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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지 않습니다

최지은 기자의 페미니스트로 다시 만난 세계
최지은 지음 | 김혜령 그림
알에이치코리아

2017년 11월 30일 출간

국내도서 : 2017년 09월 22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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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11.01MB)
ISBN 9788925584652
쪽수 2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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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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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곳곳에 만연한 여성혐오에 불편함을 느끼는 당신에게 보내는 공감의 메시지!
페미니스트로서의 삶을 고민하며 다시 만나게 된 세계를 오롯이 담은 『괜찮지 않습니다』. 《매거진 t》, 《텐아시아》, 《아이즈》를 거치며 10여 년간 대중문화 기자로 일해 온 최지은 기자의 첫 책이다. 대중문화 곳곳에서, 무의식에 발현되어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린 여성혐오를 말하는 이 책을 통해 저자는 공기처럼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던 일상이 어느 순간 불편하게 느껴진 적이 있는 사람들에게 “나도 불편하다”고 대답해준다.

책은 모두 4부로 나누어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학생 시절부터 갱년기를 맞이하기까지 일평생에 걸쳐 혐오에 시달리며,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 사건’과 같은 여성 선별 범죄의 위험에 노출된 한국 여성의 일상에 대해, 2부에서는 웃으며 볼 수 없는 한국 예능과 로맨스로 포장된 드라마의 폭력적 클리셰, 존중받지 못하는 걸 그룹과 여자 연예인에 대해 다룬다.

3부에서는 유독 남성에게만 관대한 대중문화 풍토와 사회적 규범과 책임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세대의 욕망과 여자를 갈망하면서 동시에 여자를 증오하는 남자들의 세상을 이야기한다. 마지막으로 4부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걸음씩 나아가는 여성들의 움직임과 페미니스트로서의 삶에서 찾은 재미들을 공유하면서 여성혐오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에서 함께 싸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본다.
대중문화 기자로 대중이 무엇에 재미를 느끼는지 관찰하고 그들을 웃길 수 있을 것 같은 글을 쓰기 위해 멋진 남자들의 세계에 빠져들었고, 모든 영역에서 남성들에게 더 관대했고, 너무 금세 숭배했다고 고백하는 저자는 2015년 팟캐스트 ‘옹달샘과 꿈꾸는 라디오’가 해온 여성혐오, 약자 비하 발언들이 공개된 후로 대중문화에서의 재미와 여성을 다루는 방식을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이야기한다. 이후 여성 단체들과 함께하며 페미니즘의 눈으로 바라본 대중문화와 일상에 대해 꾸준히 발언하고, 관련 매체에 글을 기고해 온 저자는 이 책에서 여성들이 겪어야 하는 폭력과 조롱과 비하가 만연한 세계, 그걸 웃으며 소비하는 대중문화와 이 모든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한국 남자들의 세계에 대해 괜찮지 않다고, 힘주어 이야기한다.
시작하며

Part 1. 한국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
여학생, 결코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절
몰카의 왕국에서 살아남기
김지영 씨가 남긴 것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아주 최소한의 가이드
‘갱년기 농담’을 던지기 전에
엄마의 모든 시간, 양육이라는 노동
살아남은 여성들의 세계: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 사건 이후

Part 2. 대중문화 속 혐오 바이러스
‘oo녀’는 어떻게 탄생하고 죽어가는가
여성은 한국 예능을 웃으며 볼 수 있을까
응답하라, 누구의 딸일 수밖에 없는
하나도 기쁘지 않습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들은 왜 모두 남자일까
더 이상 설레지 않습니다: 한국 드라마 속 로맨스의 폭력적 클리셰
어떻게 대해도 괜찮은 사람: 걸 그룹이라는 ‘신분’에 대하여
‘센스’란 무엇인가: 여자 연예인에게만 엄격한 잣대에 대하여
여자가 예능에서 피해야 할 7가지

Part 3. 한국 남자들이 사는 세상
‘아재파탈’이라는 허상
아재가 지배하는 예능에서 벌어지는 일들
한 번으로 끝내는 예능 자막 만능 단어 7
남자의 이야기 속 강간 피해자는 어디로 가는가
‘알탕 영화’의 법칙
자연인이 되고 싶은 남자들
여자를 증오하는 남자들

Part 4. 그래서 페미니즘
여배우, 꽃이라 불리며 가시밭길을 걷는 사람들
페미니스트로 사는 게 재미있다
메갈리아 이후, 어떻게 싸울 것인가
나는 페미니스트 선생님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온라인 대중문화 매체에서 10년 넘게 일하며 내가 가장 좋아했던 댓글은 “ㅋㅋㅋㅋㅋㅋㅋ”였다. 나는 사람들이 무엇에 재미를 느끼는지 항상 궁금해했고, 많은 사람들이 익숙하게 웃음을 터뜨리는 코드들을 관찰해 그들을 웃길 수 있을 것 같은 글을 썼다. 늘 성공한 것은 아니었지만. 또한 나는 멋진 남자들의 세계에 빠져들고, 찬사를 보내고, 그들의 ‘다양한’ 매력을 발굴해 전파하는 데서 기쁨을 느꼈다. 물론 가끔은 멋진 여자들에 대해서도 썼다. 하지만 분명 남자들보다는 적었다. 나는 모든 영역에서 남성들에게 더 관대했고, 너무 금세 숭배했다.
(중략)
페미니즘이라는 깊고 넓고 무거운 화두를 감히 내가 다루어도 될지 수없이 망설였고, 지금 이 순간에도 나의 부족함으로부터 도망치고 싶다. 하지만 내가 페미니스트로서 대중문화 콘텐츠를 바라보기 시작했을 때, 모든 것은 그 전처럼 즐겁지 않고 낯설어졌다. 나는 종종 주위 사람들에게 “그거 봤어? 혹시 나만 불편한 거야?”라고 묻고 확인해야만 했다. 계속 혼란스러워하다가 ‘나도 불편하다’는 누군가의 글 한 줄을 발견하고서야 겨우 안도하기도 했다. 그래서 어떻게든 말하고 싶었다. 당신만 그런 게 아니라고, 나도 그렇다고, 우리 같이 얘기해 보자고.
pp.5~7 시작하며 중

여학생의 복장과 행동을 단속하는 것이 과연 그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일까. 몇 년 전, 유명 시인이자 교사인 남성이 학교에서 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해임되었다. 낯설지 않은 사건이었다. 학창 시절 진로 상담을 받고 나온 친구들이 “긴 소파에 자리가 많은데 선생님이 끝자리에 꼭 붙어 앉으려고 했다”, “선생님이 계속 손을 주물러서 기분이 나빴다” 같은 말을 했던 기억이 하나둘 떠올랐다. 너무 흔한 일이어서, 그리고 무엇이 문제인지, 누구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서 우리는 뒤에서 수군대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남교사의 여학생 대상 성범죄는 여전히 너무 흔한 일이다. 2017년 4월, 경기 화성동부경찰서는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고등학교 3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한 교사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는 교무실에서 자기 반 학생 3명과 개별 상담을 하며 “너는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남자 친구가 있다고 하던데, 내가 네 마음을 뺏고 싶다”, “데이트를 하면서 얘기하자”는 등의 말을 한 것으로 조사되었다.2 2017년 8월, 여주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전교 여학생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55명의 엉덩이 등을 만진 혐의로 구속 기소되었다. 그와 함께 구속 기소된 또 다른 교사는 여학생 31명을 성추행하고 남학생 3명을 폭행한 혐의를 받았는데, 그는 해당 학교에서 인권 담당 생활부장을 맡고 있었다.3 2016년 ‘#문단_내_성폭력’ 해시태그 운동 과정에서도 한 예술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남성 강사의 성추행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단속해야 하는 대상은 과연 누구인가.
pp.14~16 Part 1. 여학생, 결코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절 중

분명 존재하지만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 수많은 감정 노동은 엄마의 일상을 속속들이 지배한다. 아이에 대한 애정과 육아로 인한 피로는 모순이 아니다. 아이를 사랑하기 때문에 어떤 노동의 강도는 더 높아지기도 한다. 양육은 단지 아이의 의식주를 책임지는 데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한 인간이 전담하는 것이 불가능할 만큼 고되고 복잡한 노동이다. 육아를 ‘선택적’으로 할 수 있는 아빠들과 달리 육아를 도맡다시피 하는 많은 여성은 다른 여성들에게 출산을 쉽게 권장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선택지가 있다는 걸 미처 몰랐다”며 후회하기도 한다.
2017년 3월 금융연구원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이 추세대로는 2060년 출생아 수가 역대 최저를 또 갱신한 지난 2016년의 절반 수준인 20만 명까지 떨어질 거라고 한다. 한 인간의 삶이 짧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십수년까지 다른 인간의 삶에 바쳐지는 방식으로 돌아가던 시스템은, 점점 더 많은 여성이 그토록 혹독한 ‘엄마되기’의 무게를 거부하면서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지금 필요한 건 ‘엄마는 위대하다’는 무용한

★《82년생 김지영》 조남주 작가 추천★
“우리는 이제 그날 이전의 세계로 돌아갈 수 없다.”
살아남은 여성들의 지금 이 순간에 대한 기록
최지은 기자의 페미니스트로 다시 만난 세계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 사건, 왁싱숍 여성혐오 살인 사건, ‘갓건배’ 살해 협박 생중계, 여주의 한 고등학교 교사 여학생 55명 성추행, 성범죄 전담 판사 지하철에서 몰카 현행범으로 체포…….
지금 한국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매일이 생존 게임에 다름 아니다. 여성 선별적 범죄에 무방비하게 노출된 여성들은, 화장실에서 볼일을 볼 때조차 어디서 나를 찍고 있을지 모를 카메라를 두려워해야 하고,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번화가에서, 일터에서 살해당해도 ‘묻지마 범죄’로 존재가 지워진다. 일상적인 여성혐오는 ‘독박 육아’와 ‘독박 가사’에 시달리는 엄마들을 ‘맘충’으로 만들고, 범죄 사건의 피해자 여성들을 ‘oo녀’로 지칭하며 화젯거리로 삼는다. 대중문화 콘텐츠들은 어떤가. 여성 연예인들은 ‘알탕 영화’와 ‘아재 예능’에 밀려 화면에서 사라지고, 역시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똑똑하다고 나이가 많다고 잘 먹는다고 혹은 잘 안 먹는다고 비난받는다.
《매거진 t》, 《텐아시아》, 《아이즈》를 거치며 10여 년간 대중문화 기자로 일해 온 최지은 기자. 그는 한때 “ㅋㅋㅋㅋㅋㅋ”라는 댓글을 가장 좋아했을 정도로 대중이 무엇에 재미를 느끼는지 관찰하고 그들을 웃길 수 있을 것 같은 글을 써왔다고 고백한다. 멋진 남자들의 세계에 빠져들고, 그들의 ‘다양한’ 매력을 발굴해 전파하는 데서 기쁨을 느꼈으며, 모든 영역에서 남성들에게 더 관대했고, 너무 금세 숭배했다고. 하지만 2015년 팟캐스트 [옹달샘과 꿈꾸는 라디오]이 해온 여성혐오, 약자 비하 발언들이 공개된 후로 대중문화에서의 재미와 여성을 다루는 방식을 고민하기 시작했고, 이후 여성 단체들과 집담회·강연 등을 함께하며 페미니즘의 눈으로 바라본 대중문화와 일상에 대해 꾸준히 발언하고, 관련 매체에 글을 기고해 왔다.
최지은 기자의 첫 책 《괜찮지 않습니다》에는 그가 페미니스트로서의 삶을 고민하며 다시 만나게 된 세계가 오롯이 담겨 있다. ‘우연히’ 살아남아 살아가고 있는 여성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세계. 여학생, 여직원, 엄마이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폭력과 조롱과 비하가 만연한 세계, 그걸 웃으며 소비하는 대중문화와 이 모든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한국 남자들의 세계에 대해, 최지은 기자는 이 책을 통해 말한다. “괜찮지 않다”고.

“모든 것이 그 전처럼 즐겁지 않고 낯설어졌다.”
대중문화 곳곳에서 발현되고 무의식에 발현되어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린 여성혐오를 말하다

여학생은 왜 한여름에도 브래지어가 비쳐 보이지 않도록 속옷을 한 벌 더 껴입어야 할까? 여성은 왜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일 때도 ‘ㅇㅇ녀’라 불리며 화젯거리가 될까?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은 왜 여자 주인공에게 강제로 키스할까? 남자 연예인이 요리를 못하면 개그 소재가 되고, 여자 연예인이 요리를 못하면 ‘센스 없다’고 비난받는 이유는? 남자들의 이야기에서 여성에게 가해지는 성폭력은 왜 남자 주인공의 각성이나 터닝 포인트를 위한 장치로 쓰일까?
공기처럼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던 일상이 어느 순간 불편하게 느껴져 “혹시 나만 불편한 거야?”라고 물은 적이 있다면, 최지은 기자가 당신에게 답해 줄 것이다. “나도 불편하다”고.
[Part 1. 한국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에서는 학생 시절부터 갱년기를 맞이하기까지 일평생에 걸쳐 혐오에 시달리며,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 사건’과 같은 여성 선별 범죄의 위험에 노출된 한국 여성의 일상에 대해, [Part 2. 대중문화 속 혐오 바이러스]에서는 웃으며 볼 수 없는 한국 예능과 로맨스로 포장된 드라마의 폭력적 클리셰, 존중받지 못하는 걸 그룹과 여자 연예인에 대해 다룬다. 또 [Part 3. 한국 남자들이 사는 세상]에서는 이와는 달리 유독 ‘남성’에게만 관대한 대중문화 풍토와 사회적 규범과 책임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세대의 욕망, 여자를 갈망하면서 동시에 여자를 증오하는 남자들의 세상을 이야기한다. 마지막으로 [Part 4. 그래서 페미니즘]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걸음씩 나아가는 여성들의 움직임과 페미니스트로서의 삶에서 찾은 재미들을 공유하고, 여성혐오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에서 함께 싸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

[책 속으로 추가]
지난 몇 년 동안 내가 한국 예능, 특히 리얼리티 프로그램과 그에 대한 기사, 댓글, 온라인 커뮤니티의 반응을 보며 가장 마음이 복잡해졌던 것도 바로 이 지점이었다. 체중 관리부터 표정, 몸짓, 발언, 행동, 심지어 범죄 경력까지, 왜 우리는 이토록 남자에게 관대하고 여자에게 엄격한가. 여자 연예인이 무례한 일을 겪었을 때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는 것만으로 조롱하고 비난하면서, 남자 연예인의 무례한 언행은 왜 그렇게 조용히 빠르게 잊어주는가. 열애설에도 크게 휘청하는 여자 연예인들과 달리 도박, 음주운전, 폭행 따위를 저질렀던 남자 연예인들은 어떻게 그렇게 자연스럽게 복귀하는가. 왜 남자는 50이 가깝도록 자기 몸 하나 제대로 건사하지 못하고 살아도 귀엽게 연출하고 재미있게 봐주면서, 여자에게는 스물만 넘어도 자기 관리는 물론 인간관계와 가사 노동에서도 엄청나게 높은 수준의 ‘센스’를 일괄적으로 당연하게 요구하는가. 도대체 그 ‘센스’란 무엇인가?
pp.136~137 Part 2. ‘센스’란 무엇인가: 여자 연예인에게만 엄격한 잣대에 대하여 중

남자끼리 모든 것을 다 하고 여자들은 들러리만 세우거나 아예 존재를 지워버린 이야기가 한국 영화 시장을 먹어치우면서 여성 배우들의 입지가 급속도로 좁아지고 영화 속에서 드러나는 여성혐오 역시 심각한 수준에 이른 뒤에야 깨닫고 말았다. 나는 바로 그 ‘알탕 영화’ 전성시대를 만드는 데 일조한 관객이고 기자였음을. 그래서 이 다년간의 관람 경험을 토대로 다음 ‘알탕 영화’의 법칙을 정리했다. 아직도 ‘상남자 취향 저격’ 영화를 만들고 싶은 제작자들은 참고하시라. 아니, 고만해라. 마이 묵었다.

주요 인물 두 명 이상의 직업군이 형사, 검사, 조폭인가?
범죄와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 물리력이나 공권력을 행사할 수 있고 쉽게 갈등 구도를 형성할 수 있다는 면에서 형사, 검사, 조폭은 이 장르 3대 직업군이다. 〈신세계〉의 이자성은 상사 강과장(최민식 분)의 명으로 깡패 정청과 가까워지면서 경찰과 폭력 조직 간부라는 2개의 정체성 사이에서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아수라〉의 형사 한도경(정우성 분)은 조폭과 손잡은 시장 박성배(황정민 분)를 위해 일하던 중 그를 치려는 검사 김차인(곽도원 분)의 협박을 받고 딜레마에 빠진다. 어딘가 비슷하게 느껴진다면 기분 탓이겠지만 두 작품은 모두 ‘사나이 픽처스’에서 제작했다. 〈내부자들〉에서 조폭 안상구(이병헌 분)와 의기투합하는 우장훈(조승우 분)은 경찰 출신 검사로 혼자 1인 2직업을 섭렵했다. 그러나 물론 이 분야 최강자는 황정민으로 조폭(〈달콤한 인생〉 등), 형사(〈베테랑〉 등), 검사(〈검사외전〉)를 두루 거치며 트리플 크라운을 획득했다.
pp.181~182 Part 3. ‘알탕 영화’의 법칙 중

나의 기억은 다른 여성들의 기억으로 이어지고 나의 경험 또한 다른 여성들의 경험과 연결된다. 언젠가부터 나는 집에 혼자 있을 때는 택배를 받지 않는다. 온라인에 내 동선과 주거지를 노출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그 밖에도 나만이 알고 있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내 안전을 도모한다. 하지만 어떤 것도 나를 완벽히 지켜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나는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혼자서 ‘조심’한다 해도 모든 위험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다시, 왁싱숍에서 살해당한 여성에 대해 생각한다. 피해자를 아프리카 TV에 출연시킨 BJ는 방송을 통해 여성 왁서를 성적 대상화했다. 제모 기술자인 여성은 자신의 일을 했을 뿐이지만 그 자체로 남성들에게 성적 흥분을 불러일으키는 존재로 취급받았고, 이를 시청한 남성들 중 한 사람이 그를 범행 대상으로 삼아 살해했다. 이 황망함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여성이 위험 속에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여성혐오적 콘텐츠는 어떻게 실질적으로 여성을 위협하는가.

작가정보

저자(글) 최지은

저자 최지은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공부하고 방송사 시사·교양 프로그램 작가로 사회생활을 시작, 2006년부터 2017년까지 대중문화 웹 매거진 《매거진 t》, 《텐아시아》, 《아이즈》에서 기자로 일했다. 언제나 재미있는 글을 쓰고 싶어했지만 늘 뜻대로 되지는 않았고, 2015년 이후 일련의 사건들을 계기로 한국 엔터테인먼트 영역에서의 ‘재미’와 여성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페미니스트로서 어떻게 살 것인지에 좀 더 집중하고 싶어 덜컥 직장을 그만뒀지만 막상 스스로의 느림과 게으름에 맞서는 것만으로도 버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래도 가능한 많은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고 쓰고 싶다. 쓰지 못하더라도, 좀 더 듣고 싶다.

그림/만화 김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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