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라는 그리움

윤성택 , 서경리 지음

기린과숲 2016년 01월 28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여행이라는 그리움』은 기린과숲이 기획한 ‘여행 그리고 짧은 산문’ 시리즈를 여는 첫 책으로, 여행과 관련한 36편의 단상과 이와 자연스레 조응하는 사진들이 빛을 발하고 있다. 시가 삶이 되는 세상을 찾아 떠도는 중이라는 윤성택 시인 특유의 순도 높은 감각, 그리고 서경리 사진기자가 여행의 순간순간을 채집한 사진들이 한데 어우러져 우리로 하여금 익숙하면서도 낯선 어느 저녁의 기차에 오르게 한다. 그리고 기차는 찬찬히 아리고 쓸쓸한 기억의 터널을 통과해 달려가는 것이다. 어떤 환한 그리움의 세계를 향하여.

목차

1. 혼자 혹은 같이
2. 길이 어디로 나를 데려갈까
3. 여관에 든 빗소리
4. 가을 두근거림
5. 스민다는 것
6. 길 또는 당신
7. 예감은 예보처럼 끌리다
8. 불면
9. 혼자가 되었을 때
10. 속도는 쓸쓸하다
11. 온기
12. 발자국
13. 흰 여백
14. 나무의 계절
15. 입맞춤
16. 무지개 편지
17. 기억이 추억이 되는 순간
18. 꽃 지고 나면
19. 틈
20. 엽서로 걸어간 문장들
21. 안녕, 내일과 어제의 하늘
22. 먼 발치 일렁이는 풍경
23. 마음의 지형
24. 비온 뒤
25. 선
26. 기다림
27. 쓸쓸한 것은 느리다
28. 길과 인연
29. 도시 혈관
30. 야경
31. 음악이 밤에 스며
32. 낯선 휴일
33. 남겨진 오후에게
34. 그림자
35. 저물어 간다는 것
36. 떠남과 돌아옴에 대한 편지

출판사 서평

■여행이 나를 지나면 무채색의 마음은
또 어떤 색으로 물들 것인가
-윤성택․서경리 에세이, 『여행이라는 그리움』


함께는 서로를 내다보지만, 혼자는 저편에 비치는 스스로를 내다본다. 저녁이 아리다면 지금 여행이 나를 지나는 것이다.
-「혼자 혹은 같이」에서

나는 저녁의 기차에 오른다. 그리고 자리에 앉자마자 가방 속에서 책 한 권을 꺼내든다. 기차가 출발하기 전 객실은 아직 정돈되지 않은 소리들로 분주하다. 자리를 찾아 옮겨다니는 발소리. 그리고 덜컥 짐 얹는 소리. 휴대폰 벨소리. 웅성거리는 소리……. 나는 아직 책장을 펼치지 않고 차창 밖을 바라본다. 저만치 잿빛의 구름 떼가 몰려오고 있다. 아니, 그것이 착각이라는 걸 나는 곧 깨닫는다. 몰려오는 것이 아닌, 우우우 어디론가 몰려가는 구름 떼들.
착각 속에서 나는 아린 한 기억을 깨문다. 기차가 출발하기도 전 이미 여행은 시작된 것이다. 여행은 덜컹거리며 막 내 기억의 터널을 지난다.

사람은 잉태의 순간부터 테를 두른다. 세월이 착상된 날들은 제 인생의 궤도를 돌면서 인연이란 계(系)에 머문다. 다가왔다가 떠나가는 반복이 계속되면 될수록 운명도 서서히 금이 간다.
-「기억이 추억이 되는 순간」에서

일상이 그렇듯 늘 반복되었다. 만남과 이별. 그리고 잊을 만하면 매몰차게 들이쳐 마음에 시퍼런 멍을 새겨놓는 절망들. 또 그 많은 각오들. 뾰족하지만 벌겋게 녹슨 쇠의 모서리 같은.
나는 당신에게 편지를 쓴 적이 있다. 무지개 편지를. “사랑하는 일이란 내 안의 색을 그대에게 건네며 무채색이 잠시 되어보는 것” 운운하는 말을 담았던가. 하지만, 사랑뿐 아니라 인생의 궤도를 돌다가 지칠 쯤이면 내 단단한 색들은 절로 풀려나가곤 했더랬다.
아, 이 여행이 나를 지나면, 무채색의 마음은 또 어떤 색으로 물들 것인가.

작가정보

저자(글) 윤성택

글: 윤성택
일기장이 시작노트이던 유년 시절을 겪고 자라
문예창작학과에서 시를 전공했고, 등단 이후 두 권의 시집을 펴냈다.
현재 시창작교실을 운영하면서
시가 삶이 되는 세상을 찾아 몇 해째 여행 중이다.

사진: 서경리
제주도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양손 엄지와 검지로 만든 사각프레임으로
풍경 보기를 좋아했다.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했고, 현재 사진기자로 활동하며
계절마다 여행이 셔터에 눌리는 순간순간을 채집하고 있다.

저자(글) 서경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