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명된 사실
2019년 07월 23일 출간
국내도서 : 2019년 07월 1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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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89015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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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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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 경이로움의 연속!
과학적 엄밀함으로 철저히 중무장하고 있으면서도,
기독교적 전설은 물론 세계의 신화들을 자유자재로 끌어와 이야기로 엮어내는
우리의 일상에 압도적 경이로움을 주는 소설집!
학위 취득 후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한 물리학 박사 이남민. 주인공 이남민은 구인 사이트를 전전하다 최종 면접까지 합격한 유일한 연구소로 간다. 그런데 문제의 연구소는 깊은 산속에서 ‘영혼과 사후세계’를 연구한다는 곳. 도대체 영혼과 사후세계에 대한 연구에 물리학자가 왜 필요한 걸까?
하지만 연구소는 뜻밖에 을씨년스럽거나 괴상하지도, 귀신의 집 같지도 않은 제대로 된 과학 연구소의 분위기를 풍기는데, 연구소에서 과학자에게 요구하는 일은 사후의 세계를 물리적으로 ‘증명’하라는 것. 보태서 연구소는 신기가 있는, 영혼을 볼 수 있는 소녀를 이남민 박사에게 동료로 붙여주며 영혼에 대한 증명은 끝났으니, 이제 ‘사후 세계의 존재’를 증명하라고 한다.
그리고 각종 측정 장비를 동원해, 영혼이 나타나는 곳들을 찾아 다니며 고군분투하던 이남민 박사는 마침내 결국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사후의 세계를 증명해내고 마는데….
꼼꼼한 논리와 치밀한 구성 끝에, 단 한 문장으로 정리된 결론을 통해 독자들을 경이로움과 충격으로 몰고 가는, 제5회 SF어워드 중단편 부문 우수상 수상작 <증명된 사실>을 비롯해 소설집은 지금 왜 작가 이산화가 한국에서 가장 촉망받는 SF 작가인지를 스스로 증명한다.
02_증명된 사실_45
03_지옥구더기의 분류학적 위치에 대하여_75
04_햄스터는 천천히 쳇바퀴를 돌린다_99
05_한 줌 먼지 속_121
06_무서운 도마뱀_161
07_연약한 두 오목면_199
08_우는 물에서 먹을거리를 잡아 돌아오는 잠수부_215
09_카르멘 엘렉트라, 그녀가 내게 키스를_233
10_희박한 환각_253
11_2억 년 전에 무리 짓다_293
12_공자가 성스러운 새에 대해 말하다_321
젊은 작가의 성장을 지켜보고 함께 나아간다는 것
젊은 작가를 만나는 건 늘 즐거운 일입니다. 에너지를 충전 받는다는 느낌이랄까요. 물론 자신감이 넘치고 열의 혹은 분노에 가득 차 있다는, ‘젊음’이라는 키워드는 모든 ‘젊은 작가’들에게 해당하는 건 아닙니다. 어쩌면 스테레오타입이라고 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이산화 작가의 《증명된 사실》은 이러한 정의에 잘 부합하는 단편집입니다. 슬픔조차 장르의 스타일로 치환하는 이 단편집에는 그늘이 거의 없습니다. 열렬함, 이야기를 쓰면서 자기도 모르게 충전되는 열렬함이 이 책 속에 가득합니다. 특히 ‘나’를 보여주고 싶다는 건전한 열망 말이죠.
작가에 따르면 이 단편집에 수록된 몇몇 단편들은 작가 자신의 중고교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했습니다. 입시 경쟁에 시달리는 분당의 청소년들이 등장합니다. 총 네 개의 단편인데, 각각 두 개씩이 서로 이어집니다. 두 개의 이야기 군이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네 편의 주요 화자는 모두 다릅니다. 여성 화자가 등장하는 <공자가 성스러운 새에 대해 말하다>를 제외하면 나머지 세 편에 등장하는 남성-소년-화자의 분위기가 모두 닮았습니다. 저자와 성장 배경을 공유하는 화자들이 저자와 닮아 있는 것일까요. 저자는 자신의 청소년기를 허구의 방식으로 기록하고 재구성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그래서인지 이 네 편의 이야기에는 현실을 벗어나는 SF적 장치가 등장하지 않습니다. 과학과 논리를 사랑하는 청소년 혹은 청년이 등장할 뿐이죠.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소양이 풍부한 이런 인물들은 SF가 아닌 곳에서도, 일상 속에서도 충분한 위력을 발휘합니다. 부조리에 의문을 가지고 수수께끼를 하나씩 풀어가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갖추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이 네 편의 단편이 일본풍의 코지 미스터리라 할 만한 ‘일상계(혹은 학원) 미스터리’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저자의 기억을 재구성해 만들어진 작품 속의 세계는 실제 저자가 겪은 세계와 매우 닮았지만, 여기서는 저자 자신을 닮은 사람들, 그러니까 과학과 논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세상의 작은 비밀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있습니다. 이산화 작가 자신과 닮은 이들이 좀 더 많은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세계, 그래서 남들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좀 더 많은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세계죠. 작가와 닮은 이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좀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는 설정은 물론 자기애를 표현하는 방식 중 하나입니다. 자신의 세계관에 더욱 부합하는 세계를 창조하는 작업은 청소년 혹은 그 시기를 아직 선명하게 기억하는 이들만이 가질 수 있는 창작의 특권이기도 합니다. 이 네 편의 이야기들은 그런 면에서 조금 각별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책에 수록된 다른 단편들은 좀 더 기발하고 SF적인 이야기들로 꾸려져 있습니다. 귀신을 물리학적으로 사고해서 저승의 모습을 그려 낸 <증명된 사실>은 재미있는 발상이 돋보입니다. 아이디어가 작품 전체를 끌고 가는 스타일이죠. 그런가 하면 우화풍의 단편들도 재미있습니다. 코믹하면서도 따뜻한 전개를 보여주는 작품들이 많은데, 이 작품들 역시 과학을 사랑하는 이들이 대부분 선하고 우호적입니다. 칼 세이건 스타일의 동료애라고 할까요. 보이저호에 인간을 소개하는 레코드판을 실어 보낸 이들이 믿은 종류의 ‘선함’이라 하겠습니다. 과학과 이성을 갖춘 이들이 그렇게 악당일 리가 없죠. 아마도요. 물론 여기 수록된 모든 단편이 같은 결론을 내리지는 않습니다. <연약한 두 오목면>은 완전히 다른 결론(선하기는 한데 그게 인간적이지는 않은)을 보여주면서 이 단편집에 다양성을 부여합니다. 또한 이 책에서 가장 재미난 발상을 보여주는 <희박한 환각>에서는 지각과 이성과 욕망을 점점 발달시키는 생명체가 선과 악의 이분법 밖으로 나가 버리면서 문학적으로도 매력적인 캐릭터가 됩니다. 이 단편은 확실히 눈에 띄는 작품이고, 작가의 미래를 더 기대하게 합니다.
열렬히 창작을 이어가는 이 젊은 작가가 내놓은 단편집은 그 안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시도로 인해 더욱 즐겁게 읽힙니다. 한 가지 스타일에 천착하지 않고, 여러 종류의 변화구를 던져 보면서 가장 잘 어울리는 구종을 찾는 젊은 투수를 지켜보는 기분이 들거든요. 그리고 확실히 구위에서 가능성이 느껴지기도 하고 말입니다. 동시대 작가의 작품을 읽는다는 건 이런 즐거움이 있어서 좋습니다. 누군가의 성장을 지켜보고 함께 나아가는 것 말이죠. 이산화 작가는 이렇게 함께 나아가기에 좋은 작가로 보입니다. 베팅하시기를 추천합니다.
1. 세상은 이렇게 끝난다
: 교내의 성적 우수자만 모아 놓은 ‘SKY반’. 주인공은 이 반의 동료 학생들에게 유명 과학자들의 이름을 별명으로 붙여 줍니다. 그중에서 에드워드 텔러로 불리는 친구가 있습니求 이 친구는 학교 분수에 나트륨과 기폭장치를 넣어 폭발시켰죠. 아무도 다치지 않았습니다만, 수수께끼는 남아 있습니다. 뭐하러 그랬는데…?
2. 증명된 사실
: 유령과 사후 세계의 존재를 입증하려는 연구소가 있습니다. 과학자부터 영매 혹은 무당까지 다양한 직종들이 서로 힘을 합쳐서 일하는 곳이죠. 귀신이 있다는 것은 증명되었습니다. 문제는 그들이 어디로 가느냐 하는 것이죠.
3. 지옥구더기의 분류학적 위치에 대하여
: 교조적인 의미에서, 성경의 지옥과 유사한 환경 속에 서식한 듯한 생명체가 있습니다. 얼떨결에 한국 최고의 곤충학자로 알려진 주인공에게 정체불명의 인물이 질문을 던집니다. 이 생물의 분류는 어떻게 될까요? 한국 최고의 곤충학자는 두 가지로 고민합니다. 정말 이 생물은 뭐지? 그리고 당신은 누구지?
4. 햄스터는 천천히 쳇바퀴를 돌린다
: 간첩을 비롯한 이적 행위자들의 블로그를 찾아 돌아다니는 공무원은 어쩌다 햄스터 사진을 업로드하는 평범한 블로그를 발견합니다. 8년 동안 조용히 햄스터 사진만 올리는 블로그인데…. 햄스터가 보통 몇 년 산다고 했었죠?
5. 한 줌 먼지 속
: 특목고 진학 학원에서 만난 소년소녀의 이야기.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가 있고, 만남이 있고, 오해와 돌이킬 수 없는 일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남겨진 이가 풀어야 할 작은 미스터리가 있습니다.
6. 무서운 도마뱀
: 중세 때 지어진 어느 작은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에는 공룡처럼 보이는 존재가 묘사돼 있습니다. 문제는 그 공룡에 깃털이 달려 있다는 것이죠. 중세 사람들이 최신 공룡 연구 성과를 알고 있었던 걸까요? 어떻게?
7. 연약한 두 오목면
:지구에는 하늘에서 살아온 또 다른 지성 생명이 있었다고 합니다. 어느 미래, 인간은 거의 멸종했고, 하늘의 지성 생명체들은 인간이라는 종의 모식 표본을 찾고 있습니다. 표본이 된다는 건… 그렇게 기분 좋은 일은 아니겠지요.
8. 우는 물에서 먹을거리를 잡아 돌아오는 잠수부
: 오래전 멸종했다고 알려진 거대 펭귄이 있습니다. 그 펭귄이 아직 남아 있다면, 아마 인간을 문다면 매우 아프겠죠.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아주 위험할 것입니다….
9. 카르멘 엘렉트라, 그녀가 내게 키스를
: 아홉 명의 복제 소녀로 구성된 자매가 있습니다. 유전적으로 똑같은 아홉 쌍둥이라고 할까요. 이들은 함께 입양돼서 잘 살고 있었는데요. 이 중 한 명이 동네 남자애와 연애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 남자애는 이 여자애가 쌍둥이(?)인 줄은 몰랐다고 하는데요….
10. 희박한 환각
: 작은 개체들이 모여서 하나의 신경망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그게 지성체의 뇌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깊은 바닷속 기지에 홀로 갇힌 남자는 그런 신기한 존재로 추정되는 생물과 대화하기 시작합니다. 이 ‘남자 인간’을 좋아하는 ‘심해 생물 네트워크 지성체’가 때마침 일본풍 모에 캐릭터라는 점이 기이해 보입니다만, 전체적으로는 무척 재미있습니다.
11. 2억 년 전에 무리 짓다
: 모 고등학교 학생들로 이루어진 밴드가 있었습니다. 어떤 축제 중에 화재가 발생해 수십 명이 사망했고, 이 밴드도 희생자에 포함되었다고 합니다. 그로부터 몇 년 뒤, 당시 그 축제에 참여했던 주인공에게 연락이 옵니다. 문제의 그날 참여했던 모 고등학교의 밴드부원이었다고 자처하는 누군가로부터. 아뇨, 호러가 아닙니다.
12. 공자가 성스러운 새에 대해 말하다
: 휠체어를 탄 여성은 할머니 댁에 방문했다가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온 듯한 인형과 새의 박제를 담아 놓은 상자를 발견합니다. 인형에는 다리가 없고, 새의 박제에는 어설픈 다리가 붙어 있습니다. 이것은 수수께끼인가…? 앞선 단편 <2억 년 전에 무리 짓다>에 나온 콤비는 이 수수께끼에 도전합니다. 네, 호러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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