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불꽃놀이

신사명 지음

나모레터 2019년 12월 05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 뭄바이를 지났다. 북부 인도는 늘 어지럽게 즐겁다. 동화 같은 화통기차가 멈출 때마다 행복한 거지들이 차창으로 시커먼 손을 도깨비같이 들이 밀었다. 그 앙증스런 손가락 사이로 자죽원 노란호수 같은 긴 호수가 멀리 황혼에 반사되어 빛났다. 노란색이 아닌 핏빛이건만 나는 노란색으로 고집하는 것에 스스로 놀랐다. 나는 빨간 장미 책갈피를 꺼내어 노란 호수 위 연꽃 속으로 내버렸다. 가슴이 아플 것 같았는데 하나도 아프지가 않다. 그에게서 전화가 오면 나는 또 그를 만날 것이다.

만나면 또 그렇듯 긴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엄마 미용실에 그와 함께 가서 커트도 하고 염색도 하고 엄마와 수다를 떠는 모습을 보면서 그렇게 지낼 것이다. 그래야겠지. 인도를 가겠다고 했을 때, 엄마는 마시던 커피 잔을 놓쳤다. 내 방 안이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살았던 내가 집을 벗어나 그것도 해외를 가겠다는 건 그녀를 충분히 놀라게 할 만한 일이었다.

날숨이 턱 막혔는지 순간 말을 못하셨다. 한동안 멍하니 나를 바라만 보고 있더니 소파에 놓여있던 수건을 쥐고 흩어진 커피를 닦기 시작하셨다. 독일도 가겠다는 말은 꺼내지 않았다. 그녀에게 내가 어디를 가겠다고 말하는 건 그다지 중요한 일이 아니니까. 커피를 닦는 그녀의 모습은 어렸을 때의 내 엄마이다. 보라초 같은 그녀. 훨훨 날아요. 아주 멀리.

그를 처음 만나 자죽원에 앉아 속삭였던 성(城) 이야기. 그는 벌써 잊어버렸을지 모를 노이슈반슈타인성을 가려한다. 그리고 남부 인도로 가서 물소도 타 볼 작정이다. 어쩌면 그와의 기억이 머물러 있는 노이슈반슈타인성, 그곳에서 살고 싶은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물소가 있는 인도에서 아주 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운명처럼 떨렸다.

그곳에 나의 기억들을 풀어 놓고 그곳에서 새로운 기억들을 엮어낼 것이다. 내가 지나친 이국 풍경들을 다이어리 수첩에 꼭꼭 눌러 적었다. 뜻밖의 낯설음이 뜻밖의 기쁨으로 환수되곤 한다. 여행이란 거, 철저한 고독이란 거. 때론 횡재다. 낯설음을 준비하고 받아들이는 것. 내가 선택한 길은 내가 걸어가야 하는 길이다. 엄마를 좋아하는 그를 어쩌면 내가 정말 좋아할 것 같아 미리 도망 왔다...

(자죽원 환상/ 본문 중에서)

목차

들어가면서
저자소개
마지막 장맛비1
마지막 장맛비2
마지막 장맛비3
마지막 장맛비4
마지막 장맛비5
마지막 장맛비6
마지막 장맛비7
수막새 그림자 찾기
도쿄의 불꽃놀이
시인과 아내
자죽원(紫竹園) 환상

인물정보

저자(글) 신사명

신 사 명 (申師明)


명지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동국대 대학원 국문학과(석사) 및 북경 중앙민족대 대학원(박사),

한국？PEN문학？소설신인상(2006년), 중국 두만강문학상(제4회) 등 수상.

(사)한중문예콘텐츠협회 이사, 한국문학신문 중국특파원,

현재, 북경 중앙민족대 외국인교수

저서: 소설창작론(창조문학사),

한국어회화사전 및 한국어능력시험모의문제집(중국난카이대학출판부)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