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문표_산문집총서_09]_젊은 날의 일기 그리고 해외여행

홍문표 지음

창조문학사 2018년 11월 30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아침 일찍 청량리 시외버스 터미널에 갔더니 이미 강릉행은 모두 떠난 다음이었다. 속초행을 타고 홍천에서 횡성으로 가면 뭐가 있으려니 하고 가보았으나 거기서도 강릉행은 아무것도 없었다. 할 수 없이 원주로 가서 강릉 시간을 알아보니 밤 12시나 있다는 것이다. 그럴 바에야 다시 서울로 올라가 내일 새벽에 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으로 집으로 돌아와 밤을 보내고 다음날 새벽에 청량리에 가서 간신히 버스를 탔다. 버스는 다시 횡성을 지나 평창 횡계를 거쳐 대관령 정상에 다달았다.
이 때 시간은 오후 세시, 겨울 해는 벌써 서쪽에 기울어져 있었고 정상의 주변에는 하얀 눈들이 덮이어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눈 나라의 입구에 들어 선 느낌이었다. 세찬 바람들이 하루 종일 험로를 달려온 버스의 창틈을 두들기며 묘한 휘파람을 불고 있었다. 뭔가 신비로운 계시가 내릴 듯한 예감마저 들었다. 대관령 고개 마루를 넘어서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아, 하는 환성이 나왔다. 동쪽을 바라보는 순간 나의 모든 감정은 갑자기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서울에서 대관령 정상까지는 비교적 완만한 오르막의 산길이다. 그러나 고개를 넘는 순간, 나는 일망무제의 허공에 매달린 느낌이며 가파른 천 길 낭떠러지가 온 몸을 전율케 하고 있었다. 멀리 동해 바다가 하늘을 받쳐 들고 아스라한 강릉 시가지가 바닷가의 대지에 엎드려 있었다.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이라더니 정말 대관령의 언덕을 기점으로 동과 서의 세계는 전혀 차원이 다른 별세계를 이루고 있었던 것이다. 역시 영동의 관문이라는 대관령(大關嶺)의 의미를 이해할 만하였다.
그러나 진짜 대관령의 충격은 경이로운 경치에 있는 것이 아니라 멀리 관동대학으로 떠나가는 나에게 있어서는 너무나 먼 이별을 실감하는 갑작스런 단절감에 있었던 것이다. 서울에서 대관령까지는 그래도 어떤 문화적, 지리적, 사회적 끈이 이어지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대관령 언덕을 넘으면서 이러한 모든 인연들이 함께 끊어지는 절절함을 느끼게 된 것이다. 비정한 분할, 모든 과거가 망각되는 순간 나는 갑자기 공허한 한기를 느끼게 되었다. 강릉에 도착하여 대학을 찾으니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남대천을 지나 눈길을 따라 올라가니 울창한 송림 가운데 낡은 건물 두동이 있었다. 백여 평 남짓한 본관 건물엔 등 넝쿨만 엉겨있고 계단을 오를 때마다 비걱거리는 답답한 소리뿐이다. 나는 갑자기 세속에서 너무나 멀리 떨어진 수도원에 들어온 사제가 된 기분이었다. 졸업생들의 사은회라 하여 참석해 보니 아홉 명인가가 졸업생의 전부란다. 학과는 3개 학과가 있다지만 재학생은 겨우 백 명도 못된다. 신설된 국어교육과 학생을 모집해 보니 사십 명 정원에 정규 학생은 세 명 뿐이었다.

목차

1. 젊은 날의 일기

(1) 관동대학 시절 14
다시 일기를 써 보다 15
선교장에서 19
고향에 가다 22
대학교수 생활 26
강릉관노가면극 재현 29
교육부 검인정고교작문 선정되다 34
문학박사 학위논문 도전기 36
결혼 10년 만에 떠난 신혼여행 43

(2) 나의 첫 병상일지 46


2. 세계대학을 찾아서

(1) 중국 연변대학학술대회 참가기 58
처음 밟아보는 중국 대륙 59
조선족 자치주 연변에 도착하다 64
조선학 국제학술대회 67
김일성대학 김춘택 교수와 함께 70
두만강에서 윤동주의 무덤으로 91
동포들과 함께 노래와 춤을 94
연변에서 만난 고모님 100
나도 백두산 영봉에 오르다 103
북경에서 보낸 하루 110

(2) 대만 봉갑공상대학교 방문기 116
타이페이 인상 117
고궁박물원에서 122
중국인 료(廖) 총장 124
일월담의 풍경 126
홍콩, 그 화려한 迷宮 128
동경에서 보낸 하루 133

(3) 대만 봉갑공상대학교 방문일지 138
(4) 중국 곡부대학 방문기 152
(5) 호주 제임스쿡대학 방문기 156
(6) 말레지아 림코크윙대학 방문기 166
(7) 싱가포르 보육교육원 시찰기 171


3. 해외 여행기

(1) 미국서부와 하와이 여행기 178
(2) 일본관광기 190
(3) 다시 홍콩에서 대만까지 199

작가정보

저자(글) 홍문표

시인, 비평가, 현대시학의 대표적 이론가인 동천(東川) 홍문표(洪文杓) 교수는 1939년 충남부여에서 출생, 명지대와 성대를 거쳐 서울대교육대학원, 고려대대학원을 수료하고 교육학석사, 문학석사, 문학박사 학위를, 서울기독대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학교 강사, 관동대학교 교수, 미국 하버드대학교 영미문학과 객원교수, 명지대 인문대학장 예체능대학장, 서울기독대학원 석좌교수, 오산대학교 총장 등을 역임했으며 주로 명지대학교 국문학과와 문예창작과 교수로 평생 시학과 비평을 강의했다.
1970년 한국문협 평론 분과입회, 1977년 「시문학」지 천료, 시집 『수인과 바다』 외 9권, 산문집 『지상의 선택』 외 10권, 시,산문평론집 『한국문학과 이데올로기』 외 20권, 문학이론서로는 『현대시학』, 『시창작원리』, 『시어론』, 『한국현대문학사』, 『문학논쟁의 비평사적 연구』, 『현대문학비평이론』, 『기독교문학이론』, 『문학설교학』 등 170여권의 저술이 있다.
조연현문학상 심연수문학상 크리스쳔문학상 한국비평가협회문학상 동포문학상 명지문학상 황조근정훈장 등을 받았고, 한국시문학회회장, 한국문인협회부이사장, 한국현대문예비평학회를 창립했으며, 현재는 명지대학교 명예교수, 계간 「창조문학」 대표, 한국문인교회를 설립 문학설교를 실천하고 있다.
그의 끈질긴 문학수업, 시학, 문학사, 비평, 기독교문학 등에 관한 방대한 저술활동, 각종 문학단체 학술단체장, 노년까지 열정적인 문학 강의, 문학지 운영, 문학의 연구, 창작, 교육, 출판, 선교 등을 아우르는 이 시대의 대표적인 시인 비평가 문학이론개발과 실천의 학자요 문인이다.
홍문표 교수의 인생, 문학, 학문에 관한 방대한 자료들은 정보화 시대에 부응한 한국 최대 개인전자문학관인 「홍문표e문학관」에서 자세하게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