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예능
2019년 09월 23일 출간
국내도서 : 2019년 09월 02일 출간
- eBook 상품 정보
- 파일 정보 ePUB (21.35MB)
- ISBN 9791160891935
- 쪽수 2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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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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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물, 이영자
-위대한 쇼맨, 김신영
-당신의 세상에서, 송은이
나의 텔레비전에게
텔레비전을 보는 것도, 만드는 것도 모두 서울에 가야만 이루어 지는 꿈이었고 왠지 지방으로 ‘밀려난다’는 마이너한 감정을 느끼지 않는 게 중요했다. 내가 걸었던 거리가 오늘 저녁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에 나오고, TV 속 사람들이 간 곳을 내일 아침 눈 뜨면 걸어볼 수 있어야 했다. 텔레비전 속 세상과의 내 세상 사이의 유대가 좀 더 가까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재미있어 보이는 일들은 서울에서만 일어나고 있었다. 32~33쪽
나는 10대와 20대에 걸쳐 〈무한도전〉과 함께 성장했다. 김태호 프로듀서 같은 유명한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을 했었으며, 토요일 저녁엔 약속도 잡지 않을 정도로 〈무한도전〉을 뜨겁게 사랑했다. 비록 막판에는 누가 나오든 뭘 하든 관심이 없었지만. 〈무한도전〉의 죽음은 놀랍고 서글프면서도 어쩐지 반가운 것이었다. 95쪽
이경규는 내 일생을 지배한 한국 텔레비전의 얼굴이자 아버지다. 그래서 그의 얼굴을 보는 것이 우리 아빠의 얼굴을 보는 것처럼 종종 어렵고 힘들 때가 있다. 그는 나에게 유머를 잃지 않고 훌륭히 늙어가는 아버지일까. 아니면 그저 누군가의 지탄으로부터 무뎌지면서도 자기 권력을 잃지 않는 법, 꼰대로 불리더라도 점점 뻔뻔해지는 법으로 무장한 아버지일까. 141쪽
이젠 모든 대화에 대한 답이나 의사 표현을 한국 예능 클립으로 대신할 수 있을 것 같다. 요즘은 가만히 있다가도 갑자기 통곡을 하고 싶은 경우가 잦은데 그럴 땐 ‘강부자 성대모사 하는 김영철처럼 울고 싶다’고 말해야 정확하다. 그렇게 서럽게 울면서 가슴을 치고 울음을 토해야 직성이 풀릴 것 같다. 185쪽
박미선의 입은 늘 변치 않고 그대로다. 그러나 항상 겁에 질린 것같이 커다란 그의 눈은 이제 정확한 곳을 응시하기 시작했고, 그것은 곧 나의 엄마, 나 그리고 나의 딸의 눈이 될 거란 기대가 생겼다. 195쪽
엄밀히 말하면 김숙은 바람을 탄 게 아니다. 바람을 일으킨 장본인에 가깝다. 『슬램덩크』의 안 선생님은 안경 선배를 두고 채치수와 함께 북산의 토대를 지탱한 선수라고 평가한다. 김숙은 〈비밀보장〉, 〈언니네 라디오〉, 〈영수증〉 등을 함께하며 송은이 세계를 개척한 동반자이자, 여성 방송인으로서 최전선에서 가장 대담하고 확실한 목소리를 내며 그 세계를 단단히 뿌리내리게 한 든든한 버팀목이자 주장이다. 217쪽
‘나를 만든 세계, 내가 만든 세계’, 아무튼 시리즈 스물세 번째 이야기는 예능이다.
트위터에서 ‘한국 방송의 열렬한 시청자’로 잘 알려진 복길은 아무튼의 주제로 예능을 택했다. 재미와 감동을 주는 예능이라는 주제를 담은 이야기답게 낄낄, 피식, 큭큭, 꺽꺽을 넘나드는 웃음을 책에 담았다. 그리고 디톡스가 필요하다 싶을 만큼 ‘TV 중독’을 앓은 마니아답게 한국 예능, 예능인이에 대한 코멘터리를 집요하게 기록했다.
<무한도전>이 탄생했다가 폐지되기까지의 시간을 함께 산 이들에게, 중요한 모든 건 60초 후에 공개되는 것에 익숙한 이들에게, 나 혼자 사는, 산골에서 바다에서 삼시 세 끼를 해결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이들에게 예능만큼 친숙한 TV 방송 장르가 있을까. 연애, 결혼, 육아, 학교, 주거, 요리, 운동, 공부, 꿈, 삶에서 중요한 모든 것이 아이템이 되는 장르가 예능 말고 또 있을까.
트위터에서 ‘한국 방송의 열렬한 시청자’로 잘 알려진 ‘복길’은 아무튼의 주제로 예능을 택했다. 재미와 감동을 주는 예능이라는 주제를 담은 이야기답게 피식, 큭큭, 꺽꺽을 넘나드는 웃음을 책에 담았다.
물 없는 어항에 갇힌 것 같았던 지방 청소년의 삶, 예뻐져야 한다는 강박에 지쳐 칩거를 택한 시간,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인사가 전국 학교에 내걸렸던 대학생 시절, 그리고 아버지는 왜 자꾸 자연인이 되겠다고 하는지….
<아무튼, 예능>은 ’리얼’일 수만은 없는 TV 속 세계와 저자가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는 현실의 세계를 포갠 진솔한 이야기을 담고 있다. 그리고 디톡스가 필요하다 싶을 만큼 ‘TV 중독’을 앓았던 마니아였는데 웃으라고 만든 방송을 보면서 왜 울고 싶고 결국 외면하고 싶어졌는지를 기록한 한국 예능, 예능인에 대한 집요한 코멘터리이기도 하다.
작가정보
‘복길’은 트위터 계정 이름이다.
한 반에 대여섯은 있었던 PD가 장래희망인 사람이었으나, PD는 방송을 많이 보는 사람이 아니라 만드는 사람이란 걸 너무 늦게 깨달았다. PD가 아닌 다른 일로 방송국에 취직했는데 ‘방송국 다니면 텔레비전 싫어져’라는 말을 들었다. 방송국에 다녀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싫어지긴 싫어졌다. 웃기려고 만든 방송을 보면서 화가 나고 슬펐고, 어떻게 내가 어릴 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은지 궁금했다.
지금의 장래희망이라면 TV를 끄거나 무시하거나 포기하는 대신, 죽기 직전까지도 한국 방송의 가장 열렬한 시청자가 되는 것인데, 지금 일고 있는 작은 변화들이 그래서 반갑고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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