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무덤
2016년 07월 14일 출간
국내도서 : 2015년 11월 27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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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CN ECN01112020800000728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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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이 상품이 속한 분야
제1부
투명인간 13
비, 가문비 미싱 15
공중정원 소리들 17
나무 무덤 18
반얀나무 19
농담이 있는 골목 21
메콩 강의 맨발들 22
비단벌레의 꿈―금동 말안장 뒷가리개 24
제2부
THE DAY 2 27
깽깽이풀―DMZ 28
스팸 시대 29
13 30
대형카메라 Eight×ten―설악산 케이블카 31
오래된 기도 32
인공 호수 33
정원사―시 34
제3부
기억의 고집 39
아스팔트 연못 40
물고기 무덤 41
소년들이 소녀에게―불협화음 42
시 44
장님물고기 45
찬란한 유산 46
카운슬러 47
제4부
비무장지대 51
새털구름 무덤 52
스카이 댄서 53
아기 디자인 공장 54
염소와 나 55
이어도―벽 56
4월, 비가悲歌 57
그늘의 발원 58
제5부
달빛 헤어살롱 61
부서진 밤들 62
좀비달팽이 63
별의 명멸 64
새의 부활 67
주먹 풍선 69
소쇄원에서 70
#0416―세월호 71
길 위의 시간 73
해설
정용국 _ 스팸Spam 시대를 건너는 부활의 꿈 74
나무 무덤
반얀나무 너른 품에 층층 앉힌 무덤들
죽은 아기 영혼들이 잠시 쉬다 가는 자리
새 별을 만드느라고
파란 하늘이 흔들린다
기억의 고집
늦은 저녁 엎드려 잠든 내 등의 한가운데
질기고 억센 뿌리로 태양을 움켜쥔
한 그루 야자수 나무 순식간에 돋아났다
한가로이 해먹에서 낮잠을 자는 아이
코코넛을 통통 던지며 뛰노는 아이
풍랑에 부서진 배를 고치는 아이
게으른 섬 하나, 장난꾸러기 아이들
염소에게 나뭇가지를 내리치며 깔깔댄다
늙은 저, 목줄에 묶여 이리저리 피해 도는
램프를 건 야자수는 벼랑에 뿌리내려
녹아내리는 시계로 가지를 뻗고 있나
뿔 나고 수염 단 염소, 빙빙 도는 수밖에
(주)천년의시작에서 펴낸 서정화의 두 번째 시조집 『나무 무덤』은 2014년, 배우식의 시조집 『인삼반가사유상』에 이어 두 번째로 출간되는 시조집이다. (주)천년의시작은 새 시리즈 ‘천년의시조’를 정식으로 론칭함으로써 시조집 품격과 전문성을 더욱 높였다.
‘무덤’이라는 말을 시집 제목에 넣기란 쉽지 않다. ‘죽음, 끝, 구렁텅이’ 등을 연상시키는 무덤이 이 시집에는 아주 빈번하게 그리고 친밀하게까지 보인다. 과연 시인이 무덤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반얀나무 너른 품에 층층 앉힌 무덤들/ 죽은 아기 영혼들이 잠시 쉬다 가는 자리/ 새 별을 만드느라고/ 파란 하늘이 흔들린다.”(「나무 무덤」) 인터넷 포털에서 ‘반얀나무’를 검색하면 설명보다 먼저 거대한 나무들의 군상이 자료 화면으로 떠오른다. 동남아 여행 중 한 번쯤은 본 적이 있는 그 나무다. 가지에서 다시 뿌리가 내려와 땅에 닿으면 새로운 줄기로 솟아오르는 신기한 생김새의 나무는 서정화의 시에서 「나무 무덤」과 합세하며 새로운 힘으로 떠오른다. “모두가 한 몸이 되어/ 허공을 받들고 있다” “뒤틀리고 휘어져도/ 제 안의 길을 가는” “바깥으로 가는 길은/ 다 하나로 통한다며”는 각각 세 수에서 핵심부를 이루며 반얀나무의 특징인 ‘뿌리줄기’들이 모여 ‘제 안의 길 - 바깥으로 가는 길’의 순환 의미를 상징으로 드러내고 있다. 땅속에 있어야 할 뿌리들이 가지에서 내려와 다시 줄기가 되는 이 거대한 나무의 한살이가 생명의 순환과 지속을 암시하고 있다.
이쯤에서 ‘아기 무덤’을 반얀나무에 쓰게 된 배경을 유추할 수 있게 된다. 세상에 태어나서 제대로 인간의 삶을 살지 못하고 죽은 영혼들이 반얀나무의 웅장한 순환처럼 새롭게 피어날 것이라는 소망을 담아 ‘나무 무덤’을 이곳에 만들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결국 “어둠의 발끝에 닿아/ 함께 몸을 흔들었다”라는 희망의 메시지로 끝을 맺는 이 작품은 「나무 무덤」을 부활시키는 별도의 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보이는 것이다. 이렇게 두 시를 나란히 배치한 구도로 볼 때 마치 설치작가가 두 개의 오브제를 적절하게 배치하여 새롭고 오묘한 느낌을 창출하는 것과 같은 분위기를 느끼게 되는데 ‘무덤-나무’의 연결 고리는 시인이 만들어낸 새롭고 전위적인 착상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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