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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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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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지난 65년간 유사한 형태로 국가 폭력이 반복되었으며, 이런 통제와 억압의 분위기는 비단 어제의 일이 아닌 오늘의 일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이는 일차적으로 과거의 정의롭지 못한 일들이 제대로 규명되지 못한 데에서 비롯된다고 이야기하며, 국가 폭력이 과거의 방식을 바꾸어 현재에도 교묘하고 은밀하게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밝힌다. 현재의 인권침해, 탈법, 부정의를 묵인하는 세태 등 다양한 사례를 통해 따가운 일침을 가한다.
머리말|반성하지 않는 한 폭력의 과거는 반복된다
1부 정의롭지 않은 공화국은 가능한가
· 정의로운 자가 불행한 시대의 논리
· 권력에 대한 절대 복종이 국가 범죄로 이어진다
· 자유민주주의는 어떻게 독재와 결부되었나
· 대한민국 공인 소멸사 1: 공적 인간이 빨갱이가 된 불온한 시대
· 대한민국 공인 소멸사 2: '가짜 우익'은 어떻게 탄생했나
· 국가 폭력은 어떻게 사회 폭력으로 전이되는가
2부 군경이 휘두른 폭력 잔혹사
· 시국 치안의 무자비함, 민생 치안의 무능함
· 진압과 소탕의 정치학 1: 공권력에 대항하면 테러 세력인가
· 진압과 소탕의 정치학 2: 산으로 간 빨갱이들, 망루에 오른 철거민들
· 진압과 소탕의 정치학 3: 불법은 엄단하지만 시민의 안전은 모르쇠
· 경찰과 내통한, 배고픈 폭력 용역들
· 경찰 권력, 탈법과 불법에 연루되다
· 군인은 생각 없는 기계인가, 제복 입은 시민인가
· 기무사, 21세기 '군주'를 호위하는 근위병
· 백인 군인은 전쟁 범죄에 자유로운가
3부 국가 폭력에 물든 대한민국의 풍경
· 불경죄는 사라졌으나 그 정신은 여전히 살아 있다
· 사유재산 약탈하는 국가의 폭력
· 사법 정의 없는 정치 재판은 현재진행형이다
· 국가권력의 이면, 불법 사찰의 역사
·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는 권력의 논리
· 인간 도살, 고문의 세 가지 논리
· 빨갱이는 악이다, 고문도 애국이다
· 평화의 이름 빌려 폭력은 반복된다
· 부끄러움 없는 권력, 공감할 줄 모르는 사회
옳은 자를 강하게 하는 일은, 정치의 무대에 누가 서는가, 어떻게 정치를 하는가의 문제다. 그러자면 우선 옳지 않으면서도 힘을 갖게 된 사람들의 이력과 연유를 만천하에 알려야 한다. 그러나 옳은 일을 하다가 탄핵당한 사람들을 기억하고 위로하며, 그들의 아픔에 공감해주는 일도 그만큼 중요하다. 관심, 앎, 연대, 공감은 옳음에 힘을 부여하는 무기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의 정치를 힘이 정의로 군림하게 된 한국 사회의 메커니즘 속에서 다시 읽어야 하고, 힘이 정의가 된 역사를 반추하면서 정의가 힘이 될 수 있는 세상을 열망해야 한다. _33쪽
유신헌법이 이렇듯 국가를 신성시하며 개인의 자유와 민주주의 원칙을 깡그리 무시하고도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라는 내용을 헌법에 집어넣은 사실이야말로 오늘 민주주의 대신 자유민주주의를 교과서에 집어넣자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의 논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즉 유신헌법은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는 ‘자유+민주’가 아니라 ‘자유민주’이고 정확히 말하면 ‘자유(민주)’다. 이 ‘자유(민주)’는 공산 독재는 배격하나 반공 독재와 자본 독재, 더 나아가 파시즘까지 용인할 여지를 남긴다. _47~48쪽
한국은 국가가 모든 구성원에게 ‘반공주의’라는 하나의 가치를 따르도록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적과 우리를 구분하고, 좌익 혹은 간첩으로 지목된 사람을 인간 취급하지 않도록 공식화함으로써 두려움에 질린 중간지대의 이웃들이 표적이 된 사람을 교류 범위 밖으로 내쫓아버렸다.
그런데 민주화 이후 이러한 국가 폭력은 뒤로 후퇴했으나 사회 폭력, 즉 학교 폭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개인의 소신이 설 자리가 없는 사회, 중간의 입지를 견지한 인간이 설 자리가 없는 사회, 포악한 권력 앞에서 자기주장을 폈다가는 함께 따돌림을 당할 위험이 있는 전체주의ㆍ집단주의 사회에서 사회 폭력은 창궐한다. _86~87쪽
망루에 올라가 강제 진압을 당하지 않으려고 화염병을 준비한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간 것은 생존을 위한 버티기를 국가와 국민에게 공격을 가하는 테러 세력의 폭력으로 간주한 사고방식이었다. 폭력 기구로 무장한 채 도심에서 버티는 농성자들은 이명박 정부에는 신속히 제거해야 할 ‘적’이었던 셈이다. 용산 참사는 한국전쟁 전후 시기와 마찬가지로 토벌의 논리, 공권력이 미치지 못한 후방 영역에 ‘적’을 그냥 둘 수 없다는 생각, 혹은 대항 폭력을 방치할 수 없다는 다급함과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용산 농성자들은 비록 정부를 공격하지 않더라도 존재 자체가 위협이었다. _108~109쪽
과거의 우익 테러 조직이나 오늘날 파업 현장에 투입되어 농성 노동자들에게 폭력을 가하는 용역 직원들의 행동의 동기는 거의 동일하다. 다음 학기 등록금을 마련하려고 용역업체에 들어왔다는 한 대학생은 “긴급 상황에 놓여 있을 때, 살기 위해 봉을 휘두른다”라고 말하면서, 이 일을 하는 것이 떳떳하지는 않다고 생각하지만 “이것을 안 하면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라고 자신의 어려운 처지를 토로한다. (……)
예나 지금이나 우익 테러의 명분은 동일하다. 과거의 ‘공산당 때려잡기’가 오늘의 ‘종북 때려잡기’로 변했을 뿐이다. 우익 테러 세력이 이제 합법적으로 설치된 회사의 직원이라는 점이 과거와 달라진 점일까? 사설 테러 조직이 공권력을 대신하는 나라에서 국가란 도대체 무엇일까? _139~139쪽
군의 특수성은 인정돼야 하고, 군인의 권리 제한은 불가피한 점이 있다. 그러나 제한 조처는 방법이 효과적이고 적절해야 하며,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독일 군인의 지위 및 권리와 의무에 관한 법률은 군인법인데도 “군인은 다른 시민과 동등한 권리를 갖는다. 그 권리는 법률에 근거한 의무를 통해 군 직무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제한된다”라고 되어 있다. 의무와 희생만이 유일한 미덕인 양하고 권리 보호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면 군인들이 자긍심과 애국심을 가질 수 있을까. 군인은 ‘제복 입은 시민’의 지위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 _157쪽
불경죄는 사라졌으나 불경죄의 정신은 식민지 전통을 이어받은 권력자나 관료들에게 여전
정의를 모르는 대한민국,
김동춘이 말하는 국가 폭력의 역사
2012년 대통령 선거 이후, 많은 이들이 대한민국의 과거와 미래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과거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 이는 우리의 어두운 과거를 청산하고 좀 더 밝은 미래를 기대하는 데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산업화와 경제개발을 통해 눈부신 발전을 거두긴 했지만, 그 빛나는 성과 뒤편에는 폭력으로 점철된 어두운 과거가 자리하고 있다. 김동춘은 과거를 조망해 국가 폭력의 그림자를 들여다보면서 이 그림자가 지금까지도 짙게 드리워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즉 그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지난 65년간 유사한 형태로 국가 폭력이 반복되었으며, 이런 통제와 억압의 분위기를 비단 어제의 일이 아닌 오늘의 일이라고 본 것이다. 세상이 좋아졌다고들 하지만, 그 안에 내재되어 있는 폭력의 논리는 여전히 유효하게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는 일차적으로 과거의 정의롭지 못한 일들이 제대로 규명되지 못한 데에서 비롯된다. “과거에 대한 무지가 현재의 이해 부족을 초래한다”는 마르크 블로흐(Marc Bloch)의 발언과 일맥상통하는 진단이다. 과거사의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지 못한 결과 또 다른 부정의가 이어지는 측면에 대한 문제제기인 셈이다. 여기에 덧붙여 또 하나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은, 국가 폭력이 과거의 방식을 바꾸어 현재에도 교묘하고 은밀하게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의 인권침해, 탈법, 부정의를 묵인하는 세태에 대한 따가운 일침이다.
김동춘은 힘이 정의 위에 군림해온 대한민국의 역사를 살피면서, 그 실상을 철저히 파악하는 것이 미래를 위한 첫걸음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시선으로 우리의 현재를 살핌으로써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국가 폭력의 문제를 냉철하게 진단한다. 대한민국의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폭력의 흔적들을 파헤치는 필자의 시선을 따라가 보자.
힘은 곧 정의인가?
국가 폭력을 정당화하는 여러 논리들
국가가 폭력을 행사할 때 이를 정당화하는 논리로, 우선 상명하복의 ‘복종’ 논리를 들 수 있다. 명령 자체를 국가와 조직을 위한 것으로 바라봄으로써 벌어진 끔찍한 사건들은, 비단 대한민국사뿐만 아니라 세계사에서도 수많은 실례를 찾아볼 수 있다. 20세기에 자행된 나치의 학살이 그러할 것이고, 한국전쟁 당시 상부 지휘관의 명령에 복종해 군인들이 거창의 민간인들을 학살한 사례, 자신은 철저히 상명하복 원칙을 지켰으며 조직을 위해 ‘십자가’를 졌다고 발언한 이근안의 고문 사례 역시 그러할 것이다.
최근의 경우로, 이명박 정부는 명령 불복종에 대해서만큼은 그 어떤 경우보다 단호하게 대처했다. 비리 혐의로 도피한 국세청장을 비판한 국세청 직원, 전대미문의 금서 조처에 대해 헌법소원을 낸 군법무관 등을 파면한 사례를 보더라도 그러하다. 국민을 위한 치안보다 시국사범을 색출해내는 데 골몰하는 국가권력의 모습에서도 그러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이처럼 국가의 명령에 대한 복종을 강요하는 것은 국가보다는 조직폭력배 같은 조직에 어울릴 법한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례들은 과거와 현재를 망라해 우리 현실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국가 폭력을 정당화하는 두 번째 논리는, 국가에 대항하는 폭력에 대한 반대급부로서 공권력을 행사한다는 논리이다. 국가는 공권력이 미치지 않는 세력을 위협이자 도전으로 간주한다. 그러하기에 제주 4ㆍ3 사건 같은 민중 봉기는 철저히 진압되었고, 한국전쟁 때 인민군 부역자나 빨치산뿐만 아니라 민간인까지도 무자비하게 토벌한 것이다. 국가의 안녕과 질서를 명목 삼아 자행되는 이러한 폭력은, 공권력이 무력화된 것처럼 보이는 것을 국가권력이 얼마나 두려워하는지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대항 폭력에 반하는 공권력의 논리 역시 현재까지 반복되는바, 해외를 둘러보면 조지 부시의 이라크 침략은 테러에 대한 '예방 공격'으로 자행되었으며, 가까운 우리의 예로 생존권 보장을 주장하는 농성자들을 진압하다가 사상자를 낸 용산 참사를 들 수 있다. 망루에 올라갔다가 죽은 용산 농성자들을 한국전쟁 때 산으로 피란 간 빨갱이들과 오버랩시켜 바라보는 것은 과연 지나친 억측일까. 오히려 이들을 테러범이나 빨치산으로 규정한 후 정상 참작도 하지 않은 채 토벌과 진압의 대상으로 삼은 국가를 비판해야 하는 게 아닐까.
더욱 잔혹한 현실은, 국가가 행사하는 폭력이 사회 폭력으로 서서히 전이된다는 점이다. 한국전쟁 이전부터 5공화국 시절까지 횡행했던 간첩 신고의 풍토, 국가보안법에 연루된 이들뿐만 아니라 그 주변 사람들까지 고통받을 수밖에 없었던 현실은 우리 과거의 어두운 단면들이다. 국가의 감시에 이웃의 감시와 고발이 더해진 셈인데, 물론 이를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자 생명을 보존하려는 전략으로도 볼 수 있다. 이웃을 고발하지 않으면 자신에게 엄청난 위해가 닥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현실을 과연 과거지사로만 볼 수 있을까. 민주화 이후 과거와 같은 방식이 사라지긴 했지만, 여전히 중간의 입지를 견지한 이들은 아직 설 자리가 부족하며 이웃의 표적이 된 이들은 집단 따돌림을 당하고 ‘왕따’가 되고 있는 건 아닐까.
성찰과 반성의 힘으로
국가 폭력과 결별하기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역사는 암울하며, 도무지 출구를 찾기 어려운 것일까. 이러한 질문에 대해 ‘추천의 글’을 쓴 박노자는 『대한민국 잔혹사』가 “정의를 짓밟아 서게 된 대한민국에서 오히려 희망을 엿보게 하는 책”이라고 소개한다.
물론 이 책의 곳곳에 수없이 등장하는 국가 폭력의 사례들은 잔혹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정의가 사라진 현실 가운데서 패배했지만 역사의 보다 넓은 시공간에서 절대로 패배할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 그들의 사연을 들여다보는 것은 희망의 씨앗이 될 만하다. 또한 대한민국의 지울 수 없는 폭력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반성함으로써 우리는 새로운 정의의 지평을 열어갈 수 있지 않을까.
반성하지 않는 한 폭력은 반복된다. 이 말은 곧 반성한다면 폭력을 멈출 수 있다는 뜻이다. 국가 폭력으로 스러져간 이들을 기억해낼 때, 그리고 폭력의 과거를 철저히 반성하고 성찰할 때, 비로소 과거와 결별하고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 김동춘은 학생운동을 비롯하여 고교 교사 생활, 군 복무 등으로 20대를 보내다가, 뒤늦게 공부를 계속해 1993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에서「한국 노동자의 사회적 고립」이라는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 주류 사회과학자들이 기피하는 노동운동, 한국전쟁 등을 연구해왔으며, 2004년에는 《한겨레》 선정 ‘한국의 미래를 열어갈 100인’에 뽑혔고, 2006년에는 제20회 단재상을 수상했다. 《역사비평》 편집위원과 《경제와 사회》 편집위원장, 참여연대정책위원장, 참여사회연구소 소장을 역임했으며,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상임의원으로 4년 동안 활동하면서 우리 현대사의 해묵은 숙제들을 푸는 문제와 씨름했다. 현재는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황해문화》의 편집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1997년 이후 한국사회의 성찰』, 『미국의 엔진, 전쟁과 시장』, 『독립된 지성은 존재하는가』, 『근대의 그늘』, 『전쟁과 사회』, 『분단과 한국사회』, 『한국사회 노동자 연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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