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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가 문이다

김솔 시집
김솔 지음
문학의전당

2015년 06월 18일 출간

종이책 : 2015년 05월 29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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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2.49MB)
ISBN 9791158961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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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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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사람의문학』으로 등단한 김솔 시인의 첫 번째 시집.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예민한 감각과 날 선 사유를 통해 이 세계의 비극성과 상처를 드러내는 한편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서의 시를 보여준다. 시를 통해 본질적으로 결코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타자의 고통에 가닿으려는 시인의 치열함은 때로는 비극적 전망 앞에서 흔들리기도 하지만, 막연히 치유의 가능성을 낙관하지 않아서 오히려 믿음직스럽다.
시인의 말

제1부


모래, 모래, 모래
사과에 대한 변주
말의 정사
고백
꽃잎
자작나무
첫눈
분홍에 누워
프로메테우스에게
진공청소기
오후 세 시의 고양이
화무십일홍
봄꽃
입술 위 파란 쥐

제2부

상처가 門이다
얼음의 나날들
압화
mytomicin
맑아서 병이 깊다
나는 나를 핥는다
사람의 마을
완경
길을 품다
달을 품다
나무와 새
아네모네, 마르면 목마르지 않네
가을, 병
허물
몸, 저물녘

제3부

봄밤
거울
유황오리
풍선껌

초록스타킹
삼겹살을 위한 헌사
참, 소주
다락방에 숨어든 남자
지상의 나날들
눈물호수
나비야, 나비야
애인
와온


제4부

워낭
둥지
망초꽃
늙은 꽃
노모
엄마
칸나

굴레
땅따먹기
돌 깨는 아이
너무 이른, 초록
자화상
사랑

해설 상처’의 문(門)과‘치유’의 시(詩) 사이 / 백인덕(시인)

자화상

시든 풀잎, 누군가의 안식처
벌레 먹은 복숭아, 간절히 매달린
꺾인 들꽃, 심장에 꽂힌
멈춰버린 시계, 두 번은 정확한
금이 간 거울, 당신 담은
고장 난 램프, 온기만을 기억하는

어딘가 한곳은 망가진 것, 망가져 온몸으로 그것인


둥지

다섯 식구 단칸방에 누워

얘들아,
다리 포개고 자자
그래도 비는 안 새잖아

그날 밤
울 아버지 어깻죽지를 적시던 장맛비,
징한 장맛비




멀리서 반짝이는 것 가까이 가 들여다보면 떨고 있죠

떨림이 돋아 핀 꽃처럼

당신,

[책 소개]

상처의 문(門)을 투과하는 시의 바람

〈문학의전당 시인선〉 199. 2003년 『사람의문학』으로 등단한 김솔 시인의 첫 번째 시집.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예민한 감각과 날 선 사유를 통해 이 세계의 비극성과 상처를 드러내는 한편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서의 시를 보여준다. 시인은 이를 위해 다채로운 형식과 어조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는데, 에두르지 않는 직설의 언어와 시적 아포리즘은 세계에 내재한 아픔을 폭로하고, 맑고 담백한 어투는 상처를 숨김없이 내보이며, 마음을 직격하는 서정의 문법은 공감과 이해의 영역을 확장한다. 시를 통해 본질적으로 결코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타자의 고통에 가닿으려는 시인의 치열함은 때로는 비극적 전망 앞에서 흔들리기도 하지만, 막연히 치유의 가능성을 낙관하지 않아서 오히려 믿음직스럽다. ‘상처의 문(門)’을 지나 관계의 회복과 상처의 치유를 꿈꾸는 그의 시편들은 척박한 세계에 내리는 한 방울, 한 방울의 단비 같다.

[추천 글]

김솔의 시는 그리움으로 흔들리는 꽃이다. 그리움은 그녀 자신의 한계를 허무는 바람이다. 꽃은 그 바람이 껴안은 아픔과 고통이 피운다. 또한 그 꽃은 “멀리서 보면 반짝이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떨고 있는” 별의 떨림이 돋아나 핀다. 그렇게 꽃 피우는 게 사랑이라고 말한다. 비록 손을 뻗어도 닿을 수 없는 ‘너’이며, ‘우리들’의 간극은 캄캄하지만, 사무치도록 ‘너’에게 가닿고 싶어 끊임없이 말(시)을 건다. 김솔의 시집은 ‘상처의 문(門)’을 통해 간절하게 들여다보고 내다보는, 지극한 바람의 창을 열어놓은 시집이다. ?이하석(시인)

[시인의 말]

이렇게 비는 내려 꽃이 피고
이토록 비는 내려 꽃이 지는 봄밤,

보고프고
배고프고
아프고 또 아파도

내 곁에 시가 남아 있어줘서
다행이다

[출판사 서평]

‘상처’의 문(門)과 ‘치유’의 시(詩) 사이

상처란 지극히 존재론적인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생물적으로는 물론 현상적으로 완벽하게 이해하기는 어렵다. 즉, 타자의 고통을 완전히 이해할 수단은 없는 셈이다. 다만 우리는 윤리적으로 타자의 고통에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해야 한다는 명령 아래 사회적 차원의 ‘나’를 구현할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런 사고의 편협성을 극복하는 한 방법으로 시적 차원에서 ‘공감과 이해’를 더욱 확장할 필요가 있다. 무릇 시란 활자화된 텍스트 이전의 체험의 물질성을 다만 얼마간은 반드시 보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솔 시인의 작품들은 상처와 관련하여 한 가지 특이성을 내포하고 있는데, 그것은 병(病)에 대한 기술이 지나친 근심과 염려를 통해 또 다른 병으로 전이되는 악순환을 어떻게든 잘 극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막은 여자를 낳았고 여자는 사막의 자식을 낳았다. 젖가슴은 선인장 꽃 지듯 지고, 아이는 가시를 빨며 자랐다)//어머니,/갈라진 손톱 틈으로 파고드는 모래알/빈 창자 속으로 불어대는 모래바람/가슴에 매달리는 붉은 사막이 무거워요//맨손으로 웅덩이 파고/한 대야의 양수 쏟으며 저를 낳으실 때/온통 내가 모래였나요/모래의 경단으로 빚은/자궁의 저녁 무렵에 저를 낳았나요//(저 멀리 아득히 선인장 꽃 피었다. 달려가 와락 끌어안는다.?가슴엔 촘촘히 가시만 박혔다)/입술을 열면 주르륵 모래 흘러내려요/귓속으로 밀려든?속삭임 부서지며 가시만 돋아나요/천 개의 가시 뽑아내어도 불면의 밤이 물러가지 않아요/당신을 안고 싶은 몸짓, 허공 가득 별만 떠올려요//별들이 가시의 결정인 것 아시나요/입술에 물려주던 어머니의 검은 별/나는 날카로운 것들을 입술에 대고 자랐지요//(저 멀리서 모래바람 불어와 앞서간 발자국 지워지고, 맨발인 아이는 맨발의 사막을 걸어간다)?―「모래, 모래, 모래」 전문

「모래, 모래, 모래」에는 이번 김솔 시집에서 주요하게 사용되는 상징어휘들 대부분이 등장한다. ‘모래’, ‘자궁’, ‘입술’, ‘가시’, ‘별’ 등이 그것이다. 시인은 “모래의 경단으로 빚은/자궁의 저녁 무렵에 저를 낳았나요”라고 끔찍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모래는 불모성이라는 측면에서 다른 작품들 가령 「압화」에서는 “지는 것도 서러운데 짓눌려야 하는가/소리 나는 대로 나는/아파” 하는 마른 꽃으로 확장되고 결국 “부는 바람에라도 나는 흩날려, 당신 곁으로 갈 수가 없”는 상황이 된다. 이 불모성은 다시 ‘자궁의 저녁 무렵’으로 연결되면서 비극성이 강화되는데 ‘자궁’이 갖는 생산성과 ‘저녁 무렵’의 상징, 즉 꿈의 태내로 되돌아가야 할 모태회귀 본능으로 출현한다. 삶, 즉 현상적 삶의 양태들을 복잡하고 곤란하게 한다는 양가적 측면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입술을 열면”이란 문자 그대로 발화행위를 지칭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이 발화행위가 모래, 결국 불모성에 구속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나아가 “나는 날카로운 것들을 입술에 대고 자랐지요”라고 고백 아닌 고백을 하는 부분에 이르러 이 비극성은 극화된다. 이 작품은 설령 자기 운명에 대한 비극적 인식에 사로잡힌 것으로 보일지라도 상처에 대한 재인식을 엿볼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 그것은 “별들이 가시의 결정인 것 아시나요”라고 묻는 데 있다. “별들이 가시의 결정”이라는 명제는 김솔 시인 특유의 것이라 할 수 있는데, 가시에서 별로 치환된 인식은 다음 작품에서 그 궤적을 완성한다.

멀리서 반짝이는 것 가까이 가 들여다보면 떨고 있죠//떨림이 돋아 핀 꽃처럼//당신, ―「별」 전문

다른 작품들을 통해 유추해볼 때 가시가 ‘날카로움’이라는 의미에서 세계가 시인에게 쏘아 보낸 화살과 같은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시인 또한 “심연 속에 머무는 그리움 한줌 꺼내 화살을 쏜다 마음 뜨거운 날일수록 화살은 더 멀리 간다―나는 날아가지 못한다 어둠 속에 몸이 박힌, 하지만 내 꿈의, 노래의, 아니지 내가 쓴 시(詩)가 날아가 당신 입술에 촘촘히 박힌다”(「고백」)고 화살을 쏘아 보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가시가 날아온 방향으로 되짚어가면, 즉 앞의 작품처럼 반짝임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떨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떨림’ 또한 두려움과 기대의 양가적 의미를 갖는데, 이 떨림이 다시 ‘꽃’이 되고 결국은 ‘당신’이 된다.

상처와 통증의 관계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해서 상처의 지각과 재인식의 반복을 거쳐 비로소 이번 시집을 읽어내기 위한 핵심 상징, ‘당신’의 의미를 물을 수 있게 되었다. 김솔의 시에서 ‘당신’은 ‘연인-너’였다가, ‘가족-당신’이었다가, ‘상처-삶’이었다가 ‘꿈-시’가 되기도 한다. 김솔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보고프고/배고프고/아프고 또 아파도//내 곁에 시가 남아 있어줘서/다행이다”고 토로(吐露)하고 있다. 여기서 만해 한용운의 「군말」을 빗대어 보면 ‘당신’은 ‘허기’여도, ‘그리움’이어도, ‘상처’여도 나아가 ‘시’여도 무방할 것이다.

햇살 창백한 창가에 앉아 긴 머리칼 잘랐다/면도날로 푸르게 푸르게 기억을 밀었다//마흔일곱이었다//겨울이었고/겨울이었고/겨울이었다//얼음의 나날이었다//창밖의 바람/창밖의 돌멩이/창밖의 시든 풀이 부러웠다//어디쯤인지 나는 모를 여기까지 오느라 폭삭 늙은 노인이 부러웠다//잠결에라도/스윽, 머리카락 없는 머리가 만져지면 온몸의 스위치가/꺼지며 캄캄했다//어둠을 밝힐 알약을 찾는다/분홍, 노랑, 하양 빛깔도 고운 알약 착하게 삼키고/몸의 오색전구 켜줄 사람을 더듬거려야 한다//겨울이니 모자를 쓰고 나가야겠다/손이 따뜻한 사람 만나야겠다//당신 곁 서성이다 눈사람 되어, 얼음 손 내밀지도 모른다 ―「얼음의 나날들」 전문

누구나 상처를 안고 산다. 그러나 통증의 시간에는 상처를 가늠하지 못한다. 즉 그 세계 안에서는 우리는 다른 언어와 이해를 요구받게 되기 때문이다. 수잔 손택은 “아픈 자들의 세상에 사는 사람은 곳곳에 스민 섬뜩한 은유에 초연할 도리가 없다”고 간파한 바 있다. 이때 은유란 결국 관계 회복을 지향하는 것이고 결국 치유의 지점에서 맺히게 되는 자연스런 결로(結露)와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한 방울, 한 방울들이 모여 시로 재탄생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얼음과 지상의 나날들’이 필요할 것이다. 김솔 시인은 「지상의 나날들」에서 ‘13월’, 즉 ‘필요에 의해 실존하지만 필요로 인해 존재를 부정당하여 실존하지 않는 전설의 달’을 말하고 있지만, 작품의 뉘앙스를 바꿔 시적 13월을 이 척박한 언어의 세계에 계속 기입해 넣어야 할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상처를 더욱 환하게 하거나 아주 지워버리는 작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김솔

저자 김솔은 서울에서 태어나 2003년 『사람의문학』으로 등단했다. 현재 대구경북작가회의 회원, CS강사로 활동하며 영주 무섬마을 가까이에서 캠프스쿨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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