괭이갈매기 2
2007년 01월 31일 출간
국내도서 : 2005년 07월 2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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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CN 0102-2018-800-002583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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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이 상품이 속한 분야
감금
바다의 장미
제 3장 유빙의 사랑 (1977년 삿포로)
첫사랑
수라의 나무
빨간 별의 병사
사랑의 조각
먼 기억
꽃잼
불꽃
여행새
괭이갈매기, 춤 추다
해설
작가 후기
역자 후기
새하얀 종이 같은 가오루의 육체에 처음 사랑을 가르쳐 준 건 남편 구니카즈였다. 겉모습 때문에 늘 사람들의 시선을 받아온, 막 스무 살을 넘긴 가오루는 남편과의 결혼을 통해 평범해지고 싶었다. 미나미카야베 어촌 속에 자연스레 스며들고 싶었다. 구니카즈는 바다 남자답게 수줍어하지도 않고 자신의 옷을 벗더니, 보기 좋게 그을린 탄탄하고 빛나는 가슴으로 가오루를 안았다. 가오루는 그 다음에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 잠시 망설이다 아마 자신도 속옷을 벗으면 될 거라 생각하고, 알몸이 되었다. 구니카즈는 그 너무나도 맑은 피부 빛에 매혹되었다. 마른 몸에 손을 대자 차가운 몸이 달달 떨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그 떨림이 구니카즈를 흥분시켰다. 하얀 몸은 그의 거친 손길 속에 당황하면서도 조금씩, 크고 확실한 온기를 삼키는 듯했다. 가오루는 큰 소리를 내며 구니카즈의 근육질 등에 매달려 손톱을 세웠다. 엉겁결에 소리를 질렀는지 눈이 마주치자 희미하게 떨었다. “아파?” 구니카즈는 놀라 자신의 무게 아래 있는 신부에게 물었다. 그러자 가오루는 들여다보일 듯 투명한 피부를 빨갛게 물들이며 구니카즈를 올려다보더니, 긴 팔다리로 그 땀이 배기 시작한 몸에 더욱 매달려왔다. 맑은 눈동자에 자극되어 구니카즈가 움직이자 가오루는 또 멀리 바다에라도 떠내려가는 듯 길게 꼬리를 끄는 소리를 냈다(1권 본문 26페이지). 전형적인 어촌 남자였던 구니카즈의 무심함에 지친 가오루에게 다정한 사람 히로츠구가 다가온다. 그러나 히로츠구는 사랑해선 안 될 사람, 바로 남편의 동생이었다. 그와의 사랑은 처음부터 불행을 예고하고 있었다. 얼음기둥 같은 사랑이었다. 뭔가가 시작되어버렸다고 가오루는 생각했다. 처마 끝에 매달린 한 줄기의 뾰족한 고드름이 봄이 되어 해빙되는 길에 소리를 내며 미끄러져 떨어지듯이, 지금, 뭔가가 시작되어버렸다. 그러나 그것은 평생 혀끝에도 올려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가오루의 눈에서 한 방울 눈물이 떨어져 어둠 속에 반짝거렸다. 어째서 이렇게 된 것일까……, 자신은 가끔씩 어째서 이런 잘못을 범하는 것일까, 가오루는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그것은 이상한 느낌이었다. 가오루는 아직 아무것도 잘못을 한 것이 없고, 지금까지의 그녀 인생에서도 뭔가 중대한 사건 따위는 없었기 때문이다. 단지 가오루의 속에는 언제나 뭔가 잘못을 범한 듯한, 죄를 짊어지고 있는 듯한 감각이 있었다. 엄마와 닮지 않은 눈 색깔, 피부 색깔이 마음을 헷갈리게 한 것일까. 아니, 그런 게 아닐 것이다. 가오루는 자신의 아름다움에 너무나 무저항적이었다. 동시에 특별히 아름다운 여자로서 행동해야 할 운명의 흐름에 부자연스럽게 싸우고도 있었다. “히로츠구 씨, 나도, 이미 알고 있어요. 알고 있었어요.” 가오루는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며 계속했다. 히로츠구의 눈물의 의미를 알고 있다,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그저 알고 있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었다(1권 202~203페이지).
영화 <실락원>, 모리타 요시미츠 감독의 100만 관객을 감동시킨 최신작 관능적이고도 싱싱한 색향(色香)으로 넘실대는 사랑의 드라마! ‘사랑’ 이야기는 언제나 우리의 관심을 끈다. 우리 삶의 바탕 힘이 되어주는 것이 바로 사랑이기 때문이다. 현학적인 어투로 이야기하든 진부한 듯 느껴지는 색 바랜 문장의 연결이든, 그래서 사랑 얘기는 재밌다. 2003년 제10회 시마세(島淸)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라는 데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소설 역시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무엇보다 주인공들의 외모와 성적 분위기를 묘사하는 것에 집중하는데, 이것이 일본 북부의 겨울 풍광과 어울려 아주 신비롭게 다가온다. 일본 홋카이도 지방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주인공들의 삶의 궤적, 사랑의 노정을 좇아가다 보면 어느덧 저자가 펼쳐내는 관능과 색향의 바다에 빠지게 된다. 거기에서 바로 이 소설을 읽는 즐거움을 발견하게 된다. 3대에 걸친 여자들의 사랑 이야기 이 소설은 단순한 사랑 이야기라고만 할 수는 없다. 3대에 걸친 4명의 여인들의-사랑 때문에- 굴곡 많은 삶을 방대한 시간의 용트림 속에서 장절하게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을 읽기 시작했을 때, 처음 눈에 들어오는 여인은 가오루다. 러시아인과의 혼혈인 아버지와 사랑을 위해 과감히 집에서 뛰쳐나온 여인 다미 사이에서 태어난 가오루는 ‘셀룰로이드 인형 같은’ 차가움과 하얀 피부를 가진 누가 봐도 빼어난 미모의 소유자다. 저자는 이 가오루라고 하는 여인의 육체와 생리를 표현하는 데 집착하는데, 그것은 우선 ‘괭이갈매기 같은 눈을 가진 여자’로 자주 표현된다. 그리고 ‘괭이갈매기’는 시종일관 이 소설에서 중요한 상징이 된다. 너무도 빼어난 미모 때문에 오히려 남자들로부터 경원시되었던 가오루는 언제나 고독과 등을 맞대고 살아온 인물이다. 러시아인의 피를 이어받고 있다는 것만으로 그녀는 유년시절부터 정신세계에 한줄기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살아왔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그랬을까, 괭이갈매기의 눈을 닮았다는 구니카즈의 말 한마디에 가오루는 그에게 시집가기로 결심하게 된다. 구니카즈는 햇볕에 그을려 단단하면서도 빛나는 듯한 가슴을 가진 남자였다. 그의 근육은 강철처럼 온몸을 뒤덮고 있었다. 그런 구니카즈에게 안겨 가오루는 성에 눈떠간다. 그녀에게는 얌전하고 섬세한 겉모습을 보아서는 상상도 못할 정도의 음란함이 있었고, 그것을 발견할 때마다 구니카즈는 더없이 기뻐했다. 그러던 차에 구니카즈의 동생 히로츠구가 그들 이야기에 섞여 들고, 가오루는 이윽고 남편의 여자관계를 알게 된 후로 시동생에게로 이끌려 간다. 히로츠구는 처음부터 형수에 대해 호감 이상의 마음을 품고 있었다. 둘 사이가 급속히 발전하는 것도 시간문제일 뿐이었다. 비극의 시작이다. 그리고 가오루는 두 딸을 낳았다. 미키와 미야. 미키는 구니카즈와의 사이에서, 미야는 히로츠구와의 사이에서 잉태한 생명이다. 결국 눈보라 치는 겨울날 모든 것이 밝혀지고, 비극의 연인 가오루와 히로츠구는 구로와시미 곶 낭떠러지에서 바다의 꽃이 된다. 그 뒤 미키와 미야는 외할머니 다미의 손에서 자라게 된다. 다미는 집에서 도망 나와서까지 이루고 싶었던 남편과의 사랑을 길게 이뤄가지 못했다. 30대 초반 전쟁으로 일찍이 홀로 되어 딸 가오루와 아들 다카시를 키워왔다. 그 다미에게 이제 다시 손녀 둘의 양육이 맡겨진 것이다. 언뜻 가오루가 이 소설의 주인공 같아 보이지만, 딸과 외손녀들의 삶과 사랑을 지켜보며 또 강인하게 자신의 삶을 헤쳐 나가는 다미야말로 이 소설의 중심축이 되는 여인이다. 각각 구니카즈와 히로츠구를 닮은 미키와 미야는 무럭무럭 자라 어느덧 ‘사랑’에 눈을 뜨는 나이가 된다. 그러나 미키와 미야 역시 가슴 속 깊은 곳에는 부모의 부재에서 오는, 아니 부모의 잘못된 사랑에 눌린 ‘상처’가 있다. 그 상처가 이들의 사랑을 왜곡되고 힘들게 한다. 그러나 외할머니 다미의 사랑과 배려 속에서 미키와 미야는 자신들의 사랑은 물론 엄마와 엄마를 사랑한 두 남자들의 삶을 결국 끌어안게 된다. 그렇게 치유받고 화해한다.
작가정보
저자(글) 다니무라 시호
지은이: 다니무라 시호
1962년 삿포로 출생. 홋카이도 대학 농학부에서 동물생태학을 전공했다. 1990년 논픽션 『결혼하지 않을지도 몰라 증후군』으로 여성을 중심으로 큰 지지를 모았으며, 1991년 『아쿠아리움의 고래』를 발표하여 소설가로서 데뷔했다. 2003년 『괭이갈매기』로 제 10회 시마세 연애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열네 살의 엥게이지』『내추럴』『슈크리어의 바다』『아이엠어우먼』『검은 천사가 되고 싶다』 등의 작품을 발표했다.
옮긴이: 권남희
1966년생. 일본문학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지은 책으로는 『동경신혼일기』가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러브레터』『무라카미 라디오』『빵가게 재습격』『오디션』『고흐가 왜 귀를 잘랐는지 아는가』『너를 비틀어 나를 채운다』『멋진 하루』『퍼레이드』『공의 경계』 등 다수가 있다.
일본 문학 전문 번역가이자 에세이 작가이다. 지은 책으로 《스타벅스 일기》, 《어느 날 마음속에 나무를 심었다》, 《혼자여서 좋은 직업》, 《번역에 살고 죽고》, 《귀찮지만 행복해 볼까》가 있고, 《셰에라자드》, 《나는 정말 어디에 있는 걸까》, 《작고 작고 큰》, 《이유가 있어요》, 《카모메 식당》, 《애도하는 사람》, 《반딧불이》,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저녁 무렵에 면도하기》 등 300여 권에 가까운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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