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눈사람
2016년 11월 17일 출간
국내도서 : 2016년 08월 25일 출간
- eBook 상품 정보
- 파일 정보 ePUB (14.45MB)
- ISBN 9788925582689
- 쪽수 2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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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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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가족 그 애틋하고 따뜻한
아버지가 주신 선물
그날 밤의 하얀 눈사람
가족이라는 이름
감자조림 도시락
어머니의 손
어린 날의 장마철
외로움이 찾아올 때
아버지가 고생하세요
손녀의 선물을 고르며
포플러 잎새와 어머니의 나라
살아있어야 하는 이유
2장. 그때 내 키가 한 뼘 자랐습니다
내 아이디어를 가로챈 선배
가장 힘들었던 것이 무엇인가요?
파란 하늘에 뜬 뭉게구름
비 오는 날, 우산 하나
초심을 기억하시나요
나를 믿는 손길
새 옷을 입고 첫 출근을 하듯이
눈앞의 서로를 존중하는 일
화이트 크리스마스와 흑염소
3장. 때는 늦었고 이제야 깨닫습니다
저 꽃 같은 놈
봄볕에 까맣게 탄 어머니 얼굴
모두의 가슴속에는 보석이 있다
마음의 문을 여는 일
설렁탕 한 그릇
진달래꽃 물든 편지
추운 겨울을 견디고 피어난 쑥처럼
잊혀지지 않는 소리
스스로를 달래기 위한 방법
후회하는 봄날
4장. 다들, 어찌 살고 계신지요
격려하며 살고 있나요?
매일 새벽 네 시
정직하게 산다는 것
깎다의 다의성에 관하여
명절날에 모인 세 며느리
사람다움의 징표
믿음을 지니는 것
가장 가깝고도 먼 관계
고맙습니다
이스탄불의 밤
낙타와 사막에 관하여
꽃이 진다고 끝은 아니다
그냥 나무로 사는 법
나는 순간 깜짝 놀라며 멈칫했다. 그 어머니가 하는 인사말은 들리지 않고 누군가 내 손을 잡은 감각만이 내 가슴속에 ‘팍!’ 하고 전달되는 것이었다. 어머니가 고맙다고 내 손을 잡는데 마치 딱딱한 장작 껍질이 닿는 듯했다. 너무 거칠었다. 주름진 곳에 새까맣게 탄 피부가 퍼져 있고, 그 사이사이 주름들이 흰 강물같이 흘러내리듯 패어져 있었다.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졌다.
‘저 어머니가 바닷가 조그만 밭에서 돈도 안 되는 양파를 심어 고생스럽게 키워서 그걸 팔아가지고 지금 저 아들의 머리에 금실로 만든 학사모를 씌웠겠구나’
- 35page, 어머니의 손
나는 갑자기 정신이 멍해졌다. 부끄러움이 온 얼굴에 솟아올랐다. 나는 어머니가 무슨 반찬을 도시락에 넣는지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 친구가 감자조림 얘기를 하자 갑자기 우리 집 형편이 생각이 났다. 그러자 분노에 가까운 부끄러움이 마음속에 생기는 것이었다.
친구에게 “너는 옆자리 친구의 도시락 반찬을 15일간이나 세고 앉았냐” 하며 부끄러움을 감췄지만 가슴 속에 박힌 모멸감과 부끄러움은 사라지지 않았다. 나는 그날 집에 가서 도시락을 내놓으며 슬며시 “엄마, 다른 반찬도 좀 해줘” 하고 얘기했다.
다음날 아침이었다. 학교에 가기 위해 부엌에 가서 도시락을 보았다. 살짝 열어보니 반찬이 또 감자조림이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도시락을 잊은 척 놓고 학교로 갔다. 점심시간이 되자 나는 배고픔을 참고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공차고 놀았다.
- 28page, 감자조림 도시락
할머니는 쑥이 돋아날 때면 삼촌이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혼자 중학교에 다니려고 고향집을 떠나갈 때의 이야기를 했다. 할머니는 삼촌에게 쑥 한 줌을 주머니에 넣어서 가방에 묻어두고 “어렵고 힘든 일이 있으면 쑥 생각만 해라” 하고 타일러주었다고 했다. 추운 겨울을 견디고 아무도 돌보지 않아도 스스로 향기를 지니고 피어난 쑥처럼 어려운 환경 속에서 이겨내는 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일러 주었다고 했다.
- 172page, 추운 겨울을 견디고 피어난 쑥처럼
나는 그를 보내고 정말 교수라는 직업을 가지고 살면서 책 읽는 것이 제일 힘들었나 하고 생각해보았다. 며칠이 지나서야 겨우 답을 내렸다. 책 읽는 것은 힘든 것이 아니었다. 힘든 것은 나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과의 관계였다. 책 읽기는 정직해서 내가 정성들여 읽으면 그 정성만큼 나에게 그 내용을 알게 하였고 내가 게으르게 읽으면 책은 나에게 느리고 애매하게 그 의미를 깨우치게 해주었다. 모두 내 의지와 감정에 따라 달라졌다. 그렇지만 사람과의 관계는 나 자신만의 의지나 감정으로 맺어지지 않았다. 조그마한 부주의로 유리그릇이 깨어지듯이 산산조각이 날 때도 있었다.
- 85page, 가장 힘들었던 것이 무엇인가요?
나가보니 무릎까지 눈이 쌓여있었고 하늘에서는 눈이 계속 펑펑 내리고 있었다. 이 집 저 집 어머니를 찾아다녔지만 찾지 못했다.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 지치기도 하고 귀찮기도 해서 집으로 돌아오려는데 갑자기 생각이 났다. 동네에서 어머니와 제일 친한 아주머니가 아랫동네에 살고 있었다. 그 집에 한 번만 더 다녀오기로 했다. 그래서 골목길로 들어서는데 전봇대가 있고 그 전봇대 옆에 나보다 더 큰 눈사람이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눈사람 곁을 스쳐 지나가는데 뒤에서 누가 동규야 하고 불렀다. 보니까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눈을 철철 맞으며 머리에는 보자기를 쓰고 있었다.
- 15page, 그날 밤의 하얀 눈사람
“오랫동안 잊고 살아왔습니다.
이제 다시 떠올려봅니다, 어머니.”
내 안에 간직해온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삶의 의미
팍팍한 삶에 지치고 자극적인 말과 글로 사람냄새를 잃어가는 오늘의 우리. 바빠서 왜 사는지, 무엇을 향하고 있는지 생각하지 못하는 우리에게 박동규 시인은 ‘순한 글’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비방하지 않아도 선전하지 않아도 아름다운 것과 착한 것, 좋은 것은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신작 [어머니의 눈사람]을 통해 사람 그리고 삶에 관한 이야기를 전한다.
눈이 펑펑 오는 밤, 아버지 박목월 시인의 시 집필에 방해가 될까 봐 세 살배기 아기를 엎고 몇 시간씩이나 집밖에서 눈을 맞으며 기다리던 어머니, 어머니는 두손 두발이 꽁꽁 얼어 눈사람이 되어 있었다. 오랫동안 잊고 살아왔던 어머니를 다시 떠올려보게 하는 순간, 눈물이 와르륵 쏟아내린다.
속도전과 현대화로 잊고만 있었던, 이 평범한 이야기가 기업 인문학 강의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2년간이나 이어지고 있는 이 강의는 가장 전략적이고 현실적인 비즈니스맨들에게 ‘사람’ 그리고 ‘향기 있는 삶’에 관한 인생 지혜를 전하고 있다. 박동규 시인의 강의를 듣고 있노라면 자신이 겪어온 지난한 세월이 오버랩되면서 진한 감동이 밀려온다고 이야기하는 독자들은 나 혼자 잘남이 아니라 더불어 사는 삶을 배우고 있다고 후기를 남기기도 한다.
[어머니의 눈사람]은 세련되기보다는 투박하지만 담백한 책이다. 아무 생각 없이 버린 삼촌의 진달래꽃 편지와 얼마 후에 들은 삼촌의 부고, 어린 시절 어머니가 장롱 속에 숨겨둔 돈을 훔친 이야기, 매일 감자 반찬만 들어있던 도시락에 얽힌 기억, 추위에 떨다 시험을 제대로 칠 수 없었던 학생의 사연, 결혼시계를 전당포에 팔아 친구에게 돈을 꿔준 이야기 등 순하디 순한 이 이야기에는 우리가 잃어버린 애처로움과 사랑, 그리고 그리움으로 가득하다. 자극적인 포장과 언변이 없어도 듣는 이가 공감하고 마음 따듯해질 수 있는 책. 멋진 시 한 구절을 통해 인생을 생각해보게 하는 책, 이 책의 수십 편 이야기를 통해 누군가는 추억을 떠올리고, 누군가는 인생의 지혜를 얻을 것이다.
내 안에는 오래전부터 나와 함께해온 따뜻함이 있습니다
그것은 진실로 소중한 내 삶의 이유입니다
저자의 회상 속에서 독자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곁에 있는 이들을 떠올리고, 결국에는 삶 전체를 돌아보게 된다. 살아가다보면 기쁘고 행복한 일뿐만 아니라 어리석은 생각을 할 때도 있고 뼈저리게 후회할 때도 있고 슬픔에 잠길 때도 있다. 좀처럼 내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것이 삶이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또 그 자체로 아름답다. 내 곁의 가까운 이들과 함께 살아가며 따뜻한 힘을 받고, 생각지 못했던 삶의 가치를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삶은 저마다 눈물 어린 기억을 가졌고, 그렇기에 삶을 살아가는 단단한 이유를 가졌다. 이 책이 그토록 애틋하고 감동으로 다가오는 것은 살아가는 이유의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눈물겹고 소중하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또렷하게 보이는 주제 의식은 모두 우리의 삶과 맞닿아 있다. 가족의 소중함, 지금 내 앞에 있는 것들의 소중함, 지나온 세월을 돌아보며 후회하는 것들, 사람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데 중요한 것들이 담겨있다. 그 의미와 함께 이야기 속에 녹아있는 시 작품과 그림을 보면 더할 나위 없는 훌륭한 감상이 된다.
“오랫동안 잊고 살아왔습니다. 이제 다시 떠올려봅니다. 어머니.”
눈 내리는 추운 겨울날, 어린 저자가 눈사람으로 잘못보고 지나쳐갈 만큼 하얗게 될 때까지 오래도록 밖을 서성이던 어머니의 그 마음은, 저자의 마음속뿐만 아니라 독자의 마음속에도 가만가만히 내려앉을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박동규
저자 박동규는 1939년 경북 경주에서 박목월 시인의 장남으로 출생했다. 서울대 문리대 국문과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1962년 현대문학에 평론으로 추천되었으며 문학평론가이다. 서울대 국문과 교수를 지냈고, 현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로 있다. 월간 시 전문지 《심상》의 편집고문이며, 저서로 《내 생애 가장 따뜻한 날들》, 《별을 밟고 오는 영혼》, 《당신이 고독할 때》, 《인간은 혼자서는 살 수 없다》, 《오늘 당신이라 부를 수 있는 행복》, 《사랑하는 나의 가족에게》, 《삶의 길을 묻는 당신에게》, 《아버지는 변하지 않는다》 등의 수필집이 있고, 문장론집 《글쓰기를 두려워 말라》, 《신문장 강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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