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
2020년 01월 28일 출간
- eBook 상품 정보
- 파일 정보 ePUB (16.20MB)
- ISBN 97911650820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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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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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대표하는 문학작품들을 읽으면 그 시대의 삶과 경험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과거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는 없다'는 이야기가 있듯, 과거의 한국문학을 보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투영된다.
메밀꽃 필 무렵
거리의 목가
기우
노령근해
도시와 유령
돈(豚,돼지)
들
마작철학
분녀
산
산정
수탉
여수
장미 병들다
주리야
화분
추억
계절
낙엽기
공상구락부
행진곡
해바라기
프렐류드
향수
마음의 의장
산협
부록
일기
북국점경
깨뜨려지는 홍등
상륙
인간산문
하얼빈
주리면
북국사신
오리온과 능금
개살구
막
소라
라오코왼의 후예
수난
황제
약령기
성화
일표의 공능
풀잎
서한
만보
독백
일요일
“마을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봐, 철교야.”
강폭이 넓어져 오는 수면에 간지러운 모터의 음향이 새겨지고, 뱃머리가 뾰족하고 하얀 배가 물의 요정처럼 재빠르다. 수맥을 뒤로 길게 끌면서 달리는 뱃전에 상쾌한 감각이 전해져 온다. 물에 깊은 그림자를 드리운 강변의 백양나무 가로수를 바라보며 모두들 상쾌한 기분이었다. 보트의 세 남자, 여기에 홍일점을 가하여 4인의 즐거운 하루의 행락은 수마일 의 상류를 우회하고 돌아오는 해질 무렵이였다.
“이렇게 우리 원족은 끝났다.이건가.”
“여름도 끝났다.그렇다.”
--- “푸른탑” 중에서
여름 장이란 애시당초에 글러서, 해는 아직 중천에 있건만 장판은 벌써 쓸쓸하고 더운 햇발이 벌여놓은 전 휘장 밑으로 등줄기를 훅훅 볶는다. 마을 사람들은 거의 돌아간 뒤요, 팔리지 못한 나무꾼패가 길거리에 궁깃거리고들 있으나, 석유병이나 받고 고깃마리나 사면 족할 이 축들을 바라고 언제까지든지 버티고 있을 법은 없다. 칩칩스럽게 날아드는 파리떼도 장난꾼 각다귀들도 귀찮다. 얽음뱅이요 왼손잡이인 드팀전의 허생원은 기어이 동업의 조선달을 나꾸어보았다.
"그만 거둘까?"
"잘 생각했네. 봉평장에서 한 번이나 흐뭇하게 사본 일이 있었을까? 내일 대화장에서나 한몫 벌어야겠네. "
"오늘 밤은 밤을 새서 걸어야 될걸."
"달이 뜨렷다."
--- “메밀꽃 필 무렵” 중에서
어슴푸레한 저녁, 몇 리를 걸어도 사람의 그림자 하나 찾아볼 수 없는 무인지경인 산골짝 비탈길 여우의 밥이 다 되어 버린 해골덩이가 똘똘 구는 무덤 옆 혹은 비가 축축이 뿌리는 버덩의 다 쓰러져 가는 물레방앗간, 또 혹은 몇백 년이나 묵은 듯한 우중충한 늪가!
거기에는 흔히 도깨비나 귀신이 나타난다 한다. 그럴 것이다. 고요하고 축축하고 우중충하고. 그리고 그것이 정칙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그런 곳에서 그런 것을 본 적은 없다. 따라서 그런 것에 관하여서는 아무 지식도 가지지 못하였다. 하나 나는 자랑이 아니라 더 놀라운 유령을 보았다. 그리고 그것이 적어도 문명의 도시인 서울이니 놀랍웁단 말이다. 나는 그래도 문명을 자랑하는 서울에서 유령을 목격하였다. 거짓말이라구? 아니다. 거짓말도 아니고 환영도 아니었다. 세상 사람이 말하여 '유령'이라는 것을 나는 이 두 눈을 가지고 확실히 보았다.
--- “도시와 유령” 중에서
작가정보
저자(글) 이효석
근대 한국 순수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경성제일고보통학교와 경성제국대학 법문학부 영문과를 졸업했다. 1928년 《조선지광》에 <도시와 유령>을 발표하면서 등단하였다. 한국 단편문학의 전형적인 수작이라고 할 수 있는 <메밀꽃 필 무렵>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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