집 『봄과 수라』와 함께 생전에 출간된 유일한 작품집이다. 동화로서는 「은하철도의 밤」, 「바람의 마타사부로」와 더불어 그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우리나라에 소개된 기존 작품집들과는 달리, 1924년 출간 당시의 단편집 형태를 그대로 살려서 서문과 아홉 편의 단편을 모두 실었다. 동화와 함께 실린 짧은 서문에서는 창작에 임하는 저자의 마음가짐을 느낄 수 있다.
작가의 재치가 빛나는 「주문 많은 요리점」, 자연과 인간의 교감을 그린「늑대 숲, 소쿠리 숲, 도둑 숲」, 판타지 동화 같은 「도토리와 산고양이」, 어린아이 같은 상상력이 돋보이는 「달밤의 전봇대」, 전쟁의 고통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까마귀의 북두칠성」, 아이를 바라보는 저자의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는 「수선월의 4일」 등,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아홉 편의 동화를 통해 아이와 식물, 동물을 사랑했던 미야자와 겐지의 작품 세계를 다양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목차

주문 많은 요리점 서(序)
도토리와 산고양이
늑대 숲, 소쿠리 숲, 도둑 숲
주문 많은 요리점
까마귀의 북두칠성
수선월의 4일
야마오토코의 4월
떡갈나무 숲의 밤
달밤의 전봇대
사슴 춤의 기원

책 속으로

‘병에 들어 있는 크림을 얼굴과 손발에 꼼꼼히 발라 주십시오’

병 안에는 확실히 우유 크림이 들어 있었습니다.
“크림을 바르라니, 무슨 말이지.”
“그건 말이야, 밖이 엄청 추웠잖아. 실내가 너무 더우면 살이 트니까 그 예방이야. 아무래도 안에는 굉장히 높은 분이 와 있나 봐. 그래서 뜻밖에 우리는 귀족과 친해질지도 몰라.”
두 사람은 병에 든 크림을 얼굴, 손에 바르고 양말을 벗은 뒤 발에도 발랐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남아있어서 두 사람은 제각기 그것을 얼굴에 바르는 척하면서 먹었습니다. - 「주문 많은 요리점」 중에서

‘아아, 큰곰자리님, 하루빨리 미워할 수 없는 적을 부디 죽이지 않아도 되는 그런 세상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그렇게 된다면 제 몸은 갈기갈기 찢겨도 상관없습니다.’
큰곰자리 별이 있는 주위의 파란 하늘에서 푸른 빛이 환하게 솟았습니다. - 「까마귀의 북두칠성」 중에서

그런데 바로 다음 순간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아까부터 선로 왼쪽에서 윙윙 소리를 내던 전봇대들이 으스대며 일제히 북쪽을 향해 걷기 시작했습니다. 모두 세토 지역에서 만들어진 도자기 견장을 여섯 개 달고, 맨 위에는 철사로 된 창이 달린 함석 모자를 쓰고, 한쪽 다리로 깡충깡충 뛰어갔습니다. 그들은 교이치를 얕잡아보듯 빤히 쳐다보며 지나갔습니다. - 「달밤의 전봇대」 중에서

서쪽에서 반짝반짝 빛나며 휘날리는 자잘한 구름 사이로 저물어 가는 붉은 저녁해가 이끼 낀 들판에 드리워지고 참억새는 전부 하얀 불꽃처럼 흔들리면서 빛났습니다. 지친 내가 그곳에 잠자리를 마련하자 쌩쌩 불던 바람이 점점 사람 말처럼 들리더니 이윽고 지금 기타가미 산지와 들판에서 행

작가정보

저자(글) 미야자와 겐지

1896년 일본 이와테현에서 태어나 1933년 타계한 일본의 시인이자 동화작가이다. 독실한 불교 집안에서 태어나 모리오카 고등농림학교 농예화학과(현 이와테대학 농학부)를 졸업하였다. 십 대 시절부터 글을 썼으나 생전에는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하였고, 발간된 작품 역시 시집 『봄과 아수라』와 동화 단편집 『주문 많은 요리점』 두 권에 불과하였다. 지병이 악화하며 1933년 37세라는 젊은 나이에 급성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총 100여 편의 동화와 400여 편의 시를 남겼다.타계 후 동료 시인인 구사노 신페의 노력으로 세상에 점차 알려지며 국민적인 작가의 자리에 올랐다. 그의 사후 많은 시간이 흘렀으나, 여전히 폭넓은 사랑을 받으며 아동문학의 거장으로 평가받는다.대표작으로는 『은하철도의 밤』, 『봄과 아수라』, 『구스코 부도리의 전기』, 『첼로 켜는 고슈』 등이 있다. 특히 『은하철도의 밤』은 인기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의 모티프가 된 작품으로 유명하다.

번역 강영혜

피아노 전공. 책을 좋아한다. 우연히 일본 소설을 접하고 그 독특함에 반해 소설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숨어있는 보석 같은 작품을 찾고자 번역을 시작했다. 전달이라는 연주자와 번역가의 공통점에 흥미를 느끼며 일본어와 한국어의 어울림 화음을 찾으려 노력 중이다. 옮긴 책으로 『시즈카 할머니에게 맡겨줘』, 『시즈카 할머니와 휠체어 탐정』, 『스키마와라시』, 『호무라 탐정의 사건 수첩』(공역)이 있다.

번역

한양대학교 일어일문과를 졸업하고, 현재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만나는 책 한 권이 주는 힘을 믿으며, 독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책을 찾아 외서 기획과 번역에 힘쓰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쉽게 가꾸는 이끼 테라리움』(출간 예정)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