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제스틱 호텔의 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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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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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커피 준비실 실장인 프로스페르 동주였는데, 그는 가장 유력한 용의자가 된다. 그는 못생긴 얼굴 때문에 사람들에게 무시를 받지만, 어려운 처지에서도 선량하게 살아가는 사람처럼 보인다. 수사 판사는 클라크가 엄청난 부와 명성을 소유한 사람임을 강조하면서 매그레에게 그를 건드리지 말라고 지시하고, 동주가 범인일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동주에게 호감을 느낀 매그레는 수사 판사의 지시와 마제스틱 호텔의 분위기 자체에 불편함을 느끼며 자기 방식대로 수사를 계속하는데…
2. 매그레, 자전거를 타다
3. [펠리캉]의 샤를로트
4. 지지와 카니발
5. 유리창에 침을 뱉다
6. 샤를로트의 편지
7. [지금 뭐라고 하는 거요]의 밤
8. 매그레가 선잠이 들었을 때
9. 샤를 씨의 신문
10. [라 쿠폴]의 저녁 식사
11. 수사국의 갈라 파티
옮긴이의 말
『마제스틱 호텔의 지하』에 관하여
조르주 심농 연보
거기에 있는 로커는 백 개가 아니라, 정확히 92개였고, 모두 번호가 매겨져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다섯 개는 비어 있었다.
왜 프로스페르 동주는 주인이 없어 열쇠로 잠기지 않은 89번 로커를 열 생각을 했을까?
「무의식적으로요…….」 그는 주장했다. 「로커 문이 조금 열려 있어서…… 그냥 별생각 없이…….」
그런데 이 로커 안에는 세워진 채로 밀어 넣어져 지금은 웅크리듯 내려앉은 시체 한 구가 들어 있었다. 밝은 금발 ─ 사실은 염색한 금발이었다 ─ 에 고급 모직 검정 드레스를 입은 30대 여인이었다.
- 본문 16면
「(……) 반장님도 그 [시종실]을 보셨죠? 지하실에 처박혀 있는 우리에겐 이름이란 존재하지 않아요. 단지 117호실이 아침에 코코아를 마시고, 452호실은 베이컨 에그를 먹는다는 사실을 알 뿐이죠. 우리가 아는 것은 123호실의 하녀와 216호실의 운전기사뿐이에요…….」
- 본문 108면
그것은 어쩌다 떠오른 생각, 그리고 이내 잊어버린 생각일 뿐이었다. 매그레는 마제스틱 호텔의 3층에 이르렀고, 숨을 고르려고 잠시 멈춰 섰다. 올라오다가 층계에서 쟁반을 나르는 웨이터 하나와, 외국 신문 한 뭉치를 들고 뛰어가는 벨보이 하나와 마주쳤었다.
그리고 지금 그의 앞에는 아주 우아한 여자들이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음악을 들으며 차나 한잔 마시려고 아래로 내려가는 것이겠지? 그들이 지나간 뒤로 짙은 향수 냄새가 떠돌았다.
[저들은 모두 자기 자리에 있어.] 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어떤 이들은 무대 뒤에 숨어 있고, 어떤 이들은 살롱과 로비 홀에 있지. 한쪽에는 고객들, 그리고 다른 한쪽에는 직원들…….]
하지만 그의 내부에서 꿈틀거리는 생각은 정확히 이게 아니었다. 자, 보자! 그의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자기 자리에 있고, 각자는 각자가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어떤 돈 많은 외국 여자가 차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맞춘 옷을 가봉하러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 어떤 웨이터가 쟁반을 나르고, 어떤 객실 담당 하녀가 침대를 다시 꾸미고, 어떤 엘리베이터보이가 엘리베이터를 조작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요컨대, 각자의 신분과 할 일은 분명히, 그리고 결정적으로 정해져 있다.
그런데 만일 매그레에게 지금 당신이 무얼 하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는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난 한 사내를 감옥에 처넣으려 하고 있어. 아니면 단두대에 올려 버리거나…….」
- 본문 139~140면
셜록 홈스, 아르센 뤼팽, 에르퀼 푸아로, 브라운 신부……
명탐정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전설의 경찰 매그레 반장
전 세계 5억 독자가 읽은 작가, 조르주 심농의 매그레 시리즈 『마제스틱 호텔의 지하』가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주인공 쥘 매그레는 두툼한 외투를 걸치고 파이프 담배를 입에 문 채 쉼 없이 맥주를 마시는 거구의 사나이다. 100편이 넘는 이야기에 등장하여 독특한 방식으로 사건을 풀어 가는 매그레는 전 세계의 명탐정들과 더불어 추리 문학 역사상 가장 사랑받는 주인공 중 하나다. 단순히 범인을 밝혀내는 데 그치지 않고 사건 이면에 숨은 진실과 그에 얽힌 인물들의 욕망을 파헤치며, 때로는 준엄하게 때로는 따뜻하게 범인을 대하는 매그레의 인간적인 모습은 수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총 103편(장편 75편, 단편 28편)에 이르는 이 시리즈는 15편 이상의 극장 영화와 300편 이상의 TV 영화로 만들어졌으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계속 재창조되고 있다.
심농은 대중적인 인기뿐만 아니라 카뮈, 지드, 포크너, 헤밍웨이, 마르케스 등 대작가들의 찬사를 얻은 작가이기도 하다. 섬세한 심리 묘사, 사건이 벌어지는 배경의 농밀한 분위기 서술, 짧고 단순하면서도 긴장감이 담긴 팽팽한 문체는 장르 문학에 대한 평가가 인색한 문학계에서도 심농의 입지를 확고하게 만들었다.
1931년부터 1934년까지 19권의 매그레 시리즈를 발표한 그는 이로써 충분했다고 생각했는지, 시리즈를 마친다는 의미로 경찰에서 은퇴한 매그레가 등장하는 『매그레Maigret』를 출간했다. 그러나 1942년, 8년 만에 제목 그대로 매그레가 돌아왔음을 알리는 작품집 『매그레 돌아오다Maigret revient』로 컴백했다. 바로 이 작품집에 『마제스틱 호텔의 지하』가 수록되어 있다. 주인공 매그레의 인간적인 매력은 물론 여전하며, 오랜 공백을 깨고 돌아온 컴백답게 작가의 솜씨가 한층 세련되고 원숙해졌음을 알 수 있다.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생생한 파리의 풍경 속에서 매그레의 새로운 활약이 펼쳐진다.
파리의 특급 호텔 지하에서 발견된 한 여자의 시체,
유력한 용의자는 지하에 틀어박혀 일하는 커피 준비실 실장
파리 샹젤리제 거리 근처에 있는 호화로운 특급 호텔, 마제스틱 호텔에서 한 여자의 시체가 발견된다. 사망자는 미국인 억만장자 오즈월드 J. 클라크의 아내로, 어린 아들과 하인들을 데리고 이 호텔의 스위트룸에 묵고 있었다.
시체가 발견된 곳은 호텔 지하에 있는 탈의실 로커. 주방과 커피 준비실, 직원용 식당 등이 있는 지하는 150명의 직원이 분주하게 일하는 공간이었다. 숙박비가 하룻밤에 천 프랑이 넘는 스위트룸 손님이 내려올 만한 곳은 아니었다.
시체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커피 준비실 실장인 프로스페르 동주였는데, 그는 가장 유력한 용의자가 된다. 그는 못생긴 얼굴 때문에 사람들에게 무시를 받지만, 어려운 처지에서도 선량하게 살아가는 사람처럼 보인다.
수사 판사는 클라크가 엄청난 부와 명성을 소유한 사람임을 강조하면서 매그레에게 그를 건드리지 말라고 지시하고, 동주가 범인일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동주에게 호감을 느낀 매그레는 수사 판사의 지시와 마제스틱 호텔의 분위기 자체에 불편함을 느끼며 자기 방식대로 수사를 계속하는데…….
“힘없는 사람들의 보호자인 매그레를 따라가다 보면
스스로가 덜 외롭고 덜 초라한 존재로 느껴진다. (……)
불안한 우리의 시대는 그 어느 때보다도 그의 평정심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인간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매그레 같은 경찰도 마찬가지이고.”
- 미셸 카를리, 『매그레 전집』 서문
조르주 심농과
매그레 시리즈에 대하여
세계의 문호들이 경배를 바친 작가 조르주 심농
최초의 매그레 장편이 1931년 프랑스에서 출판된 이후 8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20세기 초에 프랑스에서 쓰인 추리 소설을 오늘날의 한국에 사는 우리가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은 문학사에서 심농이 차지하는 영향력을 꼽을 수 있다. 알베르 카뮈나 존 반빌과 같이 그의 직접적 영향을 고백한 작가는 물론이고 지드, 헤밍웨이, 엘리엇 같은 거장들, 마르케스, 세풀베다, 르카레 등과 같이 현재 세계 문학계의 거목으로 꼽히는 작가들까지 수많은 이들이 심농의 작품에 찬사를 보냈으며, 이는 그의 작품이 후대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쳤는지 방증한다. 누군가는 그에게서 체호프를 보고, 누군가는 발자크와 도스토옙스키, 디킨스를, 누군가는 에드거 앨런 포의 면모를 본다. 장르 문학에 대한 평가에 인색한 프랑스 문학계가 그의 작품들을 [문학]으로 평가하는 것은 그의 작품세계가 단순히 범죄와 그 해결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범죄 아래에 깔려 있는 이야기, 인간의 삶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범죄의 심리를 파고드는 극도로 섬세한 심리 묘사와 사건이 벌어지는 배경의 농밀한 분위기 서술, 짧고 단순하면서도 긴장감이 담긴 팽팽한 문체는 [인간의 삶]이 지닌 비극성을 그려 내는 가장 강력한 도구이다.
“조르주 심농은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소설가이다.”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활발한 재평가 움직임과 함께 새로운 시리즈로 재출간,
300편 이상의 영화로 끊임없이 재창조
그러한 심농의 작품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매그레 시리즈이다. 장편 75편, 단편 28편으로 총 100편이 넘는 이 시리즈는 15편 이상의 극장 영화와 300편 이상의 TV 영화로 만들어졌으며, 그중 TV 영화는 1960년대부터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재창조되고 있다. 단 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아 100편의 작품을 쓴다는 것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지만, 그보다 더 어려운 것은 그 작품들이 큰 편차 없이 두루 인기를 얻는 일일 것이다. 시대가 흘러감에 따라 매번 새로운 TV 영화로 제작된다는 것 역시 그만큼 일정 부분 시청률이 확보되기에 가능하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사람들로 하여금 매그레를 읽고 또 읽게 하고, 그도 모자라 극장과 텔레비전 화면에서도 보고 또 보게 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추리 소설의 형식을 띠면서도 범죄라는 외피 속에 감추어진 사회적 약자의 울분에 공감하는 인간에 대한 이해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심농이 관심을 가진 것은 언제나 세상의 끝, 갈 데까지 가고 만 사람들, 궁지에 몰린 사람들, 뒤처진 사람들, 그럼에도 다시 한 번 살아 보겠노라 발버둥치는 사람들이었으며, 이는 시간과 공간이 바뀐 오늘날의 대한민국에 살아가는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주인공 쥘 매그레에 관한 사실들
ㆍ 신체적 특징: 신장 180센티미터, 체중 110킬로그램. 기혼이지만 자녀는 없음. 45세. 약간 불그스름한 둥근 얼굴, 순진해 보이는 눈, 너부죽한 코. 울퉁불퉁하니 서민적인 골격. 걸을 때 고개를 꺼덕거리고, 거대한 두 팔을 흔든다. 육중한 덩치다. 운전을 못한다.
ㆍ 정신적 특징: 끈덕지고, 조용하고, 차분하고, 집요하고, 한결같고, 본능적이고, 직관적이고, 비정치적이고, 의심이 많고, 관습적이고, 마음이 깨끗하고, 먹고 마시는 걸 좋아하고, 퉁명스럽고, 조심성이 많고, 방에서 죽치는 걸 좋아하고, 그다지 사교적인 성격이 못 된다. 서민 출신인 그는 결코 그들을 잊지 않는다. 모욕받은 약자가 호소하면 결코 못 본 척하지 않지만, 돈 많은 부르주아에게는 약간 차갑다.
ㆍ 수사 방식: 그의 가장 뛰어난 능력은 미묘한 분위기를 체감하여 범죄의 본질을 꿰뚫는 것이다. 타인의 처지로 들어가 공감하는 능력은 오직 그만의 것이다. 언제나 가해자보다는 희생자 편이다. 그의 삶에서는 서스펜스나 사건의 해결은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즉, 보통 추리 소설과는 달리 이야기의 결말은 아무런 중요성이 없는 것이어서, 독자는 그의 수사 이야기들을 매번 새로운 즐거움을 느끼며 다시 읽을 수 있다. 매그레는 우리를 전염시킨다. 우리도 그처럼 살인범을 찾아내려 한다기보다는 이해하려 한다. 오직 소설적 진실만이 중요한 것이다.
작가 조르주 심농에 관한 사실들
ㆍ 숫자: 400편 이상의 소설, 20여 개의 필명. 두 번의 결혼, 네 명의 아이. 1만 명의 여자와 잠자리를 했다고 주장함. 1960년 제13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장, 2
작가정보
저자 조르주 심농은 1903년 벨기에 리에주에서 태어났다. 1918년 아버지가 몸져누우면서 학교를 그만두고 생업 전선에 뛰어들게 된 그는 1919년 열여섯의 나이로 『가제트 드 리에주』지의 기자가 됐다. 이 신문사에서 일하는 틈틈이 쓴 첫 소설 『아르슈 다리에서』가 1921년 [조르주 심]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출간되었다. 이어 1922년 파리로 간 심농은 20여 개의 필명으로 대중 소설들을 써내며 작가적 입지를 굳혀 나갔다. 항해에 관심을 갖게 된 심농은 1928년부터 1929년 사이 배를 타고 유럽의 강과 운하들을 여행했는데, 이때의 경험이 바탕이 되어 선원, 수문 관리인, 마부들의 세계가 그의 작품에 소재로 자주 등장하게 되었다.
그가 외투를 걸치고 파이프 담배를 문 매그레 반장의 캐릭터를 처음으로 구상한 것은 1929년의 일로, 1930년에 매그레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불안의 집』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매그레에 대한 확신을 품은 심농은 처음으로 자신의 본명을 사용하여 1931년 『수상한 라트비아인』, 『갈레 씨, 홀로 죽다』 등 11편의 매그레 시리즈를 펴냈고, 이 작품들은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총 103편(장편 75편, 단편 28편)의 이야기에 등장하여 자신만의 독특한 수사 방식으로 사건을 풀어 가는 매그레 반장은 셜록 홈스, 아르센 뤼팽과 더불어 추리 문학 역사상 가장 사랑받는 주인공으로 등극했다.
한편 심농의 작품들은 많이 영화화된 것으로도 유명하다. 장 르누아르 감독이 1932년 『교차로의 밤』을 영화화한 이후 프랑스에서만 60편이 넘는 영화가 만들어졌으며, 텔레비전 시리즈로도 수백 편이 제작되었다.
심농은 대중적 인기를 얻었을 뿐만 아니라, 지드, 카뮈, 포크너, 헤밍웨이, 마르케스, 해밋 등 세계의 대작가들이 극찬한 작가이기도 하다. 평생 4백 편이 넘는 소설을 썼던 그는 스위스 로잔에서 말년을 보냈으며, 1989년 삶을 마쳤다.
역자 임호경은 1961년에 태어나 서울대학교 불어교육과를 졸업했다. 파리 제8대학에서 문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조르주 심농의 『갈레 씨, 홀로 죽다』, 『누런 개』, 『센 강의 춤집에서』, 『리버티 바』, 요나스 요나손의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 『킬러 안데르스와 그의 친구 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공역), 『카산드라의 거울』, 피에르 르메트르의 『오르부아르』, 엠마뉘엘 카레르의 『러시아 소설』, 앙투안 갈랑의 『천일야화』, 로렌스 베누티의 『번역의 윤리』,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시리즈], 파울로 코엘료의 『승자는 혼자다』, 기욤 뮈소의 『7년 후』 등이 있다.
작가의 말
옮긴이의 한마디
매그레 시리즈를 읽으면서 느끼는 것은 작품의 배경이 거의 1세기 전의 파리이지만, 그 모습이 돈이라는 허깨비에 사로잡혀 울고 웃는 지금의 서울의 그것과 너무나도 닮았다는 것이며, 그런 점에서 심농의 이 소설들은 우리에게도 깊은 공감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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