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검사 변호사가 말하는 법조인
2007년 10월 21일 출간
국내도서 : 2006년 04월 2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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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8896051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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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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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는 고등학교 생활을 방불케 하는 사법연수원 생활, ‘납품’ 기일에 시달리며 방대한 서류와 씨름하는 판사, 부검 후에는 절대 12시 전에 귀가하지 않는 검사들의 습성, 의뢰인과 변호사간에 벌어지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 등 법조계의 생생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또 법조인에 대한 여러 가지 궁금증도 속 시원히 풀어준다.
01 사법연수생 _ 사법시험보다 더 힘들었던 연수생 2년 | 박원경
02 예비 판사 _ 마라톤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 김경호
2장 다양한 판사의 세계
01 형사합의부 _ ‘법복’이 주는 소명과 사명을 느끼며 | 김동현
02 민사합의부 _ 돈 받을 게 있다고요? | 이기리
3장 다양한 검사의 세계
01 형사부 _ ‘명예’를 먹고 사는 고독한 존재 | 임수빈
02 첨단범죄수사부 _ 사이버 세상의 수호자, 사이버 검사 | 구태언
4장 다양한 변호사의 세계
01 교통사고 전문 _ 항상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라 | 한문철
02 의료사고 전문 _ 메디컬 드라마의 연출자처럼 | 김선욱
03 특허 전문 _ 산업 현장의 야전 사령관이 되어 | 최승재
04 노동 문제 전문 _ 약자를 위해, 노동자를 위해 | 이경우
05 엔터테인먼트 전문 _ 문화 산업의 언저리에서 | 표종록
5장 더 넓은 법조인의 세계
01 시민 단체 활동 변호사 _ ‘법’을 무기로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덤비다 | 김진
02 기업 소속 변호사 _ 나는 2년차 회사원이다! | 권순기
03 행정부 공무원 _ 국민을 위해 미래를 준비하는 기쁨 | 조선영
04 미국 변호사 _ 세상은 넓고 할 일은 진짜 많다! | 김형진
6장 법조인 정보 업그레이드
01 밖에서 본 법조인 _ ‘법조 기자가 본 법원 안팎 풍경 몇 가지 | 김백기
02 법조인에 대한 궁금증 28문 28답 _ 법조인, 아는 만큼 보인다! | 김백기
보통 선고일 하루 전(우리 부의 경우 화요일)에는 판결서 초고를 부장님께 드려야 한다. 판사들 사이의 은어로 이를 ‘납품’이라고 부른다. 부장님은 납품받은 판결서를 검토하고 수정해야 할 부분을 표시해서 다시 배석판사에게 돌려주며, 최종적으로 판결서가 통과되면 판사의 일주일이 비로소 끝난다. 때문에 배석판사들은 늘 납품 기일을 의식하며 산다. 마치 만화가가 마감일을 의식하며 사는 것과 같다. …(중략)… 재판은 재판대로 길어진다. 피고인들은 인생이 걸린 문제이니만큼 필사적으로 변명을 하고, 증인을 세우고 증거를 제출한다.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오전 재판을 하고(물론 길어지는 경우도 있다.), 오후 2시부터 오후 재판을 시작하는데 공무원 퇴근 시간인 6시까지 마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내 경험상 가장 오래도록 재판이 계속된 것은 밤 11시까지였다. 오후 2시에 시작해 9시간 동안 쉬지 않고 재판을 하다 보면 ‘백골이 진토 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어질 정도가 된다.
- 김동현, 「‘법복’이 주는 소명과 사명을 느끼며」 중에서
재판장과 배석판사 사이에 결론에 대한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 사람들은 흔히 재판장은 부장판사이고 배석판사는 그보다 경력이 짧은 평판사이니 당연히 재판장의 의견대로 결론이 내려질 것이라고 짐작한다. 지방법원 부장판사가 되려면 최소한 15년의 경력이 필요하고,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되려면 20년 이상의 경력이 필요하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절대로 그렇지 않다. 서로 간과한 점을 지적하기도 하고, 어느 증거를 믿을 것인지 말 것인지, 학설이나 판례가 일치되어 있지 않은 이론에 대해서는 어느 것을 따라야 하는지 토론을 하기도 한다. 재판장이 간과한 것을 배석판사가 지적한다고 하여 기분 나빠하거나 무시하는 재판장은 없다. 나는 합의 과정이야말로 법원의 조직 문화가 가장 잘 드러나는 단면이라고 생각한다. 일반 조직의 상명하복과는 전혀 다른, 그야말로 대등한 입장에서 합의가 이루어진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 이기리, 「돈 받을 게 있다고요?」 중에서
검사들 사이에는 부검과 관련된 징크스가 있다. 부검을 한 날에는 밤 12시가 넘어 귀가해야 한다는 게 그것이다. 밤 12시 이전에 집에 들어가면 억울하게 죽은 원혼이 집으로 따라 들어온다는 게 이유다. 물론 미신이다. 그렇지만 이런 징크스가 생겨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부검을 하면 그 끔찍한 모습 때문에 술에 취하고 싶어진다. 그러니 이 징크스는 검사로 하여금 편안한 마음으로 술 한잔 하고 귀가할 수 있게 해 주는, 아주 적절한 핑곗거리인 셈이다.
TV 드라마에서는 ‘남을 처벌하는 것을 마냥 좋아하는 사람’처럼 검사가 묘사된다. 마치 사디스트(sadist) 같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검사도 눈물이 있다. 사회 정의를 위해 죄인을 처벌하기도 하지만 마음까지 편한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을 구속하게 되면 그의 가족, 친가, 처가, 그리고 친구들을 포함해 수십 명의 가슴에 못을 박게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구속되는 남편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 아낙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검사들도 가슴속으로 눈물을 흘린다.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이런 날도 검사는 술 한잔 하게 된다.
- 임수빈, 「‘명예’를 먹고 사는 고독한 존재」 중에서
상담을 하다 보면 가끔 사실과 다르게 말하는 분들을 만나곤 한다.
“이전에 사고가 난 적이 있었나요?”
“처음인데요.”
“이전에 아픈 적이 있었나요?”
“처음이에요.”
“그런데 보험 회사에서 왜 기왕증(환자가 과거에 경험한 질병)이 80퍼센트라고 주장하고 있죠?”
“그러니까 억울해서 소송하려구요.”
“그래요? 연세도 많지 않고 기왕증은 50퍼센트 이상은 안 될 것 같으니 소송해 봅시다.”
이렇게 해서 시작된 소송이 진행되던 어느 날, 의뢰인과 연락이 닿지 않았다. 알아봤더니 이전에도 수차례 사고로 보상받은 전력이 있고, 별것도 아닌 사고로 오래 입원해 있는 등 의심스러운 행동으로 덜미를 잡혀 결국 보험 사기로 구속되었단다.
- 한문철, 「항상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라」 중에서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일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묻는다.
“연예인 많이 만나죠? 친한 연예인은 누구예요?”
그러나 연예인을 직접 대면하는 일은 많지 않고 대개는 매니저나 실무자와 접촉을 한다. 더군다나 우리 로펌은 개개 연예인을 대리하는 일보다는 문화 산업과 관련된 거시적인 일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연예인들을 만날 기회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렇다고 실망할 것까진 없다. VIP 시사회에 초대받아 연예인들을 한자리에서 볼 경우가 제법 있고, 새로운 음반이 나올 때 친필 사인 CD를 받거나 콘서트 등에 초청받는 경우도 종종 있으니 말이다.)
엔터테인먼트 분야 종사자?
직업에 귀천이 없고, 21세기에 각광 받을 신종 직업이 속속 등장하는 지금도, 판사․검사․변호사는 적어도 부모 세대에는 꿈의 직업이다. 최근 변호사 공급 과잉 시대이니, 변호사 사무실 도산이니 분위기가 흉흉하지만 신림동 고시촌에는 사법시험에 도전하는 응시생이 넘쳐난다. 고급 인력 낭비라며 시험 횟수 제한을 두자는 주장이 있을 정도로 사법시험 통과는 신분 상승과 성공의 에스컬레이터처럼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판사 검사 변호사에 대한 선망과 질시만 있을 뿐 이들이 과연 어떤 일을 하고, 어떻게 생활하는지 그들의 고민은 무엇인지 알기는 매우 어려웠다. 판사는 재판을 통해 판결을 하는 사람, 검사는 죄인에게 죄를 구형하는 사람, 변호사는 변호인을 위해 변호하는 사람이라는 피상적인 인식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판사 검사 변호사가 말하는 법조인』은 한국 사회 법조인들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그들의 고충은 무엇인지, 보람은 무엇인지 법조인들의 솔직한 고백이 담겨 있는 생활 보고서이다.
이 책에는 피고인의 양형을 놓고 고민하는 판사, 재판부가 내린 판결이 과연 ‘실제적 진실’인지 마지막까지 의심하는 판사의 고뇌가 생생하게 펼쳐진다.
최근 영화의 주인공으로 자주 등장하는 검사의 모습도 일반인의 생각과는 좀 다르다. 임수빈 검사는 사람들이 “검사라면 아무리 흉악범이라고 할지라도 능수능란하게 다룰 줄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검사가 되기 전이나 검사가 되고 난 후나 살인범이나 조직폭력배 등을 대할 때 무서움을 느끼는 건 마찬가지”라고 고백한다.
또 이런저런 사건을 접하다 보면 서민의 애환을 피부로 느끼게 된단다. 경기가 좋지 않을 때에는 수표 부도 사건이 급증하고, 살기 어려워 감정이 팍팍해진 서민들이 술 한잔 마시고 별것 아닌 일로 싸움도 많이 하며, 없는 살림에 돈을 떼어먹혔다고 고소하는 경우도 많단다.
검사 생활 오래하면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게 되는데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사건을 접하기 때문이란다.
변호사들은 어떨까?
의뢰인의 말을 믿고 소송을 진행했더니 그 의뢰인이 보험 사기로 구속되었더라는 황당한 사연도 있고 ‘원진 레이온 이황화탄소 중독 재해’ 사건을 맡아 결국 승소한 기쁨을 고백하기도 한다.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전문으로 하여 밤이든 새벽이든 상관없이 전화벨이 울리는 대로 법률 자문을 하기도 하고 투표소가 3층에 설치되어 있어 선거권을 포기해야 했던 지체 장애인이 국가 배상 사건을 통해 자신의 권리를 확인받는 일에 이름을 걸었던 것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있다고도 한다. 또 회사 내에서는 변호사이기 이전에 ‘과장’이라며 소송을 거의 하지 않는 기업 변호사들의 이야기도 있다. 국내에서 미국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형진 변호사는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며 미국 변호사의 생활상을 전하기도 한다.
이처럼 이 책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법조인이 등장한다. ‘폭탄주’가 좋지는 않지만 격무 때문에라도 검사 사회 내에서 ‘폭탄주’를 영원히 추방하기란 어려울 것이라는 검사도 있고, 판결문 초안을 부장판사에게 보이는 ‘납품 기일’에 전전긍긍하며 배석판사란 마감일에 쫓기는 만화가처럼 납품 기일에 쫓기는 인생이라는 판사도 있다.
야근은 물론이고 휴일도 반납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집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이방인이 되는 경우가 흔하고, 특히 판사 검사의 경우 순환 근무로 서울과 지방을 오가게 되면서 어쩔 수 없이 이산가족이 될 수밖에 없다는 자조 섞인 푸념도 있다.
그렇지만 이들이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건 ‘법복이 주는 소명’(판사)과 ‘나는 대한민국 검사’라는 자부심이다. 또 변호사들에게는 의뢰인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고 그들의 눈물을 닦아 주는 기쁨이 있다.
이 책의 필자들은 굳이 이러한 자부심을 숨기지 않는다. 어쩌면 그러한 자부심이 그들을 살아 있게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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