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 사과 개정증보판

글린 지음

글과시간 2021년 02월 24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언 사과 초판본에 두 편의 에세이와 후기를 더한 책이다.
“엄마, 있잖아요.“
이것은 내가 문득 떠오른 이야기를 엄마에게 하고 싶을 때 말문을 여는 말습관이다.
엄마가 무언가를 말씀하시면 나는 내심 별스럽지 않게 생각해서 건성건성 대답할 때도 많았는데, 엄마는 어느 때든지 뜬금없는 내 이야기를 곧잘 들어 주시고 맞장구도 쳐주셨다. 그 이야기가 어떤 내용이든지 엄마는 반가워해주셨다.
“엄마”는 나에게 아무렇지도 않을 만큼의 “편함”이었다.
지나온 시간의 곳곳에 이렇게 편한 엄마가 계셨기 때문에 사실 나를 포함한 우리 다섯 딸의 모든 과거는 엄마와 함께 회상하며 주고받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대단하지도 않게 기억 속에서 튀어 나온 어떤 장면들을 이야기하다 보면, 어느 부분은 같고 어느 부분은 기억이 달랐다. 엄마와 우리는 같은 시간을 살았지만 아마도 때로는 아주 가까이, 때로는 영역마저 다른 곳에서 살아왔던 것이다.

모두 성년이 된 우리에게 이 조각들을 맞추며 노닥노닥 시간을 보내는 것은 쉼이었다. 그렇게 하면서 엄마는 우리를, 우리는 엄마를 조금 더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시간들이 주어지지 않을 것에 아무런 준비도 없었다.
그런데 아주 순간적으로 당황스럽게 그런 시간이 왔다.
그제서야 나는 오래 묻어두었던 것들을 하나씩 꺼내어 정리하듯이 엄마와 지냈던 시간들을 차근히 돌아보게 되었다.

돌이켜보니 엄마가 나를 품은 시간은 분명히 끊이지 않고 이어져왔는데 나의 기억은 파편들처럼 드문드문 흩어져 있었다. 또 어떤 일은 기억에 선명해도 더 이상 엄마와 느낌을 공유할 수 없기 때문에 이 기록은 반쪽짜리다.
나는 아직도 할 말이 남았다. 무슨 음식을 만들거나, 무슨 노래를 들어도 나는 아직 엄마가 등장하는 장면에 관해 기억하고 싶은 것이 남았다.
또 이제는 엄마가 볼 수 없고 들을 수 없는 나의 사는 것에 관해 말하고 싶은 것이 남았다.
우리를 위해 당신의 척박한 삶에 용기를 내신 것에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은 것이 남았다.

이 이야기는 엄마 앞에서 못다한 나의 서툰 말이다.
그래서 지금 나는 마냥 슬프기만 한 것은 아니다.
……2020. 여름. 가만가만 회상하며

목차

‥엄마, 있잖아요.
기억의 흐름 1
‥들장미
‥엄마의 반짇고리
‥피서
‥흔들인형
기억의 흐름 2
‥국수가게
‥입맛
‥학교 가는 길
‥다락방과 수첩
‥종이 인형놀이
기억의 흐름 3
‥언 사과
‥김장
‥돈가스
‥자두 한 상자
‥외면
‥꽃무늬 블라우스
‥글을 덧대고

작가정보

저자(글) 글린

글쓴이는생각을 정리할 때 글을 쓴다.남은 길이 걸어온 길보다 짧게 남았다.다른 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아서 여러 사람 틈에 있으면 찾기 어렵다.지금은 사라진 어느 대기업에서 강산이 한번 변할 만큼 일하다가 집 안으로 들어와 살림과 육아에 전념했다.기억하는 힘보다 잊는 힘이 더 강해져서 기록을 남기는 중이다.필명은 글쓰는 이웃, '글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