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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피형 인간

멀어 있는, 믿지 않는, 떠도는, 거리 두는 여자
소혜윤 지음
스크로파

2020년 12월 14일 출간

종이책 : 2020년 11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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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9643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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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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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피형에 관한, 회피형에 의한, 회피형을 위한 에세이”

이 책은 타인과의 깊은 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거부하고 자신의 경계선 안에서 홀로 침잠하기를 선택하는 ‘회피형 인간’에 관한 에세이이다. 저자는 자신을 “대체로 회피형”이라 정의한다. 회피형이라는 특질은 타인과의 관계 형성 방식은 물론 삶에 대한 그의 태도 전반에 영향을 끼친다.

작가 소혜윤은 과장된 자신감이나 긍정 대신 “두려움”을 믿는 사람이다. 두려움은 그가 “불꽃에 두 번째 손가락을 뻗지 않게” 해 주는 표지이다. 인간은 관계 속에서 서로에게 의존하고 부대껴 가며 변화한다. 그리고 때로는 그 과정에서 자기 자신을 잃기도 한다. 용인하지 않아야 하는 것을 용인하게 되고, 말해야 하는 것에 관해 침묵하게 된다. 이 책에서 그려지는 ‘회피형 인간’으로서의 소혜윤은 두려움을 표지 삼아, 곳곳에 산재한 이런 위험을 피해 인적없는 광야를 헤매는 고독한 카우걸 같은 인간상이다. 대부분 회피형이라는 단어를 무책임과 동의어로 사용하지만, 이들은 어쩌면 방랑이 체질이며 고독을 벗 삼는 고독한 개척자인지도 모른다.

이 책은 회피형을 긍정적으로도, 부정적으로도 평가하지 않는다. 작가는 자신의 경험에 근거해 회피형 애착 유형의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 모두를 말한다. 이 책은 회피형 본인에게는 공감과 이해, 위로와 조언을 주고, 또 회피형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이들을 이해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할 것이다.

프롤로그


1부: 회피형 보고서
101 The Ghost, 과거, 멀어 있는
어른이 되어야 했을 때 │ 웃어넘기고 싶을 때 │ 그리워할 때 │ 지나쳤을 때 │ 이별 후에

102 The Skeptic, 의심, 믿지 않는
우습게 보일 때 │ 당신을 모르고 싶을 때 │ 집에 가고 싶을 때 │ 음험한 태생(1) │ 음험한 태생(2) │ 음험한 태생(3)

103 The Vagabond, 거부, 떠도는
키스하고 싶다는 생각의 의미 │ 당신을 알고 싶을 때 │ 질문이 달갑지 않을 때 │ 원망하고 싶을 때 │ 화가 났을 때 │ 기대가 없어질 때

104 The Hardboiled, 저울, 거리 두는
도망가고 싶을 때 │ 나서고 싶지 않을 때 │ 도망가야 할 때 │ 말할 수 없을 때 │ 혼자가 편할 때 │ 휘둘리고 싶지 않을 때 │ 믿지 못할 때 │ 나만 아는 것 같을 때



2부: 회피형 가이드
201 회피형 지침서/Hint book for Avoidants
회피형 여성에 대한 이해 │ 회피형 여성을 가시화하는 이유 │ 회피형 여성을 말하는 방법 │ 회피형 여성으로 살아가기 │자아성찰을 너무 열심히 할 때 │ 무너질 때 │ 모두에게서 도망칠 때 │ 멍청해지고 싶을 때 │ 다음을 기약할 때 │ 코로나 왕국의 라푼젤 │ 운명에 대한 단상들

202 회피형 인간도감/Collection of Avoidants
반쪽의 이야기 │ 처음 만나는 자유 │ 엘리자베스 비숍의 연인 │ 고독의 우물 │ 터프 이너프 │ 악어노트 │ 백예린 │ 제이클레프

203 회피형 사용설명서/Manual about Avoidants
믿고 싶다면 │ 흔들린다면 │ 붙잡고 싶다면 │ 달래고 싶다면 │ 남아 있다면 │ 고마웠다면 │ 안쓰럽다면 │ 변해간다면


에필로그

-p. 20, 21
인연은 모래알같이 바스러지는 게 좋다. 찐득거리고 흔적이 남는 것은 불쾌할 뿐이다. 손안에서 빠져나갈 때 약간의 아쉬움은 되려 그 찰나를 더 반짝이게 한다.
ㅡ 「웃어넘기고 싶을 때」

-p.22
흔치 않은 일이었지만, 누군가 너무 좋아져서 우는 날에야 내 마음을 자각하곤 했다
ㅡ 「웃어넘기고 싶을 때」

-p. 107
내가 겪는 모든 방황은 어디에도 깊게 엮이고 싶지 않고, 모든 것을 중립적으로 보고자 하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ㅡ 「나서고 싶지 않을 때」


-p.133
빛에는 늘 그림자가 지는 법이다. 그래서 나는 빛을 보면 항상 그 단면의 그림자를 떠올리려 노력한다. 빛에만 홀려 뛰어드는 불나방이 되지 않으려는 것이다. 한때 그림을 잠깐 배우러 다닌 적이 있었는데, 어둠을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고 들었다. 어둠의 경계가 도화지에 선과 모양을 빚기 때문이다.
ㅡ 「나만 아는 것 같을 때」


-p.149
나는 여성의 외로움에 관해 이제껏 충분히 이야기되지 않은 방식으로 따뜻하고 쓸쓸하게 말하려 한다. 사막 위 선인장처럼 오롯하게 우뚝 서서 고즈넉한 외로움을 즐기는 여성들이 있다고. 버려지는 게 아니라, 버리고 상처받는 게 아니라, 그저 요령껏 굽이지어 다니는 여성들도 있다고. 각자 거리를 두고서라도 따로 또 같이 걷는다면 우리는 혼자도 괴짜도 아니지 않느냐고.
ㅡ 「회피형 여성을 말하는 방법」


-p.189
나는 내가 돌연변이일 거라 생각했다. 어딘가, 이 세계에 적응을 잘 못 하는 것도 같았다. 몇 가지 기억들을 갖고 네 살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파란색의 내 몸만 한 장난감 자동차 위에 올라가서 춤을 추다가 떨어져 뒤통수를 꿰맸던 밤, 주차장에서 열려 있던 맨홀에 빠져 얼굴 절반을 멍으로 물들인 날, 그리고 이유 모를 모종의 강박에 사로잡혀 화이트보드에 가족들의 이름을 하나씩 써내려갔던 기억도 있다. 내가 나라는 확신이 들지 않는 이따금, 또는 세계를 직조하는 실낱들이 나를 분해해가는 감각이 들 때. 그래서 그런 상상도 해 봤다. 원래 나였던 영혼은 깨진 뒤통수 뒤로, 또는 맨홀 아래로 굴러가 사라져서 내가 아니었던 무언가가 나를 차지한 게 아닐지.
ㅡ 「운명에 대한 단상들」


-p.219
그리고 나는 감사했다, 한계가 분명한 이 욕망의 허황됨을 꿰뚫어볼 수 있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음에. 남자의 자비로운 손길을 갈구하여 힘들게 얻어내는 것들이 여성 본인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ㅡ 「고독의 우물」

-p.224
‘여성이 2등 시민의 취급을 받고 있음’을 파고들고 그 폭력과 억압의 기제를 분석하는 과정 자체가 자학 아니냐는 조롱이 들릴 때, 또한 자신도 그것을 의문하게 될 때, 우리는 오로지 사유의 힘으로 고통스러운 현실을 올바르게 직시해야만 한다.
ㅡ 「터프 이너프, 진실을 직시하는 강인함에 대하여」

-p.249
상대가 사랑을 아낌없이 전달해오는 순간들이 있다. 바짝 두려워진다면 회피형 인간들이여, 다음 주문을 외우며 자신을 진정시켜라. ‘사랑한다는 게 약속이 아님을 기억하자’. 우리가 하는 건 대단히 굉장하게 영원불멸한 세기의 사랑이 아니니까, 다만 그 순간에 자신의 마음을 전달할 방법이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뿐이었던 거지. 그러니 당신의 마음이 변한다 해도, 나중에 나를 사랑하지 않게 되어도 적어도 이 순간의 당신은 날 사랑한다고 생각했고 그걸 표현하고 있었단 걸 기억해두면 될 테다
ㅡ 「믿고 싶다면」

회피형,
고독을 즐기는 방랑자?
아니, 어쩌면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거라면?

깊은 친밀감에 위협을 느끼는 ‘회피형’이라는 특성은 개인의 사고와 행동 패턴을 어느 정도 설명해 준다. 물론 같은 회피형이라도 개인마다 차이는 있지만, 정서적 친밀감에 거부감을 느낀다는 이들의 교집합은 삶에도 유사한 패턴을 만들어낸다.

회피형 애착 유형에는 긍정적인 측면도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작가는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공정한 어조를 유지한다.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지점이라면 격려와 인정, 이해로 회피형이 자신의 ‘약간 뒤틀린’ 면을 인지하게 돕는다. 그리고 고쳐야 할 지점 또한 가차 없이 이야기한다.

완벽한 이상형을 만났다고 생각하다가도 어떻게든 흠집을 찾아내는 게 당신이다. 모든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흠집이 있고 당신은 틈을 비집는 것에 귀신같은 사람이므로 언젠가는 실망하고 말 것이다. 이제 당신은 알아야 한다, 이 흠집 내기에 브레이크를 거는 게 좋겠단 것을. 이 못된 버릇은 반복될수록 그 속도를 높인다. 결국 아무도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이 되는 게 당신의 목표라면 모르겠지만,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은 어감이 좀 다르지 않은가?
ㅡ 「그리워할 때」 중에서

회피형 인간들, 그리고 이들과 관계 맺고자 하는 사람들은 이 책을 통해 회피형이라는 망아지를 길들여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할 방법을 언뜻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여기, 사막 위 선인장처럼 우뚝 서서
고즈넉한 외로움을 즐기는 여성들이 있다고

나는 여성의 외로움에 관해 이제껏 충분히 이야기되지 않은 방식으로 따뜻하고 쓸쓸하게 말하려 한다. 사막 위 선인장처럼 오롯하게 우뚝 서서 고즈넉한 외로움을 즐기는 여성들이 있다고. 버려지는 게 아니라, 버리고 상처받는 게 아니라, 그저 요령껏 굽이지어 다니는 여성들도 있다고. 각자 거리를 두고서라도 따로 또 같이 걷는다면 우리는 혼자도 괴짜도 아니지 않느냐고.
ㅡ 「회피형 여성을 말하는 방법」 중에서

가부장제 안에서 여자들은 직접 좌표값을 갖는 대신 남성과의 관계를 기준으로 상댓값을 부여받는다. 홀로 존재를 인정받는 대신, 절댓값을 가진 남성과의 관계를 통해서만 비로소 지위를 갖게 된다. 파트너, 어머니, 여성스러운 보조자와 같은 지위들이다.

이런 체계 속에서 홀로 있는 여자들은 마녀라든가 노처녀와 같은 이름으로 분류되어 저 언저리 어딘가로 밀려난다. 자발적으로 관계 밖에서 존재하고자 하는 이들의 욕망은 쉽게 무시되고 묵살된다.

한편 회피형 특질을 가진 여자들은 타인과의 긴밀한 관계를 원치 않으며, 누군가 자신의 경계를 침범하는 것을 거부함과 동시에 그 자신도 다른 사람에게 깊이 관여치 않으려 한다.

작가는 “마냥 밝지 않고 시무룩하거나 혹은 음울하고, 어쩌면 조금은 비틀려 있는 여자들이 여기저기에 있다고. 그러나 그런대로 잘 살아왔고, 그럭저럭 잘 살 거라고” 말한다. 혼자 있는 것이 더 편한 여자들이, 어쩌면 속내 어딘가가 비틀려 있는 인간들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그 상태 그대로도 살아갈 방법을 강구할 수 있다는 게 이 책의 메시지다. 이 책은 관계에 의존치 않고 홀로 충분한 여자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런 ‘정상적’이지 않은 여자들이 더 많이, 더 자주 나타날수록 우리는 더 자유로워질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소혜윤

울산 출생 90년대생. 인간의 반짝임과 미련함에 대한 글들을 쓰고 있다. 인생설계가 극단적인 편이라, 교수가 되어 책을 쓰거나 교도소에 가서 책을 읽거나 할 것이다. 기가 막힌 농담, 오랜 낮잠과 끝없는 꿈, 말이 되는 배움을 사랑한다. 아이스 바닐라 라떼, 분홍색 하늘, 고양이들, 길을 잃는 여행, 헐렁한 바지, 아무도 안 볼 때 추는 춤, 숨어 웃는 웃음, 텅 빈 영화관에서 보는 영화도 좋아한다. 시집 《119》, 에세이 《회피형 인간》을 썼다. 다음 작품으로 두 번째 시집 《123》과 레즈비언 소설 《청명홍》 등, 유학생 일기 《너 그러다 저기 멀리 대학원 간다(가제)》 연재를 기획 중이다. 브런치 필명은 사소(XAXO)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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