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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의 언덕

박희섭 장편소설
박희섭 지음
다차원북스

2015년 02월 23일 출간

종이책 : 2015년 02월 23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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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5.50MB)
ISBN 9788997659609
쪽수 3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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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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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기억조차 희미해져버린 우리네 1970년대의 신산하고 곤궁했던 시절에 거친 세파를 헤치며 겨울보리처럼 풋풋하게 살아나온 한 가족과 그 이웃들의 이야기『축제의 언덕』. 이 소설은 문수라는 한 사춘기 소년의 눈을 통해 보였던, 가난하고 누추한 도시의 변두리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웃지 못할 사건사고들과 달동네 서민들의 고단하면서도 진솔한 삶의 풍속도이다. 또한 지극한 가난과 어려움 속에서도 이웃을 향한 인정과 삶에 대한 열정과 희망을 잃지 않고 기발하고 엉뚱스런 도전을 거듭하는 한 바람둥이 가장의 유쾌하면서 애틋한 비망록이기도 하다.
프롤로그_ 황금의 도시

낙향
춘삼월
목수 수업
오월의 노래
푸른 보리밭
선이누나
목마의 꿈
겨울나기
봄의 전령
선거운동
신성극장
매혈과 바캉스
첫사랑
아버지의 여자

에필로그_하나, 둘, 그리고 셋

작가의 말_ 어떻게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고 견디어 왔는가

한 여인의 뜯어진 저고리 사이로 풍만하고 흰 젖가슴 언저리가 슬쩍슬쩍 드러났다. 한 여인은 뚱뚱한 체구의 중년여인이었고 다른 여인은 보다 젊은 여자로 몸매가 좀 호리하면서도 육감적인 편이었다. 하지만 서로 머리를 맞댄 채 머리채를 감아쥐고 다투는 모습은 마치 두 마리의 투우가 뿔을 가지고 싸우는 모습과 닮아 있었다. 힘은 뚱뚱한 여인이 우세해 보였지만 젊은 여자의 독기 또한 만만치 않았다.
- 이 망할 년아. 쌔고(많고) 쌘(많은) 놈아(남자) 중에 해필 붙어 묵을 기 없어서 우리 신랑과 붙어 묵냐. 이 천하에 가랭이를 째죽일 년아.
- 이년아. 니년이 평소에 신랑 단속을 잘했으마 내한테 꼬리를 치고 붙었으까. 지 년 잘못은 모르고는 어따 대고 욕질이고. 이 순 무식한 년이.
* * *
더 고약한 점은 수백 명은 됨직한 동네 주민 수에 비해 변소 수가 너무 적다는 데 있었다. 그래서 아침 출근시간이면 집 안에 변소가 없어서 공중변소에 볼일을 보러 나온 남녀노소가 길게 장사진을 치고 자신의 차례를 묵묵히 기다려야 했다. 여기에 다급한 설사를 만나기라도 할라치면 사흘 굶은 시어머니처럼 잔뜩 우거지상을 한 채 배를 움켜진 엉거주춤한 자세로 자신의 차례가 오기를 최고의 인내심을 발휘하며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었다.
* * *
친구네 다락방에서 우연히 카메라교본에 실린 여자의 흑백누드사진을 본 적도 있고, <선데이 서울>이라는 성인잡지에 실린 수영복을 입은 여자 사진은 본 적이 있지만 지금처럼 컬러로 된 서양여성의 나체를 보는 것은 난생처음이었다. 그것도 유방과 치부가 노골적이고 음란하게 드러난 책은 처음이었다.
* * *

어쩌면 그녀를 사랑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찐빵처럼 통통한 얼굴에 비록 예쁘다고 할 수는 없어도, 또 그녀의 어머니가 좀 음탕해 보이기는 해도 마릴린 먼로를 연상시키는 그녀의 글래머 비슷한 몸매와 담 너머로 소년에게 보내는 풋사과처럼 상긋한 웃음이 꽤나 마음에 들었다.
* * *
서편을 붉게 물들이며 떨어지는 낙조와 뺨을 스치며 지나가는 부드러운 바람결, 그리고 바람결에 따라서 여인네의 머릿결처럼 열을 지어 흔들리는 아직은 여물지 않은 푸른 보리 이삭들. 그 모든 자연의 풍경들이 주는 고즈넉한 평화스러움이 마음을 순수한 희열에 젖게 했다. 어디선가 수천만의 푸른 이삭들이 내지르는 순결하고 아름다운 함성이 귓결에 들려오는 듯했다.
가슴을 부풀려 유월의 대기 속을 흘러가는 푸른 기운을 폐부 가득 들이마셨다. 조금 있다가 일어날 일에 대한 기대도 없지 않았지만 우선은 푸르른 대지와 싱그러운 바람, 그리고 느릿하게 해가 저무는 목가적인 저녁 풍경이 너무도 마음에 와 닿았다.
* * *
따가운 유월 햇살 아래 빨래하는 그녀의 모습은 설명하기 힘든 이상야릇한 감흥을 불러일으켰다. 눈이 부시도록 환한 미백의 햇살과 양은대야에 반사되어 그녀의 얼굴에 그려지는 어룽어룽한 물무늬, 그리고 오금을 따라 당겨진 치맛자락의 윤곽을 따라 보이는 팽팽하고 은유적인 엉덩이의 곡선과 치마 아래로 드러난 하얀 종아리…….
* * *
그것은 그녀의 어떤 남다른 자존심이나 자부심, 또는 비록 공장엘 나가는 처지이지만 자신과 타인을 구분 짓는 어떤 마음의 경계점 같아 보였다. 아무튼 그녀의 갸름한 종아리와 그 아래의 하얀 운동화는, 나풀거리는 긴 생머리와 더불어 그녀의 가장 아름다운 부분이기도 했다.
* * *
듣기 나쁘게 말하자면 냉차장사라는 게 소위 봉이 김선달이 했다는 대동강 물장사와 같은 식이라 이거지. 하루 장사 밑천으로 드는 자금이랬자 기껏 얼음 한 조각하고 수박 한 통에 감미료, 그리고 수돗물인데 그 비용이랬자 얼마나 되겠어. 그러니까 냉차장사야말로 땅 짚고 헤엄치기, 냉수 주고 현찰 받기라 이 말씀이야.
소년이 듣기에 그럴싸하긴 했다. 무엇보다 장사에 대한 열정으로 빛나는 아버지의 단호한 눈빛과 태도 때문에 더 믿음이 갔다.
* * *
보리밭을 찾는 사람은 비단 인근 동네사람들뿐만 아니었다. 밤늦게 거리를 헤매고 다니던 아베크족이나 휴가를 나온 군인들도 가끔씩 보리밭을 찾아들곤 했다. 병태는 그것을 잔치라고 불렀다. 소년은 그 표현이 그럴듯하다고 생각했다. 오뉴월의 푸른 보리밭에서 남녀가 서로의 몸을 안고 있는 걸 보면 마치 자연 속에서 사람이 원초적인 성의 잔치를 여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던 것이다.

신산하고 곤궁했던 우리들의 1970년대,
겨울보리처럼 풋풋하게 살아나온 사람들의 이야기…

이제는 기억조차 희미해져버린 우리네 1970년대의 신산하고 곤궁했던 시절에
거친 세파를 헤치며 겨울보리처럼 풋풋하게 살아나온 한 가족과 그 이웃들의 이야기!

이 소설은 문수라는 한 사춘기 소년의 눈을 통해 보였던, 가난하고 누추한 도시의 변두리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웃지 못할 사건사고들과 달동네 서민들의 고단하면서도 진솔한 삶의 풍속도이다. 또한 지극한 가난과 어려움 속에서도 이웃을 향한 인정과 삶에 대한 열정과 희망을 잃지 않고 기발하고 엉뚱스런 도전을 거듭하는 한 바람둥이 가장의 유쾌하면서 애틋한 비망록이기도 하다.

찢어지게 가난했던 1970년대, 그 암울했던 시대를 건너온 우리 부모들과 자식들의 이야기…. 우리 이웃들의 유쾌하면서 슬픈, 따뜻하면서 애틋한 자전적 비망록인 셈이다.

이 소설은 사춘기에 접어든 문수라는 소년의 2년여에 걸친 도시 변두리의 궁핍하면서 곡절 많은 생활을 그리고 있다. 바람을 피우다가 실직한 가장과 가족들 간의 사랑과 희생어린 유대감, 변두리 동네의 어수룩하면서 인정어린 풍속이 따스하고 진솔하게, 마치 한 소년의 일기처럼 시간적 순서에 따라 서사적 묘미를 담고 흥미롭게 전개된다.
또한 아직 채 개발의 붐이 일지 않던 우리네 1970년대, 피난민들과 이농민들, 일자리를 찾아 몰려든 지방뜨내기들이 모여 살던 도시 변두리의 구차하면서 일면 정겨웠던 풍경들이 오래된 활동사진을 보여주듯 서정적이며 역동적인 문체로 그려진다.
여기에 보리밭과 야산이 있던 변두리 언덕의 목가적인 풍경, 자연과 사계의 변화, 남달리 조숙했던 한 소년의 마음에 시시각각 일어나는 외부에 대한 변화와 놀라움, 그리고 순수하면서 치기어린 이성에 대한 관심과 첫사랑에 눈뜨게 되는 과정이 소년의 성장기록처럼 내밀하게 이어진다.

어떤 식으로 그 어려운 시대를 견디고 살아왔으며,
기쁨과 슬픔을 함께하는 가족들이란 과연 어떤 관계인지?

어찌 보면 이 소설은 보릿고개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찢어지게 가난했던 1970년대, 그 암울했던 시대를 건너온 우리네 부모들과 자식들의 이야기이자 이모와 삼촌, 그리고 오빠와 누이, 서민이라 불리던 동네이웃들의 유쾌하면서 슬픈, 따뜻하면서 애틋한 자전적 비망록인 셈이다.
과연 우리는 어떤 식으로 그 어려운 시대를 견디고 살아왔으며 기쁨과 슬픔을 함께하는 가족들이란 과연 어떤 관계인지 이 소설은 오랜 기록영상처럼 치밀하고 복고적인 시각으로 되살려내고 있다. 단언컨대 이 소설을 읽고서도 아무런 감동이나 페이소스를 느끼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는 이미 깊이 병이 든 것이다.
아울러 규모면에서 세계적인 경제대국으로 성장하여 이제는 물질적인 풍요를 구가하고 있다고 믿는 우리 국민들에게 과연 지금의 삶이 행복한지, 어떻게 살아가는 게 진실로 인간다운 삶인지에 대한 근원적이며 반성어린 질문을 이 소설은 은연중 던지고 있다.
우리가 과거를 잊지 않는 것은 현재 우리가 서 있는 현실을 알기 위함이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좌표로 삼기 위함이란 것을 안다면 우리네 과거는 그저 감상적으로 보아 넘길 한 시절의 지난하고 남루했던 추억이 아니라, 먼 미래를 위한 각성과 시간의 나침반이 된다는 점에서 이 소설은 그 가치를 지닌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대강의 줄거리

이 이야기는 현숙한 아내와 세 명의 아들까지 있는 어느 바람둥이 가장이 엉뚱하게 직장의 숫처녀를 건드리는 데서 시작된다. 소문난 깡패인 처녀 오빠의 보복을 두려워한 남자는 직장에 사표를 던지고 가족을 이끌고 야반도주하여 낯선 도시의 역전 여인숙을 거쳐 변두리 동네에 정착을 하게 된다.
가난하고 누추한 변두리 동네에서는 갖가지 흥미로운 일들이 매일처럼 벌어진다. 치정에 읽힌 여인들끼리 동네 입구에서 머리채를 잡고 싸우는가하면 상이용사와 고물장사 최씨의 다툼질, 벽에 구멍이 숭숭 뚫린 공중변소며 밤이 되어야 물이 나오는 공동수도, 개 도둑에 좀도둑까지 설쳐대어 이사 온 가족들을 놀랍고 힘겹게 만든다.
마땅한 직장도 없이 구들장을 지고 빈둥대던 남자는 동네 이웃인 장 목수의 도움으로 공사장에 목수 보조공으로 나가게 된다. 평소의 낙천적 성격으로 노동 예찬론을 펼치면서까지 열심히 목수 수업을 하던 남자는 얼마 안 가서 추락사고로 장 목수가 다치면서 다시 백수 신세가 되고, 가사에 도움이 되리라는 아내의 의견을 좇아 곁방을 달아내어 사글세를 놓게 된다.

사춘기 소년의 눈에 비친 1970년대의 신산하면서도 풋풋한 삶의 이야기들 …

한편 형과 동생을 대신해서 중학교 진학을 마루고 집안일을 돕게 된 사춘기 소년은 담 넘어 이웃처녀인 ‘부뜰이’에게 이성적 관심을 가지기도 하

작가정보

저자(글) 박희섭

저자 박희섭은 서울에서 출생하여〈매일신문〉신춘문예와 〈스포츠서울〉에 S.F 소설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매일신문〉장편공모에 당선되었으며, 열대 아프리카의 독립운동을 그린 장편소설 《검은 강江》을 출간하였다. 일제의 식민지 영구 침략음모를 다룬 장편소설《관방비록》과 현대 젊은이들의 의문의 연쇄자살을 파헤친 장편소설 《백악기의 추억》을 발표한 바 있다. 또한 고려 말기의 역사를 다룬 대하소설《동동 1, 2》(박희채 공저)를 출간하였다. 식민지시절 양반과 천민의 부침을 다룬 신문연재 대하소설 《동천冬天》으로 대구문학상을 수상했으며 《백악기의 추억》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기금을 수여받았다. 현재 대구소설가협회 회장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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