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뚜라미 산보(散步) - 허민 소설집

허민 지음

을궁 2021년 05월 15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닭이 가고 난 뒤 송아지는 여러 가지를 생각하였습니다. 이렇게 있어야 살아 있는 임무를 다하는 것일까. 또는 기운만 있어도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나? 순하고 무력한 자는 옳게 살 수 없는 것일까? 닭처럼 몸이 작은 놈이 저렇게 활발스러운데 그 반면에 나 같은 큰 놈은 오양간에만 붙어 있게 되나?

몇 날이 지났습니다.

수탉이 어슬렁어슬렁 오양간 앞으로 오니 며칠 전에 보던 송아지와는 모습이 조금 다른 소가 있었습니다.



허 민 소 설, [소와 닭] 中

목차

1. 귀뚜라미 산보(散步)
2. 구룡산(九龍山)
3. 어산금(魚山琴)
4. 숲의 향연(饗宴)
5. 박과 호박
6. 사장(射場)
7. 석이(石茸)
8. 엄마
9. 작은 새와 열매
10. 소와 닭

책 속으로

이런 번화한 도회 가운데서 호롱불이 깜박이고 있습니다.

방바닥에는 고구마 껍질과 감꼭지가 너절하게 놓였고 녹슨 ‘간쓰메’ 통이 두 개와 종이도 안 베어질 무딘 칼이 있었습니다.

그러고 아랫목으로 이불을 둘러쓴 어린 소년이 잠자고 있습니다.

귀뚜라미는 있을수록 싱거워 이 구석 저 구석으로 돌아다니며 간혹 노래를 불렀습니다.




『 귀뚜라미 산보(散步) 』 , 허민 소설집

출판사 서평

『 귀뚜라미 산보(散步) 』 , 허민 소설집

작가정보

저자(글) 허민

- 허 민 [본 명 : 허 종(許宗), 법 명: 야천(野泉)] 필 명 : 허창호(許昌瑚), 일지(一枝), 곡천(谷泉)- 출 생 ~ 사 망 : 1914년 ~ 1943년, 봄측량기사였던 아버지가 허민 생후 삼 일째 되는 날 요절한 이후 어머니와 외조부의 슬하에서 자랐다고 합니다. 작품의 주요 제제들은 산·마을·바다·강·호롱불·주막·물귀신·산신령 등 자연과 민속에 속한 것들이 많고, 농촌을 중심으로 민족 현실에 대한 다채로운 깨달음과, 질병(폐결핵)에 맞서 싸우는 한 개인의 실존적 고독 등을 표현하는 작품이 주를 이룹니다.그의 소설 「구룡산」은 당대 민족 현실의 생생한 보고로, 민담과 전설을 활용하여 산촌의 궁핍한 삶을 생생하게 형상화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반면 소설 「어산금((魚山琴)」은 악공의 장인정신을 형상화한 '예술가 소설'로, 그의 자전적 체험이 담겨 있는 작품입니다. 그의 소설 문체는 시적 자연 묘사가 두드러지고, 경남 지역어를 풍부하게 담고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는 1937년 봄, 진주로 내려가 동아일보 기자로 일하는 동시에, 진주기예학교에서 국사와 동양사를 가르쳤습니다. 이 해부터 폐결핵을 심하게 앓다가 다음 해 기자직을 그만두고, 합천으로 돌아왔습니다. 1943년 봄 29세를 일기로 별세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