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2007년 05월 19일 출간
국내도서 : 2005년 04월 1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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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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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에의 잠
길
수인
고래의 노래
비어 있는 바다
선로 위에서
배
작품 해설
이렇게 남들이 사는 곳, 남들이 살았던 곳을 기웃거리고 다니면 다닐수록 내 굴뚝에서는 단 한 줄기의 연기도 나가지 않는다는 사실이 견딜 수 없이 답답했고, 때로는 아픔으로 전날의 나를 돌아보게 했다. 이제 내 자신에게 솔직해지자! 거세게 후려친 운명의 바람에 맥없이 주저앉아 버린 나는 숨죽여 움츠리고 있을 뿐, 전날의 욕망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딸 수 없는 열매를 바라보며 신 포도라고 거짓 위안을 중얼거려 보아도 열매 때문에 고여 나온 침은 어쩌지 못했다. 그동안 오르려던 산 앞에서 어차피 다시 내려오려고 오르는 건데 뭐, 하며 어려운 길을 찾아 나서거나, 힘들여 오르는 일도 결국 죽음 앞에서 다 만나게 돼 있다고 탈속한 척해 왔다. 그러나 그러기까지 아무런 소망도 없이, 애쓰는 땀도 없이 지내는 것은 얼마나 지루하고 긴 형벌인가? ―「누에의 잠」에서
현실의 굴레 때문에 방황하는 인간의 존재에 대한 불안 그려 신예 작가 최서윤이 첫 번째 소설집『길』을 펴냈다. 여기에는 그녀의 등단작 「선로 위에서」를 비롯해 중편 「누에의 잠」과 단편 「길」, 「수인(囚人)」,「고래의 노래」, 「비어 있는 바다」, 「배」 등 모두 일곱 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그녀의 소설은 단아하되 결코 가볍지 않다. 오히려 묵직하다. 또한 주제나 구성 등에서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들 작품을 관통하여 흐르는 주제는 자신의 의지와 달리 무거운 선택을 강요하는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절망하고 방황하는 한 인간의 존재에 대한 불안이다. 어머니의 병 수발 때문에 유학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나’, 남편의 외도와 아이의 부재로 상실감과 외로움에 사로잡혀 옆집 아이를 꾀어 가출하는 ‘나’, 자신에 대한 어머니의 지나칠 정도로 강한 집착에 자신을 교도소 안의 죄수라고 생각하며 탈출을 꿈꾸는 ‘나’, 근친상간으로 태어났다는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고 나서 끝모르는 방황을 하는 ‘나’……. 이렇게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자신을 옭아매고 있는 현실의 굴레 때문에 신음하고 방황하며 탈출을 꿈꾼다. 작가는 이처럼 자신을 옥죄고 있는 현실로부터 벗어나려는 인간의 내적 고뇌와 갈등을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이 책에 실린 유일한 중편 「누에의 잠」은 아버지의 부재, 어머니의 병환 등으로 자신의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던 주인공의 방황과 자아의 성숙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어머니의 죽음으로부터 촉발된 그녀의 삶에 대한 허무와 체념은 그 뿌리가 깊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자신에게 말한다. “이렇게 남들이 사는 곳, 남들이 살았던 곳을 기웃거리고 다니면 다닐수록 내 굴뚝에서는 단 한 줄기의 연기도 나가지 않는다는 사실이 견딜 수 없이 답답했고, 때로는 아픔으로 전날의 나를 돌아보게 했다. 이제 내 자신에게 솔직해지자! 거세게 후려친 운명의 바람에 맥없이 주저앉아 버린 나는 숨죽여 움츠리고 있을 뿐, 전날의 욕망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딸 수 없는 열매를 바라보며 신 포도라고 거짓 위안을 중얼거려 보아도 열매 때문에 고여 나온 침은 어쩌지 못했다. 그동안 오르려던 산 앞에서 어차피 다시 내려오려고 오르는 건데 뭐, 하며 어려운 길을 찾아 나서거나, 힘들여 오르는 일도 결국 죽음 앞에서 다 만나게 돼 있다고 탈속한 척해 왔다. 그러나 그러기까지 아무런 소망도 없이, 애쓰는 땀도 없이 지내는 것은 얼마나 지루하고 긴 형벌인가?” 이제 주인공은 자신만의 견고한 집을 지으려 한다. 누에처럼 긴 잠을 잤던 것은 그러한 집을 짓기 위한 과정이었을 뿐이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길」에서 주인공 ‘나’는 남편의 외도와 아이가 없는 데서 오는 심한 상실감과 외로움으로 부모가 없는 옆집 아이를 꾀어 집을 나온다. 그녀에게 이제까지의 삶은 애써 눈 감고 귀 막고 스스로를 유폐시켜 온 거짓된 삶이었다. “내가 무관심의 빗장을 아무리 단단히 걸어 잠가도 필 것들은 다 피고, 질 것들은 다 진다. 세상의 한구석에서는 늘 전쟁이 일어나고 아침마다 자명종은 사람들을 깨운다. 여태껏 나는 내게 아이가 없는 것도, 남편이 내 곁을 떠나는 것도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지내 왔다. 운명이란 것 앞에서 더 큰 파도를 보내 보라고, 그래도 무관심의 표정을 풀지 않겠다고, 대결이라도 벌이듯 맞서고 있었다. …… 모든 것이 정해졌다는 듯 체념의 주문을 외우며 사느라 놓쳐 버린 것들이 쓸려 간 상실의 바다, 그 바다에 가서 회한의 눈물을 쏟아야 하지 않을까?” ‘나’는 이제 “해설자, 중계자 없이 길을 떠난다.” 그 길이 어떤 길인지는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길이라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수인(囚人)」에서도 자신의 삶을 제약하는 현실의 굴레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주인공의 내면이 강하게 드러난다. 어머니의 자식에 대한 병적인 집착으로 인해 삶의 희망을 잃어버린 주인공은 자신이 마치 감옥에 갇힌 죄수 같다고 여기며 마침내 어머니로부터의 탈출을 시도한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불안에 떨고 있다. 과연 어머니를 떠나 살 수 있을지, 어떻게 살지 자신이 없다. 또한 유일한 희망인 자신이 사라져 버리고 나면 어머니는 어떻게 될까라는 불안에 발걸음이 내내 무겁다. 그러나 그 역시 「길」의 주인공처럼 미지의 길을 걸어간다. 긴장과 절제의 미학이 낳은 독특한 미적 분위기의 소설 문학평론가 이재복 교수는 “최서윤의 소설에서는 단아한 품격이 느껴진다. 이 단아함으로 인해 그녀의 소설은 적절한 긴장과 절제의 미학을 드러낸다. 긴장과 절제는 그녀의 인격적 지표의 한 특장이 만들어 낸 글쓰기 스타일로 볼 수 있다”며 “이 소설집에 수록된 「선로 위에서」, 「수인」, 「비어 있는 바다」, 「고래의 노래」, 「길」, 「배」 등 여섯 편의 단편과 「누에의 잠」의 중편은 치밀한 소설적 장치에 의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면서 독특한 미적 분위기를 드러낸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녀는 지금 누에처럼 잠을 자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잠 속에서 그녀는 실을 뽑아 아주 견고한 자신만의 집을 지으려 하는 것이다. 누에가 집을 짓기 위해 무한의 시간 속에서 실을 뽑아내듯 그녀는 자신만의 견고한 집을 짓기 위해 실처럼 긴 길을 내면서 그 위를 고독하게 가는 것이다. 그녀가 낸 길의 견고성의 정도에 따라 그녀가 짓는 집의 견고성도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그녀가 이번 소설을 통해 보여 준 수많은 길의 흔적들은 이런 점에서 주목에 값한다고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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