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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사적인 고백과 거짓말

이지영 지음
나무옆의자

2019년 11월 01일 출간

국내도서 : 2016년 08월 26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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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13.45MB)
ISBN 9791186748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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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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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소설 『아주 사적인 고백과 거짓말』은 2006년 『작가세계』 신인상에 단편소설 「구두」가 당선되어 등단한 작가 이지영의 소설이다. 이 소설은 중국의 한 시골마을에서 퀼트를 가르치며 한국에 있는 남편을 기다리는 수. 수를 중심으로 그녀의 남편과 라신, 쯔메이로 이어지는 우연처럼 맺어진 인연의 고리와 그것이 만들어낸 기막힌 운명을 그려나간다.
아주 사적인 고백과 거짓말
작가의 말

연락은 언제나 당신 몫이었다. 당신이 명품과 이미테이션을 밀반입하려다가 적발된 이후에 수에게 연락을 하지 말라고 당부해놓았기 때문이었다. 중국에서 걸려오는 연락에 괜한 의심을 살 수 있다는 거였다. 한국에서 살 집을 구하면 부르겠다고 해놓고 차일피일 미룬 것이 벌써 6년째였다. 비자 문제로 수가 한국에 들어갈 때마다 당신의 거처는 바뀌어 있었다. 물론 수는 그것조차 모르고 있었다. 약속을 해놓고 연락이 되지 않는 바람에 만나지 못하고 돌아오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만약 연인이었다면 헤어졌을지도 모르겠다. 고작해야 1년도 되지 않았지만 당신은 수의 남편이었고, 수는 당신의 아내였다. (25~26쪽)

여태껏 버텨올 수 있었던 것이 당신의 목소리 때문이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어쩌면 당신의 손가락을 보기 전에 목소리에 반했는지도 모르겠다. 마음속에 깊은 우물을 간직하고 있는지 흉부에서부터 올라오는 목소리에는 묘한 울림과 쓸쓸한 정조가 담겨 있었다. 사이렌의 노래처럼 그 목소리에 홀려서 당신이 아름답게 느껴졌을지도. 그래서였을까. 원망과 분노에 휩싸였다가도 당신이 걸어준 전화 한 통에 모든 것이 부드럽게 풀어져버렸으니까. (58쪽)

수는 멀리서도 단박에 당신을 알아보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쉽게 다가설 수가 없었다. 자석의 다른 극처럼 한 발 다가설수록 마음은 그보다 한 발 더 뒷걸음질 쳤다. 당신은 변한 것이 없는데 자신만 너무 많이 변해버린 것 같았다. 당신이 성큼성큼 다가와서 안아주지 않았다면 뒤돌아 도망쳤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수는 와락 울음을 터뜨렸다. 당신이 눈물을 닦아주려고 했으나 검게 그을고 잡티가 생긴 얼굴이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그런데 손길이 낯설었다. 소름이 돋도록 섬뜩한 느낌이었다. (64~65쪽)

수는 말하는 동안에도 마음은 벌써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하루빨리 당신과 손깍지를 끼고 소박하고 평범한 삶을 꿈꾸고 싶었다. 손가락이 손가락 사이를 파고들던 부드러운 감촉과 체온이 못 견디게 그리워졌다. 수는 오른손과 왼손이 맞닿은 운명선에 순응하며 더 이상 인생에 드라마틱한 사건이나 낭만적인 이벤트를 바라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그래도’가 아니라 ‘그래서’ 행복할 거라고 믿었다. 그러니 당신만 있으면 된다고. (97쪽)

수가 철문을 닫으려는데 테이블 아래에 떨어져 있는 운동화 한 짝이 보였다. 쯔메이가 신고 다니던 운동화였다. 수는 문고리를 잡은 채로 두리번거리며 쯔메이를 불러보았다. 목울대가 떨려서 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다.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올 듯이 두방망이질 쳐댔다. 그때 테이블 저편에서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저, 저, 여기.” 수는 황급히 테이블을 돌아갔다. 쯔메이가 쓰러져 있었고 바닥에 점점이 피가 떨어져 있었다. (103쪽)

그런데 수는, 자신을 죽이려고 했다는 말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라신에게 의심을 품었을 때보다 두려움이 서서히 잦아드는 것을 느꼈다. 마음도 이상하리만치 차분해졌다. 그런 자신이 서름하게 여겨질 정도였다. 죽이려고 했다는 고백이 죽이지 않겠다는 다짐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해서는 아니었다. 그보다는 당신이 그런 마음을 품었다는데 왜 슬프거나 배신감에 몸서리쳐지지 않는지가 못내 궁금했다. (143~144쪽)

그 모습에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서글픔과 허무가 가슴속에서 일렁였다. 슬픔과는 또 다른, 교화될 수 없는 감정이었다. 당신에게 달려가 목을 끌어안고 싶은 욕망이 치솟았지만 그러지 못한 건 돌이키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렸다는 사실을 그 순간 뼛속 깊이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건 당신이나 수나 마찬가지였다. 유예되고 방치된 세월 속에서 서로 너무 변해버린 탓일까. 어쩌면 수는 당신을 기다리면서도 이러한 사실을 직감해왔는지 모르겠다. (197~198쪽)

사랑은 착란이었다.
그것에서 깨어나는 순간 환각제의 약효가 다한 것처럼 비루하고 속된 현실과 마주하게 될 뿐이었다. 사랑이 주는 쾌락보다 더한 것은 없으니까. 마치 쌍생아처럼 슬픔과 고통을 수반한다 해도 그마저도 환희와 기쁨의 다른 말인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랑을 목숨처럼 여겼던 여자와
그녀를 사랑하게 된 살인자의 이야기
내가 믿는 진실은 어떤 거짓말을 숨기고 있을까?

고품격 로맨스 소설 시리즈 로망컬렉션의 일곱 번째 작품
2006년 『작가세계』 신인상에 단편소설 「구두」가 당선되어 등단한 작가 이지영의 『아주 사적인 고백과 거짓말』이 나무옆의자에서 펴내는 고품격 로맨스소설 시리즈 ‘로망컬렉션’ 일곱 번째 작품으로 출간되었다. 등단 10년 만에 선보이는 작가의 첫 책으로 사랑의 허상과 그것을 지속시키는 지독한 거짓말을 서늘하고 쓸쓸하게 그린 작품이다.

사랑이 착란이라면 삶을 지탱해주는 건 자신에게 하는 어떤 거짓말일지 모른다
중국의 한 시골마을에서 퀼트를 가르치며 한국에 있는 남편을 기다리는 수. 밀수 전과로 어려움에 처한 남편은 6년째 돌아오겠다는 말만 반복하고 수는 기다림에 지쳐 점점 황폐해져간다. 그러던 중 쯔메이라는 어린 여자를 알게 되면서 수는 뜻밖의 생기를 얻고, 자신의 젊은 날과 그토록 소중하게 생각했던 사랑에 대해 떠올린다. 강렬했던 연애와 행복했던 결혼 생활을 추억하며 남편을 만날 희망에 부풀어 있던 수는 언젠가부터 주변을 맴도는 수상한 기운을 감지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쯔메이가 정체를 알 수 없는 괴한에게 린치를 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수는 직감적으로 라신이라는 남자를 범인으로 지목하지만 쯔메이는 그러한 사실을 간과한 채 도리어 그와 연애를 시작한다. 불길한 예감과 묘한 질투심에 사로잡힌 수는 어느 날 두 사람이 자신의 집에 함께 있는 것을 보고 분노가 폭발해 쯔메이와 결별하고 만다.
그로부터 얼마 후 라신이 찾아와 뜻밖의 제안을 한다. 바로 남편을 살해하자는 것. 라신은 남편이 고용한 살인청부업자였고 쯔메이를 통하여 수에게 접근한 거였다. 하지만 수에게 연민과 사랑을 느끼게 된 라신은 이제 남편을 죽일 계획을 세운다. 절망과 혼란에 휩싸인 수는 진실을 알기 위해 일단 그의 제안을 수락한다. 그리고 한국에서 맞닥뜨린 남편의 실체를 보며 지금껏 자신이 믿어왔던 사랑이 모두 거짓이었고 허상에 지나지 않았음을 깨닫게 된다.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수는 마지막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기는데…….

우연처럼 맺어진 인연의 고리들이 결국 운명을 만든다
소설은 수를 중심으로 그녀의 남편과 라신, 쯔메이로 이어지는 우연처럼 맺어진 인연의 고리와 그것이 만들어낸 기막힌 운명을 그려나간다.
수는 낯선 땅에서 오직 한 사람, 남편만을 열망하고 기다린다. 그녀는 첫 만남부터 남편에게 깊이 매혹되었다. 그의 목소리, 사소한 동작 하나하나가 그녀를 사로잡았다. 격렬한 연애는 곧 결혼으로 이어지고 수는 남편과 함께하면서 생애 최고의 행복을 느꼈다. 하지만 행복했던 결혼 생활은 오래가지 못했다. 방직공장에 다니던 남편이 명품 이미테이션을 한국에 밀반입하다 경찰에 체포된 후 수는 꼬박 6년 동안 혼자 지내야 했고, 오랜 기다림에 치쳐 술에 취해 잠드는 날이 많아졌다. 그래도 사랑을 믿었다. 소식이 없는 남편에 대한 의혹과 궁금증이 고개를 들 때면 어김없이 옛 추억을 떠올리며 마음을 추스르곤 했다.
쯔메이는 이토록 무미건조하고 쓸쓸한 나날 속에 찾아와 수의 삶을 단박에 바꿔놓은 사람이다. 퀼트를 배우러 온 앳된 얼굴의 쯔메이는 갈 곳이 없다며 퀼트 작업실에서 머물게 해달라고 청하고, 수는 내키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허락한다. 수가 몹시 앓아눕던 날 쯔메이는 아픈 수를 돌봐주고 그녀를 위해 밥상을 차린다. 그 일을 계기로 두 사람은 더욱 가까워지고, 불필요한 인간관계를 맺지 않고 사람들을 멀리하던 수는 어느덧 쯔메이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된다. 수가 이제껏 퀼트 작업실에서 만난 여자들은 대부분 삶에 지쳐 타인의 마음을 섬세하게 배려할 줄 모르고, 타인의 불행으로 자신의 삶을 위안하려는 사람들이었지만 쯔메이는 달랐다. 그녀는 자신이 머무는 곳의 공기를 바꿀 줄 알았고, 티내지 않고도 주변을 환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라신. 남편이 수를 죽이려고 고용한 살인청부업자이지만 이제는 남편을 죽이겠다는 사람. 쯔메이를 수로 착각해 찌른 후 조금씩 수에게 다가온 사람. 그는 수에게 남편이 한국에서 여전히 명품 이미테이션을 밀반입할 뿐 아니라 불법 약물 거래를 하며 도박과 술에 빠진 ‘비굴한 색마’가 되었다는 것을 폭로한다. 멍청할 정도로 남편을 믿으며 지난날의 행복한 추억에 빠져 남편 자랑을 늘어놓는 수에게 라신은 연민과 함께 사랑을 느낀다.
그러나 수는 라신의 출현이 달갑지 않다. 자신을 이 자리에 데려다 놓은 모든 인연을 부정하고 싶다. 차라리 몰랐더라면, 사랑의 환각에 취해 죽음을 맞았더라면 더 좋았을 거라고.

라신, 그를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 그보다 쯔메이를 만나지 않았다면. 그랬다면 사랑이라는 환각제에 취한 채로 행복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었을 텐데. 아니, 차라리 당신을……. 수는 생각을 채 맺지 못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우연처럼 맺어진 인연의 고리들이 결국 운명을 만들고 있었다. (207쪽)

사랑이라는 환각에 취한 채로 행복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면
수는 남편이 불법을 저지르고 다른 여자와 잠자리를 하는 비루한 모습을 보고 분노하거나 슬퍼하기보다 깊이 가라앉는다. 어쩌면 그것은 그녀가 애초에 예감하고 있었던 모습일지도 모른다. 다만 믿고 싶지 않았을 뿐. 그녀는 자신의 믿음 속에 숨어 있는 거짓을 잘 알았으리라. 그리하여 사랑에 따르는 지독한 착란과 생을 지탱하기 위한 거짓말을 뼛속 깊이 이해하고 있었으리라. 하지만 사랑은 사랑할 만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도 사랑할 수 없는 모습에 끌리는 모순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다. 돌이킬 수 없는데 잊을 수도 없다면 어찌해야 할까? 그녀는 마지막 선택을 한다.

모든 것을 태워버려도 사라지지 않는 것이 있다. 돌이킬 수 없는데 잊히지도 않는 것들. 그 망령들. 정말 싫다고, 난! 수는 어깨를 옹송그리며 진저리쳤다. 정말 미쳤나. 하지만 미치지 않고서 어떻게 사랑을 말할 수 있을까. (218쪽)

이지영의 소설에는 오래 기다려보고 오래 그리워해본 사람만이 말할 수 있는 간절함이 있다. 수는 자신의 방식으로 사랑을 지키고자 한다. 라신의 고백과 그의 진심 어린 행동들에 마음이 움직이면서도 끝내 라신을 배반한다. 그것이 비밀을 폭로한 자의 운명이었고 다른 사람의 삶에 함부로 끼어든 죄였다. 또한 사랑하는 사람에게 죽을 수도 없었고, 사랑하는 사람을 죽이지도 못하는 그녀가 취할 수 있는 마지막 선택이었다.
수의 마지막 선택은 뒤늦은 구원이었을까, 아니면 스스로 진창에 뛰어드는 파멸이었을까. 섣불리 대답할 수 없다. 누군가는 자기기만으로 읽을 것이고 누군가는 낭떠러지에 내몰린 사람의 비통한 몸짓으로 읽을 수도 있다. 하지만 수가 쯔메이에게 남긴 편지와 돌아온 쯔메이가 불에 탄 수의 작업실을 복원하려 하는 소설의 에필로그에 이르면 지독한 사랑에 시려오던 마음이 다시금 환해지는 것을 경험하게 되리라.

[책속으로 추가]
통화를 마치고도 수는 착잡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당신에게 연기하는 모습을 보여줄 정도로 솔직하게 다가온 라신 앞에서 이제 수가 연기를 하고 있는 꼴이었다. 이것이 당신을 마지막까지 사랑하는 방법인지 아니면 늪과 같은 진창에서 구르다가 스스로를 파멸하게 만드는 복수가 될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수는 자신의 선택이 최선이라고 속으로 되뇌고 또 되뇌었다. 미쳤다고 손가락질해도 상관없었다. 사랑이라는 환각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을 때 생을 마감하고 싶을 뿐이었다. 시간이 얼마 남아 있지 않았다. (211쪽)

특별하고 새로운 사랑이 아닐 수 있다. 낭만과도 거리가 멀다. 다만 마지막 책장을 덮었을 때 가만히 고개를 돌려보기를 바란다. 그곳에 아무런 흔적이 남아 있지 않더라도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바람이 멈추고 심장이 뛰었던 자리. 그곳에 누군가가 머물렀던 기억. 이제는 잃어버렸다고 혹은 오래전에 잊었다고 생각한 시간을 잠시나마 돌아볼 수 있다면. 그것이 내가 아주 사적인 고백과 거짓말을 들려준 이유이기도 하다. -「작가의 말」 중에서

작가정보

저자(글) 이지영

저자 이지영은 2006년 『작가세계』 신인상에 단편소설 「구두」가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출간된 작품으로 장편소설 『아주 사적인 고백과 거짓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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