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숲

김개미 지음

기린과숲 2016년 02월 04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15세~103세 그림책 『나의 숲』. 당신이 지금 15세와 103세 사이 놓인 다리를 무심히 건너는 중이라면. 혹은 15세보다 어리거나 103세보다 나이가 더 들었거나, 또 이미 사후의 별이 되었지만 고독하고 또 고독하다면. 혹은 도대체 나의 숲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한번 들여다보고 싶다면. 순진무구한 호기심으로.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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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출판사 서평

■멀고 먼 숲에 사는
어느 고독한 곰 이야기
-김개미 그림책, 『나의 숲』


이곳은 멀고 먼 곳이야.
자동차로는 올 수 없는 곳.
네가 한 번도 와본 적 없지만
늘 네 마음속에 있는 곳.
-1에서

안녕, 나는 이곳에서 너에게 편지를 써. 얼음 편지를. 이곳은 자동차로 올 수 없는 먼 곳이면서, 늘 네 마음속에 있는 곳. 춥고도 추운 곳.
펑펑 쏟아지는 저 눈 좀 봐. 나는 이따금 생각해. ‘이러다 내가 눈 속으로 영원히 사라져버리는 게 아닐까’ 하고 말이야. 바람은 또 얼마나 무서운지. 불고 또 부는 바람은 푸른 강물을 얼리고, 바위를 얼리고, 또 고목나무를 순식간에 얼려버리곤 하지.

진짜로 무서운 건,
바람도
눈도
잠을 깨우는 배고픔도 아니야.
진짜로 무서운 건,
언덕을 넘는 달빛처럼
조용히 온단다.
-16에서

그런데 내가 진짜로 무서워하는 건 말야. 대개 평화로운 얼굴을 한 것들이란다. ‘자작나무를 베어 천막을 치는 사람들’, ‘잿빛 연기기둥을 만드는 모닥불’, 그리고 ‘두런거리는 이야기 소리와 노랫소리’ 같은…….
곰 가죽을 쓴 그 사냥꾼들은 강한 존재들이지. 이곳의 가장 힘센 곰도 그들을 이길 순 없어. 심지어 그들은 검은 총도 가지고 있지. 나는 그날의 내 심장을 얼린 그 총소리를 잊을 수 없단다. 총소리가 들리고, 곧바로 내 종족이 총에 맞고 쓰러졌거든. 나는 그날 몹시 두려웠고, 슬펐단다. 또 치를 떨며 증오했지. 내 슬픔 속에서 휘파람을 불던 그들을.

나는 알아.
이 세상 모든 생명체가 고독하다는 것을.
살아 있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을.
-22에서

나는 알지. 삶은 고독으로 가득 차 있고, 이 고독과 친구로 지내지 않으면 살기 어렵다는 것을. 난 이곳에서 어떤 일을 겪더라도 기어코 살아내기로 결심했어. 너도 알지? 고독은 아주 가까이 있다는 것을. 우리 바로 곁에 말이야.
이곳에 한번 놀러오지 않을래? 이곳은 멀고도 먼 곳이지만. 언젠가 널 만나면 한번 고독에 대해 얘기를 나눠보고 싶어.
그럼 이만 줄일게. 널 닮은 너의 곰으로부터.

작가정보

저자(글) 김개미

김개미

강원도 인제 방태산 아래에서 태어났다.
여름이면 풀로 집을 짓고, 겨울이면 눈 위에 그림을 그리며 자랐다.
초등학교를 마치고 1년 동안 아픈 엄마를 돌보고 농사를 지으며 헤르만 헤세와 톨스토이를 읽었다.
서른세 살이 되어서야 시를 읽기 시작했고, 서른다섯 살에 시인이 되었다.
시집 『앵무새 재우기』, 동시집 『어이없는 놈』, 그림책 『사자책』, 시그림집 『나와 친구들과 우리들의 비밀 이야기』를 썼고, 제1회 문학동네 동시문학상을 받았다.
지금은 기찻길 옆 작은 집에서 밤낮으로 기차 소리에 시달리며 글을 쓰고 있다. 언젠가 끝내주는 웹툰을 써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