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빠른 질문
2016년 04월 20일 출간
국내도서 : 2016년 04월 0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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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CN 0102-2018-800-002528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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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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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고요라는 이명 13
마블링 14
식탁의 형식 16
비 오는데, 타조 18
뢴트겐의 정원 20
안데르센 나의 안데르센 22
고물 집하장 25
틱 26
오리 28
너무 빠른 질문 30
개미귀신 32
중첩 34
스파티필룸 36
나비공황 38
주머니 속에 말이 40
제2부
낭새 45
드라이아이스 46
마트로시카 48
변방 53
유츠프라카치아 56
먼지잼 58
달 60
조류원 62
칼새는 오렌지로 불리지 않는다64
팥떡 먹는 여자 66
명품수리소 68
계속되는 단추 70
창 72
제3부
아직 지하다 77
이상한 책 78
타 죽은 개 80
태몽 82
투입구 84
나는 벌레가 무섭다 86
마우스 호모 88
말편자 수집가 90
가시거리 92
냉장고 속의 눈사람 94
똑같은, 정말 똑같은 96
바코드 이끼 98
침대 100
센트럴파크 화보 102
무늬가 있는 보자기 104
제4부
기억의 고집 107
석이石耳 108
풍선 110
카페 도시 선언 112
우박 114
암말 116
땀 118
오랫동안 모자 120
붉은 손 122
증명사진 124
얼음치마 126
가끔씩 비상구 128
센서 130
해설
유성호?‘시’를 향한 ‘다른 목소리’의 진정성 132
뢴트겐의 정원
부서지고 금 간 곳을 들여다보며
또 다른 세계를 발견했다
살과 뼈, 그 사이로 여전히 흐르는 피는
X선 사진 속에서 어둡다
어둠 속에서 뼈의 줄기들이 빛난다
빛나는 것들이 환하게 길을 열어 보인다
부러진 뼈마디, 철심 박힌 척추,
피맺힌 갈비뼈에서 자라는 꽃들
시속 백사십 킬로의 자동차에서 튕겨져 나온
몸의 흔적은 무성했다
살점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잎사귀들
진흙 속을 헤집고 나온 푸른 꽃들
살갗을 뚫고 날아갈 것만 같은 은빛 나비들
잠에서 깨어나는 애벌레들, 눈이 부시게
오랫동안 몸속에 불이 켜져 있다
부러진 뼈마디에 뿌린 씨앗들이 꽃을 피운다
살아 있는 시체의 얼굴을 한
핏빛 냄새를 풍기는 붉은 정원
형광 불빛 아래서 살아나는 낮은 신음들을
하나씩 벽에 건다
벽에 걸린 채 살아나는 신음들을 만지며
달아난 세계를 본다
너무 빠른 질문
한마디 말을 밀어 넣고 너를 반죽한다
질기게 늘어나면서 너는 긴 문장이 된다
너무 빠른 질문, 나는 네게 어떤 존재?
너무 느린 대답, 너는 내게 어떤 존재. 그러면 너는
밑도 끝도 없이 포옹으로 다가선다
어딘가에서 온 그가 반죽을 주무른다
그의 손안에서 나는 옮겨졌다
나는 여러 곳에 있어야 했다
침묵 속에서 한숨 속에서 그의 말과 잠 속에서
변경된 주소 아래 살도록 허락받았다
빵의 나라 빵의 동네 빵의 집 빵의 이름
나를 꺼내가는 그가 나를 굽기 시작했다
살갗 위로 녹아 흐르는 설탕들
구워지며 익어가는 나는 뜯어 먹기 좋은 빵
한 겹씩 벗겨내던 밤의 그가
아침의 나를 꺼내놓고 반죽을 시작한다
질기게 늘어나는 나는 반죽
뒤죽박죽 꼬여 다시 긴 문장이 된다
너무 느린 질문, 너는 내게 어떤 존재?
너무 빠른 대답, 나는 네게 어떤 존재. 그러면 나는
겹겹의 이불로 포개져 밤의 얼굴로 눕는다
밀담을 나누는 밀사들처럼 오랫동안 수군대는 방
숨 막히게 나는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법을 익히기 시작했다
해가 걷기 시작했고 그 뒤를 달이 걷기 시작했다
누렇게 뜬 낯빛으로 모여 사는 황인종들의 영토,
그 문장 속을 걸을 때마다
내 뒤에서 나는 잠깐씩 환해진다
시작시인선 197권. 2008년 『시와반시』로 등단한 권오영 시인의 첫 번째 시집이다.
권오영의 첫 시집 『너무 빠른 질문』은 삶과 사물에 대한 깊은 사유와 감각을 전혀 다른 목소리로 치환하고 배열하는 작법에 의해 쓰인 미학적 결실이다. 권오영 시편에는 순간순간 소멸해가는 존재자들의 쓸쓸하고도 불가피한 속성이 후경後景처럼 둘러져 있고, 그 안에는 신음과 비명을 참아내는 견인堅忍의 시간이 명징한 형상과 흐름으로 드리워져 있다. 그래서 우리는 권오영 시편을 통해 인간 보편이 처한 실존적 벼랑과 함께, 그곳에서 역설적으로 순간의 도약을 꿈꾸는 역동적 웅크림을 한없는 감각적 전율로 경험하게 된다.
그녀의 시편은 형이상학적이거나 윤리적인 구심들을 현저하게 비껴가면서, 그 안에 담겨 있는 구체적 감각과 율동을 장악하고 표현한다. 선명한 물질적 상상력을 개입시킴으로써 한결 한 시대의 감각적 우화寓話에 근접하는 것이다. 가령 그녀는 원심적 상상력을 통해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의 몸속에 축적해왔던 감각의 극점을 보여주는데, 이는 사유의 추상보다는 감각의 구체를 통해 세계에 다가서려는 의지의 표명임과 동시에, 경험적 실감과 상상적 미감을 결합시켜 세계를 개진하려는 시적 욕망의 외화外化일 것이다. 이처럼 권오영 시는 사물 깊숙한 곳에서 출렁이는 감각의 물질성을 구체적으로 잡아내어, 그것을 사물의 존재 형식으로 끌어올리는 데서 발원하고 완성되는 세계이다.
권오영은 내면 경험의 활력을 언어의 그것으로 치환해내는 격정의 세계를 환기한다. 그리고 다양한 관념과 사물에 고유의 질감을 부여하는 안목과 그것을 언어의 구체적 물질성으로 바꾸어내는 조형 능력을 동시에 보여준다. 그 점에서 우리는 그녀만의 시적 능력을 통해, 사물과 상상력이 만나 빚어내는 역동적 이미지로서의 환상적 창조물을 만나게 된다.
작가의 말
처음이야.
느린 계절을 읽다가
잠들었다.
덜컹거리는 잠의 문은 자주 흔들리고
나는 그 바람을 이겨내지 못했다.
똑같은 꿈속에서
너무 많은 처음을 지운다.
계절을 지운다.
바다, 바람, 모래, 나를 지우고 나니
내가 남았다.
봄이다.
2016년 4월 권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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