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의 거울
2017년 11월 28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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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88992076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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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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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직접 자신의 시를 본격적으로 해설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그런데도 김영석 시인이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를 “오늘날과 같이 시의 말이 불통하는 시대에… 우선 내가 쓴 시부터 독자와 소통되는 말인지 정직하게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 글을 쓰는 동안 진실로 내 시에 대해서 있는 그대로 정직하게 말하고자 최선을 다했다.”며, “될 수 있는 대로 쉽게 이야기하고자 노력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를 쓰려는 사람들에게 반딧불이 되어줄 것입니다.
고요의 거울
그 아득한 꽃과 벌레 사이
오래된 물이여 마음이여
고요의 거울
?
?
사람인 내가 신을 생각하면
아주 크고 온전한 하나의 고요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습니다
사람의 말이란 하면 할수록
자디잘게 깨어지는 거울 조각 같아서
무엇 하나 온전히 비출 수 없어
매양 서로 부딪치며 시끄럽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또한 사람의 말은
어느 결 덧없이 녹고 마는 눈송이 같아
고요의 거울은 늘 씻은 듯 온전합니다
신이 어찌 말하겠습니까
고요가 더는 어찌할 수 없는 지경에서
싹으로 트고 꽃봉오리로 벙글고
더러는 바람으로 갈꽃을 그려 내지만
봄 여름 가을 겨울
천지가 어찌 말하겠습니까
바로 지금 조용히 바라보세요
고요의 거울 속
꽃가지 그림자에
작은 벌레 한 마리 기어갑니다.
- 『모든 돌은 한때 새였다』
그 아득한 꽃과 벌레 사이
?
?
이 세상 아무도 모르는
어드메 천 길 낭의 흔들리는 꽃 한 송이
어두운 들녘 끝 떨기풀의 벌레 한 마리
이 세상 어딘가
그 아득한 꽃과 벌레 사이
강물 하나 끝없이 흐르고 있나니
그 강물에 이따금 빈 배 접어 띄우고 있나니
- 『모든 돌은 한때 새였다』
오래된 물이여 마음이여
?
?
어느 봄 물오르는 갈매나무 아래서
나는 문득 깨달았네
내 마음이 아주 오래된 물이란 것을
맨 처음 한 방울의 물에서 생명이 움트던
그 아득한 날부터
높고 낮은 온 세상을 돌고 돌아
내게 흘러와 고인 한 줌 물이란 것을
내 마음도 물비늘을 반짝이며
갈매나무 푸른 잎사귀와 함께 찰랑거릴 때
나는 문득 깨달았네
아직 가보지 않은 미지의 산과 바다
그리고 먼 나라 낯선 땅이 그리운 것은
아주 오래된 내 마음의 뒤안
그 깊고 먼 곳이 알고 싶기 때문인 것을
홀로 걷는 숲길이
바로 내 안으로 가는 길인 것을
갈매나무 곁에서 나무가 되어
나는 문득 깨달았네
우리들 가슴이 메마르고 갈라진 뒤에
억새 바람만 사는 마른 강가에서
떠나간 철새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오래된 물이여 마음이여
이 세상 곳곳에서 맑게 흘러라
목이 메어 부르는 내 노래 소리를
나는 문득 깨달았네
아직 잎 피고 잎 지는 갈매나무 아래서.
- 『모든 돌은 한때 새였다』
작가정보
저자(글) 김영석
저자 김영석은 전북 부안에서 태어나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0년 <동아일보>와 1974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1981년 『월간문학』에 문학평론이 각기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현재 배재대학교 인문대학 명예교수로 있다.?시집으로는 『썩지 않는 슬픔』 『나는 거기에 없었다』 『모든 돌은 한때 새였다』 『외눈이 마을 그 짐승』 『거울 속 모래나라』 『바람의 애벌레』 『모든 구멍은 따뜻하다』 『고양이가 다 보고 있다』 『시인 풀꽃 당나귀』 등이 있다.그 외 저서로는 『도의 시학』 『한국 현대시의 논리』 『도와 생태적 상상력』 『한국 현대시의 단면』 『새로운 도의 시학』 『시의 의식현상』 『김영석 시의 깊이』 등 10여 권이 있다.또 옮긴 책으로 『삼국유사』 『구운몽』 등과 엮은 책 『한국 현대시 작품사』 『한국 현대소설 작품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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