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눈부신 친구
2016년 08월 18일 출간
국내도서 : 2016년 07월 07일 출간
- eBook 상품 정보
- 파일 정보 ePUB (15.27MB)
- ISBN 9788935672066
- 쪽수 4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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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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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릴라를 회상하는 레누의 시점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릴라와 레누는 서로의 마음을 간파하는 특별한 사이지만 그들의 우정 안에서도 미묘한 감정은 존재한다. 릴라는 명석함을 타고났지만 가정환경 때문에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라틴어와 그리스어를 독학한다. 모범생이고 노력형인 레누는 이런 릴라를 보고 자극을 받아 공부하지만 릴라의 영특함을 따라잡을 수 없다. 학교에서 인정받은 과제조차도 결국 릴라의 아이디어임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단지 공부뿐만이 아니다. 릴라는 커갈수록 아름다워지고 모든 남성의 시선을 독차지한다. 릴라보다 무엇 하나 잘난 것이 없다고 생각하며 열등감을 느끼는 레누와 외부 환경 때문에 꿈이 좌절되는 릴라. 자신의 환경에 따라 그들의 감정은 요동친다. 그들의 오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경제적 빈곤’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요소는 폭력이다. 저자는 이러한 이야기를 통해 두 주인공의 우정과 삶이 사회에 의해 변화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들은 사소한 역사적 사실에 진실성을 부여하는 인물들이며, 그들의 이야기를 지켜보는 우리의 일상도 역사의 일부임을 깨닫게 한다.
프롤로그
흔적 지우기
유년기
돈 아킬레 이야기
사춘기
구두 이야기
옮긴이의 말
베일에 싸인 엘레나 페란테의 진실한 삶을 담다
‘나폴리 4부작’ 제1권 〈나의 눈부신 친구〉
* 전 세계 43개국 출간 예정
* 2016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노미네이트
* 2016 타임지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 2015 이탈리아 스트레가상 노미네이트
* 2015 타임지 선정 ‘올해 최고의 소설 1위’
* 2015 가디언지 ‘작가가 선정한 올해 최고의 책’
* 2015 BBC 선정 ‘올해 최고의 소설’
전 세계를 홀린 ‘나폴리 4부작’의 제1권 『나의 눈부신 친구』는 이탈리아 나폴리 폐허에서도 빛나는 두 여자의 우정을 담은 이야기다.
우정을 다룬 이야기는 진부하다. 그러나 60여 년에 걸친 두 여인의 일생을 다룬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은 아름답지만 냉혹하고 그들의 삶은 맹렬하다. 감정선은 강렬하고 인물들은 욕망과 분노에 차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차갑지만 소설에는 뜨거운 마그마가 들어 있는 광활한 문장으로 가득하다.
페란테는 돌려 말하지 않는다. 자연스럽고 단도직입적이다. 두 주인공도 회귀하지 않는다. 모순으로 가득한 감정 속에서 주인공은 앞만 보고 나간다. 그들은 순차적으로 인생의 페이지를 넘기며 나아갈 뿐이다.
굶주린 듯 다음 페이지를 서둘러 넘기고 싶은 이야기. 그러나 결코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이야기. 바로 『나의 눈부신 친구』다.
교만하지 않기 위해
정체를 감추다
엘레나 페란테. 현재 세계 문단에서 가장 유명한 작가이지만 베일에 싸여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작가다. 오직 작품으로만 자신을 말하는 페란테는 1992년 데뷔 이후, 단 한 번도 대중 앞에 나타난 적이 없다. 그녀에 관해서는 나폴리 태생의 작가로 고전 문학을 전공한 뒤 해외에서 오랫동안 지냈다는 사실을 제외하고는 알려진 바가 없으며 ‘엘레나 페란테’라는 이름조차 필명이다.
은둔을 선택한 페란테는 이탈리아의 『코리에레 델라 세라』를 통해 1,600페이지 분량의 ‘나폴리 4부작’은 자신의 우정에서 비롯되었음을 밝히고 나폴리를 배경으로 두 여자의 우정과 삶을 매우 격렬하게 또 망설임 없이 써냈다.
페란테는 ‘나폴리 4부작’ 중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로 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최종 후보에 올랐으며, 2015년에는 이탈리아의 최고 문학상 스트레가상의 후보로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페란테는 모든 행사에 불참했으며 서면으로만 수상 소감을 밝혔다. 페란테가 스트레가상의 후보에 올랐을 당시 이탈리아 작가 로베르토 사비아노는 시상식에 참석해줄 것을 『라 리퍼블리카』를 통해 공개적으로 요청했으나 페란테는 감사의 인사만 전했을 뿐 시상식에 참여하지 않았다.
페란테는 작가에 관한 모든 것은 소설 안에 있다고 말한다. 작가는 TV 출연이나 강연으로 작가를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 안에서 충분하다는 것이다. 페란테는 『더 패리스 리뷰』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서도, 미디어가 작가의 명성만을 따를 뿐 책 자체나 작품의 가치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꼬집는다. 문학적 전통과 기법 등 오랜 시간 동안 집약되어 문학 안에 포함된 집단 지성이 작가가 등장하는 순간 모두 약화된다는 것이다.
“책은 한 번 출간되고 나면 그 이후부터 저자는 필요 없다고 믿습니다. 만약 책에 대해 무언가 할 말이 남아 있다면 저자가 독자를 찾아나서겠지만, 남아 있지 않다면 굳이 나설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엘레나 페란테
페란테는 25년 동안 은둔하면서 가장 중요했던 것이 부재가 만들어낸 창작 공간이었다고 말한다. 작가를 지우는 순간 작품은 그 전에 없었던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작가의 부재 때문에 생긴 텅 빈 공간을 작품이 채운다는 것이다.
어린이에게 해리 포터가 있다면
성인에게는 엘레나 페란테가 있다
‘나폴리 4부작’은 이탈리아뿐 아니라 영미권 독자들에게도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최근 발표된 영국 닐슨 북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15년까지 영국 내 전체 소설 판매량은 감소했으나 해외 번역 소설 판매량은 두 배 이상 증가했는데, 이례적 현상을 이끈 주요 요인이 바로 ‘나폴리 4부작’이라고 한다. 또한 미국에서 ‘나폴리 4부작’은 특별한 광고도 없이 120만 부 이상이 판매되었다. 독자들은 ‘#ferrantefever’(페란테 열병)라는 태그를 달고 그녀를 예찬한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인도 작가 줌파 라히리는 “나는 ‘나폴리 4부작’의 노예가 되어버렸다”고 말했으며 작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는 “전 세계의 모든 사람에게 이 책을 읽히고 싶다”고 찬사를 보냈다. 배우 기네스 팰트로도 “소녀 시절의 우정을 말한 페란테의 놀라운 능력”을 극찬했으며, 아마존 편집장 사라 넬슨은 “미국의 여성에게 페란테의 존재는 마치 어린이들에게 해리 포터 정도의 존재”라며 현재 세계 문단 내 페란테의 위상을 증명했다.
· 우리는 명작을 읽고 있다. _ 미국,『타임』
· 모험과 놀라움으로 가득 찬 우정을 다룬 놀라운 서사시. _ 프랑스,『르몽드』
· 페란테의 산문은 크리스털 같고 스토리텔링은 본능적이다. _ 영국,『이코노미스트』
작가와 미디어뿐 아니라 세계 곳곳의 독자들도 ‘페란테 열병’을 앓고 있다. 뉴욕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에 있는 헌책방 주인은 페란테의 소설이 헌책방에까지 나오지 않아 책을 찾기가 너무 어렵다고 말한다. 콜롬비아 대학교의 회의실에서는 성별과 나이에 관계없이 ‘페란테’라는 이름을 걸고 독자 토론을 진행한다. 올해 5월 호주 시드니홀에서 개최된 페란테 관련 행사에는 3천여 명의 독자와 영미권 번역가인 앤 골드스타인이 참석하기도 했다. 이탈리아의 RAI 국영방송은 ‘나폴리 4부작’으로 총 32부작의 드라마를 제작 중이다. 놀라운 일이다. 정체도 모르는 이 작가의 소설에 전 세계 독자들은 왜 이리 열광하는 것일까?
너와의 우정은
곧 나의 삶이었다
‘나폴리 4부작’의 제1권 『나의 눈부신 친구』는 ‘릴라’와 ‘레누’라는 두 주인공의 유년기부터 사춘기까지의 우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릴라를 회상하는 레누의 시점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나폴리의 가난한 동네에서 자란 릴라와 레누는 서로에게 가장 절친한 친구다. 그들은 서로의 마음을 간파하는 특별한 사이지만 그들의 우정 안에서도 미묘한 감정은 존재한다. 그들에게 서로의 존재는 평생의 라이벌이자 영감을 주는 뮤즈다.
릴라는 명석함을 타고났지만 가정환경 때문에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라틴어와 그리스어를 독학한다. 모범생이고 노력형인 레누는 이런 릴라를 보고 자극을 받아 공부하지만 릴라의 영특함을 따라잡을 수 없다. 학교에서 인정받은 과제조차도 결국 릴라의 아이디어임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단지 공부뿐만이 아니다. 릴라는 커갈수록 아름다워지고 모든 남성의 시선을 독차지한다. 릴라보다 무엇 하나 잘난 것이 없다고 생각하며 열등감을 느끼는 레누와 외부 환경 때문에 꿈이 좌절되는 릴라. 자신의 환경에 따라 그들의 감정은 요동친다. 그들의 우정은 사랑과 미움, 질투와 동정 같은 감정이 뒤섞인 흙탕물 같다.
소설 전반을 끌고 나가는 가장 큰 감정은 릴라와 레누의 애정이다. 레누는 보잘것없는 자신의 삶을 한탄하다가도 릴라의 행복한 결혼 생활을 기원한다. 릴라도 레누가 계속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말한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
너는 공부를 계속하도록 해.
넌 내 눈부신 친구잖아.
너는 그 누구보다도
뛰어난 사람이 되어야 해.
남녀를 통틀어서 말이야.”
_ 416쪽
진정한 우정을 갖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친구 없는 사람도 없지만 평생 의지할 수 있는 친구가 한 명이라도 있기는 쉽지 않다. 그렇기에 두 주인공의 우정은 보편적이지만 특별하다. 페란테는 솔직하고 대담하게 그 우정을 그린다. 스토리텔링은 본능적이지만 문장은 섬세하고 치밀하다.
그들의 오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경제적 빈곤’이다. 구두수선공의 딸인 릴라와 시청 수위의 딸인 레누는 모두 빈곤층이다. 릴라와 레누가 사는 동네의 경제는 고리대금업자인 돈 아킬레와 마피아인 실비오 솔라라에 의해 움직인다. 그들은 식료품점과 주점 겸 제과점을 차리고 동네 사람들의 생활 전반에 영향을 준다. 야채장수를 하는 스칸노네도 그들의 재력에 도움을 얻고 릴라의 구두 사업마저도 그들의 영향을 받는다.
솔라라네 주점은 과거부터 고리대금을 하는 마피아 집단과 밀수꾼들의 소굴이었고 왕정복고주의자들의 자금 모집 수단이었다고 했다. 그는 또 돈 아킬레가 나치와 파시스트들의 스파이 노릇을 했고 스테파노는 그 애비가 검은색 가방에 모은 돈으로 식료품점을 키운 것이라고 했다. _ 197쪽
‘경제적 빈곤’과 ‘마피아’는 『나의 눈부신 친구』뿐만 아니라 ‘나폴리 4부작’ 전체를 관통하는 주요 키워드다. 릴라와 레누가 자란 1950년대의 이탈리아는 당시 제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으로 매우 가난했으며 ‘가난한’ 남부와 ‘부유한’ 북부의 경제 격차는 특히 심했다. 이에 정부는 ‘남부지역개발법’을 제정해 남부의 경제성장을 도모하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
가난한 남부를 실질적으로 통치한 건 마피아였고 나폴리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늘날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마피아는 행정력이 미비하던 1950년대 이탈리아 남부에서 절대 권력이자 질서였다. 마피아는 보통 ‘M’ 또는 ‘m’으로 쓰는데 ‘M’은 ‘국제 범죄 조직’으로서의 마피아를 의미하지만 ‘m’은 일종의 정신 체계, 즉 망탈리테(mentalit?)를 뜻한다. 치안력과 행정력이 부재한 상황에서 마피아를 공동체 구성원 스스로 조직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나의 눈부신 친구』속 상황처럼 마피아라는 존재가 나폴리인들의 평범한 삶에 매우 깊숙이 침투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 당시도 지금도
폭력으로 가득하다
두 주인공에게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요소는 폭력이다. ‘나폴리 4부작’은 우정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릴라와 레누,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많은 인물은 사회적 소수자다. 그들의 삶에는 폭력이 만연해 있다.
『나의 눈부신 친구』는 여성이 주인공인 이야기다. 릴라의 아버지와 오빠는 릴라를 사랑하지만 릴라를 창밖으로 던져버리기도 하고 고함을 지르고 폭력을 행사한다. 레누의 아버지도 화가 나면 소리를 지르고 어머니와 레누를 때린다. 레누와 릴라뿐 아니라 동네의 모든 사람은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분노하는 여성들은 서로의 머리채를 잡고 싸운다. 레누는 “우리의 유년기는 폭력으로 가득했다”고 말한다.
레누는 동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남성과는 달리 지적이고 친절했던 도나토 사라토레를 존경한다. 그러나 어느 날 방어할 틈도 없이 도나토에게 성폭행을 당한다. 레누는 다음과 같이 그날을 회상한다.
도나토 아저씨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지만 내 육체에 남은 그 기분 좋은 느낌 때문에 내가 혐오스럽게 느껴졌다. 요즘 기준으로 생각하면 믿기 어려운 일이겠지만 기억하는 한 그때까지 한 번도 육체적 쾌락을 경험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 느낌을 알지 못했기에 막상 경험하게 되자 당황스러웠다. (…) 나는 드디어 릴라에게 이야기를 해줄 만한 일이 생겼다고 생각했다. 이번만은 그녀도 이보다 더 강렬한 체험을 내밀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도나토 아저씨에 대한 혐오감과 자신에 대한 경멸감이 너무나 커서 릴라에게 차마 이야기를 해줄 수 없을 것 같았다. 실제로 예기치 않게 끝난 그해의 여름 휴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지금이 처음이다. _ 309~310쪽
페란테는 “현실을 말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오히려 두려움을 느낀다”며 “소설 속 여성들은 강하고 교육받았으며 자기 자신과 자신의 권리에 대해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충격에 쉽게 부서진다”고 말한다. 레누도 교육을 받은 여성이지만 당시 어떠한 대처도 하지 못한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태로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직설적인 내용의 이 소설에 당황하게 된다. 성폭행을 당한 뒤 쾌락이라는 단어를 말하는 페란테의 지나친 솔직함에는 거부감마저 생긴다. 『마가진 리테레르』가 “이야기는 매우 폭력적이지만 그녀의 언어는 절제되어 있다”고 말한 것처럼 페란테의 글쓰기는 폭력성과 잔혹함을 더욱 극대화한다.
얼마 전 이탈리아 로마에서 이별을 고했다는 이유로 전 여자친구를 불에 태워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 사건이 발생하기 2주 전 한국에서는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연일 미디어에서는 살인과 폭력사건을 다루고 우리는 공공연하게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우리는 폭력을 묘사하는 페란테의 글을 읽으며 당혹스러움을 느낀다. 그러나 정말로 거북한 점은 1950년대 나폴리라는 시공간적 배경을 오늘날 한국 사회와 비교해봐도 전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 아닐까.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이다”
『나의 눈부신 친구』는 비평가 제임스 우드가 말했듯, “강렬하게 또 격렬하게 사적이다.”자신을 그렇게나 감추려고 했던 페란테가 이토록 사적인 소설을 쓴 까닭은 대체 무엇일까.
우정은 곧 일상이다. 일상 안에서 만들어지는 평범하고 사적인 관계다. 그러나 우리는 우정이라는 관계 안에서 휘몰아치는 여러 감정을 내보이길 꺼린다. 자신만이 느끼는 가장 은밀한 감정들은 담아둔 채 지낸다. 페란테는 바로 그 지점을 소설에 담는다. 친구 간의 관계 안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가장 내밀한 부분. 릴라와 레누의 우정은 공격적이고 불안하지만 우리의 우정도 크게 다르지 않기에 단숨에 그들의 삶을 읽어 내려간다. 페란테가 ‘나폴리 4부작’이라는 자전 소설의 큰 얼개를 우정으로 설정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은 아닐까.
페란테는 두 주인공의 우정과 삶이 사회에 의해 변화된다는 것을 말한다. 페란테가 “우리 삶에서 가장 가깝고 사적인 근심들은 정치적인 것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듯 릴라와 레누의 우정은 단순히 개인적인 관계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들의 우정은 여러 세대의 삶과 관련되고 얽혀 있다.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 갈등하고 선택하며 변화한다. 그들의 말과 행동 그리고 일상은 모두 역사의 일부가 된다. 그들은 사소한 역사적 사실에 진실성을 부여하는 인물들이며, 그들의 이야기를 지켜보는 우리의 일상도 역사의 일부다.
우정은 인생 최초의 갈등이자 연대다.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대를 통해서만 세상은 바로 설 수 있다.
따라잡을 수 없는 자본주의의 속도에 우리는 어느새 우정을 잃어버렸다. 오늘날 우리의 우정은 안녕한가. 우리의 일상은 안녕한가. 무엇이 정말로 중요한지 물어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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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 엘레나 페란테Elena Ferrante는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출생한 작가로, 나폴리를 떠나 고전 문학을 전공하고 오랜 세월을 외국에서 보냈다는 사실 외에 알려진 바가 없다. ‘엘레나 페란테’라는 이름조차도 필명이다. 작품만이 작가를 보여준다고 주장하는 페란테는 어떤 미디어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서면으로만 인터뷰를 허락한다. 이탈리아에서는 여전히 작가의 정체와 관련된 여러 가지 소문이 떠돌지만 아직도 베일에 싸여 있다. 1992년 첫 작품 『성가신 사랑』을 출간해 이탈리아 평단을 놀라게 한 페란테는 2002년 『홀로서기』를 출간한다. 에세이집 『라 프란투말리아』(2003)와 소설 『어둠의 딸』(2006), 『밤의 바다』(2007)를 출간한 뒤 2011년 ‘페란테 열병’(#FerranteFever)을 일으킨 ‘나폴리 4부작’ 제1권 『나의 눈부신 친구』를 출간한다. 이어서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까지 총 네 권을 출간해 세계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다.
이탈리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한국외국어대학교 이탈리아어과를 졸업했다. 동 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에서 유럽연합지역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후 현재 이탈리아대사관에서 근무하고 있다. 주요 번역 작품으로는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 제1권 《나의 눈부신 친구》, 제2권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제3권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 제4권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와 ‘나쁜 사랑 3부작’ 《성가신 사랑》, 《버려진 사랑》, 《잃어버린 사랑》이 있다. 그 외 로셀라 포스토리노의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 파올로 발렌티노의 《고양이처럼 행-복》과 발렌티나 잘넬라의 《우리는 모두 그레타》, 도메니코 스타르노네의 《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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