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여의다
2015년 09월 11일 출간
국내도서 : 2015년 09월 1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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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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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여의다
1991로부터의 고백
소파
마태의 집
해설/ 남자 없는 여자들과 반(反)가족 로맨스/ 김태선
작가의 말/ 봄의 아픔이 고스란히 묻은 내 아이들
‘상실’에서 ‘버려짐’으로 옮아간 능동적인 욕망의 변주곡
1993년 계간 『문예중앙』 신인상을 수상한 김임선 작가가 소설집 『봄을 여의다』를 출간했다. 이번 작품집에는 중편소설 「봄을 여의다」, 「1991로부터의 고백」,「마태의 집」과 단편소설 「드림 빅」「소파」 등 다섯 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김임선 작가의 문학적 화두는 ‘현대인의 능동적인 욕망의 생산’이다. 『봄을 여의다』에서 마주하는 주인공들은 대체로 ‘버림받은 존재’라로 요약할 수 있다. 2010년 문학나눔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되어 문단의 주목을 받았던 첫 소설집 『섹시하거나 은밀하거나』에서 등장인물들은 ‘상실’이라는 이름으로 묶였다는 점에서, 이번 두 번째 소설집 『봄을 여의다』의 주인공들은 그들과 유사해 보이면서도 다르다. ‘버려짐’과 ‘잃어버림’은 모두 어떤 대상을 잃어버렸다는 점에서 비슷해 보이지만, 그 조건을 다소간 달리하는 지점에 주체가 위치해 있다는 점에서 같을 수 없다.
김임선의 소설에 나타나는 주인공들은 자신을 버린 자에게 예속되어 있는 이들로 나타난다. 그들의 욕망은 욕망의 대상이 부재하는 구멍 주위를 맴돌고 있다. 언젠가는 자신을 버린 이가 자기를 찾아오기를 바라거나, 혹은 버려짐이라는 사실 자체가 원초적인 결핍을 만드는 것처럼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대상을 그 자리에 가져다놓으려 시도한다. 인물들이 이러한 행위만을 반복하여 수행한다면 이들은 그 부재하는 존재에게 예속된 자들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나 김임선의 소설에서는 그러한 움직임에 반하는 또 다른 움직임이 함께한다. 자신의 존재를 부재하는 기표에 얽매이게 하는 데에 저항하고 달아나며 새로운 영토를 개척하려는 움직임, 자신의 욕망을 왜곡시키고 억압하는 힘을 거부하며 스스로 능동적인 욕망을 생산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행하는 이들도 존재하고 있다.
부재하는 대상이 만든 결핍의 자리를 극복하려는 인물들의 고뇌 그려
중편 「봄을 여의다」의 화자는 ‘아미’라는 이름의 여자다. 화자의 서술이 이루어지는 현재의 시점에서 어머니는 부재한 인물로 등장한다. 또 다른 중편 「새」에도 친부모 모두가 부재한 아이인 유리가 주인공이다. 그러나 중편 「1991로부터의 고백」과 단편 「드림 빅」과 「소파」에서는 사랑하는 이로부터 버려진 인물들이 자신을 버린 이와 합일을 시도하는 국면들이 나타난다.
소설집 『봄을 여의다』에서 확인할 수 있는 인물들의 독특한 양상은 버려진 이들이 자신을 버린 사람을 원망하는 게 아니라, 여전히 그를 사랑하고 원한다는 점이다. 부재하는 대상이 만들어놓은 그 결핍의 자리를 다시 그 대상이 메워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편 「봄을 여의다」와 「1991로부터의 고백」은 부재하는 대상이 만든 결핍의 자리를 극복하려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물론 이들이 하려는 일은 험난할 것이다. 아버지, 어머니, 나라는 구조로 이루어진 가족의 삼각형 모델은 우리에게 익숙한 것이며 견고하다. 이 모델은 우리를 억압하면서도 동시에 안정된 삶을 약속한다. 때문에 김임선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다시 가족으로 회귀하고자 하는 마음을 한 쪽 측면에 지니고 있기도 하다. 「봄을 여의다」에서 행복한 결혼을 꿈꾸는 어머니, 「1991로부터의 고백」에서 은근히 애인을 바라는 마음을 지닌 희덕, 「소파」에서 도경을 기다리는 유진의 모습이 그렇다.
이와 같은 관계의 모습은 「봄을 여의다」에 등장하는 남녀 관계의 일반적인 모습은 착취와 피착취, 버림과 버림받은 양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한 번 버려진 이상 둘은 다신 만나지 않는다. 그러나 아미와 영철은 헤어진 후에도 꾸준히 만남을 반복한다. 남성이라는 이름의 억압하는 기표의 역할을 이제 영철이 수행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억압하는 기표를 떠받들고 있던 가족이라는 구조의 틀에 그들이 속해 있지 않은 까닭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소설의 결말에서 아미가 어머니처럼 모란꽃을 수놓기 시작한 것은 아주 특별한 장면이다. 이는 어머니처럼 행복한 결혼을 꿈꾸는 것처럼 읽을 수도 있겠으나, 그보다는 억압과 착취의 구조에 예속되지 않은 여자와 남자 모두가 주체로서 서로의 존재를 사랑하는 그런 관계를 꿈꾸는 일을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작가들이 소설을 쓸 때 안정된 틀에 머무르는 일은 쉬워 보인다.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것이기 때문이다. 주어진 체계가 부과하는 질서에 맞춰 순응하며 살면 된다. 그러나 그렇게 머무르고자 할 때에는 항상 그에 대한 대가를 지불해야만 한다. 그 대가란 구조에 예속되어 자신의 모든 것을 착취당하는 삶에 만족하는 것이다.
반면에 착취와 억압의 예속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자 하는 일은 언제나 우리에게 낯설다. 새로운 영토를 찾고자 하는 시도는 미지로부터의 위험을 감내해야 하는 법이다. 미지의 영토에 발을 들여놓는 일은 우리에게 자유를 약속하지만, 항상 그 일은 목숨을 건 투쟁을 수행이기도 하다. 자신의 전 존재를 걸어야 하는 모험이기에 험난하고 어려운 길이다. 낯설고 불편한 길이기도 하다. 김임선 작가는 그 길을 가고 있다
작가정보
저자(글) 김임선
저자 김임선은 경북 경산에서 출생하고 1993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중편「그네」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1999년 장편소설 『바람집』을 출간했고, 2010년 펴낸 첫 소설집 『섹시하거나 은밀하거나』가 문학나눔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되었으며 2013년 장편소설 『직지』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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