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스러운 탐정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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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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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 야만스러운 탐정들(1976~1996)
정원, 탑, 빈터를 만들어 놓고 유혹의 춤을 추는 새들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는가? 가장 훌륭한 정원, 가장 훌륭한 탑, 가장 훌륭한 무대를 만들고, 가장 훌륭한 춤을 추는 수컷들만 짝을 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암컷을 정복하고자 지쳐 빠질 때까지 춤을 추는 그 터무니없는 수컷 새들을 본 적이 있는가?
우쭐대고 멍청한 공작새인 아르투로 벨라노가 바로 그런 새였다. 그리고 내장 사실주의는 나를 향한 아르투로 벨라노의 끝없는 구애의 춤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내가 이미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시 한 편으로 여자를 정복할 수는 있지만, 시 한 편으로 붙잡아둘 수는 없다. (본문 266~267면)
지루할 때를 위한 문학이 있다. 그런 문학은 넘쳐난다. 평온할 때를 위한 문학이 있다. 내 생각에는 그것이 최고의 문학이다. 슬플 때를 위한 문학도 있다. 기쁠 때를 위한 문학이 있다. 지식에 갈증을 느낄 때를 위한 문학이 있다. 절망할 때를 위한 문학이 있다. 이 마지막 문학이 울리세스 리마와 벨라노가 하고 싶어 한 문학이다. (……) 절망하는 독자들은 캘리포니아 금광과 마찬가지이다. 머잖아 고갈된다! 왜냐고? 너무나 명백한 일이다! 사람이 평생을 절망하면서 살 수는 없다. 몸이 결국 말을 듣지 않게 되고, 고통은 결국 견딜 수 없어지고, 총명함은 차가운 세찬 물줄기 속에 사라진다. 절망하는 독자는(더구나 시를 읽는 절망하는 독자는 더 견딜 수 없다. 내 말을 믿어라) 결국 책과 멀어지고, 필연적으로 절망만 하는 사람이 된다. 아니면 절망을 치료한다! (본문 321~322면)
우리가 카페에서 나섰을 때 어떻게 된 건지 나는 몇 블록을 그와 나란히 걸었다. 그래서 내 머릿속에 맴도는 생각을 말했다. 벨라노, 문제의 핵심은 악(혹은 범죄 혹은 죄악 등 당신이 뭐라고 부르든 간에)이 우연인지 필연인지 아는 것일세. 필연적인 것이면 우리는 악에 대항하여 투쟁할 수 있어. 악을 퇴치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가능성은 있어. 같은 급의 두 권투 선수가 싸우는 형국이니. 반대로 악이 우연이라면 우리는 더럽게 꼬인 거지. 신에게 자비를 구하는 수밖에. 신이 존재한다면 말이야. (본문 642~643면)
아르투로가 최종적으로 말했다. 결투를 신청할 거야. 내 입회인이 되어 줄래? 아르투로가 한 말은 그것이었다. 누가 내게 주삿바늘을 꽂은 느낌이었다. 처음에는 주삿바늘이, 이어 소름이 쫙 끼치게 만드는 차가운 액체가 내 혈관이 아니라 근육에 침투하는 느낌이었다. 아르투로의 부탁은 기가 막히고 부적절했다. 나는 생각했다. 아직 행하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결투 신청하는 사람이 어디 있담. 하지만 이어, 삶은(혹은 삶의 환영은) 우리가 결코 하지 않은 행위를 두고, 심지어 때로는 할 생각조차 않은 행위들을 두고 지속적으로 결투를 신청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본문 772~773면)
남미의 노벨상 로물로 가예고스상 수상작!
아메리카와 유럽 문학계를 뒤흔든 화제작
★ 1999년 로물로 가예고스상 수상
★ 1998년 스페인 에랄데 소설상 수상
★「뉴욕 타임스」선정 2007년 최고의 책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선정 2007년 최고의 책
★「슬레이트」선정 2007년 최고의 책
★「워싱턴 포스트」선정 2007년 최고의 책 10선
★『뉴욕 매거진』선정 2007년 최고의 책 10선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선정 2007년 최고의 책
★「텔레그래프」선정 <2000년대 최고의 책 100권> 중 7위
★「세마나」선정 <25년간 출간된 최고의 스페인어권 소설 100권> 중 3위
<라틴 아메리카 문학의 시한폭탄>, 로베르토 볼라뇨의 장편 『야만스러운 탐정들』이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1998년 출간 직후 라틴 아메리카의 노벨 문학상이라 일컬어지는 로물로 가예고스상과 스페인의 에랄데 소설상을 수상하며 볼라뇨를 스페인어권 최고의 작가의 자리에 올려놓은 대표작이다. 또한 이 작품이 영어로 번역되어 출간된 2007년에는 「뉴욕 타임스」를 비롯하여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등 영어권 유수의 언론들이 하나같이 <올해의 책>으로 꼽으며 볼라뇨는 명실상부하게 라틴 아메리카의 울타리를 벗어나 세계적 명성을 얻게 된다.
이 작품은 볼라뇨와 그의 절친한 벗인 마리오 산티아고 파파스키아로의 문학적 분신이라 할 수 있는 벨라노와 리마가 주요 인물로 등장하기 때문에, 볼라뇨 작품 세계에서 곧잘 드러나는 삶의 여정과 문학적 신념에 관한 작가의 생각을 좀 더 직접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 이는 곧 볼라뇨의 자전적 요소가 가장 강하게 스며 있는 『야만스러운 탐정들』을 읽지 않고서는 볼라뇨의 문학 세계를 논하기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작품은 1968년부터 1996년에 이르기까지 근 30년의 세월 동안 벨라노와 리마가 어디에서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떤 사건을 겪는지 집요하게 좇는다. 그 여정은 멕시코시티에서 시작해 파리, 이스라엘, 니카라과, 바르셀로나, 아프리카 등 국경과 대륙을 넘나들며 제시되며, 두 사람을 만났던 다양한 인물들의 목소리 조각들을 조합해 문학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던 열정 넘치는 청년들의 삶과 사랑, 꿈과 좌절이 그려 내는 하나의 퍼즐을 완성하게 된다.
야만의 시대를 살아가는 야만인들
이 작품에서 볼라뇨는 여러 에피소드들에서 세계에 대한 비관적 인식을 보인다. 그의 눈에 비친 세계는 정의가 사라지고 폭력이 횡행하며 미래에 대한 낙관적 전망마저 사라진 시대, 즉 <야만스러운 시대>이다. 그 야만의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은 모두 야만인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작품 속 인물들은 하나같이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행동을 한다. 멕시코 전위주의 시의 선구자라 여겨지는 여성 시인을 찾아 무작정 길을 떠나는 벨라노와 리마, 이들이 빼돌린 어린 창녀 루페를 악착같이 쫓아오는 기둥서방, 벨라노와 리마의 부유하는 삶을 집요하게 추적하는 익명의 추적자 모두 야만의 시대를 사는 야만인들이라고 할 수 있다.
청춘, 사랑, 죽음의 삼위일체
이 작품은 결국 잃어버린 순수함에 관한 이야기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에 전위주의 시 운동에 정열을 바쳤던 인물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변해 간다. 젊은 날의 반항적 꿈의 대가로 시간이 우리를 어떻게 벌하는지, 『야만스러운 탐정들』은 잔인하리만치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청춘과 사랑, 그리고 죽음의 상관관계는 하나의 숙명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 과정은 얼핏 자주 반복되거나 중첩되어 보이지만, 책을 읽어 나갈수록 독자는 그것이 중첩되는 여러 세계가 아니라 서로 다른 구체화를 통해 진보하는 하나의 세계임을 깨닫게 된다. 볼라뇨는 <페이지가 많아질수록, 그 불완전함이 드러날 가능성은 많아진다>는 사실을 아는 작가였다. 그럼에도 그가 이렇게 방대한 작품을 쓴 것은 팽팽하게 통제된 단편과는 분명히 다른 효과를 노린 것이었다. 그는 거칠고 느슨하며 착오와 결점을 모두 포괄하는 작품을 씀으로서, 삶이라는 완전하지도 정확하지도 않은 불완전한 것을 통째로 예술 안에 끌어안으려 했고, 예술 또한 삶 속에 녹여 내려 한 것이다.
줄거리
총 3부로 이루어져 있는 이 작품은 1부와 3부는 가르시아 마데로라는 열일곱 살 시인 지망생의 일기로, 작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방대한 분량의 2부는 수많은 사람들이 서술하는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된다. 1, 3부는 같은 화자의 일기이지만, 문학에 대한 열망만으로 가득했던 청년기의 주인공들을 순수하게 읽게 되는 1부와 수많은 세월과 사건이 지난 후에 다시 만나게 되는 그들의 젊은 모습은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제1부 멕시코에서 길을 잃은 멕시코인들(1975)
작가정보
저자 로베르토 볼라뇨는 가르시아 마르케스 이후 라틴 아메리카에 등장한 최고의 작가, 스페인어권 세계에서 가장 추앙받는 소설가, 라틴 아메리카 최후의 작가. 지금은 이 땅에 없는 라틴 아메리카 문학의 <시한폭탄>, 로베르토 볼라뇨에게 바치는 찬사들이다. 볼라뇨는 1953년 칠레에서 태어나 유년기를 보내고 멕시코로 이주해 청년기를 보냈다. 항상 스스로를 시인으로 여겼던 그는 15세부터 시를 쓰기 시작해 20대 초반에는 <인프라레알리스모>라는 반항적 시 문학 운동을 이끌기도 했다. 이어 20대 중반 유럽으로 이주, 30대 이후 본격적으로 소설 쓰기에 투신한다. 볼라뇨는 첫 장편 『아이스링크』(1993)를 필두로 거의 매년 소설을 펴냈고, 각종 문학상을 휩쓸며 <볼라뇨 전염병>을 퍼뜨렸다. 특히 1998년 발표한 방대한 소설 『야만스러운 탐정들』로 라틴 아메리카의 노벨 문학상이라 불리는 로물로 가예고스상을 수상하면서 더 이상 수식이 필요 없는 위대한 문학가로 우뚝 섰다. 그리고 2003년 스페인의 블라네스에서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매달린 『2666』은 볼라뇨 필생의 역작이자 전례 없는 <메가 소설>로서 스페인과 칠레, 미국의 문학상을 휩쓸었다. 그의 작품에서는 범죄, 죽음, 창녀의 삶과 같은 어둠의 세계와 볼라뇨 삶의 본령이었던 문학 또는 문학가들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암담했던 라틴 아메리카의 정치적 상황에 관한 통렬한 성찰이 끝없이 펼쳐진다. 그의 글은 사실과 허구가 절묘하게 중첩되고 혼재하며, 깊은 철학적 사고가 위트 넘치는 풍자와 결합하여 끊임없이 웃음을 자아낸다. 작품으로는 대표작 『야만스러운 탐정들』과 『2666』을 비롯해 장편소설 『먼 별』(1996), 『부적』(1999), 『칠레의 밤』(2000), 단편집인 『전화』(1997), 『살인 창녀들』(2001), 『참을 수 없는 가우초』(2003), 시집 『낭만적인 개들』(1995) 등이 있다.
역자 우석균은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과를 졸업했다. 페루 가톨릭 대학교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뒤, 스페인의 마드리드 콤플루텐세 대학교에서 중남미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논문 집필 중 칠레 대학교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교에서 수학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라틴아메리카연구소 HK(인문한국 지원사업)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잉카 IN 안데스』, 『바람의 노래 혁명의 노래』, 『라틴 아메리카를 찾아서』(공저)가 있고, 옮긴 책으로 로베르토 볼라뇨의 『칠레의 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사랑과 다른 악마들』, 세르히오 밤바렌의 『꿈의 바닷가』, 안토니오 스카르메타의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열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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