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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감정

원재훈 장편소설
원재훈 지음
박하

2017년 02월 03일 출간

국내도서 : 2016년 11월 14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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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13.79MB)
ISBN 9788965704034
쪽수 4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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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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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에 사랑을 나누었던 이들에게 바치는 청춘의 오마주!
소설은 물론 인물론에서부터 번역, 영화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끝없이 다양한 분야에 걸쳐 방대한 저서를 펴낸 작가 원재훈의 『연애 감정』. 아버지를 위한 레퀴엠인 《망치》를 낸 뒤 3년 만에 발표한 장편소설이다. 비단 한 인간의 연애사만을 다루지 않는 이 작품에서 저자는 ‘삶을 비극이라 여기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삶을 시작한다.’라는 예이츠의 글귀처럼 생이 저무는 시점에 비로소 시작되는 것들에 대해 말한다.

감정이 메말라버린 듯한 중년의 일상이 초조하기만 한 동물 생태학자, 서문. 내일에 대한 기대와 살아야겠다는 의지조차 불분명한 매일 속에 자신이 찍어놓은 발자국조차 도둑 발자국으로 오인하고 만다.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인생이 지르는 단말마의 비명 소리를 듣게 된 서문에게 희미해진 기억 속의 인물 ‘황보나영’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오고, 퍼즐 조각처럼 흩어져 있는 기억들을 더듬으며 서문은 청춘의 강가에 찍어놓은 발자국 흔적을 찾아 나선다. 사라진 줄 알았던 ‘연애 감정’은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 순간 잉걸불처럼 타오르기 시작하는데…….
프롤로그

1 왼쪽 엄지발가락
2 오빠
3 가위눌림
4 추억은 흉터를 남기지 않는 상처
5 연애 감정
6 타자기 소녀
7 시리우스
8 수분리에 살고 있는 허봉니 씨와 지금도 수분리에 살고 있는 허봉니 씨
9 마트료시카 만들기
10 술집 안티 카메라
11 약속
12 내려가라, 그 길이 올라가는 길이다
13 솔베이지의 노래
14 붉은 부리 찌르레기
15 바다와 별과 바람과 시와 섬, 그리고 새
16 새는 사람처럼 걷는다
17 개와 늑대의 시간
18 고래자리의 오메가성
19 산에서 온 편지
20 거울 속에 있는 낯선 남자
21 거울 뉴런
22 오래된 사랑은 새처럼 걷는다
23 한 마디도 그 뜻을 알 수는 없다
24 섬이 움직인다
25 보이지 않았던 사랑의 섬, 무인도
26 이삿짐 정리
27 클래식 메리 제인
28 사랑을 위한 여생

에필로그
작가의 말

청춘은 새를 닮았다. 모래사장에 난 새의 발자국을 발견하고 쫓아가도 결국에는 새가 없는 것처럼 말이다. 새의 발자국이 지상에서 끊어지는 이유는 날개가 있기 때문이다. 날개가 있어 지상에서 계속 이어지지 않는 발자국. 그러나 우리가 보지 못할 뿐 새의 발자국은 계속 하늘로 이어진다. 바로 저기 저 하늘이다. 하늘이 아름다운 이유는 별이 빛나서가 아니라, 새가 있어서였다.
58쪽

봄이 왔다고는 하지만 응달진 골목길에는 아직 차가운 바람이 잔설을 날리면서 맴돌고 있었다. 한겨울에는 건물의 울타리처럼 보였던 개나리와 진달래가 피어올랐고, 갈라진 길바닥의 돌 틈에서도 민들레가 고개를 내밀며 올라오고 있었다. 꽃이 피어오르자 나무가 자신의 이름을 되찾았다. 은행나무도 그랬다. 꽃은 나무의 이름표처럼 보였다.
66쪽

섬에서 보이는 불빛은 모두가 신호이다. 저기에 누군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안심등’과 같은 것이었다. 마을에 떠오르는 불빛들은 하늘에서 내려온 별빛으로 보였다. 하늘에는 은하수가 쏟아질 듯이 떠올랐다. 바다의 어둠은 그 푸른 기운으로 더 깊어진다. 한없이 깊다는 말은 바로 바다를 두고 하는 말이다. 빛깔 역시 마찬가지였다. 섬에 우뚝 솟아 있는 등대와 등대 근무원들이 내보내는 등불이 간헐적으로 번쩍 움직이면서 섬을 마치 항해 중인 배처럼 보이게 했다. 문을 열면 이곳이 섬인지 배 위인지 알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235쪽

고라니라는 글자를 만지니 고라니의 눈빛이 떠오르고, 눈이라는 글자를 만지니 차다. 산이라는 글자를 만지니 높고, 물이라는 글자를 만지니 낮다. 물고기라는 글자를 만지니 퍼덕거리고, 가시라는 글자를 만지니 따끔하다. 암자라는 글자를 만지니 조용하고 적막하다. 그런 모든 감각들이 문자에서 그녀의 몸으로 변화된다. 결국 사랑은 몸을 만지는 것이다.
316쪽

그 뜻을 알 수는 없지만, 들려오는 소리들. 우리의 청춘과 연애 감정의 시간들. 미당 선생의 시처럼 붉은 꽃으로 가슴을 문지르면 붉은 피가 돌아오고, 푸른 꽃으로 가슴을 문지르면 푸른 숨이 돌아오는 그런 세상을 이제 우리는 볼 수 있을까요? 오빠, 제가 오빠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그 꽃으로 문지르던 기억을 이젠 하나둘 펼쳐 보일게요.
361쪽

작가 원재훈이 써 내려간 생에 가장 찬란했던 사랑의 기억, 청춘의 속살 이야기!

이제는 작가 원재훈을 시인이라고만 일컫기가 무색하다. 소설은 물론 인물론에서부터 번역, 영화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끝없이 다양한 분야에 걸쳐 방대한 저서를 펴냈기 때문이다. 《연애 감정》은 아버지를 위한 레퀴엠인 《망치》를 낸 뒤 3년 만에 발표한 장편소설이다. 소설은 비단 한 인간의 연애사만을 다루지 않는다. 이 책은 1980년대에 사랑을 나누었던 이들에게 바치는 청춘의 오마주이다. 작가는 ‘삶을 비극이라 여기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삶을 시작한다.’라는 예이츠의 글귀처럼 생이 저무는 시점에 비로소 시작되는 것들에 대해 말한다.

동물 생태학자 ‘서문’은 감정이 메말라버린 듯한 중년의 일상이 초조하다. 내일에 대한 기대와 살아야겠다는 의지조차 불분명한 매일 속에 자신이 찍어놓은 발자국조차 도둑 발자국으로 오인하고 만다.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인생이 지르는 단말마의 비명 소리를 듣게 된 서문에게 희미해진 기억 속의 인물 ‘황보나영’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퍼즐 조각처럼 흩어져 있는 기억들을 더듬으며 서문은 청춘의 강가에 찍어놓은 발자국 흔적을 찾아 나선다. 사라진 줄 알았던 ‘연애 감정’은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 순간 잉걸불처럼 타오르기 시작한다. 지난 시절, 은은하고도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로 모두의 가슴을 적셨던 《레테의 연가》,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와 같은 정통 연애 소설의 계보를 잇는 이 소설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진정한 사랑이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근원적 물음을 던진다.

“알고 있을 것이다. 당신을 진정 사랑하는 사람의 눈빛을 말이다.
이 소설은 연인의 그 눈빛 같은 소설이다.”

사랑은 기억을 남기지만 기억은 그 사랑을 잊으라 한다
얼마나 많은 청춘의 바다를 항해해야 우리는 편히 잠들 수 있을까

인간의 삶은 천태만상이다. 그러나 ‘연애 감정’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누구라도 청춘의 한 페이지를 들추어볼 것이다. 이것은 그 ‘청춘의 조각들로 만든 모자이크 소설’이자, 일모도원(日暮途遠)의 때에 ‘메마른 시간을 태워 아교처럼 풀을 쑤어’ 만든 이야기이다.
1980년대에 대학 시절을 보낸 이라면 그 시절의 연애를 떠올리며 ‘땀과 눈물의 시간’을 함께 복기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오월의 광주’로 집약되는 질곡의 세월 속에서도 어김없이 사랑은 피어났다. 여학생이 남자 선배를 부를 때 ‘형’이라는 호칭이 더 자연스러웠던 시절, 황보나영은 화자인 서문을 ‘오빠’라 부르는 속 깊은 여학생이다. 일찍이 노동 현장에 뛰어든 김종혁과 등단한 시인 남궁민은 노상 다투면서도 술집 ‘풍뎅이’에서 문학과 예술을 논한다. ‘사랑과 아르바이트와 병역 문제 때문에 때묻지 않은 고민을 하며, 아무도 귀기울이지 않는 노래를 저마다 목청껏 불렀던’(김광규,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때였다. 첫사랑인 연상의 여인 원소미와 함께 간 미미 다방은 담배인지 대마초인지 분간할 수 없는 연기로 자욱하다. 턴테이블에 돌아가는 이정선의 ‘섬소년’과 김정미의 ‘봄’은 사랑의 열정을 부채질한다. 타자기로 백지에 자모를 하나씩 찍어내듯 서툰 모양새로 사랑을 아로새기던 시절, 그래서 더 오래 잊히지 않는 그때의 연애 감정을 서문은 초로의 나이에 하나씩 되짚어 간다.

현실과 환상, 생과 사가 뒤엉킨 세계를 마술적으로 그려내는 작가의 원숙한 필치!
시간의 마모 속에서도 생의 본질은 결국 사랑이다

작가는 연애 감정을 청춘의 바다에 떠 있는 아름다운 섬에 비유한다. 서문이 출가한 첫사랑을 찾아간 곳도, 후배인 황보나영과 사랑의 꽃을 피운 곳도, 한순간에 타오른 열정으로 아내를 만난 곳도 모두 ‘어청도’라는 섬이다. 육지의 끝, 바다의 끝에 자리 잡고 있는 섬은 고립되어 있으면서 동시에 사방으로 열려 있는 기억의 공간을 상징한다. 섬은 언제나 그곳에 머물러 있으면서도 육지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 마치 결코 잊지 못하면서도 선뜻 마주하기는 어려운 연애의 기억처럼 말이다. 작가는 과거와 현재, 현실과 환상을 솜씨 좋게 넘나들며 산 자와 죽은 자가 뒤엉키는 세계를 마술적으로 그려낸다. 이를 통해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삶의 본질적인 요소는 오직 사랑이라고 역설한다.
중년의 시기에 돌아보는 사랑은 실보다 실밥이 많다. 뜯긴 자리마다 슬픔이고, 시간이 지나도 고통이 덜어지지 않는 상처 자국이다. 한 통의 전화를 시작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연애의 기억들은 거울처럼 우리의 옛 사랑의 기억을 비춘다. 소설의 말미에 나영은 미당 서정주의 시를 인용해 서문에게 묻는다.

붉은 꽃으로 가슴을 문지르면 붉은 피가 돌아오고,
푸른 꽃으로 가슴을 문지르면 푸른 숨이 돌아오는 그런 세섶瓚
이제 우리는 볼 수 있을까요?

이 질문의 끝에 있는 것은 결국, 우리가 인생의 어느 시기에 서 있건 간에, ‘지금부터는 사랑을 위한 여생’이라는 다짐일 것이다. 작가는 《연애 감정》을 통해 스스로의 발자국을 되짚어간 사람들만이 진정한 사랑을 시작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작가정보

저자(글) 원재훈

저자 원재훈은 1961년 서울에서 태어나 중앙대 문예창작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1988년 가을 《세계의 문학》에서 시 〈공룡 시대〉로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낙타의 사랑》 《그리운102》 《사랑은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라 하네》 《딸기》, 소설 《만남, 은어와 보낸 하루》 《미트라》 《모닝커피》 《바다와 커피》 《망치》, 산문집 《나무들은 그리움의 간격으로 서 있다》 《꿈길까지도 함께 가는 가족》 《내 인생의 밥상》 《어쩌면 마지막일 수도 있는 여행》 《네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그리던 내일이다》 《착한 책》 《소주 한 잔》 《고독의 힘》 《상처받을지라도 패배하지 않기 위하여》 등을 펴냈다. 이 외에도 동화에서부터 인물론, 번역, 영화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글을 쓰며 쌓아온 작가의 내공과 연륜이 장편소설 《연애 감정》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작가의 말

푸른 연금술사의 사랑

낙엽이 불에 잘 타는 이유는 물기가 메말라버렸기 때문이다. 신록과 녹음의 시절이 지나 이젠 나도 건조해져서 어디서건 떨어져버릴 것 같은 위기감이 든다. 하지만 불을 지피는 마음은 예민한 감정으로 축축하게 젖어 있다. 그 마음을 가만히 살펴보니 달팽이가 지나간 촉촉한 자리 같기도 하다. 땀과 눈물의 세월 탓일 것이다. 이런 식으로 사유를 확장해 나가니 밤하늘에 별이 빛나거나 파도가 바위에 포말 치는 이유도 다 하늘의 어둠과 바다의 고통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상처 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라는 구름바지를 입은 시인의 말처럼, 그 누구라도 청춘의 상처는 있을 것이다. 그것을 지금까지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바치고 싶었다. 비단 중년이라는 생물학적 나이 때문이 아니다. 젊은이나 늙은이나 연애 감정을 잘 간직하고 산다면 인생이 덜 비참할 것이다. 이것이 내가 쓰고 싶었던 연애 감정의 속살이다. 피부와 달리 속살은 만지면 아프다. 그 시절이 아름다웠다고 추억하고 싶지는 않다. 그것은 피부가 벗겨진 살처럼 추하고 더럽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그때 품었던 감정은 더 어려운 인생을 살면서 용기를 주는 순수한 힘을 가지고 있었고, 그 청춘의 피부 위에 우리는 미당의 푸른 꽃과 붉은 꽃을 문지르면서 살아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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