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이라는 위안
2017년 11월 21일 출간
국내도서 : 2017년 09월 07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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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88248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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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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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쿤데라’라는 필명으로 수많은 온라인 독자의 마음을 위로하며 브런치북 프로젝트 은상을 수상한 저자 김혜령은 특유의 소박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일상 곳곳에 엉켜 있는 불안한 심리의 비밀을 한 꺼풀씩 벗겨낸다. 사람마다 각기 다른 불안이 각기 다른 강도로 존재하는데 내가 어떤 종류의 불안에 자주 노출되는지 이해하고 나면 불안이 나를 위협하는 감정이 아닌, 내가 보살펴야 할 감정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 이야기한다. 불안이 찾아올 때 피하지 말고, 그렇다고 그냥 내버려두지도 말고, 불안에게 가만히 말을 건다면 그때 불안은 비로소 위안이 된다고 조언한다.
마침내 불안은 위안을 길어 올린다
Chapter 1. 자아의 불안
내 안에 아이가 있다
당신은 당신과 친합니까
결정장애를 어쩌면 좋을까
눈치보는 사람들의 힘
나에게 너그러워지기
두렵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
마음이 불안할 때는 몸을 써보세요
Chapter 2. 사회의 불안
너무 평범해서 초라해질 때
세상이 그대를 불안하게 할지라도
너무 친밀해서 불편한 한국
딱 한 권만큼의 의지
‘지금, 여기’를 사는 인간
Chapter 3. 일터의 불안
주인이 될 것인가, 노예가 될 것인가
꿈, 있어도 없어도 두려워
닮고 싶은 사람이 없는데요
직장에서 나를 지키는 법
Chapter 4. 사랑의 불안
사랑이란 불확실성의 결정체
혼자가 좋아야 둘이어도 좋다
너와 나의 안전거리
혼자 있을 줄 모르는 불행이라니
Chapter 5. 가족의 불안
굳이 결혼하지 않겠습니다
결코 서로에게 완벽할 수 없다
화목한 가정이라는 환상
30대에 겪는 성장통
결정이 어려운 이들은 항상 완벽한 선택을 해야 한다고 믿는 듯하다. 그러니까 결정장애를 자처하는 이들은 우유부단하다기보다는 오히려 완벽주의자형에 가깝다고 볼 수도 있다. 완벽한 결정을 원하는 것이다. 이 동기가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완벽주의자들은 여러 문제에 맞닥뜨릴 가능성이 높다. 심리학에서는 완벽주의(perfectionism)에 대해 ‘매우 높은 기준을 갖고 완전해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며 자신을 엄격히 평가하는 성격특질’로 정의한다. 문제는 이 ‘매우 높은 기준’ 탓에 완벽주의자들은 만족하는 법이 없고 이것이 심리적 문제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p.39~40
‘정서 명명하기’라고도 하는 감정라벨링(affect labeling)은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것이다. 내가 ‘불안해’라고 말하는 것처럼 마음에 일어나는 일들을 언어화하는 것이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는 자신의 감정을 부정하거나 억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역할을 한다.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이성적인 활동이다. 이름을 붙이면 감정은 본능의 영역에서 이성의 영역으로 옮겨간다. 이때 뇌 속에서는 사령관 역할을 하는 전전두엽과 부정적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의 통로가 회복된다. 전전두엽이 브레이크 역할을 하면서 편도체가 지나치게 활성화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p.69
막막하게 다가올수록 쉽게 생각하는 것이 좋다. 하버드대의 스리니바산 S. 필레이 교수에 의하면 우리가 저지르는 흔한 오류가 ‘불가능한 것’과 ‘어려운 것’을 같은 범주에 밀어 넣는 것이다. 이 때문에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상황에 대해 조치를 취하고 싶어도 옴짝달싹 못하게 된다. 우리 힘으로는 불가능해 보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해보자. 통나무 500개를 등에 짊어지고 있을 때는 걷는 것이 불가능해 보이지만, 통나무를 하나씩 제거해감에 따라 불가능해 보이던 것이 조금 어려워 보이다가 점차 가능해 보이게 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통나무를 하나씩 내려놓는 작업이다. 아주 쉽고 작은 행동을 하나씩 해나가며 좀 더 쉬운 일로 만드는 것이다.
p.84~85
무엇인가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 부정적인 것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그 자체는 사실 중립적이다. 우리가 스포츠를 즐겨 보는 것이나, 복권을 사는 것 등을 생각해보면 이해할 수 있다. 결과를 알 수 없다는 것은 흥미를 유발한다. 그래서 돈을 주고서라도 스포츠게임을 관람하고 경기에 참여하기도 한다. 두려운 것은 이처럼 재미의 요소가 되고 흥미를 유발한다. ‘모든 사물을 막론하고 일단 분명해지면 더 이상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라는 니체의 말처럼 우리 인간은 호기심이 기본적으로 장착되어 있기 때문에 뻔하고 당연하고 너무나 확실한 것에는 흥미를 덜 가진다. 실제로 미국의 한 연구에서는 특정 사건에서 가장 기뻤던 순간이 바로 두려움이 가장 높았던 순간이었음이 확인됐다.
p.108~109
책을 읽는 행위 자체는 단순히 물리적으로 일상의 잡념들을 잊고 몰입(flow) 상태에 이르게 함으로써 마음의 평안을 얻게 하기도 한다. 딱 한 권만큼만 집중할 수 있다면 충분하다. 실제로 많은 심리학자가 이러한 몰입의 힘에 대해 연구해왔다. 특히 긍정심리학자 칙센트 미하이는 평생 ‘몰입’이라는 주제를 연구해왔는데, 몰입하는 행위가 삶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실험 가운데 하나는 ‘경험표본방법’이다. 사람들에게 삐삐를 나눠주고 삐삐가 울릴 때마다 현재 시각과 그때 하던 일, 그리고 심리상태를 수첩에 기록하도록 했다. 이런 방식으로 경험을 수집하여 사람들이 소파에 앉아 맥주를 마시거나 텔레비전을 볼 때보다 독서처럼 자신이 하는 일에 오롯이 집중할 때 행복감을 느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p.138
정서의 독립성에 대한 발견은 행복연구로 시선을 확장시킨 계기이기도 하다. 쉽게 생각해보면 며칠 굶주린 사람이 고구마 하나를 먹는 것은 불행을 감소시키는 것이라면, 사람들이 일상에서 좋아하는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으려고 하는 것은 행복의 증가를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전자가 허기짐을 달랜 이후 고구마를 더 많이 먹는다고 해서 행복지수가 증가하지는 않는다.
p.146
불안은 넘어서는 게 아니라 함께하는 것이다
불안에게 말을 걸면 그것은 위안이 된다
걱정을 놓아본 적 없는 당신을 위한 생활심리학
“당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을 찾아라.
진정한 성장은 그 순간부터 시작된다.”
-카를 구스타프 융
살아 있는 한, 불안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불안은 생존을 위한 반응이기 때문이다. 무조건 외면하거나 덮어두는 방식으로는 삶의 균형을 유지하기 어렵다.
사람마다 각기 다른 불안이 각기 다른 강도로 존재한다. 누구나 유난히 취약한 영역, 그래서 감추고 싶은 영역이 있다. 직장에서는 그럭저럭 맡은 역할을 해내왔지만 사랑에는 번번이 실패하는 사람도 있고, 연인에게는 누구보다 달콤하지만 부모형제와는 도무지 소통할 줄 몰라 괴로워하는 사람도 있다. 내가 어떤 종류의 불안에 자주 노출되는지 이해하고 나면, 불안이 나를 위협하는 감정이 아니라 내가 보살펴야 할 감정임을 알 것이다.
불안이 찾아올 때 피하지 말자. 그렇다고 마냥 내버려두지도 말자. 불안에게 가만히 말을 걸자. 그때 불안은 비로소 위안이 된다. 가장 두려워하는 것을 찾았을 때 진정한 성장이 시작되듯이.
자아, 사회, 직장, 사랑, 가족… 불안이 없는 곳은 없다
불안을 보살피는 일은 삶을 보살피는 일
어떤 사람이 그림자가 두렵고 싫어서 그것을 벗어나려고 달아났다. 그러나 빨리 달릴수록 그림자는 몸에 바짝 따라붙었다. 그래서 아직도 자기가 느린 탓이라 생각하고 더욱 힘껏, 쉬지 않고 내달리다가 그만 힘이 다해 죽고 말았다. 장자의 [어부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자신의 그림자를 떼어낼 수 없는 것처럼 불안으로부터 영원히 도망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유쾌하지 않은 감정, 나를 어둠 속에 가라앉게 만드는 감정 또한 나의 일부다. 그렇다면 한 번쯤은 똑바로 마주할 기회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나의 그림자와 나란히 걸어가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이 책은 자아의 근본적인 불안에서부터 한국사회라는 공동체의 불안, 직장생활의 불안, 연애 상대와의 불안, 가족관계에서 느끼는 불안 등 우리가 마주하는 불안의 영역을 폭넓게 다룬다. 예컨대 여럿이 점심 메뉴를 정할 때 한 번도 의견을 내본 적이 없다면 ‘결정장애’가 아니라 ‘완벽주의자’일지도 모른다. 자꾸만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상하는 습관은 준비성이 철저해서가 아니라 단지 뇌가 비극에 중독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직장에서 매일 내게 폭언을 퍼붓는 상사는 알고 보면 열등감 덩어리일지도 모른다.
‘평화쿤데라’라는 필명으로 수많은 온라인 독자의 마음을 위로하며 브런치북 프로젝트 은상을 수상한 저자 김혜령은 특유의 소박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일상 곳곳에 엉켜 있는 불안한 심리의 비밀을 한 꺼풀씩 벗겨낸다.
[책 속으로 추가]
안정된 삶을 바라는 이들에게 불안을 조장하는 건 오히려 사회인 듯하다. 언제부턴가 책이나 TV에서 꿈을 좇으라고 난리다. 서점의 자기계발서 코너에는 ‘꿈’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책들이 셀 수 없이 많다. 꿈과 성공에 대한 유명인들의 강연도 이어진다. 소위 성공이라는 이력을 내세우며 말에 힘을 싣는다. 물론 간절한 꿈을 이루려는 이들에게는 도움이 되겠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은 ‘어, 난 특별한 꿈이 없는데… 내가 이상한 건가?’ 하는 생각이 들 법도 하다. 마치 누구나 대단한 꿈 하나쯤은 가슴에 품고 있다는 것을 전제하는 것이다. 꿈을 이루는 방법을 대단한 비법처럼 알려주는 TV 앞에서, 어떤 사람들은 말할지도 모른다.?“그건 그렇고, 오늘 저녁에는 뭐 먹지?”
p.184
사회 불안이란 특정한 사회적 상황을 지속적으로 두려워하고 피하거나 그에 대해 불안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는 주위의 모든 사람으로부터 항상 인정을 받아야 한다’라는 신념을 가진 A라는 사람이 있다. A는 그 신념 때문에 매사에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하지만 주위 사람들 중에는 그에게 무관심한 사람도 있고 그를 탐탁지 않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것은 그의 노력과는 별개의 문제다. 하지만 A는 자신에 대한 비판을 지나치게 날카롭게 받아들이고, 아무리 노력해도 인정받지 못할까 봐 초조해한다. 혹은 평가 자체에 지나친 불안이 생길지도 모른다. 이러한 A에게 필요한 건 무리한 노력이 아니라 ‘최선을 다하되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라는 사고방식이다.
p.208~209
사랑을 유지하게 하는 특별한 요인에 대해서는 독일의 심리치료 전문의 위르크 빌리가 진행한 설문을 통해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연애감정에 몰입하는 속도가 결혼에서 차지하는 의미를 밝히기 위해 몇 가지 설문을 벌였다. 첫눈에 반한 사람들과, 서서히 빠져드는 사람들 중 어느 쪽이 오랜 관계를 유지하는지 확인했다. 첫눈에 반한 사랑이 불꽃처럼 쉽게 사라질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둘 사이에 큰 차이는 없었다. 사랑의 만족도나 행복감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여기서 사랑의 지속에 영향을 준다고 확인된 것이 있었다. 바로 ‘연민’이었다. 응답자 중 기혼자의 60%가 배우자에게 연민을 가지고 있다고 대답했다. 또한 연민을 품고 결혼 상태를 유지하는 사람들에서는 이혼율도 6%로 매우 낮았다. 연민은 사랑을 시작하는 지점에서는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지속성에는 영향을 주었다.
p.218
개체화(individuation)는 원래 ‘분리-개별화’라는 용어로 사용되었지만, 완전한 분리가 아닌 연결과 분리의 상호작용이라는 관점에서 일부 연구자들이 ‘개체화’라는 용어로 변경했다. 즉, 단절이 아니라 부모와의 지지적이고 밀접한 관계 속에서 개체감을 확립하는 것이 핵심이다. 우리는 부모님에게서 완전히 떨어져나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관계로 나아가는 것이다. 어려운 과제이지만 양쪽 모두에게 성숙의 발판이 되는 과정이다. 그것이 우선시될 때 비로소 배우자와 건강한 관계도 맺을 수 있다. 나아가 자녀였던 우리가 부모가 될 만큼 충분히 성숙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중요한 과정이기에 그 안에서 느낀 불안은 이유 있는 성장통이 된다.
p.29
작가정보
저자(글) 김혜령
저자 김혜령은 우울과 불안에 관심이 많았다. 이화여자대학교 철학과에서 공부하고 동 대학원 심리학과에 진학했다. 하지만 자신의 마음을 다루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 석사 수료 후 평범한 회사원이 되어 공부와 심리상담을 이어갔다. 우울에 관한 논문으로 석사를 졸업한 뒤 브런치에서 ‘평화쿤데라‘라는 이름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고, [불안학개론]이라는 매거진으로 브런치프로젝트 은상을 수상했다. 지금은 밤에만 사무직 노동자로 일하고, 낮에는 읽고 쓴다. 느리지만 또박또박 살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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