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네카의 화 다스리기
2014년 11월 26일 출간
국내도서 : 2014년 11월 19일 출간
- eBook 상품 정보
- 파일 정보 ePUB (1.01MB)
- ISBN 9788960604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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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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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세네카가 화를 잘 내는 동생 노바투스에게 전하는 서간문 형태의 책이다. 인간에게 화가 왜 불필요한지, 화라는 감정의 실체는 무엇인지, 화의 지배에서 벗어나 화를 통제하고 다스리는 법은 무엇인지를 다양한 예화를 곁들이며 이야기한다. 나아가, 올바른 이성을 가지고 선을 실행하려고 노력한다면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바르게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여전히 화를 통제하지 못하고 많은 문제에 휩싸이는 현대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1장 화는 왜 인간에게 불필요한가?
화는 인간을 검의 끝으로 뛰어들게 만든다
화는 격렬한 감정보다 더 확연히 눈에 보인다
인간 외의 생명체들은 화에 좌우되지 않는다
화는 천 가지도 넘는 다양한 형태로 표출된다
화라는 감정은 인간의 본성에 어긋난다
상대의 잘못을 바로잡는답시고 무턱대고 화를 내선 안 된다
화는 절제하기 힘들므로 애초에 떨쳐내야 한다
화라는 적은 최전방에서 맞서 물리쳐야 한다
화가 난 이상엔 제어하기란 불가능하다
화는 그 자체로 제멋대로이고 통제가 불가능하다
인간의 마음이 격정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 어떤 경우에도 화라는 감정은 불필요하다
간혹 효과가 있었다고 화를 받아들여선 안 된다
화가 용기를 북돋워주는 조력자라고 착각하지 말자
악한 자에게 화를 내기 전에 자신의 잘못부터 되돌아보자
죄지은 자를 처벌하되 화로 다스려서는 안 된다
최고의 재판관은 결코 죄인을 미워하지 않는다
화는 순간의 감정에 따라 변덕스러운 판결을 내린다
화난 사람이 정의의 검을 쥐면 최악의 결과를 부른다
2장 화라는 감정의 실체를 알자
화는 관대함이 아닌 자만심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화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결합된 복잡한 감정이다
화는 이성을 뛰어넘어 저 멀리까지 돌진한다
격정은 어떻게 시작되고 뜨거운 기세를 더하는가
잔혹함은 화가 아니라 그보다 더 끔찍한 불치병이다
슬픔은 화의 벗이며, 모든 분노는 슬픔으로 끝맺는다
인간의 죄악에 대해 현자들이 일일이 화를 낼 순 없다
긴 호흡을 유지하며 끈질긴 악덕에 맞서라
화는 그저 끔찍한 것일 뿐 두려움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그 어떠한 격정도 화의 지배에서 자유롭지 않다
화만큼 격정적이고 자기 파괴적인 격정도 없다
화가 광적인 성향을 띠고 있음을 잘 깨닫자
화라는 감정의 진짜 얼굴을 보아야 한다
화는 그 어떤 격정보다 흉측한 모습을 하고 있다
3장 화의 지배에서 벗어나는 법
제멋대로인 화라는 감정도 충분히 길들일 수 있다
마음에서 화라는 악덕을 먼저 지워내야 한다
절대 화라는 감정에게 곁을 내어줘서는 안 된다
화의 도움을 구하지 말고 씩씩하게 대처하라
화내지 말고 진실을 알 때까지 적당한 시간을 가져라
귀에 들리는 이야기를 쉽게 믿어선 안 된다
사소한 일이나 문제 때문에 쉽사리 화내지 말자
애꿎은 물건을 향해 화풀이를 하지 말라
스스로 어떤 짓을 저질러왔는지 그것부터 반성하자
난 잘못이 없다는 착각에서 화는 시작된다
잠시 생각할 시간을 갖기 위해 화를 늦추어라
남의 도덕성을 논하기 전에 인간의 본능부터 고려하자
최고의 복수는 복수할 가치조차 없는 것으로 여기는 것이다
복수를 하더라도 화라는 감정은 배제하라
누군가 내게 화를 낸다면 오히려 친절함으로 대하라
일단 화를 내고 나면 돌이킬 수 없음을 알자
머리끝까지 화가 난 내 모습을 거울로 비춰보자
고결한 영혼은 악행에 쉽게 고개 숙이지 않는다
화를 억누르는 전략은 각자 성격에 따라 결정된다
너무 과중하거나 중요한 일에 휘둘리지 말자
너무 소소하거나 과중한 일을 맡지 말자
최대한 화라는 감정을 가슴 깊숙이 숨겨두어라
4장 화를 억제하고 다스리는 법
화를 자극하는 것들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지자
화를 자극할 만한 사람들과 아예 어울리지 말자
싸움이 시작되기 전에 논쟁을 멈추어야 한다
몸과 마음이 지치지 않아야 쉽사리 상처받지 않는다
내가 취약한 부분이 어디인지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모욕을 받았다고 여기지 말고 그의 농담으로 치부하라
나를 화나게 만든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화를 치유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잠시 멈추는 것이다
그의 변명을 그저 믿어주고, 그에게 자비를 베풀자
그 어떠한 타격에도 미동하지 않는 사람이 되자
양심의 가책으로 고통받는 것보다 더 큰 벌은 없다
우리에게 평화를 주는 건 오직 용서뿐이다
상대의 사악함에 친절함으로 맞서야 한다
불같이 화를 내야만 정당성을 인정받는 게 아니다
화의 시작점이 하찮은 일이었음을 깨닫자
불평하기보다는 감사하고, 때가 오기를 기다리자
하찮은 문제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 사람이 되자
웃어넘기면 될 소소한 일 때문에 눈물을 쏟지 말자
남의 것을 빼앗고 싶은 탐욕을 억누르자
자기반성의 시간을 가지면서 자신을 변론하자
기분이 언짢아질 때 한걸음 물러나 웃어 넘겨라
참지 못할 모욕이란 이 세상에 결코 없다
화가 난 사람들에게 자기만의 공간을 주어라
좋은 평판을 얻기 위해 지나치게 신경 쓰지 말자
화를 내면서 살기엔 인생이 너무 짧고 소중하다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을 고요하고 평온하게 보내자
손해를 입거나 경멸을 당해도 휘둘리지 말고 인내하라
인간을 제외한 야생동물과 다양한 생명체들은 화라는 감정에 좌우되지 않는다. 화는 이성의 적이지만 이성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는 절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야생동물도 충동과 분노, 잔인함, 전투적인 기세를 보이고 몇몇 쾌락을 추구함에 있어서 자기 통제가 힘들지만 사치하는 법을 모르는 것처럼 화 자체가 없다. 용서하는 법을 모르듯 화내는 법도 알지 못한다는 뜻이다. 물론 인간처럼 감정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그와 비슷한 충동은 느낄 수 있다. 만약 동물이 사랑과 증오를 느낄 수 있다면 우정과 적개심, 조화와 부조화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동물이 가진 특성 중에서 이런 흔적들을 다소 찾아볼 수 있지만 좋건 싫건 화에 연관된 감정들은 인간에게만 온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 지혜로움, 통찰력, 근면함, 심사숙고하는 태도는 다른 어떤 생명체도 가지지 못한 오직 인간만이 부여받은 것이다. _ p21
인간은 본래 상호 간에 도움을 주고받기 위해 태어났고, 화는 서로를 파멸로 이끌기 위해 태어났다. 인간은 협동을 원하고 화는 불화를 즐긴다. 인간은 선을 행하고 싶어 하지만 화는 해를 끼치고자 한다. 인간은 낯선 사람조차 도우려고 하지만 화는 가장 소중한 친구까지 공격한다. 인간은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해 스스로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지만 화는 타인을 위험에 빠트리기 위해서 스스로 구렁텅이로 뛰어든다. 이렇듯 잔인하고 파괴적인 악덕을 가장 뛰어나고 정제된 인간의 본성이라고 여기는 사람보다 더 무지한 사람이 어디 있으랴. 누차 강조했다시피 화는 가차 없는 응징을 지향한다. 그런 갈망이 인간이 타고난 평화로운 마음속에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본성에 어긋나는 것이다. 인간의 삶이란 상호이익과 조화, 그리고 다수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 굳게 화합하려는 본성 위에 존재한다. 이는 두려움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애정을 기반으로 한다. _ p26-27
벼랑으로 뛰어내린 사람들은 더이상 자기 몸을 통제할 수 없다. 일단 몸이 허공에 뜨면 멈출 수도 속도를 줄일 수도 없을 테니까. 성급하게 몸을 거꾸로 내던지는 순간부터 더는 돌이킬 수도 없고 후회할 여지도 없어지며, 결국 어쩌면 피할 수도 있었을 구렁텅이로 떨어지고 만다. 마찬가지로 인간의 마음도 화, 사랑 혹은 여타의 감정들에 의해 장악당하면 더는 제어가 불가능해진다. 그렇게 되면 격정적인 감정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나락으로 향하려는 사악한 감정에 따른다. 결국에는 그 누구라도 저 깊은 나락으로 추락하고야 만다. _ p34-35
단언컨대 스스로 아무 죄가 없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자신이 아무 죄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자기 양심에 귀를 기울이기보다는 혹시 자신이 죄를 저지르는 것을 목격한 증인이 없는지부터 살필 것이다. 타인의 잘못을 아버지처럼 자애롭고 인자하게 대하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박애주의가 아닐까? 우리는 죄인을 붙잡아 추궁하기보다 올바른 길로 인도해야 한다. 길을 잃어 들판을 방황하는 사람을 본다면 저만치 쫓아내기보다는 옳은 길로 안내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는 죄인을 붙잡아 추궁하기보다 올바른 길로 인도해야 한다. 길을 잃어 들판을 방황하는 사람을 본다면 저만치 쫓아내기보다는 옳은 길로 안내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_ p60
미덕은 절대로 악을 무작정 답습하는 과오를 범하지 않는다. 미덕은 화라는 감정 자체를 처벌의 대상으로 여긴다. 화는 잘못된 행동을 저지르는 것보다 하나 나을 것이 없고 대부분 그보다 나쁘다. 즐거움을 느끼고 기뻐하는 것이야말로 미덕의 본능이다. 때문에 화를 내는 것은 미덕의 고결함과 어울리지 않는다. 슬픔은 화의 벗이며 모든 분노는 슬픔으로 끝을 맺어 후회나 실패의 마지막에는 슬픔만이 남는다. 만약 현명한 자가 죄를 지은 자를 보고 화를 내야 한다면 죄질이 클수록 더 화가 날 것이고 화를 내는 빈도도 잦아질 것이다. 그러다보면 현자는 그저 화를 내는 사람이 아니라 화를 잘 내는 성격이 되어버린다. 현자가 지나치게 자주 화를 내고 크게 분노하는 것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그런 격정들로부터 자유롭게 놓아주는 편이 옳지 않을까? _ p.91-92
만약 노인과 청년들이 잘못을 저지른다고 화를 낸다면 젖먹이에게도 화를 내게 될 것이다. 젖먹이 어린아이도 언젠가는 청년이 되지 않겠는가? 어린아이들이 분별력 없이 행동한다고 해서 불같이 화를 내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나이가 어리다는 것보다 인간이라는 것 자체만으로도 무한한 아량을 베풀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다. 인간이란 태생적으로 육체의 병뿐만 아니라 갖가지 마음의 병에 걸릴 수 있는 충분한 여지를 갖고 있다. 둔하지도 지적인 능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면서 자신이 가진 지적인 능력을 나쁜 곳에 악용하고야 마는 존재가 인간이다. 스스로 악덕의 본보기가 되고 마는 가장 나약한 존재가 바로 인간이다. 나쁜 길로 들어선 타인의 선례를 보고 이를 따라하듯 도로 위를 헤매는 사람들에게도 나름대로 변명할 구실이 있다. _ p.96-97
화가 나면 친한 친구들과 등지고 가장 가깝고 막역했던 사람들에게 위협적으로 돌변한다. 법으로 상대를 해할 궁리를 하며 사소한 일에도 분개한다. 친구들의 진심 어린 조언이나 도움에 절대 귀 기울이지 않으며 온 힘을 다해서 싸우고 칼을 휘두르고 심지어 목숨까지 바칠 준비를 한다. 이는 세상의 모든 것을 넘어선 최대의 악, 바로 화의 포로가 되었기 때문이다. 다른 격정들은 조금씩 아주 천천히 우리 마음에 스며든다. 하지만 화는 한순간 우리 마음을 장악하고 다른 모든 격정들을 휘하에 거느리고야 만다. 화는 가장 온화한 사랑의 감정까지도 정복해버린다. 화가 나면 진정 사랑했던 사람을 칼로 찔러 죽이고 자신이 죽인 사람의 품에 안겨 죽음을 맞는다. 화는 가장 고집스럽고 경직되어 있는 탐욕이라는 감정마저 무참히 짓밟고 엄청난 부를 순식간에 탕진해버리도록 만든다. 그리고 자기 집과 평생 힘들여 모은 재산을 스스로 불태우게 만든다. _ p.105-106
과거 우리가 저지른 악행이 바로 화의 시작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누구나 화를 잠시 미루어두고 싶지 않을까? 이런 조언을 해보면 어떨까? 화의 노예가 되어버린 사람은 그가 아무리 최고의 권력을 가졌어도, 그 막강한 힘의 원천이 화라고 해도 그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잔뜩 화가 나서 누군가에게 복수를 하고 자기 힘을 과시하고 싶어도, 이를 최고의 특권이라고 여긴다 해도 그저 화의 노예에 불과하다. 한 가지 더 경고하고 싶다. 부디 전후 상황을 살피며 신중하게 생각하라. 인간의 다른 악덕들은 성품이 형편없는 인간들에게 해당되는 것이지만, 화는 교양 있고 아무 흠잡을 데 없는 사람들에게도 알게 모르게 파고든다. 그런데 화를 잘 내는 사람은 자신이 솔직한 성격의 소유자이며 심지어 자기 속내를 그대로 보이는 것을 천성이 착해서라고 착각한다. _ p.117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고 해도 인간의 정신력으로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 당장 어렵게 느껴지는 것도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 익숙해질 수 있으며, 제아무리 강력하고 제멋대로인 격정이라도 규율을 통해서 길들일 수 있다. 인간의 마음은 이성이 어떤 명령을 내리든 그대로 따른다. 어떤 사람은 절대 웃지 않는 법을 익혔고, 어떤 사람은 절주에 성공하고, 어떤 사람은 섹스를 또 모든 종류의 음료를 딱 끊기도 한다. 오랜 훈련을 통해서 짧은 수면을 취하고도 오랜 시간 지치지 않고 고된 작업을 해내는 사람도 있다. 뼈를 깎는 연습 끝에 가파른 경사에 연결되어 있는 가는 밧줄 위를 자유자재로 뛰어다니고, 사람의 힘으로는 도저히 들 수 없는 육중한 물건을 나르고, 숨을 참은 상태로 오랜 시간 바다 밑에서 잠수를 하는 사람도 있다. 그 외에도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마음만 굳게 먹으면 해내지 못할 일이 없다는 점을 세상에 보여준 예들은 수없이 많다. _ p.122-123
우리는 악덕의 근본적인 원인과 맞서 싸워야 한다. 화는 내가 상처를 입었다는 믿음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그 잘못된 믿음에 쉽게 넘어가서는 안 된다. 우리가 받은 상처가 너무 확연해 눈에 띄더라도 절대 분노하지 말라. 때로는 잘못된 믿음이 진실인 양 위장하고 있기도 하니까. 진실을 알 때까지 적당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진실은 드러나게 마련이다. 모략을 일삼는 목소리에 쉽게 귀를 기울이지 말라. 우리가 타고난 결함에 맞서며 진실을 알게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인간은 듣고 싶지 않은 말을 쉽게 믿는 경향이 있으며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도 전에 분노에 휩싸이곤 한다. 중상모략과 미심쩍은 행동에 마음이 흔들려서 악의 없이 미소를 지어보이는 사람을 오해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눈앞에 없는 사람이라도 가급적 감싸주고 화내는 것은 잠시 뒤로 미뤄두는 편이 좋다. 죄를 캐묻고 처벌하는 것은 나중에 해도 되지만 한 번 처벌을 하고 나면 되돌릴 수 없다. _ p.129-130
무생물을 향해 뒤틀린 심사를 표출하는 것보다 더한 짓이 어디 있으랴? 이는 말 못하는 짐승에게 화풀이를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동물은 특정한 목표를 가지고 행동할 수 없기 때문에 인간에게 위해를 가할 수 없다. 의도적으로 나쁜 행동을 저지른 것이 아니라면 이를 탓할 수는 없는 일이다. 물론 날카로운 칼이나 돌멩이가 우리를 다치게 할 수는 있겠지만 자기 의지로 해를 끼친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다른 기수가 말에 올라타면 고분고분하다가도 본인이 타면 말을듣지 않는다며 말에게 엄청난 모욕을 당했다고 생각한다. 기수가 능숙해서 혹은 그저 말이 습관적으로 하는 행동인데도 일부러 자기를 무시한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말 못하는 짐승들에게 화를 내는 것이 바보 같은 짓이듯, 어린 아이들이나 아이보다 지적인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에게 화를 내는 것도 마찬가지다. 정의로운 재판관의 눈으로 보면 어린아이나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자들이 잘못된 행동을 저지르는 것은 그저 무지함에서 오는 일일 뿐 유죄로 보지 않는다. _ p.137-138
아무런 지침도 없이 제멋대로 살다 보면 수많은 장애를 만나게 되고 불평불만이 늘게 마련이다. 누군가는 우리의 희망을 꺾고, 또 다른 사람은 희망을 이루지 못하게 가로막고, 희망을 송두리째 뽑아버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 계획은 의도대로 순탄하게 흘러가지 않는다. 매 순간 행운의 여신이 따라다닐 정도로 특별한 사람은 없다. 누구나 자기 계획이 실패하게 되면 다른 사람이나 어떤 일에 대해 인내심을 가지기가 힘들다. 그러다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에 분개하고 때로는 사람에게, 자기 일에 혹은 그 장소, 아니면 본인에게 화를 낸다. 그러므로 마음의 평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앞서 말했던 것처럼 너무 과중한 일이나 중요한 일에 휘둘려 몸이 지치도록 해서는 안 된다. 짐이 가벼우면 어깨에 지고 다닐 때도 나르기 쉽고 넘어지지도 않지만 너무 무거운 짐을 지면 혼자 힘으로 지탱하기 어렵다. 무거운 짐을 지고 다니면 언제든 짐을 내려놓을 기회만 엿보게 된다. 짐이 무거우면 그 짐을 똑바로 지는 것만도 힘든 법이다. _ p.170-171
만약 쉽게 화를 내는 성격이라면 당신의 얼굴빛과 말소리까지 꿰뚫어볼 수 있는 세심한 친구를 사귀어야 한다. 무조건 오냐오냐 봐주기만 하면 남의 말을 듣지 않으려고 하는 나쁜 습관이 생길 수도 있다. 물론 그런 친구 덕분에 참을성이 없고 조급한 성격이 조금은 누그러지고 잠시 휴식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는 장점도 있다. 제아무리 까다롭고 거친 사람도 부드럽게 감싸주는 사람에게 화를 내지는 않을 것이다. 야생동물도 다정하게 토닥여주는 사람에게는 거칠게 덤비지 않는 법이다. 평소보다 논쟁이 길어져서 자칫 싸움으로 번질 기미가 보이면 싸움이 시작되기 전에 멈추어야 한다. 싸움이 벌어지면 점점 나락으로 빠지게 마련이다. 한바탕 싸움을 벌이다가 뒤로 빠지는 것보다 애초에 싸움을 시작하지 않는 편이 좋다. _ p.186-187
화가 나려고 할 때는 스스로 자문해보자. ‘나는 필리포스보다 막강한 힘을 가진 사람인가’ 마케도니아의 왕 필리포스조차 엄청난 모욕과 무시를 꿋꿋이 참아내지 않았던가! 전 세계를 손아귀에 쥐고 흔들었던 아우구스투스 황제보다 고작 집에서 군림하는 내가 힘이 세단 말인가? 아우구스투스 황제도 자신을 욕보이는 사람들에게 그저 등을 돌리는 것으로 만족했다. 내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라고 다른 이가 좀 시끄럽게 굴었다고 해서 죄인 취급을 한단 말인가? 많은 사람들이 기꺼이 적을 용서한 바 있다. 다소 게으르고 조심성이 없고 말수가 많다고 해서 용서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어린아이들은 나이가 어리니 용서하고, 여자는 그 자체로 용서해야 하며, 낯선 사람은 그럴 자유가 있으니 용서해주어야 한다. 잘못된 행동을 한 것이 처음인가? 그렇다면 오랜 세월 똑바로 처신했던 것을 떠올려보라. 지금까지 여러 번 잘못을 되풀이했는가? 그럼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한 번 더 참아주어라. 상대가 친구인가? 그렇다면 고의로 잘못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상대가 적인가? 적이라면 해를 끼치는 것이 당연하다. _ p.200-201
우리는 별것도 아닌 일에 화를 낸다. 수소는 붉은색을 보고 흥분하고, 코브라는 그림자만 봐도 고개를 쳐들며, 곰과 사자는 펄럭이는 천 조각에 흥분한다. 거칠고 야만적인 본성을 타고난 생명체들은 소소한 것들에 자극을 받는다. 게으르고 불안과 초조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서도 같은 반응을 볼 수 있다. 그들은 항상 의구심에 가득 찬 눈으로 주위를 살핀다. 악의 없는 행동을 악행으로 치부하고 자신이 화를 불태우게 된 그럴듯한 도화선으로 삼아버린다. 가장 가까운 친구가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다른 사람에게 주었다는 이유로 분노의 화살을 겨냥하기도 한다. 이런 애처로운 상황들에도 적절한 해결책은 존재한다. 누군가 나보다 경쟁자에게 큰 호의를 베풀었다면 어떨까? 그렇다면 이를 비교하기보다는 그저 우리가 가진 것에 만족해야만 한다. 자기보다 더 나아보이는 사람을 보며 괴로움을 느낀다면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 _ p.212-213
화에 대한 인류 최초의 고전!
현대인들에게 ‘화’라는 감정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일상의 출퇴근길 대중교통 안에서도 사소한 감정싸움으로 얼굴을 붉히고, 심지어 국민을 대표한다는 국회의원들도 서로 언성을 높이며 화를 내는 모습을 우리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오죽하면 화를 잘 내는 법에 대한 책이 시중에 나왔을 정도이니, 사람들이 얼마나 화라는 감정에 젖어 사는지 잘 알 수 있다. 명상, 요가, 다양한 모임과 치료 등 화를 다스리는 방법들이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사람들이 화를 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쉽게 통제할 수 없는 이 화를 어떻게 현명하게 다스려야 할까? 이에 관한 해답이 바로 『세네카의 화 다스리기』에 담겨 있다. 이 책은 후기 스토아철학을 대표하는 고대 로마의 철학자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가 화를 잘 내는 자신의 동생 노바투스에게 전하는 서간문 형태의 책 『화다스리기De Ira』를 편역한 것이다.
세네카는 이 책을 통해 인간에게 화가 왜 불필요한지, 화라는 감정의 실체는 무엇인지, 화의 지배에서 벗어나 화를 통제하고 다스리는 법은 무엇인지를 다양한 예화를 곁들이며 이야기한다. 네로 황제의 폭정으로 얼룩졌던 로마시대를 온몸으로 살아온 세네카는 그 스스로 공포 속에 살면서도 인간의 심리와 영혼, 분노와 좌절, 구원과 온정에 대해 깊은 이해를 담아 한 권의 책으로 엮어냈다. 세네카는 세상이 아무리 세속적으로 물들어도 올바른 이성을 가지고 선을 실행하려고 노력한다면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바르게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세네카의 책이 쓰인 지 2천 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현대인들은 여전히 자신의 화를 통제하지 못하고 많은 문제에 휩싸인 채 살아간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새롭게 출간된 책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별것 아닌 일에 쉽게 욱하고, 돌아서면 후회할 일에 쉽게 화를 내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화에 대한 치유법을 제시한다!
화를 다스리는 세네카의 지혜와 통찰이 담긴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는 화가 왜 인간에게 불필요한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화라는 감정은 어떤 경우에도 필요치 않으며 화가 난 이상 제어하기가 불가능하므로, 인간의 마음이 격정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2장에서는 화라는 감정의 실체를 파악한다. 화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결합된 복잡한 감정으로 이성을 무너뜨리고 인간을 잔혹하게 만드는 법이다. 이에 세네카는 일일이 대응하지 말고 화의 진짜 얼굴을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3장에서는 화의 지배에서 벗어나는 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무리 제멋대로인 화라도 충분히 길들일 수 있으며, 남을 탓하기 전에 스스로 성찰하는 법을 먼저 길러야 한다. 또한 누군가 내게 화를 낸다면 오히려 친절함으로 대하라고 조언한다. 싸움에서 한쪽이 먼저 양보를 한다면 그 다툼은 곧바로 끝나게 된다. 분노를 우정으로 바꾸는 것보다 더 아름다운 일은 없을 것이다.
4장에서는 화를 억제하고 다스리는 법을 이야기한다. 화를 자극할 만한 사람들과 아예 멀리 떨어져 어울리지 말 것을 당부하며, 역지사지로 나를 화나게 만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볼 것을 권한다. 우리에게 평화를 주는 것은 오직 용서뿐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세네카의 말처럼 최고의 복수는 복수할 가치조차 없다고 여기는 것이다. 제아무리 현명한 사람이라도 실수를 저지르기 마련이다. 작은 일에도 화를 내면서 세상을 살아가기에 우리의 인생은 너무나 짧고 소중하다. 『세네카의 화 다스리기』는 여전히 화라는 감정에 휘둘리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현명한 치유법을 제시한다.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세네카의 글이 여전히 위대한 고전으로 널리 읽히며 칭송받는 것은 그 안에 담긴 통찰과 철학적인 사색이 사람들에게 큰 깨달음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나를 되돌아보는 여유를 가지고 화를 다스릴 수 있는 계기를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작가정보
저자(글)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저자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Lucius Annaeus Seneca는 후기 스토아철학을 대표하는 철학자이자 네로 황제의 가정교사이기도 했던 세네카는 기원전 4년 스페인의 유력한 가문에서 태어나 로마에서 성장했다. 일찍이 아버지에게 수사학을 배웠고, 이후 스토아철학의 대가였던 섹스투스의 제자가 된다. 뛰어난 웅변술을 가졌지만, 천식과 결핵으로 건강이 좋지 않았던 세네카는 출세가 다른 사람들보다 다소 늦은 서기 33년에야 이루어진다. 유배를 떠나는 등 정치적 시련도 있었지만 서기 54년 네로가 황제로 등극하자 세네카는 최측근이 되어 네로 황제의 통치를 보좌한다. 서기 59년 네로 황제가 모친을 죽인 후 폭정이 극으로 치닫자, 세네카는 관직에서 물러나 궁정 출입마저 완전히 끊은 채 학문과 집필 활동에 몰두한다. 서기 65년 황제 암살 음모에 연루되었다는 의혹을 받자 네로 황제에게 자결하라는 명을 받고 결국 세네카는 스스로 혈관을 끊고 독약을 마심으로써 세상을 떠났다. 영혼이 육체보다 우위에 있어 죽음을 통해 인간이 비로소 노예 상태에서 벗어난다고 믿었던 세네카는 죽음 앞에서도 초연했다.『화 다스리기De Ira』 『서간집』 『대화』 등의 역사적인 저작들과 비극 9편을 남겼다.
역자 정윤희는 서울여자대학교 대학원에서 번역학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세종대학교, 부산대학교, 서울디지털대학교, 숭실사이버대학교, 중앙대학교, 동서울대학교, EBS에서 번역학, 영문학, 영상번역 등을 강의하고 있다. OnStyle, MGM, 하나TV 등 공중파 및 케이블 채널과 부산국제영화제 등 각종 영화제에서 활동했으며 소니, 디즈니, 20세기폭스, CJ엔터테인먼트 등 개봉관 영화 번역가로도 활동했다. 현재 엔터스코리아에서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하울의 움직이는 성』 『제로의 기적』 『가디언의 전설』 『서약』 『비밀의 정원』 등 40여 편의 작품들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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